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두환 비자금 꺼낸 전두환 손자 전우원

“난 수치스러운 사람의 손자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그 죄책감의 농도가 더욱 진했던 것일까? 고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연일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전씨의 폭로를 근거로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전씨 일가 내부 사정과 비자금 조성에 관한 의혹 제기가 빗발치는 중이다. 우원씨는 자신의 할아버지를 ‘학살자’로, 스스로를 ‘범죄자’라고 칭했다. 그가 자백한 유학 시절 마약 투약·성매매 사실이 사회 상류층 전반의 스캔들로 번질지도 관심거리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입니다. 가족과 주변인들의 범죄행각을 밝힙니다. 저도 범죄자이고 처벌받겠습니다.” 전우원씨는 자신의 SNS 대문에 이같이 적었다. 그는 고 전두환씨의 손자이자 전재용씨의 아들이다.

불행한
가정사

그는 본인이 전두환씨의 손자가 맞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여러 사진을 공개했다. 지금껏 대중에 공개되지 않은 사진들이 대다수였다. 그는 자신이 전두환씨와 찍은 사진 등을 공개했고, 자신의 운전면허증과 대학교 졸업 증명서 등도 SNS에 연이어 게시했다.

그는 SNS를 활용해 폭로를 이어갔다. 우원씨는 첫 폭로 게시물에 영상을 함께 올렸다. 영상에서 그는 “저는 현재 뉴욕 한영회계법인 파르테논 전략컨설팅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가족이 아마 행하고 있을 범죄 사기행각에 대해 이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되고자 영상을 찍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 유튜브로 라이브 방송을 켠 가운데 복수의 매체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우원씨는 폭로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아직도 반성을 모르는 가족들과 지인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전씨 일가가 추징을 피해 숨겨둔 비자금이 있다고 폭로했다. 우원씨는 비자금 추적에 도움이 될 정황을 밝힐 의사도 내비쳤다. 우선 자신부터 타인 계좌를 통해 학비를 지원받았다는 주장이다.

그는 “할머니(이순자씨)께서 (학비를)지원해주실 때 연희동 자택서 일하고 계신 아주머니들의 계좌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 이혼한 어머니가 받은 위자료도 은행 인출이 불가능한 탓에 매번 지인으로부터 찾아야 했다고 회상했다.

우원씨의 또 다른 주장에 따르면, 연희동 사저 안에는 상당한 액수의 비자금이 채권과 현금 형태로 보관돼있다. 

그는 “정말 몇 십억 그렇게 값어치가 나올 수 있는 게 그림인데, 그런 예술 작품들을 저희 가족들은 너무나 많이 가지고 있다”고도 증언했다. 미술품은 비자금 조성과 돈세탁에 자주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전씨 일가 역시 악용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전씨 일가가 비자금을 바탕으로 호화생활을 즐겨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초호화 호텔을 며칠씩 빌려 가며 풀코스로, 가족들 전원이 음식을 시켜 먹었다”며 “전 재산이 25만원밖에 없는 자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SNS 통해 연일 폭로 이어가
전씨 일가 각종 의혹들 파문

익히 알려진 대로, 전두환씨는 생전인 2003년 6월23일 재산 명시 관련 재판에서 자신의 예금은 29만1000원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우원씨의 ‘25만원’ 비판은 본인 조부의 20년 전 발언을 직격한 셈이라 더욱 이목을 끌었다.


우원씨가 SNS에 올린 게시물 중에는 한 여성이 스크린 골프를 치는 뒷모습을 담은 영상도 있다. 그는 이 시설이 “연희동 자택 내부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해당 영상이 공개된 뒤, 여기에 나온 여성이 이순자씨로 추정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는 전두환씨의 셋째 아들이자 자신의 삼촌인 전재만씨도 저격했다. 우원씨는 “전재만은 현재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와이너리는 정말 천문학적인 돈을 가진 자가 아니고서는 들어갈 수 없는 사업 분야”라며 “검은돈의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재만씨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대규모 와인 양조장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는 전두환씨의 비자금을 숨겼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는 아버지 전재용씨를 직접 겨냥해 “한국에서 서류 조작을 해서 자기가 범죄자가 아니라고 해서 미국 시민권을 받으려고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며 “이 자가 미국에 와서 어디에라도 숨겨진 비자금을 사용해 겉으로는 선한 척을 하고 뒤에서 악마의 짓을 하지 못하도록 여러분이 꼭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원씨는 한 언론과의 문답에서 자신이 꺼내든 전씨 일가 비리 의혹을 입증할 방법으로 ‘계좌추적’을 제시했다. 관련 기록이 남아 있는 자신의 계좌를 추적해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관련 자료는 악용 위험이 있어 시간을 두고 현명한 방법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우원씨는 전두환씨 재산 상속 관련 서류를 공개하기도 했다. 서류엔 전두환씨 일가 자녀 및 손자·손녀 이름이 적혀 있고, 상속 포기 여부 등이 기재돼있었다. 우원씨가 공개한 서류에 따르면 손자·손녀 가운데 단 한 명만 한정 상속승인을 했다.

양심선언?
헛소리?

