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고지전' 막전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0.02 08: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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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다 '낙동강 오리알' 될래? 뭉쳐서 '문안드림팀' 될래?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당내 경선을 통과하자마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며 대선고지에 깃발을 꽂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문 후보의 고지점령은 '1일천하'였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단 하루 만에 고지를 탈환해 문 후보를 좌절시킨 것. 안 후보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훈련된 정예군도 없이 손쉽게 문 후보를 몰아냈다. 이로써 문 후보 진영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야권단일화를 두고 물러 설 수 없는 한판 대결에 들어간 양 진영의 총성 없는 ‘고지전’. 그 전장으로 <일요시사>가 들어가 보았다.

지난 9월 18일 종합편성채널 JTBC가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역전의 이변'이 연출됐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대결에서 문 후보가 44.9%의 지지율을 얻으며 안 후보를 12.6p% 차로 따돌린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안 후보가 본격 출사표를 던지자 안 후보의 지지율이 수직상승했다. 야권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안 후보는 문 후보에 10%p 앞서며 멀찌감치 앞서 갔다. 하루 사이 고지의 주인이 바뀐 것이다.

때 기다리다 날개 펼쳐
탁월한 전략, 우위 선점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 6대 왕인 장왕은 '3년 동안 한 번도 지저귀지 않은 새처럼 있다가 단 한 번 입을 열어 사람을 놀라게 만들었다'는 고사의 주인공이다.

장왕은 일찍이 역사 흐름의 맥을 짚고 숨죽이며 때를 기다리다 날개를 펼쳐 원대한 고국의 뜻을 펼친 인물이다. 단 한 번의 날갯짓으로 높이 올라 난세를 다스리고 천하를 호령한 것이다.

일찍이 중국학자들은 이러한 정치술을 '도광양회술(韜光養晦術)'이라 일컬었다. '물에 잠긴 용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의미의 이 정치술은 자신의 재능을 감추고 후일을 도모하는 중국 고대 제왕에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자신의 재능을 숨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 후보의 정치술은 이와 차이점이 있겠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단 한 번 입을 열어 원대한 포부를 밝히고, 이로 인해 민심을 흔들어 지지를 끌어올린 내공은 가히 그런 정치술에 견줄 만하다. 

'세를 모으고 힘을 비축한' 안 후보는 민주당의 경선이 끝나고 추석을 앞둔 지난 9월19일을 적절한 시기로 잡고 대선 전면에 등장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쏠리는 여론을 끌어옴과 동시에 추석 연휴를 앞두고 추석 밥상에 '안철수'를 올려놓기 위해 19일을 선택한 것”이라며 "정치경험이 없다고 하지만 이는 뭘 좀 아는 사람의 기가 막힌 선택"이라고 극찬했다.

박정희 묘소 앞, 엇갈린 두 사람의 행보
총괄본부장 박선숙 VS 기획위원 박영선

이에 안 후보는 탁월한 전략으로 대선출마와 동시에 문 후보와 단일화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본선 레이스를 펼치기 전에 반드시 넘어야 할 야권단일화에서 안 후보가 자신의 셈법으로 우위를 점한 것이다. 

문 후보는 수세에 몰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문 후보는 단일화와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안 후보의 회동제안에 대해서는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며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안 후보는 계속 주도권을 쥐기 위해 재촉하겠지만, (문 후보는) 안 후보에게 끌려가는 회동 테이블에 앉는 모습을 피하려 하고 있다"라고 해석했다.


양측의 팽팽한 기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두 사람의 대선행보도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안 후보는 출사표를 던진 다음 날인 지난 9월20일 현충원 참배로 첫 대선행보를 내디뎠다.

현충원을 찾은 안 후보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아 "역사에서 배우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안 후보는 이날 "공과 과가 있다면 공은 계승하고 과는 바로잡으려는 노력,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는 그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날 참배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앞서 문 후보는 지난 9월18일 현충원 참배 후 페이스북에 "저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에 언제든지 참배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랍니다. 그러려면 가해자 측의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쪽은 '통합' 행보
다른 쪽 '반성' 강조

한 정치평론가는 같은 곳을 찾은 두 사람의 행보에 대해 "안 후보는 통합을 강조하며 중도층과 나아가 보수층의 표심을 공략했고, 문 후보는 반성을 내세우며 지지층의 결집을 호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후보에 대한 네티즌의 평가도 다양했다. "안 후보는 국민 시선 맞춰 참배하고, 문 후보는 과거에 집착하느라 미래는 소홀했다" "안 후보는 침착했고, 문 후보는 감정에 치우쳤다"라며 안 후보에 대한 후한 평가가 우세했다.

