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기소’ 이재명 재판 미리보기

첩첩산중 험해지는 ‘의혹의 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앞에 놓인 ‘의혹의 산’이 계속 험난해지는 모양새다. 산을 하나 넘었다 싶으면 또 다른 산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이 대표의 눈앞에 ‘재판’이라는 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법정 공방의 시작이다.

최근 정치권의 관심사는 오로지 ‘이재명’이다.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3개월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당 대표 선거에 나설 때부터 예상된 모습이다. 제1야당의 대표가 이만큼의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던 경우는 없었다. 지금까지 일어났고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이 ‘사상 초유의 상황’인 셈이다. 

1830억 
5503억

지난 22일 검찰은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사건이 처음 불거지고 1년6개월 만이다. 대장동 의혹 등은 2021년 9월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터져 나왔다. 이 대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해충돌방지법·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당시 민간업자에게 유리한 대장동 개발사업 구조를 승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측근을 통해 대장동 개발사업 일정, 사업방식, 서판교 터널 개설 계획, 공모지침서 내용 등 직무상 비밀을 민간업자에게 흘려 7886억원을 챙기도록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도개공 실무진이 주장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빼도록 해 공사의 이익을 의도적으로 포기했다고 판단했다. 또 위례 신도시 개발사업에서도 민간업자에게 내부정보를 알려줘 부당 이득 211억원을 취하게 한 혐의를 적용했다. 


성남FC 구단주로 있던 2014년 10월~2016년 9월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푸른위례 등 4개 기업으로부터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받는 대가로 건축 인허가나 토지용도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도 있다. 

여기에 2014년 10월 성남시 소유 부지를 매각하는 대가로 네이버에 성남FC 운영자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달라고 요구한 점, 네이버의 뇌물을 기부금으로 포장하도록 한 혐의도 포함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함께 기소됐다. 

선거법 이어 또 다시 재판행
이 “법원서 진실 가려질 것”

이 대표는 ‘답정기소(답이 정해진 기소)’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대장동 사건은 이미 8년 전에 불거졌던 검찰 게이트”라며 “당시 ‘정영학 녹취’가 이미 검찰에 압수됐고, 그 녹취 내용에 당시 범죄 행위가 적나라하게 언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사하지 않고 묵인‧방치했던 검찰”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이어 “이미 정해놓고 기소하기로 했던 검찰이, 다만 시간을 지연하고 온갖 압수수색 쇼, 체포영장 쇼를 벌이면서 시간을 끌고 정치적으로 활용하다가 이제 정해진 답대로 기소한 것”이라며 “진실은 법정에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과 이 대표 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업은 5503억원의 공익 환수 성과고, 성남FC 광고 유치는 적법했다는 입장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 선거법 위반 혐의에 이어 두 번째 기소된 이 대표는 재판에 출석해 검찰과 시시비비를 다퉈야 한다. 가장 크게 쟁점이 되는 부분은 역시 ‘이익’이다.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성남도개공이 일정 수준의 이익만 확보한 것이 과연 배임죄가 되는지 여부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도개공이 확정이익 1830억원만 받도록 해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성남도개공 내부 문건을 근거로 이익의 70%(약 6725억원)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그 차액인 4895억원을 배임 액수로 특정했다. 

반면 이 대표는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지방자치단체는 공익을 추구하는 행정기관이므로 안정성을 추구해야 한다”며 “이익 배분을 비율로 정하면 예측을 벗어난 경기변동 시 행정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불안정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배임이냐?
아니냐?

