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클릭도 우클릭도… ‘붕 뜬’ 김기현 현주소

아직 갈피 못 잡고 우왕좌왕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부쩍 민심을 더욱 챙기고 있다. 최근 현안과 관련된 것이라면 일단 손을 댄다. 지지율 하락에 드디어 국민의힘이 위기감을 느낀 모양새다. 떠나간 중도 민심을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문제는 내부서도 혼란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왼쪽을 보기에도, 오른쪽만 향하기에도 어정쩡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길을 잃었다. 중도층 지지율은 폭락 수준인 데다, 텃밭 지지율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여러 설화에 맞물려 떨어지는 추세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출마 당시 지지율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현재 추세로는 무리라고 여겨진다. 결국 지지율 상승을 꾀하기 위해 당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나 홀로 
고군분투

잇따른 설화로 대중과 여론의 공분을 산 김재원, 태영호 최고위원의 징계론까지 확산된 상황이다. 200명 정도의 당원은 김 최고위원의 징계를 촉구하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현재 그는 셀프 반성 모드에 들어가면서 공식적인 활동을 중지한 상태다. 

‘북한 5‧18 민주화운동 개입 가능성’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등 김 최고위원의 발언 여파는 컸다. “우파를 천하통일시켰다”고 발언하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깊은 우정을 과시하는 모습을 모이기도 했다. 지금껏 차곡차곡 쌓아올렸던 광주 민심은 한순간에 폭락해버렸다.

김 최고위원이 쏴 올린 신호탄으로 현재 국민의힘은 ‘극우’ 프레임 때문에 몸살을 앓는 중이다. 


상황을 잠자코 지켜보던 김 대표가 전 목사를 향해 “입을 다물라”고 직접 경고에 나서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전 목사는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았으며 오히려 당원을 고리로 압박에 들어갔다. 결국 김 대표가 전 목사를 추천인으로 적은 당원의 자진 탈당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칼을 빼 들었다. 

자체 조사를 통해 당원 가입 당시 추천인란에 전 목사를 적은 당원은 981명으로 파악됐다. 이마저도 실효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가 많다. 이중 당적자의 출당 조치가 현행 당헌·당규상 불가능해서다. 심지어 추천인란에 전 목사를 적어내지 않은 당원들을 걸러낼 방법도 없다.

그동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는 사뭇 다른 기조다. 전 목사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를 버리느냐”며 “(국민의힘의)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앞서 김기현 지도부는 출범 일주일 만에 우클릭만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중도층의 표심이 떨어져 나가기 전 이미 경고음이 들렸던 셈이다. 

최고위원의 연속 실책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태영호 최고위원의 연이은 발언도 여론의 공분을 사기 충분했다. ‘4‧3 추념일 비하 발언’ 및 JM´S 더불어민주당, 친일 논란, 김구 발언까지 연달아 터졌다. 

정치권에서는 순번을 정해놓고 사고를 치냐는 비아냥 섞인 비판도 나온다. 김구 발언을 두고서는 최근 당내서 자중시켜야 한다는 쓴소리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태 최고위원은 김 대표로부터 ‘인터뷰 금지령’이라는 경고를 받았다. 이들을 두고 일각에서는 최고위원직서 물러나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벌써 내부 곳곳서 잡음 들려
외연확장 시동 걸었지만 부족


태 최고위원은 지도부 회의까지 불참했다. 지도부 입장에선 시작부터 최고위원들의 사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 지지율 회복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당 지도부는 윤리위 구성에 속도를 냈다. 윤리위 징계 카드를 통해 리스크를 걷어내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빠르게 황정균 윤리위원장을 임명했고, 윤리위원 구성도 마무리했다. 당내에서는 이를 통해 김·태 최고위원 징계가 거의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다만 지도부 자체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서 최고위원들이 떨어져 나간다면 오히려 당내 불안감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문제는 텃밭인 PK(부산·울산·경남)·TK(대구·경북)의 지지율도 계속 떨어지는 추세라는 점이다. 

