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학폭’ 꼬리표 뗀 이영하·김대현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23.06.07 11:19:13
  • 호수 14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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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누명? 생사람 잡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민우 기자 = 야구판을 흔든 김대현에 이어 이영하도 자유의 몸이 됐다. 선린인터넷고 시절 원투펀치로 함께 활약했던 둘은 후배들을 괴롭힌 혐의로 재판을 받았으나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학폭 투수’ 꼬리표를 일단 뗀 것이다.

법원이 고등학교 시절 후배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투수 이영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특수폭행, 강요, 공갈 혐의로 기소된 이영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9개월간 
법적 공방

2021년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인 이영하는 지난해 8월 불구속 기소됐다.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한 이영하는 9개월간의 법적 공방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전기 파리채를 이용한 괴롭힘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봤다. 라면 갈취나 숙소, 자취방서의 얼차려 등도 객관적 증거로 확인되지 않아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 부장판사는 “피해가 있었다는 2016년 훈련 당시 이씨가 해당 장소에 있었을 가능성이 낮다”며 “피해자는 2015년 고덕야구장과 학교 웨이트장서 피해가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이씨는 당시 일본으로 출국했다. 자취방도 해당 시기에 퇴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3일 결심공판서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이영하가 야구부 동기였던 김대현(LG 트윈스)과 함께 2015년 3월 피해자이자 선린인터넷고등학교 후배인 A씨에게 전기 파리채를 주며 손가락을 넣도록 강요해 감전시키고 폭행한 것으로 봤다. 


또 이영하는 피해자들을 수치심이 드는 별명으로 부르거나, 체육관 입구에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노래와 율동을 시키고 피해자가 거부하면 머리 박치기를 시키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대만의 한 호텔서 A씨에게 라면을 내놓으라고 욕설을 하며 피해자와 동급생 투수 7명을 피해자 방으로 불러 머리 박기를 시키고 폭행을 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선린인고 시절 ‘전국구 원투펀치’
특수폭행, 강요, 공갈 혐의로 기소

재판을 마친 이영하는 “작년부터 시즌도 못 마치고 재판을 받았는데, 얼른 팀 복귀해서 도움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팀이 필요하면 언제든 가서 던질 수 있게 몸을 잘 만들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고소인이)자기만의 고충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당시 조장으로서 그런 부분을 더 케어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있어 (손해배상청구소송)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특히 학교폭력이 사라져야 할 관행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영하는 “학교폭력은 내가 어렸을 때 분명히 있었던 문화다. 최근에는 사라졌다고 하지만 분명 남아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최근 학교폭력 이슈가 많았는데 정말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좋은 관행이 사라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 베어스는 학폭 의혹을 벗은 이영하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 1억2000만원에 2023시즌 연봉 계약을 마쳤다. 지난해 연봉 1억6000만원에서 4000만원 삭감된 금액이다.

두산 구단은 이영하가 재판에 넘겨진 후 미계약 보류 선수로 분류했다. 무죄판결이 나온 직후 이영하와 계약하겠다고 밝힌 두산은 곧장 사인까지 마쳤다. 개인훈련을 하던 이영하는 지난 1일부터 구단 공식 훈련에 참가했다. 이후 퓨처스(2군)리그 경기에 출전하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영하는 지난해 8월13일 잠실구장서 벌어진 SSG 랜더스와의 경기 이후 실전을 치르지 못했다. 학교폭력이 불거진 이후 두산 2군 구장인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서 개인 훈련만 진행했다.


입증된
알리바이

이영하는 선린인터넷고 시절 경북고 최충연과 함께 고졸 특급 파이어볼러로 손꼽혔다. 완성된 체격, 안정된 제구력,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 경기 내내 143~145km/h의 빠른 공을 손쉽게 뿌려대는 체력, 최대 150km/h까지 찍어내는 빠른 구속 등을 갖춘 완성형 투수란 평가를 받았다.

2015년 제27회 WBSC U-18 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 포함되면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예상대로 2016년 신인 드래프트서 1차 지명을 받아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씨는 2018년부터 주축 선발 투수로 뛰었다. 2019년 17승4패 평균자책점 3.64의 성적을 거두며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21경기서 6승8패 평균자책점 4.93의 성적을 냈다.

이영하와 함께 전국구 에이스 원투펀치로 이름을 날린 LG 트윈스 투수 김대현도 앞서 학폭 꼬리표를 뗐다. 이영하와 마찬가지로 A씨를 특수폭행, 강요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김씨는 이미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 당시 현역 복무 중이라 군사재판을 받았다.

