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아들’ 공방전

자녀 놓고 벌이는 헛심 공방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가상자산(코인) 논란이 여의도 정가서 끊임없이 터진다. 이번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아들이 문제다. 김 대표는 아들이라는 역린을 건드리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아들을 걸고 넘어졌다. 서로 물타기 중 한쪽에선 완벽히 동의하는 척 하고, 다른 한쪽에선 이 사태를 어떻게 빠져나갈까 고민만 하고 있다. 

이번에는 아들 논란을 두고서 여야가 시끄럽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으로 민주당은 국민의힘에게 온갖 공세를 당했다. 김 의원의 탈탕까지 이끌어냈다. 결국 정치권의 코인 논란은 여당인 국민의힘으로 확전됐다. 이번에는 김기현 대표의 아들이 블록체인 업체에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다.

지도부
리스크

민주당도 즉시 공격을 가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김 대표가 단순 직원이라고 해명했는데, 최고운영책임자(COO)다. 대표급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상파악을 위해 민주당은 가상자산조사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할 계획이다. 

물론, 근무 자체만으로는 논란거리가 아닐 수 있다. 문제는 대체불가토큰(NFT)과 게임 관련 회사의 억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부분에 더해 해당 회사가 러그플, 즉 ‘먹튀’ 논란이 있던 곳이라는 점이다. 

앞서 김 대표의 아들이 근무하고 있는 블록체인 회사의 NFT 프로젝트가 과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해당 NFT는 메타버스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아바타 NFT로 소개됐다. 일반 투자자 대상 민팅서 완판 기록을 세울 정도로 유망한 NFT로 꼽혀왔다. 원화로 따지면 16억~17억원상당을 판매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회사가 1년 가까이 약속된 로드맵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삼았다. 또 담당 팀원 규모를 축소했다며 먹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이 회사는 일부 투자자들의 주장일 뿐이라며 논란에 대해 일축했지만 러그플 의혹은 김 대표의 아들 발언서도 확인 가능하다. 

김 대표 아들이 지난해 2월, NFT와 관련한 음성채팅 프로그램에 남긴 글이 화근이 됐다. 아들 김모씨는 “불장이 다시 왔을 때 다바로 인생 엑싯(탈출)해야죠”라고 언급한 것. 즉 상승장일 때 한 방에 인생을 역전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엔 여러 공격들이 들어온다. 김 대표가 직접 나서 아들의 가상자산을 공개하라며 옥죄고 있다. 또 민주당은 아들의 회사가 전무투자사 해시드의 자회사인데, 해시드는 수조원대 코인 사기 행각을 벌인 테라, 루나의 초기 투자자로 유명하다고 꼬집었다.

앞서 김 대표는 원내대표 시절이었던 2021년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주장한 바 있어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가상화폐가 불안한 청년들의 자화상”이라며 “투자자 보호장치부터 준비하고, 과세 시점도 유예해야 한다”고 가상화폐 과세에 대해 언급했다.

현재 김 대표 아들은 SNS와 링크드인, 유튜브에 출연했던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아들이 봉급을 받는 중소기업의 회사원일 뿐”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공격 들어오자 다시 아들로 역공
신고 ‘본인’만 있어 사실상 꼼수

앞서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도 아들이 단순 회사원이라고 해명했으나 ‘50억 퇴직금’ 논란이 일자 검찰이 수사에 나섰던 바 있다. 


지난 15일, 김 대표는 상황이 다급해지자 아들의 가상자산 보유 내역을 여야 합의로 처리한 국회법과 공직자윤리법 절차에 따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김남국 코인 논란을 감추기 위한 물타기라고 몰아갔다.

그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질의응답 과정서 해당 논란에 대한 질의를 받자, 오히려 ‘NFT가 코인이냐’며 되물으면서 즉답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얼마 전 있었던 국회의원 가상자산 소유 현황 및 변동내역서 발견됐다. 국회사무처가 지난 9일, 국회의원 가상자산 등록 안내서를 각 의원실에 배포했다. 이번 달 말까지 가상자산 보유 내역을 모으기로 했다. 

여야 의원들은 21대 국회 임기 시작인 2020년 5월30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가상자산 소유 현황과 변동내역을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세부 내역은 가상자산 거래일자, 거래 비용, 거래 상대 등이 포함되는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가상자산 공개 대상이 본인으로 한정돼있다는 점이다. 

가족은 등록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공개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공직자 재산신고는 본래 직계존비속으로 법률화돼있는데, 공직자윤리법 제3조, 제5조, 제6조에 따라 공개 의무가 있다. 즉, 가상자산 공개 시 본인으로만 한정해 양당이 가상자산 등록에 합의한 셈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게다가 국회의원 가족의 경우는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재산등록을 하도록 공개 시점이 미뤄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김 대표 아들이 이미 가상자산을 팔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현재로선 가상자산 보유 논란이 불거진 NFT 외에 그의 아들이 다른 가상자산을 얼마나 보유했는지 알 방법이 없는 셈이다. 