이를 고리로 이르면 상반기 중 당무위서도 당무감사 계획을 논의 중이다. 당무 감사를 통해 당내 잡음을 줄이려는 것이다. 당무위도 구성을 마친 뒤 곧바로 당무감사 계획을 논의해 이르면 상반기 중 당무감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당내 일각에선 당무위가 이르면 이달 중 계획을 공표한 뒤 6~7월부터 전국 당원협의회에 대한 당무 감사에 나선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미 국민의힘은 지난해 한 차례 조강특위를 통해 사고 당협 68곳 중 66곳에 대한 추가 공모를 받았던 바 있다. 이 중 42곳을 충원했고 현재는 26곳이 부재 상황이다. 

이 역시 논란의 불씨를 당길 수 있어 보인다. 대통령실 참모들의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심 때문이다. 앞으로 당내서도 끊임없이 내홍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위기를 느낀 김 대표는 박정희 기념관 방문,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계획 등 집토끼 표심잡기에 나섰다. 이 자리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정치적 이념을 떠나 위대한 역사를 만든 지도자”라고 말했다. 떨어져 나가고 있는 조직 표심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오비이락?
민심 폭락

김 대표의 이 같은 집토끼 잡기 기조를 두고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중도 민심 하락이 뚜렷한데, 당내 조직 다지기에만 바쁜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사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당시 우클릭으로 상당히 쏠쏠한 재미를 봤던 바 있다.

전당대회 캠프 개소식서 김 대표는 “촛불혁명이라며 광화문 광장을 독점하는 세력에 큰 분노를 갖는다”며 “촛불 호소인에 불과한데, 따져보면 사이비 촛불혁명을 가지고 국민을 농락했다”며 태극기 세력을 붙잡기 위한 발언을 했다. 


이어 “2019년 우리 당을 사랑하는 많은 애국 동지가 광화문에서 표출하고 결집된 힘을 형성해 윤석열정부가 탄생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언급했던 해당 날짜는 문재인 전 대통령 퇴진 집회가 열렸던 날이다. 초반만 해도 오른쪽을 향한 시선 돌리기는 내부결속을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도층 민심에 더 심각한 경고음이 들려온다. 

김 대표는 즉시 박 전 대통령 예방 일정을 순연했다. 순연 배경에 대해서는 ‘홍준표 불화설’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홍준표 대구시장과 갈등을 겪어 직접 대구를 방문하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중도 민심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서 텃밭만 챙기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부분도 있다. 박 전 대통령 예방을 미룬 이유도 당장 TK 지지율보다는 중도 민심을 잡는 데 주력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난 16일, 4·16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 참석해 눈물까지 훔쳤다. 사흘 뒤인 지난 19일엔 4·19 혁명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이날 여당 의원 70명도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앞선 제주 4·3 사건 희생자 추모식에 불참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김 대표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단체 방문길에도 올랐다. 


여기에는 윤 대통령도 힘을 보탰다. 김 대표의 행보와 비슷하게 윤 대통령 역시 장애인의 날을 챙겼다. 직접 장애인 유튜브 채널에 댓글을 달기도 했다. 

당 내홍 
다시 격화

앞으로도 당 지도부는 중도 민심을 우선 잡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내달 18에는 여당 의원 전원이 5·18 기념식에 참석한다는 계획도 마련해놨다. 이를 통해 김 최고위원의 망언 리스크를 털어버리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김기현호의 서진 정책을 펼치겠다는 심산이지만 이마저도 여러 비판이 나온다. 앞선 제주 4·3 사건을 언급하면서다.

취임 직후 김 대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평가가 미흡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이 없었으면 자유민주체제가 대한민국 땅에 수립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과거 정부서 발간했던 제주 4·3 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는 가장 책임을 가진 이가 이 전 대통령에게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었다. 4·19 혁명이 있었던 계기도 이승만정부의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시민이 주도했던 혁명이다. 