한편 "문 후보는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화해'를 요구하면서 지지율을 의식하지 않고 참배하지 않은 점이 가장 진심의 정치행위"라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 9월24일 있었던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에 대해서도 두 후보가 환영의 뜻을 보이면서도 약간의 온도차를 드러냈다.

문 후보는 "힘드셨을 텐데 아주 잘하셨다"라고 밝히면서도 "정수장학회, 장준하 선생 사인규명 문제 등을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오늘 박 후보의 사과가 이런 문제까지 풀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의 사과 표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구체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당부도 놓치지 않았다.

안 후보는 이날 박 후보의 사과를 두고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필요한 일을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한 "박 후보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안 후보의 이러한 답변에 대해 트위터에는 "박 후보가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은 맞는데 진심으로 사과했을까요? 야권후보한테 추격당해 어쩔 수 없이 했다고 봅니다"

"(박 후보가) 아직 풀고 정리할 게 남아 있는데 뭔가 얼렁뚱땅 넘어가는 듯한, 서럽고 억울한 마음을 또 한 번 서운케 하는 것 같다"라는 등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했다.

한때는 절친, 지금은 적군
'전략통'과 '공격수' 대치

하지만 "두 후보가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각기 중도공략?좌클릭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시너지가 있다"라며 두 후보 모두에 긍정적인 평가를 한 의견도 있었다.

기싸움은 이들만 벌인 것이 아니다. 이들의 오른팔인 박선숙 전 의원과 박영선 의원도 양 후보의 전방에서 대치구도를 이루고 있다.

박선숙 전 의원과 박영선 의원은 일찍이 18대 국회에서 각각 민주당의 홍보전략본부장과 정책위의장이라는 핵심요직을 맡아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또한 1960년생 동갑내기 '절친'인 두 사람이 대선을 앞두고 양 갈래로 갈려져 대선후보만큼이나 이들의 활동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 전 의원은 현재 안 후보 캠프에 합류해 총괄선거대책본부장직을, 박 의원은 문 후보 캠프의 선거기획위원을 맡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전략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에서도 본부장을 맡아 캠프를 총괄했으며, 이때 야권연대 협상 실무단 대표로 나서 통합진보당과의 야권단일화를 성사한 전력이 있다.

박 의원은 '공격수'로 불린다. 19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으면서 전면에 나서 정부와 여당의 공격을 담당했던 인사다.

진선미 민주당 대변인은 언론을 통해 "이명박 정권에 맞서 가장 앞장서서 싸운 분"이라며 박 의원이 문 후보의 기획위원으로 발탁된 이유에 대해 '대여 투쟁력'을 꼽기도 했다.

둘은 이제 두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되기 전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위치에 있다.

'SNS 전쟁' 돌입…표심잡기 경쟁에 사활
문, 서울 망원시장 VS 안, 수원 못골시장

선거전략가 ‘양박’이 포진한 두 후보 진영의 경쟁은 우선 SNS에서 판가름이 난다.

SNS는 야권 대선주자 선거운동의 주요수단으로 문 후보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안 후보는 언론 담당 페이스북을 통해 일정이나 현안에 대한 견해를 올리며 유권자들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문 후보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표시된 '좋아요'는 지난 9월25일 3만5370명, 안 후보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를 표시한 숫자는 5만4187명에 이르렀다.

또한 문 후보의 게시글 중 안 후보의 출마를 축하한다는 내용의 글에 대해 1만5079명이 '좋아요'를 표시하며 가장 높은 호응을 보였다.

안 후보의 페이스북에는 대선출마 기자회견 전문에 7만91명에 육박하는 네티즌이 '좋아요'를 표시하며 SNS전쟁에서는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월등히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매체를 통해 "전국 여론의 선행 지표이기도 한 SNS 여론에서 우호적인 유권자를 확보하기 위한 후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양 후보의 오프라인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문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방문해 전통적 지지층 규합에 주력했다. 같은 날 안 후보는 무인차량 로봇 연구센터를 방문해 정책행보에 주력하며 청장년층과 무당파 공략에 나섰다.

이들이 각각 지지층과 부동층을 공략하며 대조적인 행보만 보였던 것은 아니다. 문 후보는 서울 망원동 재래시장, 전날 안 후보는 경기도에 있는 못골시장을 찾으면서 사라져가는 재래시장의 상인들에게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온라인서 안철수 앞서
오프라인 행보도 분주

한 정치권 관계자는 "두 후보가 대척점을 이루는 듯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덧셈정치, 통합정치'를 실천하는 '상생의 경쟁'을 통해 외연의 확장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후보의 지지자들은 야권단일화라는 고지를 향해 고군분투를 벌여야 하는 두 사람이 '마이너스 경쟁'이 아닌 '1+1=3'을 만드는 상생의 경쟁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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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