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공포’ 측정기 무용론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8.07 11:40:53
  • 호수 14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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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 다녀도 소용없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방사능 노출에 관한 우려도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일부 시민들은 불안한 마음에 방사능 측정기를 구입했다. 오염된 수산물은 피하고 싶은 심정이다. 문제는 측정기의 정확도가 의심스럽다는 점이다. 피복된 생선의 껍질을 벗겨야 정확한 검증이 가능하다.

일본이 오염수 처리 방안으로 제시한 ‘해양 방류’를 결정한 지 2년이 지났다. 인체에 문제가 없을 만큼 희석해 방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오염수 내 유해 핵종을 처리한다는 의미다. 오염수에는 크게 삼중수소, 세슘,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이 들어 있다. 이 중에서 삼중수소는 물과 화학적 성질이 같아 분리하기 어렵다. ALPS의 효용성이 의심받고 있어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사람 몸에도?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력공학과 명예교수는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휴대용 측정기는 잡음까지 측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사능 측정기기가 오염수와 무관한 자연 감마선까지 잡아낸다는 뜻이다. 

애초에 수산물이나 사람 몸에는 칼륨40이라는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다. 오염수에 포함된 세슘에서는 물론, 전자레인지서도 감마선이 나온다. 자연적인 감마선의 대표격이 칼륨40이다.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기가 칼륨40까지 측정한다면 정확도는 떨어진다. 감마선은 투과율이 높아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다. 

반면 베타선이 나오는 삼중수소, 스트론튬 등은 투과율이 낮다. 그만큼 인체에 흡수될 시 빠져나가기 어렵다. 삼중수소는 우리 몸에 쌓여 유전정보를 바꿔놓을 위험이 있다. 변이를 일으켜 암세포를 발생시키는 것도 이런 원리다. 피복에 따른 위험성은 알파, 베타, 감마선 순으로 나열된다. 플루토늄에선 알파선이 나온다.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방사능 측정기기는 대부분 감마선만 측정한다.


기기는 방사능 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되면 안전하다고 판단할 뿐이다. 플루토늄, 스트론튬 등 고위험 방사능 피폭 가능성은 배제한 셈이다.

또 장비가 부족해 전체 유통량 중에서 검사받는 물량이 극히 일부분이다. 현재 일본서 수입되는 농축수산 가공식품의 양은 20만~40만㎏에 달한다. 이에 사용되는 방사능 검사장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방사성 핵종에 대한 유해성도 전문가마다 다르게 해석한다. 누굴 믿고 안심하라는 건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티머시 무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생물학과 교수는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반대로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는 안심하라는 입장이다. 

오염수 방류에 들끓는 여론
불안한 마음에 유행처럼 구입

지난 4월 방한한 무쏘 교수는 “삼중수소는 생물 체내에 들어가면 고에너지 감마선보다 두 배 이상 위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중수소 원자는 물에 가까워 체내로도 쉽게 들어올 수 있다. 그는 “투과력이 강한 감마선은 순간적으로 DNA나 세포에 영향을 미치면서 곧바로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며 “투과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삼중수소의 베타선은 세포조직이나 장기 내부를 벗어나지 못하고 피폭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쏘 교수는 1950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표된 삼중수소의 영향을 다룬 250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생물학적 효과비가 세슘-137의 2~6배라는 점이 다수 문헌서 확인됐다.

이 교수는 삼중수소의 성질을 잘못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앙선데이>와 가진 인터뷰서 “오염수에는 물과 구별할 수 없는 ‘삼중수소수’로 들어 있다”며 “물이 몸 안에 쌓이나? 방류 반대자들이 체내에 축적되는 중금속처럼 말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5000만 국민이 모두 속았다고 강조했다. 유해 핵종에 관한 유해성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유통된 수산물을 검증한다고 안심할 수 없다. 특히, 방사능 피복에 부작용은 눈에 띄게 보이지 않는다. 면역력 저하, 암 발병 등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날 뿐이다.

