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학폭’의 굴레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6.27 10:44:51
  • 호수 14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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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근래 들어 일선 학교들이 난리통을 겪고 있다. 코로나19가 끝난 뒤 학교폭력 범죄는 계속 늘고 있는데, 이를 제지해야 할 교사들은 힘을 잃었다.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와 절차’ 때문인데,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이 교사를 아동학대범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일반 학생들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전국 초·중·고교서 일어난 학교폭력 심의 건수가 2만건에 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에 따라 원격수업이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한때 줄었던 학교폭력 심의 건수가 재차 증가했다. 더욱이 최근 들어 학교폭력 중 언어폭력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신체폭력, 집단따돌림, 성폭력 외에 언어폭력의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난리통

지난 2월28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 전국 초·중·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 건수는 9796건에 이른다. 2학기 포함, 지난해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2만건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학폭위 심의 건수는 코로나 이전 연간 2만~3만건 수준이었는데 코로나로 원격수업이 이뤄진 2020년 8357건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대면 수업이 다시 이뤄지면서 2021년에는 1만5653건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엔 코로나 이전과 동일한 수준까지 재차 상승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학폭위가 처분한 조치(가해 학생 한 명에게 2개 이상의 조치 가능) 중 상당 부분은 ▲서면 사과(63.1%) ▲접촉금지(78.5%) ▲학교 봉사(48.8%)였지만 사실상 중징계로 불리는 출석정지 비율(14.9%)도 두 자릿수에 이른다.


학교폭력은 코로나 엔데믹 이후 다시 심각해지고 있다. 교육청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폭력예방·지원센터 설치 ▲학교폭력 예방교육 등을 실시했지만, 이 같은 방식이 학폭 예방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방증한다. 또 일선 현장의 교사들은 허무함을 느낄 정도로 학폭서 마땅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문제의 시작은 학생이 교사를 상대로 아동학대라고 신고하면서다. 서울시내 소재의 한 초등학교 A 교장은 학부모가 찾아와 ‘담임교사가 아이를 폭행했다’고 주장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당 교사가 머리를 밀치고 색연필로 배를 때린 것도 모자라 친구들 앞에서 질책하는 바람에 왕따를 당했다는 것이다.

A 교장은 담임교사를 불렀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말을 들었다. 교장에 따르면, 해당 교사는 ‘(혹시라도)무슨 말이 나올까 봐 학생과 단둘이 있는 상황조차 만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피해 학생은 해당 사건이 미술 수업 시간에 일어났다고 했지만, 담임교사가 학생을 때리는 장면을 본 학생은 없었다. 교장실까지 찾아와 항의한 학부모가 친구들에게 물었으나 여전히 목격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교장은 수사권이 없는 데다, 쌍방 진술이 일치하지 않으니 무작정 문제를 덮을 수도 없었다. 담당 교육지원청 학교통합 지원센터는 해당 사건에 대해 “유권해석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아 공문으로 답변해주기 어렵다”고 말할 뿐이다.

만약 폭행이 사실일 경우, 해당 교사는 아동학대범이 돼 교직을 잃는다. 당시 그는 아동학대범으로 몰리면서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해 병가를 낸 상태였다. 반면 허위 사실이라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침해됐다고 판단되고 학부모도 처벌 대상이 된다.

학생과 학생 간 다툼서 교사에게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아동학대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모두 2020년 아동학대처벌법에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와 절차’가 신설된 이후 벌어졌다.


문제 행동 제지하면 ‘정신적 학대’
싸움 말리려 잡으면 ‘육체적 학대’

해당 절차는 ‘누구든지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특별자치도, 시·군·구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고 기재돼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이때부터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가장 힘든 건 교사들이다. 학생이 수업 중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더라도, 교사는 아동학대범으로 몰릴 수 있어 강하게 제재할 수 없다. 사명감으로 초등학교 교사를 지원한 B씨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현재 학교 상황은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고 느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B씨는 “예쁜 학생과 점잖은 학부모가 대다수다. 하지만 소수의 악성 학부모와 학생이 있다. 교사는 민원인과 1년 내내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나가야 한다”며 “어떤 학생은 수업 중에 익룡처럼 ‘으악’이라고 고성을 지르며 ‘선생님! 저 소리 좀 지르고 싶은데 잠깐 소리 질러도 돼요?’라고 질문하는데 이건 오히려 예의 바른 질문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학생은 수업 중이든 쉬는 시간이 든 시도 때도 없이 본인이 원할 때마다 교실을 가로지르며 소리 지른다. 이런 상황에도 교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면 안 되지, 조용히 하고 얼른 앉아’라고 말하는 수 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때 제지하기 위해 교사가 학생의 손목을 잡거나, 강하게 말하면 아동학대범으로 신고될 수 있다. 특히 제지 과정서 학생의 기분이 나빴거나 무서움을 느꼈다면 ‘정서적 학대’의 사유가 된다. 또 학생들의 싸우는 상황서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강하게 문제 학생의 팔을 잡으면 ‘신체적 학대’가 된다.

현행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와 절차는 교사가 교육의 목적으로 한 행동이 아동학대 신고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결국 교사는 아동학대죄가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만큼 학생 지도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부작용이 발생한다.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은 소수지만, 다른 일반 학생들이 수업을 받을 권리인 수업권마저 침해받는다. 교사의 교육 활동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충북초등교장협의회(이하 충초협)는 지난 20일 “최근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아동학대 면책조항에 관한 논의는 바람직하다. 교단의 정상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작용

충초협은 “잠자는 학생을 깨우거나, 다른 대다수 학생의 수업권을 방해하는 등 문제행동 학생에 대한 교사의 당연한 제지 행동도 무조건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학교 현장을 개선해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은 지난달 11인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을 담았다.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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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