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걸린 ‘50억 클럽 수사’ 윤석열-이재명 손익계산서

우회전? 좌회전? 어느 쪽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이 불거진 이후 유독 지지부진했던 ‘50억 클럽’ 수사를 재개했다. 군불만 때다가 본격적으로 밥을 짓는 모양새다. 50억 클럽 멤버는 여야 정치권을 넘나들고 있다. 22대 총선을 1년 앞둔 정치권이 검찰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이유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2021년 8월의 일로 대장동 사건이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를 달군 지 1년6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대장동 사건과 연루된 인물, 심지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까지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대장동 사건
재판인데…

하지만 대장동 사건의 가장 큰 곁가지라고 할 수 있는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는 진행 속도가 더뎠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법조계 등 정관계 유력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50억 클럽은 로비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을 가리킨다.

5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박영수 전 특검, 최재경 전 민정수석,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 6명이다. 이 가운데 곽 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5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했다.

곽 전 의원 역시 기소 이후 1심 재판서 뇌물죄 관련 부분은 무죄가 나와 검찰 수사가 좌초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곽 전 의원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었을 당시 하나은행의 대장동 컨소시엄 참여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하나금융지주 측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가 화천대유에 입사해 근무, 2021년 3월 퇴사하면서 퇴직금과 위로금 등 명목으로 약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일반 사원에게 지급하기엔 퇴직금이나 위로금 규모가 커 곽 전 의원에게 흘러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곽 전 의원의 경우 비교적 혐의 입증이 쉬울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심 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뇌물)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곽 전 의원에 “벌금 800만원에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정치자금법에 대해서는 유죄로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아들 병채씨의 담당 업무, 액수를 볼 때 50억원은 이례적으로 과하다”면서도 “아들이 받은 성과급을 곽 전 의원이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뇌물수수에 대한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곽, 1심에서 뇌물죄 무죄
검찰 보강 수사 압수수색

곽 전 의원의 뇌물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50억 클럽에 관한 법원의 첫 판단이라 향후 검찰 수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 실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곽 전 의원에 대한 1심 판결을 두고 “반드시 바로잡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사이 정치권에서는 50억 클럽을 특별검사를 통해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과 검찰 수사로 충분하다는 주장이 맞부딪쳤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특검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법안심사소위원회(소위)서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의 집단 퇴장에도 단독으로 의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11일 회의를 열고 50억 클럽 특검법(민주당 진성준·정의당 강은미·기본소득당 용혜인)을 병합 심사해 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통과한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는 특검 후보 추천권을 비교섭단체인 정의당과 기본소득당이 갖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수사 대상은 ▲화천대유 및 성남의뜰 관련자의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된 불법로비 및 뇌물 제공 행위 ▲위 사건 수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자로 밝혀진 관련자의 불법행위 ▲화천대유와 성남의뜰 사업자금과 관련된 불법행위 ▲관련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 등이다.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대장동, 화천대유 관련자에 관해 많은 사실관계가 수사로 밝혀지는 시점에 특검을 강행한다면 기존의 검찰 수사는 중단되고 수사 지연과 증거 멸실로 이어져 신속한 진실 규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뇌물 무죄
특검 가나

정치권이 특검법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사이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한 재수사에 돌입했다. 곽 전 의원 부자에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추가로 적용한 것. 곽 전 의원이 뇌물을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속여 받은 것은 범죄수익을 은닉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곽 전 의원 부자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호반건설과 부국증권 및 관계자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추가 수사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하나은행에 성남의뜰 컨소시엄 이탈을 이끌어내는 듯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본격적으로 곽 전 의원을 재수사하면서 50억 클럽에 연루된 인사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두 번째 표적은 박영수 전 특검이 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지난달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수재 등) 혐의로 박 전 특검과 양재식 변호사의 주거지 및 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결재 서류 및 은행 거래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김만배씨 등이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를 준비할 때 부국증권을 배제하는 등 컨소시엄 구성을 도운 대가로 5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에서 일하면서 2019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11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8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박 전 특검은 “허구의 사실로 압수수색을 당해 참담하다”며 혐의를 부인한 상태다. 

검찰이 박 전 특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또 다른 50억 클럽 멤버인 권 전 대법관, 김 전 총장 등에 대한 수사도 곧 전개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은 50억 클럽 외에도 김만배씨와 ‘사법거래’ 의혹을 받고 있고 김 전 총장은 김만배씨의 공소장에 등장한다.

대부분
법조계

검찰은 김씨가 2021년 8월 대장동 사건이 불거지자 김 전 총장과 대책회의를 했다고 보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50억 클럽 인사의 면면이다. 대부분 법조계 인사라는 점을 제외하면 정치적으로 어느 한쪽에 쏠려있지 않다. 일단 곽상도 전 의원은 스스로 의원직을 내려놨지만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이 때문에 곽 전 의원이 1심 재판서 뇌물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야당인 민주당서 크게 반발한 바 있다.

