‘삼복더위에도…’ 떨고 있는 문의 사람들

때릴 때는 몰랐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정부 인사에 대한 윤석열정부의 공격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문정부가 ‘적폐 청산’을 내세웠듯, 윤정부는 ‘문정부 청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국무위원은 물론 청와대 관계자 등 문정부서 한자리씩 했던 인물이 하나둘 수면 위로 끌어올려지는 중이다. 

2017년 3월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2개월 뒤 대통령 보궐선거를 통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문정부는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드러난 사회 곳곳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적폐 청산’의 시작이다. 

적폐 청산
이권 카르텔

새 정부가 들어서면, 특히 정권이 교체되면 이전 정부서 일어난 일이 타깃이 되는 경우가 있다. 새 정부는 이전 정부의 정책을 뒤엎고 조직과 인사를 개편한다. 일부는 수사기관의 수사망에 오른다. 야당은 보복수사라고 반발하고 여당은 새판 짜기라고 반박하는 등 정치권 역시 영향을 받는다. 

이 같은 흐름은 어느 정부에서건 되풀이됐다. 윤정부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10년 주기설’을 깨고 당선됐다. 진보든 보수든 한 번 정권을 잡으면 10년은 이어진다는 속설이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4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할 만큼 ‘콘크리트’ 지지를 받았다. 그럼에도 5년 만에 정권교체의 주인공이 됐다. 

문정부의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은 정치 입문 때부터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문정부서 시행됐던 정책의 반대편에 섰다. 국민은 0.7%포인트 차이로 윤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윤 대통령은 임기 시작과 동시에 문정부의 정책을 하나둘 뒤집기 시작했다. 동시에 정책 시행 과정서 불거진 문제에 칼을 들이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공공아파트서 지하주차장 내 철근 누락이 발견된 사태를 언급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윤 대통령은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권 카르텔은 윤 대통령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으로 문정부서 사용된 ‘적폐’와 그 맥락이 비슷하다.

그러면서 “현재 입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무량판 공법 지하주차장은 모두 우리 정부 출범 전에 설계오류, 부실시공, 부실 감리가 이뤄졌다”며 “이런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건설사업의 이권 카르텔이 지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감사원 앞세워 전 정부 때리기
초대 장관·청와대 고위직 겨냥

이른바 ‘순살아파트’ 사태가 문정부서부터 비롯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정부가 순살아파트 사태와 관련해 문정부에 화살을 돌리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측은 ‘무슨 일만 나면 문정부 탓이냐’며 반발했다. 이전 정부를 탓할 시간에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문정부를 향한 감사와 수사, 필요하면 국정조사까지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의 지적은 감사원의 행보와 맞물려 확대되고 있다. 감사원은 윤정부의 ‘문정부 청산’ 행보에 선봉장으로 활약 중이다. 감사원이 문정부의 정책 진행 과정서 문제점을 발견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식이다. 감사원의 토스를 받은 검찰의 칼끝은 위를 향하는 중이다. 

최근 감사원의 레이더망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걸려들었다.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이하 대수장)은 지난달 31일 문정부 당시 사드 기지 정상화가 의도적으로 지연됐다는 의혹에 관해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 청구 대상은 문정부 청와대와 국방부 등이다. 


감사원은 대수장의 청구를 두고 감사 실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경북 성주 기지 정상화 조치는 한·미 연합방위 태세와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임무 수행을 위해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조치”라며 “이런 조치를 고의로 지연한 의혹이 있다면 면밀한 조사를 통해 관련 사실을 명백하게 밝혀드려야 한다”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설명했다.

전방위로
감사 돌입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계엄 문건과 관련해 허위 사실확인서 서명 강요 혐의로 공수처 수사를 받는 신세다. 송 전 장관은 문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2018년 7월9일 열린 간담회 참석자로부터 계엄 문건에 대해 발언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허위 사실확인서를 받아오라’는 취지로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송 전 장관은 사실확인서 작성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은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을 국기문란 사건으로 특별수사단까지 꾸려 대대적인 수사를 지시한 바 있다. 이런 중에 송 전 장관이 문건에 문제가 없다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이 같은 보도 내용은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왰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확언했다. 