김대현도 2015년 선린인터넷고 3학년 시절 야구부 1학년 후배 A씨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군재판에 회부됐다. 김대현 측 변호인은 “A씨는 김대현에게 두 차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마침내 벗은 
‘학폭 허물’

변호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A씨가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날짜가 맞지 않았다. 당시 김대현과 A씨는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았고, 그 사실을 충분히 입증을 했다”고 밝혔다. 또 “A씨가 대표팀 훈련 기간 중인 날짜에 특정 장소서 어떤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법정 증언에서도 동일한 주장을 반복해서 했다. 하지만 그날 김대현은 대표팀에 소집돼 훈련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증인의 증언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재판부는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결했다. A씨가 폭행과 강요가 있었다고 주장한 날짜가 맞지 않고, 주장한 날짜에 A씨와 김씨가 같은 공간에 있지 않은 사실 역시 입증됐다.

판결 직후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김대현은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에 차려진 LG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이어 지난달 13일 시즌 첫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LG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투수 송은범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면서 김대현을 등록했다.

김대현이 1군 엔트리에 포함된 것은 2021년 이후 약 2년 만이다. 당시 1군에서 4경기에 나가 평균자책점 12.27로 부진했었다. 개막 엔트리에 빠진 김대현은 퓨처스리그 6경기에 등판해 1홀드 평균자책점 0.82로 좋은 성적을 냈다. 염경엽 LG 감독은 마운드 강화를 위해 김대현을 1군으로 콜업했다.

모두 1심 무죄 “입증 어렵다”
훌훌 털고 다시 마운드 올랐다


김대현은 지난달 16일 745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랐다. 서울 잠실구장서 열린 KT와 LG의 경기서 6-10으로 뒤진 8회 초 등판했다. 첫 타자 강백호를 2루수 땅볼로 유도했으나, 2루수 정주현이 1루 악송구 실책을 저질렀다. 무사 1루서 김상수에게 좌중간 담장을 맞는 2루타를 맞고 실점을 허용했다. 홈 송구 때 김상수는 3루까지 진루했다. 

1사 3루서 조용호를 좌익수 앞 짧은 뜬공 아웃, 정준영을 삼진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문상철을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켜 2사 1·3루 위기가 이어졌다. 장성우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추가 실점 없이 막아냈다. 

9회에도 등판한 김대현은 선두타자 홍현빈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박경수를 1루수 파울플라이 아웃, 장준원을 유격수 땅볼로 2아웃을 잡으며 주자는 3루까지 진루했다. 2사 3루서 강백호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아 실점했다가 김상수를 중견수 뜬공으로 이닝을 마쳤다.

김대현은 이날 2이닝 3피안타 1사구 1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염 감독은 김대현에 대해 “롱릴리프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영하와 함께 김대현은 선린인터넷고 원투펀치로, 고2 때부터 선린고 파이어볼러 듀오로 이름을 날렸다. 팔 스윙이 불안정하고 이에 따라 제구력이 들쭉날쭉한 게 단점이었다. 그럼에도 140km/h 중반대를 쉽게 쉽게 던지는 구속이 장점으로 평가받았다. 

곧바로 계약
1군에 합류


비록 경북고 최충연, 박세진, 같은 학교의 이영하에 비해 한 급 낮다는 평도 받았지만, 구위와 성장 가능성을 높게 친 LG 트윈스의 선택을 받았다. 2016년 LG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김대현은 군 입대 전인 2021년까지 1군에서 활약했다. KBO리그 통산 성적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30경기에 출전해 16승 21패 12홀드 평균자책점 5.90이다.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학폭 무죄’ 선배 이승엽의 조언
“딴 생각 말고 야구만 집중하라”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이영하가 1심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모범적인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 감독은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 NC 파크서 열리는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홀가분한 상태가 됐을 것 같다”면서 “이제는 다른 생각하지 말고 야구에만 집중해서 어린 학생들에게도 모범이 되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설수 자체로 좋은 일 아냐”
“어린 학생들에게도 모범 돼야”

그는 “무죄가 나왔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프로 선수가 구설수에 올랐다는 자체로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영하가 그동안 준비를 해왔다고 들었다. 이제 불펜피칭도 할 수 있다고 보고받았다”며 “팀에 합류하면 조만간 2군(퓨처스리그) 경기에도 등판할 것으로 생각되고, 1군에서 뛸만한 구위가 됐다고 판단되면 부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이영하가 스프링캠프에도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발 투수를 준비한다면 실전까지 1~2개월 정도 걸릴 것 같다”며 “올 시즌은 시간도 부족하다고 보고 1군에 올라온다면 우리 팀에 당장 필요한 릴리프(구원)로 나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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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