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고지전' 막전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0.02 08: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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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다 '낙동강 오리알' 될래? 뭉쳐서 '문안드림팀' 될래?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당내 경선을 통과하자마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며 대선고지에 깃발을 꽂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문 후보의 고지점령은 '1일천하'였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단 하루 만에 고지를 탈환해 문 후보를 좌절시킨 것. 안 후보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훈련된 정예군도 없이 손쉽게 문 후보를 몰아냈다. 이로써 문 후보 진영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야권단일화를 두고 물러 설 수 없는 한판 대결에 들어간 양 진영의 총성 없는 ‘고지전’. 그 전장으로 <일요시사>가 들어가 보았다.

지난 9월 18일 종합편성채널 JTBC가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역전의 이변'이 연출됐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대결에서 문 후보가 44.9%의 지지율을 얻으며 안 후보를 12.6p% 차로 따돌린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안 후보가 본격 출사표를 던지자 안 후보의 지지율이 수직상승했다. 야권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안 후보는 문 후보에 10%p 앞서며 멀찌감치 앞서 갔다. 하루 사이 고지의 주인이 바뀐 것이다.

때 기다리다 날개 펼쳐
탁월한 전략, 우위 선점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 6대 왕인 장왕은 '3년 동안 한 번도 지저귀지 않은 새처럼 있다가 단 한 번 입을 열어 사람을 놀라게 만들었다'는 고사의 주인공이다.

장왕은 일찍이 역사 흐름의 맥을 짚고 숨죽이며 때를 기다리다 날개를 펼쳐 원대한 고국의 뜻을 펼친 인물이다. 단 한 번의 날갯짓으로 높이 올라 난세를 다스리고 천하를 호령한 것이다.

일찍이 중국학자들은 이러한 정치술을 '도광양회술(韜光養晦術)'이라 일컬었다. '물에 잠긴 용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의미의 이 정치술은 자신의 재능을 감추고 후일을 도모하는 중국 고대 제왕에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자신의 재능을 숨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 후보의 정치술은 이와 차이점이 있겠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단 한 번 입을 열어 원대한 포부를 밝히고, 이로 인해 민심을 흔들어 지지를 끌어올린 내공은 가히 그런 정치술에 견줄 만하다. 

'세를 모으고 힘을 비축한' 안 후보는 민주당의 경선이 끝나고 추석을 앞둔 지난 9월19일을 적절한 시기로 잡고 대선 전면에 등장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쏠리는 여론을 끌어옴과 동시에 추석 연휴를 앞두고 추석 밥상에 '안철수'를 올려놓기 위해 19일을 선택한 것”이라며 "정치경험이 없다고 하지만 이는 뭘 좀 아는 사람의 기가 막힌 선택"이라고 극찬했다.

박정희 묘소 앞, 엇갈린 두 사람의 행보
총괄본부장 박선숙 VS 기획위원 박영선

이에 안 후보는 탁월한 전략으로 대선출마와 동시에 문 후보와 단일화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본선 레이스를 펼치기 전에 반드시 넘어야 할 야권단일화에서 안 후보가 자신의 셈법으로 우위를 점한 것이다. 

문 후보는 수세에 몰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문 후보는 단일화와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안 후보의 회동제안에 대해서는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며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안 후보는 계속 주도권을 쥐기 위해 재촉하겠지만, (문 후보는) 안 후보에게 끌려가는 회동 테이블에 앉는 모습을 피하려 하고 있다"라고 해석했다.


양측의 팽팽한 기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두 사람의 대선행보도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안 후보는 출사표를 던진 다음 날인 지난 9월20일 현충원 참배로 첫 대선행보를 내디뎠다.

현충원을 찾은 안 후보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아 "역사에서 배우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안 후보는 이날 "공과 과가 있다면 공은 계승하고 과는 바로잡으려는 노력,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는 그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날 참배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앞서 문 후보는 지난 9월18일 현충원 참배 후 페이스북에 "저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에 언제든지 참배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랍니다. 그러려면 가해자 측의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쪽은 '통합' 행보
다른 쪽 '반성' 강조

한 정치평론가는 같은 곳을 찾은 두 사람의 행보에 대해 "안 후보는 통합을 강조하며 중도층과 나아가 보수층의 표심을 공략했고, 문 후보는 반성을 내세우며 지지층의 결집을 호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후보에 대한 네티즌의 평가도 다양했다. "안 후보는 국민 시선 맞춰 참배하고, 문 후보는 과거에 집착하느라 미래는 소홀했다" "안 후보는 침착했고, 문 후보는 감정에 치우쳤다"라며 안 후보에 대한 후한 평가가 우세했다.

