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걸린 ‘50억 클럽 수사’ 윤석열-이재명 손익계산서

우회전? 좌회전? 어느 쪽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이 불거진 이후 유독 지지부진했던 ‘50억 클럽’ 수사를 재개했다. 군불만 때다가 본격적으로 밥을 짓는 모양새다. 50억 클럽 멤버는 여야 정치권을 넘나들고 있다. 22대 총선을 1년 앞둔 정치권이 검찰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이유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2021년 8월의 일로 대장동 사건이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를 달군 지 1년6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대장동 사건과 연루된 인물, 심지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까지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대장동 사건
재판인데…

하지만 대장동 사건의 가장 큰 곁가지라고 할 수 있는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는 진행 속도가 더뎠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법조계 등 정관계 유력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50억 클럽은 로비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을 가리킨다.

5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박영수 전 특검, 최재경 전 민정수석,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 6명이다. 이 가운데 곽 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5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했다.

곽 전 의원 역시 기소 이후 1심 재판서 뇌물죄 관련 부분은 무죄가 나와 검찰 수사가 좌초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곽 전 의원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었을 당시 하나은행의 대장동 컨소시엄 참여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하나금융지주 측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가 화천대유에 입사해 근무, 2021년 3월 퇴사하면서 퇴직금과 위로금 등 명목으로 약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일반 사원에게 지급하기엔 퇴직금이나 위로금 규모가 커 곽 전 의원에게 흘러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곽 전 의원의 경우 비교적 혐의 입증이 쉬울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심 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뇌물)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곽 전 의원에 “벌금 800만원에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정치자금법에 대해서는 유죄로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아들 병채씨의 담당 업무, 액수를 볼 때 50억원은 이례적으로 과하다”면서도 “아들이 받은 성과급을 곽 전 의원이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뇌물수수에 대한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곽, 1심에서 뇌물죄 무죄
검찰 보강 수사 압수수색

곽 전 의원의 뇌물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50억 클럽에 관한 법원의 첫 판단이라 향후 검찰 수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 실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곽 전 의원에 대한 1심 판결을 두고 “반드시 바로잡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사이 정치권에서는 50억 클럽을 특별검사를 통해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과 검찰 수사로 충분하다는 주장이 맞부딪쳤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특검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법안심사소위원회(소위)서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의 집단 퇴장에도 단독으로 의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11일 회의를 열고 50억 클럽 특검법(민주당 진성준·정의당 강은미·기본소득당 용혜인)을 병합 심사해 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통과한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는 특검 후보 추천권을 비교섭단체인 정의당과 기본소득당이 갖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수사 대상은 ▲화천대유 및 성남의뜰 관련자의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된 불법로비 및 뇌물 제공 행위 ▲위 사건 수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자로 밝혀진 관련자의 불법행위 ▲화천대유와 성남의뜰 사업자금과 관련된 불법행위 ▲관련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 등이다.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대장동, 화천대유 관련자에 관해 많은 사실관계가 수사로 밝혀지는 시점에 특검을 강행한다면 기존의 검찰 수사는 중단되고 수사 지연과 증거 멸실로 이어져 신속한 진실 규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뇌물 무죄
특검 가나

정치권이 특검법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사이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한 재수사에 돌입했다. 곽 전 의원 부자에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추가로 적용한 것. 곽 전 의원이 뇌물을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속여 받은 것은 범죄수익을 은닉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곽 전 의원 부자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호반건설과 부국증권 및 관계자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추가 수사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하나은행에 성남의뜰 컨소시엄 이탈을 이끌어내는 듯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본격적으로 곽 전 의원을 재수사하면서 50억 클럽에 연루된 인사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두 번째 표적은 박영수 전 특검이 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지난달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수재 등) 혐의로 박 전 특검과 양재식 변호사의 주거지 및 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결재 서류 및 은행 거래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김만배씨 등이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를 준비할 때 부국증권을 배제하는 등 컨소시엄 구성을 도운 대가로 5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에서 일하면서 2019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11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8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박 전 특검은 “허구의 사실로 압수수색을 당해 참담하다”며 혐의를 부인한 상태다. 

검찰이 박 전 특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또 다른 50억 클럽 멤버인 권 전 대법관, 김 전 총장 등에 대한 수사도 곧 전개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은 50억 클럽 외에도 김만배씨와 ‘사법거래’ 의혹을 받고 있고 김 전 총장은 김만배씨의 공소장에 등장한다.

대부분
법조계

검찰은 김씨가 2021년 8월 대장동 사건이 불거지자 김 전 총장과 대책회의를 했다고 보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50억 클럽 인사의 면면이다. 대부분 법조계 인사라는 점을 제외하면 정치적으로 어느 한쪽에 쏠려있지 않다. 일단 곽상도 전 의원은 스스로 의원직을 내려놨지만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이 때문에 곽 전 의원이 1심 재판서 뇌물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야당인 민주당서 크게 반발한 바 있다.

박영수 전 특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진두지휘 하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수사팀장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불러들이면서 재기의 발판이 마련됐다. 여기에 대장동 사건과 함께 언급되는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박 전 특검의 친분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검찰은 대장동 사건의 ‘숨은 핵심’으로 꼽히는 조우형씨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조씨는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의 핵심 인물로도 꼽힌다. 2011년 대검 중수부는 ‘조씨에게 대출 알선 수수료를 줬다’는 취지의 진술과 계좌 추적 자료를 확보했지만 조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에 대해서만 조사하고 알선수재 혐의는 제대로 조사하거나 기소하지 않았다. 

당시 대검 중수부 주임검사가 중수2과장인 윤 대통령이었다. 박 전 특검은 조씨가 부산저축은행 비리로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이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과 박 전 특검의 친분이 작용, 조씨를 봐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박영수·권순일·김수남 표적
정치권, 특검이냐 검찰이냐

권순일 전 대법관은 벼랑 끝에 몰렸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건져낸 인물이다. 경기도지사 시절 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까지 당선 무효형을 받았던 이 대표는 대법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으로 기사회생했다. 당시 대법원의 판결이 아니었으면 이 대표는 대선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9월 대법관 퇴임 이후 화천대유 고문을 맡아 한 달에 1500만원씩 10개월 동안 총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2020년 7월 선거법 위반 판결 전후로 김만배씨를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드러나 사법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김수남 전 총장은 대장동 사건 재판에서부터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지난 11일 재판서 김만배씨가 이 대표의 수사를 무마해준 적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김 전 총장을 언급했다. 유씨는 “김만배로부터 ‘수원지검서 청소용역 업체 관련 이 대표를 수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김씨에게 ‘형이 힘을 좀 써달라, 우리를 빼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수남(당시 수원지검장)이 그거를 뺐다고 김만배한테서 들었다”며 “이재명과 김수남이 통화를 했다고도 들었다”고 부연했다.

청소업체 특혜 선정 의혹은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때 김미희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와 야권연대를 이룬 대가로 경기동부연합 인사가 주축이 된 사회적 기업을 청소용역 업체로 선정해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는 불기소 처분됐다.

김 전 총장은 이 대표 관련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그는 “수원지검장 재직 당시 RO 관련 모든 사건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했으며 이와 관련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 대해 어떠한 청탁도 받은 바 없다”며 “사건과 관련해 이 전 시장과 통화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총 6명
어디까지

법조계에선 검찰의 ‘늑장 수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장동 사건이 불거지고 2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으면 곽 전 의원뿐만 아니라 박 전 특검, 권 전 대법관, 김 전 총장에 대한 수사까지는 도달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상황에 맞게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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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