박영수 전 특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진두지휘 하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수사팀장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불러들이면서 재기의 발판이 마련됐다. 여기에 대장동 사건과 함께 언급되는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박 전 특검의 친분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검찰은 대장동 사건의 ‘숨은 핵심’으로 꼽히는 조우형씨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조씨는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의 핵심 인물로도 꼽힌다. 2011년 대검 중수부는 ‘조씨에게 대출 알선 수수료를 줬다’는 취지의 진술과 계좌 추적 자료를 확보했지만 조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에 대해서만 조사하고 알선수재 혐의는 제대로 조사하거나 기소하지 않았다. 

당시 대검 중수부 주임검사가 중수2과장인 윤 대통령이었다. 박 전 특검은 조씨가 부산저축은행 비리로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이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과 박 전 특검의 친분이 작용, 조씨를 봐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박영수·권순일·김수남 표적
정치권, 특검이냐 검찰이냐

권순일 전 대법관은 벼랑 끝에 몰렸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건져낸 인물이다. 경기도지사 시절 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까지 당선 무효형을 받았던 이 대표는 대법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으로 기사회생했다. 당시 대법원의 판결이 아니었으면 이 대표는 대선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9월 대법관 퇴임 이후 화천대유 고문을 맡아 한 달에 1500만원씩 10개월 동안 총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2020년 7월 선거법 위반 판결 전후로 김만배씨를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드러나 사법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김수남 전 총장은 대장동 사건 재판에서부터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지난 11일 재판서 김만배씨가 이 대표의 수사를 무마해준 적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김 전 총장을 언급했다. 유씨는 “김만배로부터 ‘수원지검서 청소용역 업체 관련 이 대표를 수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김씨에게 ‘형이 힘을 좀 써달라, 우리를 빼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수남(당시 수원지검장)이 그거를 뺐다고 김만배한테서 들었다”며 “이재명과 김수남이 통화를 했다고도 들었다”고 부연했다.

청소업체 특혜 선정 의혹은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때 김미희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와 야권연대를 이룬 대가로 경기동부연합 인사가 주축이 된 사회적 기업을 청소용역 업체로 선정해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는 불기소 처분됐다.

김 전 총장은 이 대표 관련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그는 “수원지검장 재직 당시 RO 관련 모든 사건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했으며 이와 관련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 대해 어떠한 청탁도 받은 바 없다”며 “사건과 관련해 이 전 시장과 통화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총 6명
어디까지