현재 국민의힘에게 필요한 부분은 실언 리스크를 넘어설 정도의 강력한 민생정책 제시로 보이는 가운데, 잠시 중단됐던 민생특위도 다시 띄우기로 했다. “민생을 챙기겠다”며 출범한 해당 특위 역시 시작과 동시에 난관에 부딪쳤다. 밥 한 공기 비우기, 물 보내기 운동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놓은 정책이라는 게 유명무실했던 셈으로 이번마저 실효성이 있는 정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지지율은 수렁의 늪으로 빠져버릴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 민심을 다지기 위해 김기현호는 ‘김포 골드라인 혼잡’ ‘인천 전세사기 피해’ 등 각종 특위도 계속해서 꾸린다.

민생 현안을 챙기면서 민심을 함께 공략하겠다는 뜻으로 결국 민심을 향해 다가가기 위해 방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마땅한 공격수 없어 힘 못 받아 
조만간 당내서 불만 터질 수도

김포 골드라인 문제나 어린이보호구역 사고 예방 해법 등을 제시하는 형식이다. 최근 불거진 전세사기 문제로 당정이 호흡을 맞추는 이유도 민심을 제대로 다지겠다는 의도에서다. 이번에도 일단 태스크포스(TF)를 띄웠지만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다음이다. 띄웠으면 결과를 내야 한다. 국민의힘 자체적으로 여러 리스크를 뛰어넘을 정도의 정책이 요원한 상황이다. 차기 총선에 대한 정부 견제론이 벌써부터 심각한 상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도 ‘돈봉투 전당대회’ 등 여러 리스크가 발생했지만, 국민의힘은 전혀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송영길 전 대표가 의혹의 중심에 선 만큼 민주당의 이번 돈봉투 전대 리스크는 상당히 심각한 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위기 때마다 국민의힘의 공격 수위를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행동을 취해왔고, 국민의힘에는 공격수로 나설 인물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공격력이 높은 이른바 ‘빅 스피커’들을 당에서 줄줄이 쫓아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방어를 잘 해내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의 공격은 1타2피 성격이 강해 용산 대통령실 공격 시 자연스럽게 국민의힘에도 타격이 가해진다. 

당 자체의 리스크 방어에 급급해 공세를 잘 막을 여력도 부족하다. 하루가 다르게 당 내홍은 깊어져만 가고, 내부서조차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홍준표 대구시장의 우려처럼 각자도생만 생각해 분열이 가속화될 수 있어 보인다. 

지금처럼 중도층 공략에만 정성을 쏟아도 문제는 존재한다. 국민의힘 내홍, 잇따른 설화 등이 작용에 따른 여파로 조직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민생으로
외연 확장

김기현호는 앞서 이미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을 쳐냈다. 결국 내부적으로도 부글부글 끓으면서 내부 갈등은 점점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차기 총선이 다가올수록 내부 불만이 직접적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외연 확장, 내부 다지기가 현 시점에선 힘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한다. 이마저도 맹탕 정책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제주도로 달려간 김재원

제주 4·3 사건을 두고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산 국민의힘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이 지난 20일 제주도를 찾아 유족에게 사과를 했다. 그러나 유족은 제주를 방문했던 김 최고위원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제주 4·3평화기념관을 찾아 유족을 만났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유족들을 찾아가 “유족의 마음을 잘 헤어리지 못하고 잘못을 했다”며 “상처입은 유족과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4·3 기념일이나 유족을 폄훼하는 생각은 없었다. 조심하며 신문 기사를 참고했는데 부주의하게 유족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사과했다.

이와 관련해 유족들은 “갑자기 사과하러 오는 게 당내서 어려운 지경에 몰려 쇼하겠단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언급했다.

일부 유족은 회의실을 박차고 나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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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