그러면서 부산 엘시티, 양평 공흥지구, 제주도 오등봉지구의 민간개발을 언급했다. 부산시장과 양평군수, 제주지사가 허가해 민간사업자가 개발이익을 100% 취득한 것을 배임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수 이익’도 쟁점이다. 검찰은 성남도개공이 1830억원을 확보했다고 판단했고 이 대표 측은 5503억원을 환수했다고 주장 중이다. 이 대표 측은 1공단 공원화와 서판교 터널 조성 비용을 민간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했기 때문에 성남도개공은 그만큼 더 이익을 봤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부분을 ‘비용’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성남시장으로 성남시는 물론 성남도개공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였다. 다시 말해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나온 이익을 분배하는 구조 등에서 이 대표의 역할이 분명히 존재했다는 뜻이다. 검찰은 확정이익을 제외한 나머지 개발이익을 민간업자가 가져갈 수 있도록 이 대표가 특혜를 몰아줬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 대표는 부동산 경기변동에 대비해 지방자치단체의 안정적 수익을 추구했고 사업으로 인한 손해를 성남도개공과 성남시가 떠안는 것을 막기 위해 확정이익 방식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민간업자의 이익이 커진 것은 부동산시장의 활황으로 인한 것일 뿐 공사가 이익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제3자 뇌물죄’ 입증 여부가 관건이다. 제3자 뇌물죄는 형법 제130조에 규정돼있는 것으로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 인정된다.

제3자 뇌물죄는 뇌물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이 입증돼야 한다. 재판에서도 이 부분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2018년 자유한국당·장영하 변호사 등의 고발로 시작해 지난해 대선 직전에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성남지청 수원지검 박하영 검사(현재 사임)가 검찰 내부망에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 관련 내용을 담은 글을 올리면서 수사무마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1심 결과
언제쯤?

수사팀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고 있는데 박은정 당시 성남지청장이 이를 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터져 나온 의혹에 경찰이 재수사를 진행했고 두산건설 전 대표와 성남시 관계자가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네이버와 차병원, 푸른위례 등까지 수사를 확대해 이 대표를 기소하기에 이른 것. 

반면 이 대표 측은 성남FC 광고를 위한 적법한 후원금 모집이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자치단체장은 관내 기업·단체·기관·독지가를 상대로 기부나 후원을 유치하려고 노력한다”며 “경남FC를 보유한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관내 기업에 후원(무상)을 요청해 수많은 기업에서 수억원씩 후원을 받아 이를 홍보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번 기소된 혐의로 집행유예 포함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검찰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법정형과 양형기준을 고려하면 징역 11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돼야 하는 중대범죄”라고 한 바 있다. 검찰의 말대로면 이 대표는 의원직 상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임기다. 이번 국회의원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그 전에 이 사건의 확정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아직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았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공소제기부터 6개월 안에 1심 판결을 선고하도록 돼있지만 훈시 규정에 불과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줄줄이 나올 수사 결과다. 이 대표가 안고 있는 사법 리스크는 ‘시한폭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정 시점이 되면 반드시 터지게 돼있다는 뜻이다. 검찰은 이 대표와 관련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북송금 의혹  ▲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 ▲정자동 호텔 의혹 ▲가스공사 부지 개발특혜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수사 중인 혐의 산더미
민주당, 당 대표 지키기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서도 ‘428억원 약정’ 의혹은 이번 공소사실에 빠졌다.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등 대장동 일당이 이 대표 측에 배당금 428억원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의혹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일단 김씨는 428억원이 자신의 몫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검찰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서도 추가 기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법적 방어와 동시에 정치적 방어도 동시에 해야 한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과 관련해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결 같은’ 부결로 나오면서 정치적 위기 상태에 빠졌다.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민주당은 친명계(친 이재명)와 비명계(비 이재명)로 나뉘어 갈등을 빚고 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이 기름을 붓고 있는 형세다.

일단 민주당은 ‘방탄 이재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당헌상 직무정지 규정 예외 사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22일 민주당은 당무위원회를 열어 당헌 80조 유권해석 결과를 정했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뇌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엔 예외조항이 있는데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당무위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민주당 당무위는 이 예외조항을 근거로 이 대표의 당 대표직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혐의 여부가 아닌 정치탄압 의도를 고려했다는 것.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당헌 80조3항에 따라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의결, 80조1항에서 규정한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의결했다”고 밝혔다. 

정치적 위기
더 문제다?

민주당이 ‘이재명 지키기’에 나서면서 당내 내분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가 안고 있는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방탄’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왔는데 이번 결정으로 쐐기를 박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 당무위 결론 이후 “정당 민주주의가 또다시 이재명 방탄 앞에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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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