한편 "문 후보는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화해'를 요구하면서 지지율을 의식하지 않고 참배하지 않은 점이 가장 진심의 정치행위"라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 9월24일 있었던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에 대해서도 두 후보가 환영의 뜻을 보이면서도 약간의 온도차를 드러냈다.

문 후보는 "힘드셨을 텐데 아주 잘하셨다"라고 밝히면서도 "정수장학회, 장준하 선생 사인규명 문제 등을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오늘 박 후보의 사과가 이런 문제까지 풀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의 사과 표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구체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당부도 놓치지 않았다.

안 후보는 이날 박 후보의 사과를 두고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필요한 일을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한 "박 후보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안 후보의 이러한 답변에 대해 트위터에는 "박 후보가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은 맞는데 진심으로 사과했을까요? 야권후보한테 추격당해 어쩔 수 없이 했다고 봅니다"

"(박 후보가) 아직 풀고 정리할 게 남아 있는데 뭔가 얼렁뚱땅 넘어가는 듯한, 서럽고 억울한 마음을 또 한 번 서운케 하는 것 같다"라는 등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했다.

한때는 절친, 지금은 적군
'전략통'과 '공격수' 대치

하지만 "두 후보가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각기 중도공략?좌클릭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시너지가 있다"라며 두 후보 모두에 긍정적인 평가를 한 의견도 있었다.

기싸움은 이들만 벌인 것이 아니다. 이들의 오른팔인 박선숙 전 의원과 박영선 의원도 양 후보의 전방에서 대치구도를 이루고 있다.

박선숙 전 의원과 박영선 의원은 일찍이 18대 국회에서 각각 민주당의 홍보전략본부장과 정책위의장이라는 핵심요직을 맡아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또한 1960년생 동갑내기 '절친'인 두 사람이 대선을 앞두고 양 갈래로 갈려져 대선후보만큼이나 이들의 활동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 전 의원은 현재 안 후보 캠프에 합류해 총괄선거대책본부장직을, 박 의원은 문 후보 캠프의 선거기획위원을 맡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전략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에서도 본부장을 맡아 캠프를 총괄했으며, 이때 야권연대 협상 실무단 대표로 나서 통합진보당과의 야권단일화를 성사한 전력이 있다.

박 의원은 '공격수'로 불린다. 19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으면서 전면에 나서 정부와 여당의 공격을 담당했던 인사다.

진선미 민주당 대변인은 언론을 통해 "이명박 정권에 맞서 가장 앞장서서 싸운 분"이라며 박 의원이 문 후보의 기획위원으로 발탁된 이유에 대해 '대여 투쟁력'을 꼽기도 했다.

둘은 이제 두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되기 전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위치에 있다.

'SNS 전쟁' 돌입…표심잡기 경쟁에 사활
문, 서울 망원시장 VS 안, 수원 못골시장

선거전략가 ‘양박’이 포진한 두 후보 진영의 경쟁은 우선 SNS에서 판가름이 난다.

SNS는 야권 대선주자 선거운동의 주요수단으로 문 후보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안 후보는 언론 담당 페이스북을 통해 일정이나 현안에 대한 견해를 올리며 유권자들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문 후보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표시된 '좋아요'는 지난 9월25일 3만5370명, 안 후보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를 표시한 숫자는 5만4187명에 이르렀다.

또한 문 후보의 게시글 중 안 후보의 출마를 축하한다는 내용의 글에 대해 1만5079명이 '좋아요'를 표시하며 가장 높은 호응을 보였다.

안 후보의 페이스북에는 대선출마 기자회견 전문에 7만91명에 육박하는 네티즌이 '좋아요'를 표시하며 SNS전쟁에서는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월등히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매체를 통해 "전국 여론의 선행 지표이기도 한 SNS 여론에서 우호적인 유권자를 확보하기 위한 후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양 후보의 오프라인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문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방문해 전통적 지지층 규합에 주력했다. 같은 날 안 후보는 무인차량 로봇 연구센터를 방문해 정책행보에 주력하며 청장년층과 무당파 공략에 나섰다.

이들이 각각 지지층과 부동층을 공략하며 대조적인 행보만 보였던 것은 아니다. 문 후보는 서울 망원동 재래시장, 전날 안 후보는 경기도에 있는 못골시장을 찾으면서 사라져가는 재래시장의 상인들에게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온라인서 안철수 앞서
오프라인 행보도 분주

한 정치권 관계자는 "두 후보가 대척점을 이루는 듯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덧셈정치, 통합정치'를 실천하는 '상생의 경쟁'을 통해 외연의 확장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후보의 지지자들은 야권단일화라는 고지를 향해 고군분투를 벌여야 하는 두 사람이 '마이너스 경쟁'이 아닌 '1+1=3'을 만드는 상생의 경쟁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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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