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학폭’ 꼬리표 뗀 이영하·김대현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23.06.07 11:19:13
  • 호수 14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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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누명? 생사람 잡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민우 기자 = 야구판을 흔든 김대현에 이어 이영하도 자유의 몸이 됐다. 선린인터넷고 시절 원투펀치로 함께 활약했던 둘은 후배들을 괴롭힌 혐의로 재판을 받았으나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학폭 투수’ 꼬리표를 일단 뗀 것이다.

법원이 고등학교 시절 후배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투수 이영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특수폭행, 강요, 공갈 혐의로 기소된 이영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9개월간 
법적 공방

2021년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인 이영하는 지난해 8월 불구속 기소됐다.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한 이영하는 9개월간의 법적 공방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전기 파리채를 이용한 괴롭힘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봤다. 라면 갈취나 숙소, 자취방서의 얼차려 등도 객관적 증거로 확인되지 않아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 부장판사는 “피해가 있었다는 2016년 훈련 당시 이씨가 해당 장소에 있었을 가능성이 낮다”며 “피해자는 2015년 고덕야구장과 학교 웨이트장서 피해가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이씨는 당시 일본으로 출국했다. 자취방도 해당 시기에 퇴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3일 결심공판서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이영하가 야구부 동기였던 김대현(LG 트윈스)과 함께 2015년 3월 피해자이자 선린인터넷고등학교 후배인 A씨에게 전기 파리채를 주며 손가락을 넣도록 강요해 감전시키고 폭행한 것으로 봤다. 


또 이영하는 피해자들을 수치심이 드는 별명으로 부르거나, 체육관 입구에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노래와 율동을 시키고 피해자가 거부하면 머리 박치기를 시키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대만의 한 호텔서 A씨에게 라면을 내놓으라고 욕설을 하며 피해자와 동급생 투수 7명을 피해자 방으로 불러 머리 박기를 시키고 폭행을 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선린인고 시절 ‘전국구 원투펀치’
특수폭행, 강요, 공갈 혐의로 기소

재판을 마친 이영하는 “작년부터 시즌도 못 마치고 재판을 받았는데, 얼른 팀 복귀해서 도움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팀이 필요하면 언제든 가서 던질 수 있게 몸을 잘 만들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고소인이)자기만의 고충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당시 조장으로서 그런 부분을 더 케어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있어 (손해배상청구소송)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특히 학교폭력이 사라져야 할 관행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영하는 “학교폭력은 내가 어렸을 때 분명히 있었던 문화다. 최근에는 사라졌다고 하지만 분명 남아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최근 학교폭력 이슈가 많았는데 정말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좋은 관행이 사라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 베어스는 학폭 의혹을 벗은 이영하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 1억2000만원에 2023시즌 연봉 계약을 마쳤다. 지난해 연봉 1억6000만원에서 4000만원 삭감된 금액이다.

두산 구단은 이영하가 재판에 넘겨진 후 미계약 보류 선수로 분류했다. 무죄판결이 나온 직후 이영하와 계약하겠다고 밝힌 두산은 곧장 사인까지 마쳤다. 개인훈련을 하던 이영하는 지난 1일부터 구단 공식 훈련에 참가했다. 이후 퓨처스(2군)리그 경기에 출전하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영하는 지난해 8월13일 잠실구장서 벌어진 SSG 랜더스와의 경기 이후 실전을 치르지 못했다. 학교폭력이 불거진 이후 두산 2군 구장인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서 개인 훈련만 진행했다.


입증된
알리바이

이영하는 선린인터넷고 시절 경북고 최충연과 함께 고졸 특급 파이어볼러로 손꼽혔다. 완성된 체격, 안정된 제구력,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 경기 내내 143~145km/h의 빠른 공을 손쉽게 뿌려대는 체력, 최대 150km/h까지 찍어내는 빠른 구속 등을 갖춘 완성형 투수란 평가를 받았다.

2015년 제27회 WBSC U-18 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 포함되면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예상대로 2016년 신인 드래프트서 1차 지명을 받아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씨는 2018년부터 주축 선발 투수로 뛰었다. 2019년 17승4패 평균자책점 3.64의 성적을 거두며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21경기서 6승8패 평균자책점 4.93의 성적을 냈다.

이영하와 함께 전국구 에이스 원투펀치로 이름을 날린 LG 트윈스 투수 김대현도 앞서 학폭 꼬리표를 뗐다. 이영하와 마찬가지로 A씨를 특수폭행, 강요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김씨는 이미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 당시 현역 복무 중이라 군사재판을 받았다.