의사에게 들을 수 있는 말은 “술, 담배를 줄이세요” 밖엔 없다. 대처 방안에 대해 서 교수는 극단적으로 이야기했다. 이 교수는 “7~8년간 일본 수산물은 먹지 않을 것”이라며 “조심해서 나쁠 게 없는데, 음모론자로 비판받는 게 씁쓸하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에선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기 도입 시범을 보이며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부산어패류처리조합 관계자는 기기를 들고 수산시장을 찾았다. 약 30㎝ 떨어진 거리서 돌돔에 대자 0.66이라는 수치가 떴다. 세슘(Cs)-134값이 ㎏당 0.66베크렐임을 의미한다.

세슘서 나오는 감마선 측정은 비교적 쉽다. 세슘을 측정하면 다른 핵종이 들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긴다.

플루토늄에선 알파선, 스트론튬에선 베타선이 나오는데 검사법과 측정 방법이 모두 다르다. 식약처는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서만 세슘 농도를 측정·조사하고 있다. 국산 수산물은 해양수산부가 맡는다. 이 측정기는 부산시설공단 자갈치시장사업소가 무상으로 대여했다.

생선 껍질 벗겨야 
정확한 검증 가능

관계자는 “부산시가 검사를 진행하자고 제안해 지난 10일부터 매일 오전 7~8시마다 검사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단 1건도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염수 방류는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이처럼 매일 검사하니 앞으로도 수산물을 마음껏 먹으라고 안심시켰다. 부산시는 휴대용 방사능 검사장비를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 수산진흥과 관계자는 “기기를 추가 구입해 검사 지역을 광안리 민락회센터 등 부산 전역으로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5월 말, 여수시도 측정기 4대를 1800만원에 사들였다. 수산물 검사 품종과 수거 장소, 검사 건수 등 자료도 만들었다. 안전성 검사 결과는 매달 홈페이지 등에 공개할 방침이다.

여수시는 생산·판매 단계의 수산물을 수집해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방사능 검사 횟수도 늘려 올해부터 어획 수산물에 대해 연 160건으로 확대한다. 지자체의 대응은 높이 평가된다. 문제는 방사능 측정기에 대한 신뢰도다. 정확한 검사가 어려운 상태라면 미봉책에 그칠 뿐이다.

가령 오염수가 침투된 생선을 껍질째로 검사하면 측정이 어려울 수 있다. 식약처도 검사 시엔 생선 껍질을 제거한다. 시료를 잘게 자른 후 차폐용기에 넣어 3시간 가량 검출 여부를 확인한다. 측정기로 스치듯 갖다 대는 건 정확한 검사가 아니다.

서 교수는 “휴대용 측정기는 주로 표면이나 공기 중에 검출되는 방사능을 검출하는 데 쓰인다”며 “위험하지 않은 방사능까지 잡히니까 오해의 소지만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휴대용 측정기는 교체 시기도 짧다. 전문가들은 “측정기는 사용 후 6개월서 1년마다 기기 교정이 필요하다”며 “중고거래 등을 통해 오래된 측정기를 구매할 경우, 오작동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즉 10만~100만원대의 저가 측정기는 정확한 검사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불안한 심리를 겨냥한 상술에 각별한 주의도 요구된다. 최근 한 보험사는 오염수 방류로 국내 암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광고했다. 암 보험이 필요하다는 1차원적인 마케팅이다. 

잡음까지 나와

또 ‘오염수 방류 전 마지막 물량’이라고 불안 심리를 자극해 수산물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있다. 정부도 “비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소비자 불안감을 조성하는 소비자보호법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조치하겠다”고 나섰다. 

한편, 일본 정부는 방류 시기를 예고하지 않고 있다. 박성훈 해양수산부 신임 차관은 “아직 방류가 시작도 안 된 상태”라며 “일본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오염수 방류 시점을 통보받은 바는 없다. 방류에 앞서 인접 국가와는 시기 조율을 거칠 것으로 본다”고 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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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