국회법에 따라 독립생계자일 경우 고지를 거부하면 공개할 의무도 없어진다. 실제 김 대표는 올해 아들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던 만큼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이번 기회에 소속 의원 전원이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를 위한 전원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 절차를 마치며 국민의힘을 더욱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 같은 행위도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정보 제공 동의서라는 게 문서 양식이 있긴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양식이 다 다르다”며 “(민주당이)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힌 수준이고, 해당 동의서로 실제 조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회사마다 양식이 달라 어떤 분야는 빠져 있는 등 제각각인 셈이다. 한 의원실의 경우 직접 양식을 만들어 제출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압박하는 게 ‘정치적 보여주기’가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다른 국회 관계자도 “요식행위일 수 있다. 국민의힘도 이를 알고 실효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 동의서를 내지 않았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의원실서 만든 형식을 윤리감사관실서 만든 것처럼 의원들에게 보내면 동의서를 보내는 식으로 이뤄진다. 또 회사 내에서 정보를 받으려면 저마다 동의서를 내야 한다.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 동의서만 제출해놓은 상태라 실효성이 없는 셈이다.


먹튀 논란
둘 다 위험

그러나 현실적으로 김 대표 아들 논란이 커져버린 까닭에 민주당의 주장은 힘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아직까지도 동의서 제출에 유보적인 태도다. 전수조사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번 달까지 입법 절차인 가상자산 신고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전수조사 반대 이유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문재인정부 인사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포함시켰다. 

채택된 결의안은 여야 합의 사안이다. 국민의힘서 유일하게 제출한 인사는 안철수 의원뿐이다. 이런 탓에 논란은 국민의힘으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결과적으론 민주당의 한발 앞선 조치가 먹혀든 셈이다. 

현재 청년층은 일시적이나마 국민의힘에 지지를 보내는 중이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전수조사로 자꾸 시간을 끌 경우인데, 전 위원장이 물러나고 난 뒤 뒤늦게서야 전수조사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아들 논란이 더 확전될 경우 걷잡을 수 없게 돼 당 차원서 대응책을 고심해야 한다. 

전수조사 역시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도 “(가상자산 전수조사는)우리 당이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다”고 언급했었다. 


양당이 가상자산으로 공방을 벌이던 중 김 대표 아들이 공격을 받자 국민의힘은 반대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아들을 물고 늘어지는 모양새다. 이른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다. 앞서 이 대표 역시 아들 논란서 자유롭지 않다. 아들 이모씨가 성매수와 도박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바 있다. 

민주당 조사 응하는 척 요식행위
앞으로 더욱 대화 단절될 가능성

해당 논란은 대선 기간인 2021년 터졌다. 이씨가 미국에 서버를 둔 한 온라인 포커 커뮤니티 게시판에 200개 정도 게시글을 올린 게 문제였다. 해외 포커 사이트의 게임머니를 거래하자는 글도 다수 올렸다. 또 스스로 서울과 경기도 소재의 불법 도박장을 방문했다는 글도 포착됐다. 

민주당은 2019년부터 2020년 7월까지 1년 반 동안 도박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즉시 조사팀을 꾸렸다. 자체조사를 통해 이 대표의 아들이 한 사이트서 2020년 7월까지 도박했고, 포커를 쳤다며 시인했다. 성매수 의혹도 이씨가 “특정 마사지 업소가 위치한 지역과 상호 중 일부를 언급하며 다신 안 가겠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해당 업소 이용자들이 여러 커뮤니티에 성매수 후기를 퍼다 나르면서 이씨 역시 성매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게시글들은 모두 삭제됐다.

이 대표도 즉시 “아들이 쓴 글이 맞다. 다시는 해당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재발 방지와 함께 머리를 숙였다. 아들 역시 입장문을 내고 속죄의 시간을 갖겠다고 사죄했다. 그러나 성매수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며 극구 부인했다.

이후 해당 사건은 상습도박,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성매매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로 확대됐다. 경찰은 성매매 혐의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검찰의 재수사 요청 및 보완수사까지 이뤄졌다. 경찰은 성매매 의혹 사건에 대해 혐의를 증명할만한 새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기존 불송치 결정을 유지했다.

이처럼 아들이라는 역린을 건드리자, 양당의 분위기는 한층 더 냉랭해지는 모양새다. 결국 가족 리스크가 당 차원으로까지 확장된 양상이다. 이런 탓에 TV 토론회와 관련된 협의가 난항을 맞고 있다. 회동 논의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정책 대화를 하자며 이번에는 손을 내미는 듯 보였으나,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껏 지도부의 논란은 수차례 있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명이 징계를 받았고, 재보궐선거까지 이뤄졌다. 

이제는 양당의 아들 공방으로 이어져 당 대표 리스크가 재차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도부 수장의 리스크가 커지자 양당 모두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이다. 

너나 나나
가족 숨기기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당 대표 리스크가 터진 꼴이다. 이런 탓에 앞으로 토론은 물론 대화도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지도부 리스크가 아니라 당 대표 리스크로까지 확전돼 논란이 가라앉지 않으면, 두 사람 모두 흔들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정부 내정자도… 아들 학폭 논란

새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특보는 이와 관련해 내정되기 전에 입장문을 내고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외압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피해 학생과 화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자는 4명으로 ‘피해자로 몰지 말라’는 한 명을 제외하고는 다른 3명의 입장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특보가 화해했다고 밝힌 피해자도 1명뿐인 가운데, 윤석열정부는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커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