유일하게 서명을 거부한 인물로 알려진 민병삼 전 대령(당시 국방부 100 기무부대장)도 공수처 조사를 받았다. 민 전 대령은 “기무사 계엄 문건은 문제가 없다는 송 전 장관의 발언이 있었고 이를 은폐 조작하는 사건이 있었다”며 “심지어 국회서 국민에게 거짓말까지 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감사원이 진행 중인 ‘문정부 통계 왜곡 감사’는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감사원은 문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성과와 관련된 통계, 부동산 집값 통계, 고용 등 핵심 경제지표를 고의로 왜곡했다고 보고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을 대상으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에 나섰다. 

일만 나면
문정부 탓?

이 과정서 장하성·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거론됐다. 감사원은 주요 경제 통계를 일반에 공표하기 전 청와대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조사 과정서 전 정책실장 3명과 김 전 장관 등이 부당 지시 여부를 부인하자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감사원은 통계청이 주요 통계를 공표하기 전 청와대에 발표 시기와 내용을 공유했으며 청와대 관계자가 특정 내용을 담거나 빼달라며 개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작성 중이거나 작성된 통계를 공표 전에 변경하거나 공표 예정 시기를 조정할 목적으로 통계 종사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통계법 위반이다. 

감사원의 수사 의뢰 검토가 수사 의뢰로 확정되면 정치권에 큰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이런 수사 의뢰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물의 면면 자체가 문정부 고위직 인사이기 때문. 감사원은 이들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전 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의 입안자로 2017년 5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문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역시 소환조사를 받은 김수현 전 실장은 2018년 1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김상조 전 실장은 2019년 6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김현미 전 장관은 문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으로 “집값 급등은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 때문”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당시 국토부는 연이어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며 집값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국민의 체감과 정부 발표 통계가 차이가 난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통계 왜곡 의혹이 불거졌다. 

8개월 남은 총선 미리 보기?
윤석열 VS 문재인 구도 되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아들 의혹에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검찰은 대검찰청의 재기수사명령에 따라 추 전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4월 당시 휴가 담당 장교를 3차례 소환해 조사했다. 의혹을 폭로한 당직사병과 휴가 승인권자 이모 중령도 조사했다. 

추 전 장관의 아들 서모씨는 2017년 6월5일부터 같은 달 27일까지 두 차례의 병가와 한 차례의 개인 휴가를 사용했다. 이 과정서 휴가 미복귀 의혹을 받았다. 휴가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상황서 서씨가 부대에 복귀하지 않은 것이 탈영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정부 시기인 2020년 9월 검찰은 서씨의 군무이탈, 군무 기피 목적 위계 혐의에 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추 전 장관의 군무이탈방조, 군무기피 목적 위계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불기소 처분됐다. 추 전 장관 보좌관의 전화를 받은 지원장교가 사전에 휴가 연장 절차를 밟았기 때문에 군무이탈이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재항고가 접수됐고 대검은 지난해 11월 재기수사명령을 내렸다. 당직사병 증언 등을 토대로 서씨 휴가와 관련한 서류 조작이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특히 추 전 장관의 ‘외압’ 여부는 가장 큰 쟁점으로, 검찰은 이 부분을 집중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윤정부의 문정부 인사에 관한 광범위한 공격이 이어지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나섰다. 임 전 실장은 지난달 20일 자신의 SNS에 ‘멸문절호’라는 표현을 쓰면서 “고마해라, 마이 뭇다”라고 적었다. 멸문절호는 ‘집안을 멸하고 가문을 끊음’이라는 뜻이다.

앞서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혹으로 김수현 전 실장이 기소되자 목소리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수현 전 실장의 기소를 두고 야권은 “문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며 ‘정치보복’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임 전 실장은 “스토킹이고 무차별 폭행”이라며 “빨리 임종석을 소환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절제 없는 권력남용은 결코 그 끝이 좋지 않다”고 경고했다. 임 전 실장은 문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강대강 승부
누가 이길까

윤정부의 ‘문정부 지우기’ 시도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이 ‘윤석열 대 문재인’ 구도로 치러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윤정부의 공격을 받은 문정부 인사가 총선 출마로 반전을 꾀한다는 말도 들린다. 임 전 실장도 총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정부를 겨냥한 윤정부의 ‘이권 카르텔 척결’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정부의 ‘적폐 청산’은 콘크리트 지지율을 만들어냈지만 5년 만에 정권교체라는 결말로 되돌아왔다. 당장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서 윤정부와 문정부의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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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