법조계에선 검찰의 ‘늑장 수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장동 사건이 불거지고 2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으면 곽 전 의원뿐만 아니라 박 전 특검, 권 전 대법관, 김 전 총장에 대한 수사까지는 도달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상황에 맞게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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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권행 급행열차 티켓을 거머쥔 채 돌아왔다. 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그야말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이 대표가 반격의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 리스크라는 족쇄에 얽매인 지 3년 만이다. 웃음을 띤 채 법원서 나온 이 대표는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는 국력을 낭비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살아서 돌아왔다 지난 26일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서 무죄를 선고했다.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모두 뒤엎은 것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이던 2021년 TV 프로그램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발언한 것이다. 재판부는 두 가지 모두 허위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이 교유관계를 부인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아닌 주관적 인식에 대해 허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교유행위를 부인한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서 유죄가 인정됐던 ‘골프 발언’에 대해서도 TV 프로그램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일부며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허위성 인정도 어렵다”고 무죄로 봤다. 특히 이 대표가 호주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찍은 사진에 대해서도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사진으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없다”며 원본 일부를 떼어냈기 때문에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용도변경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국토부가 협박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핵심은 국토부가 법률에 의거해 변경 요청을 했고 성남시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변경했다는 것”이라며 “(발언의)일부가 독자성을 가지고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만한 발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선거권 박탈형 1심 몽땅 뒤집혀 무죄 선고에 한시름 놓은 민주당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검찰은 “항소심 법원 판단은 피고인의 발언에 대한 일반 선거인들의 생각과 너무나도 괴리된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으로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곧바로 상고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해당 사건의 최종 판결은 대법원서 가려지게 됐다. 이 대표의 선고가 예정된 26일 이전부터 민주당은 초긴장 상태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당의 운명이 걸려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향후 모든 방향이 결정되는 하루일 것이다. 조기 대선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60일 이내 선거를 치를 경우 하나의 작은 변수도 나비효과처럼 커질 수 있어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무죄가 선고된 후에는 “차기 대통령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완벽한 서사”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이 대표가 밝은 얼굴로 법정서 걸어 나오자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지지자들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이 대표 앞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사법 리스크를 겨냥해 ‘이재명 흔들기’에 나섰던 대권 잠룡들의 목소리는 당분간 사그라들 전망이다. 후보 교체론을 주장해 왔던 비명(비 이재명)계 잠룡 역시 입을 모아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 “사필귀정” 등의 메시지를 냈다. 이 대표 대세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지만 탄핵 정국이 현재 진행형인 만큼 총구를 밖으로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뒤통수 얼얼 여당 대혼란 국민의힘은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당초 1심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왔기 때문에 2심 역시 최소한 벌금 100만원을 예상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재판부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전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고 직후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이 부분은 바로 잡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고 대법원서 신속하게 6·3·3 원칙(1심은 6개월, 2·3심은 3개월 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재판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최대 리스크였던 범죄자 프레임이 상당 부분 걷어지자 보수 잠룡들은 저마다 말을 얹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거짓은 죄, 진실은 선이 정의”라는 글을 게시했다. 오 시장은 “대선주자가 선거서 중대한 거짓말을 했는데 죄가 아니라면 그 사회는 바로 설 수 없다”며 “대법원이 정의를 바로 세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재명이 억지 무죄가 된 것은 사법부의 하나회 덕분”이라며 “사법부 조차 진영 논리로 재판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지만 사법부 현실이 그런 걸 어떡하겠나. 오히려 잘됐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차기 대선을 각종 범죄로 기소된 사람과 하는 게 우리로서는 더 편하다”고 비꼬았다. 대세론 굳히기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2심 결과는 존중받아야 한다”며 “정치의 큰 흐름이 사법부의 판단에 흔들리는 정치의 사법화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의 골프 사진을 최초로 제시한 개혁신당 이기인 최고위원은 “졸지에 사진 조작범이 됐다”며 “옆 사람에게 자세하게 보여주려고 화면을 확대하면 사진 조작범이 되나? CCTV 화면 확대해서 제출하면 조작 증거이니 무효라는 말이냐? 무죄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꾸며낸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상고심서 잘 다퉈주길 바란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고비를 넘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운명을 쥔 헌재를 최대한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차기 집권여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죄를 선고받은 이 대표는 곧장 안동을 찾아 대형 산불로 터를 잃은 이재민을 위로했다. 지난 26일 이 대표는 법원서 곧바로 국회로 이동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지만 산불 피해가 커지자 이를 뒤로 미루고 안동으로 향했다. 안동은 이 대표의 고향이기도 하다. 앞서 이 대표는 무죄 선고 이후 취재진 앞에 서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서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이 또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아니면 우리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되겠나”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안동을 찾은 데 이어 27일에는 화재로 소실된 경북 의성군 고운사를 찾아 “고운사를 포함해 피해 입은 지역이나 시설 예산 걱정을 하지 않도록 국회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헬기로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던 중 추락사고로 순직한 고 박현우 기장의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당분간 통하지 않을 ‘범죄 프레임’ 여권 잠룡 집중포격에도 꼿꼿하게 이 대표가 민생을 살피는 동안 나머지 민주당 의원이 장외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2심 결과가 나왔으니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는 이상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고궁박물관 앞 민주당 천막 당사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서 “헌법재판소는 해야 할 일을 즉시 하라”며 다시 한번 압박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로 12·3 내란발발 115일째, 탄핵소추안 가결 104일째, 탄핵 심판 변론종결 31일째인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라며 “선고가 늦어지면 늦어지는 이유라도 밝혀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헌법 수호라는 중대한 책무를 방기하는 사이 온갖 흉흉한 소문과 억측이 나라를 집어삼키고 있다”며 “헌재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회의도 그만큼 커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역시 “선입 선출에 따른 파면 선고라는 상식의 시간은 지났고, 오늘 오전까지도 선고기일 공지를 안 하면 명예의 시간도 넘어간다”며 “검찰의 억지 기소에 따른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 이후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지연하느냐는 불명예스러운 물음에 답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자 이재명은 안 된다”는 국민의힘 전략이 반쪽짜리가 되면서 탄핵 정국 돌파구가 막혔다. 2심 무죄 판결이 대법원서 뒤집히길 바라며 상고심이 오는 6월26일까지 나와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남은 건 헌재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외에도 4개의 재판을 더 받는 만큼 아직 ‘완전히’ 족쇄를 풀지 못했다는 새로운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미 날개를 단 이 대표의 존재감만 키워줄 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란 게 야권 관계자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시름 놓은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대권주자 1위를 굳힐 일만 남았다. 중도층을 포섭하는 동시에 비호감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이에 맞춰 이 대표의 목소리도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 튀기는 3월이 마무리되면서 조기 대선의 운명을 가를 헌재에 모든 시선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