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이중적인 감정이지만, 그 가족의 일원이 됐다는 게 수치스럽고 창피하디고 하다. 그런 여러 가지 상황이 (나를)힘들게 한다”고 털어놨다.
우원씨는 지난 17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서 ‘폭로하면 앞으로 영원히 가족을 못 만날 수 있고 가족들에게 원망을 듣는 게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내 마음으로는 가족을 다 용서하고 사랑한다. 가족을 미워하는 마음이 있진 않다”며 이같이 답했다.
스스로 고백한 마약 투약에 대한 처벌을 묻는 질문에는 “코카인, 케타민, LSD, 대마초 등 각종 마약을 했다. 한국과 미국 가운데 형량이 더 높은 곳에서 모든 처벌을 받을 생각”이라며 “한국서 처벌이 더 무겁다면 한국으로 갈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폭로를 내놓은 배경에 대해선 “갑작스러운 게 아니다. 미국으로 건너와 자랐지만 그동안 왕따 등 힘든 시간을 겪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때도 있었다”며 “교회를 다니며 봉사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의 순수함도 배웠는데 그들의 사랑을 느끼면서 내가 얼마나 흉측한지 알게 됐다”고 술회했다.
이어 “특히 아버지(전재용씨)가 목사 한다고 하는 모습은 참기 어려웠다. 내 죄부터 고백하고 피해자를 만들 수 있는 사람 명단을 공개해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고 언급했다.
우원씨에 따르면 수위 높은 폭로에 따른 가족 및 지인들의 위협이나 협박은 없었다. 동정심을 유발해서 빠져나가려는 지인도 있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폭로한 뒤 최소한 나라도 본보기가 돼 마약 등 내가 지은 죄에 대한 댓가는 받고 싶다”며 “가족은 ‘사랑한다’ ‘돌아와라’거나 ‘정신병원에 가야 한다. 네가 괜찮다는 증거가 어딨냐?’고 회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원씨는 과거 전씨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있으면서 식사하고 어울리는 게 문화였다고 고백했다. 주말은 일요일까지 같이 있기도 했다. 전씨는 자택을 찾는 사람들에게 100만원 단위로 용돈을 지불했으며 우원씨도 종종 받았다고 한다.
또 전씨 집에는 과거 하나회(1963년 전두환, 정호용, 노태우, 김복동 등 육사 11기생들의 주도로 비밀리에 결성됐던 군대 내 사조직) 사람들이 자주 방문했던 것으로 기억했다.
우원씨는 “유명 트로트 가수가 와서 공연하기도 했고, 가족이 골프를 좋아해서 유명 골프선수를 초대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집안에 스크린골프장이 있어 집에서 골프를 쳤고 때론 학교나 체육시설을 통째로 빌려 배드민턴을 치거나 스포츠를 즐기기도 했다”며 “그럴 땐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가 오기도 했는데 내가 어리고 세상 물정을 몰라 못 알아봐서 그렇지, 찾아온 사람 중에 유명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전씨는 가족들에게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함구하다시피 했다.
그는 “5‧18 민주화 운동이나 돈에 관한 얘기는 가족끼리 절대 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아 그런 것들을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돌아온 건 세뇌밖에 없었다”며 “그들은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폭동이었다’거나 ‘할아버지는 국가의 영웅이자 아버지인데도 불구하고 피해자’라고 가르쳤다”고 불편해하기도 했다.
“전 재산이 29만원”이라고 했던 전씨의 재산 증여에 대해선 비엘에셋의 20% 지분, 웨어밸리라는 보안업체의 비상장주식, 준아트빌이라는 고급 부동산 등 수십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재용씨의 황제 노역 사건이 터지고 회수해간 후로 내야 할 세금만 남았다는 게 우원씨 주장이다.
전씨는 재산상속은 직접적으로 자손들에게 하지 않고 대통령 당시 보좌했던 경호원들에게 한 뒤 이들이 비상장주식 지분을 취득해 자손들에게 주는 우회 방식을 택했다.
우원씨는 “(그러니)할아버지를 조사해봤자 나오는 게 없다. 결국 자손이 지인을 통해 갑자기 거액의 증여를 받는 구조”라며 “만약 수사기관이 숨겨진 재산을 찾는다면 내 계좌를 확인해보고 내가 언급한 비상장회사를 털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전씨에 대한 추징금은 현재 922억원에 달한다.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에 정치자금, 선거자금 등의 명목으로 기업 등으로부터 9500억원을 거둬들였다. 그는 1997년 무기징역 및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은 후 1283억원을 납부한 상태로 환수율은 58%에 그쳐 있다.
일각에선 우원씨의 이번 폭로로 전씨에 대한 ‘전두환 추징금’에 대한 환수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되더라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행법상 미납 추징금 집행은 중단되는데 전씨는 지난 2021년 11월23일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씨 일가에서 비자금을 빼돌린 정황(범죄수익은닉)이 새로 드러날 경우 추징이 가능해지지만 이 또한 공소시효가 5년으로 제한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