김대현도 2015년 선린인터넷고 3학년 시절 야구부 1학년 후배 A씨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군재판에 회부됐다. 김대현 측 변호인은 “A씨는 김대현에게 두 차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마침내 벗은 
‘학폭 허물’

변호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A씨가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날짜가 맞지 않았다. 당시 김대현과 A씨는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았고, 그 사실을 충분히 입증을 했다”고 밝혔다. 또 “A씨가 대표팀 훈련 기간 중인 날짜에 특정 장소서 어떤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법정 증언에서도 동일한 주장을 반복해서 했다. 하지만 그날 김대현은 대표팀에 소집돼 훈련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증인의 증언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재판부는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결했다. A씨가 폭행과 강요가 있었다고 주장한 날짜가 맞지 않고, 주장한 날짜에 A씨와 김씨가 같은 공간에 있지 않은 사실 역시 입증됐다.

판결 직후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김대현은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에 차려진 LG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이어 지난달 13일 시즌 첫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LG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투수 송은범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면서 김대현을 등록했다.

김대현이 1군 엔트리에 포함된 것은 2021년 이후 약 2년 만이다. 당시 1군에서 4경기에 나가 평균자책점 12.27로 부진했었다. 개막 엔트리에 빠진 김대현은 퓨처스리그 6경기에 등판해 1홀드 평균자책점 0.82로 좋은 성적을 냈다. 염경엽 LG 감독은 마운드 강화를 위해 김대현을 1군으로 콜업했다.

모두 1심 무죄 “입증 어렵다”
훌훌 털고 다시 마운드 올랐다


김대현은 지난달 16일 745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랐다. 서울 잠실구장서 열린 KT와 LG의 경기서 6-10으로 뒤진 8회 초 등판했다. 첫 타자 강백호를 2루수 땅볼로 유도했으나, 2루수 정주현이 1루 악송구 실책을 저질렀다. 무사 1루서 김상수에게 좌중간 담장을 맞는 2루타를 맞고 실점을 허용했다. 홈 송구 때 김상수는 3루까지 진루했다. 

1사 3루서 조용호를 좌익수 앞 짧은 뜬공 아웃, 정준영을 삼진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문상철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켜 2사 1·3루 위기가 이어졌다. 장성우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추가 실점 없이 막아냈다. 

9회에도 등판한 김대현은 선두타자 홍현빈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박경수를 1루수 파울플라이 아웃, 장준원을 유격수 땅볼로 2아웃을 잡으며 주자는 3루까지 진루했다. 2사 3루서 강백호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아 실점했다가 김상수를 중견수 뜬공으로 이닝을 마쳤다.

김대현은 이날 2이닝 3피안타 1사구 1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염 감독은 김대현에 대해 “롱릴리프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영하와 함께 김대현은 선린인터넷고 원투펀치로, 고2 때부터 선린고 파이어볼러 듀오로 이름을 날렸다. 팔 스윙이 불안정하고 이에 따라 제구력이 들쭉날쭉한 게 단점이었다. 그럼에도 140km/h 중반대를 쉽게 쉽게 던지는 구속이 장점으로 평가받았다. 

곧바로 계약
1군에 합류


비록 경북고 최충연, 박세진, 같은 학교의 이영하에 비해 한 급 낮다는 평도 받았지만, 구위와 성장 가능성을 높게 친 LG 트윈스의 선택을 받았다. 2016년 LG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김대현은 군 입대 전인 2021년까지 1군에서 활약했다. KBO리그 통산 성적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30경기에 출전해 16승 21패 12홀드 평균자책점 5.90이다.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학폭 무죄’ 선배 이승엽의 조언
“딴 생각 말고 야구만 집중하라”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이영하가 1심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모범적인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 감독은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 NC 파크서 열리는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홀가분한 상태가 됐을 것 같다”면서 “이제는 다른 생각하지 말고 야구에만 집중해서 어린 학생들에게도 모범이 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설수 자체로 좋은 일 아냐”
“어린 학생들에게도 모범 돼야”

그는 “무죄가 나왔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프로 선수가 구설수에 올랐다는 자체로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영하가 그동안 준비를 해왔다고 들었다. 이제 불펜피칭도 할 수 있다고 보고받았다”며 “팀에 합류하면 조만간 2군(퓨처스리그) 경기에도 등판할 것으로 생각되고, 1군에서 뛸만한 구위가 됐다고 판단되면 부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이영하가 스프링캠프에도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발 투수를 준비한다면 실전까지 1~2개월 정도 걸릴 것 같다”며 “올 시즌은 시간도 부족하다고 보고 1군에 올라온다면 우리 팀에 당장 필요한 릴리프(구원)로 나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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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