우원씨는 한 영상에서 상속포기 관련 서류에 관해 발언했다. 영상에서 그는 서류를 들어 올리며 “상속포기 관련 서류다. 인증받았다”며 “여기서 신기한 게 다 상속포기를 했는데 한 분만 상속 한정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몰라서 이게(상속승인 사실이) 신기한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저는 상속포기를 했다”며 “혹시라도 가족들이 구성원이 아니라는 프레임을 씌울까 봐 동영상을 찍는다”고 덧붙였다.

우원씨의 증언과 관련해 5‧18 단체 측은 “죗값을 치르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후손들이 치르게 돼있다”며 “이제라도 제대로 추징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우원씨는 전두환씨와 얽힌 과거사에 대해서도 직접 의견을 밝혔다. 그는 전두환씨를 두고 “지옥에서 고통받고 계시다”며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리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 할아버지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는 우리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우원씨는 이순자씨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회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남편 전두환씨의 과거 행적을 미화하다 국민적 공분을 수차례 샀다. 그는 2017년 발간한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사태’로 폄하한 뒤 “우리 부부도 희생자”라는 주장을 폈다.


2019년 전두환씨의 5·18 관련 재판 출석을 앞두고선 “남편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며 신군부의 학살 만행을 두둔했다.

2021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았을 때는 “5·18 유족에게 사과할 생각은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조부는 학살자, 지옥에 있다” 
부친은 “아들은 우울증 죄송” 

이에 반해 우원씨는 자신이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은 사실을 털어놓을 때 5‧18 유족의 고통을 함께 언급했다. 그는 “5·18 때 죽은 자들, 불구가 된 자들, 그분들의 가족분들, 자녀분들이 받았을 정신질환의 크기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우원씨는 자신 역시 범죄자라고 자책하며 “죄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 선택까지 했었다”고 전했다.

그는 “내 가족들은 제 정신과 치료기록을 이용하면서 ‘미친놈’ 프레임을 씌울 것”이라며 “지난해 1월부터 우울증, ADHD 진단을 받고 치료받았다.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했다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서 나와 지금 몇 달간 일을 잘했다”고 밝혔다. 


우원씨는 최근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지난 15일 SNS에 글을 올려 “저를 신고하는 자가 많다. 어제는 경찰이 들이닥치고 오늘은 인스타그램 포스트들이 삭제되고 유튜브에서 동영상 삭제 경고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 열심히 신고해달라. 내 죄와 모든 잘못을 폭로해달라. 처벌은 달게 받겠다. 더 이상 비겁하게 도망가지 않겠다. 남은 인생 사회 약자들을 위해 그리고 하나님을 위해 바치고 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회는 병들었다. 여러분이 두 눈으로 보고 판단하시라”고 말을 맺었다.

우원씨는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가정사를 고백하기도 했다. 본인의 아버지인 재용씨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는 영상에서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해외서 일하고 있다고 거짓말하고 박상아씨와 바람을 피웠다”고 주장했다. 

실명을 담은 ‘불륜설’의 파장은 막대했다. 우원씨의 폭로 이후 재용씨의 과거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다시금 주목받는 상황이다.

대폭로 서막
증거 꺼낼까

재용씨는 전두환씨의 차남으로, 3번의 결혼을 통해 슬하에 2남2녀를 두고 있다. 첫 번째 부인과는 자녀를 두지 않았고, 두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아들 두 명을 뒀다. 이 중 우원씨는 차남이다. 재용씨의 세 번째 부인이 박상아씨로 이들 사이엔 딸이 둘 있다.

박상아씨는 1990년대 유명 탤런트였다. 그는 1995년 KBS 슈퍼탤런트 선발대회 1기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 초부터 주목받았다. 이후 박씨는 방송과 영화 등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다 2003년 무렵 재용씨를 만난 뒤 연예계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우원씨는 “아버지는 유흥업소의 이 여자 저 여자들을 만나고 외도를 했다”며 “어머님은 그런 아버지 때문에 병이 들었다. 암 수술을 여러 번 하셨고, 어머님이 아프셔서 제 삶이 없어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제 친어머니는 피해자”라며 “두 사람은 죄를 죄인지 모르고, 전두환씨가 천국에 있다고 이야기하는 자들이다. 박상아씨는 학자금 대출을 도와달라고 할 때도 ‘더 이상 엮이기 싫다’며 모든 도움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분(박상아)의 따님들, 그들의 행복은 누구보다 보장했다. 한국의 사립학교를 다니게 하고 미국 유학을 보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원씨는 ‘가족 내부에 문제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할아버지의 재산을 큰 아빠(전두환씨의 장남 전재국씨)가 다 가져가면서, 현재 아버지와 새엄마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 답했다.

“검은돈으로 가족들 생활”
3남 전재만 와이너리 지목

이와 관련해 재용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아들이 우울증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지난주까지 매주 안부 묻고 잘 지냈는데, 지난 13일 갑자기 돌변했다”며 “갑자기 나보고 악마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냥 아빠와 둘이 살자’고 했다. (그래도) 말이 통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인스타그램에 쓴 글도 알았으나, 막을 수가 없었다. 저는 가족이니까 괜찮은데 지인분들이 피해를 보셔서 정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매체와의 대화에선 비자금 의혹을 부인했다. 재용씨는 “(과거)미 법무부랑 해서 FBI서 미국 쪽이 저희가 돈 빼돌린 게 있는지 다 조사했다.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가 없다”며 “만약 있다면 당연히 그것에 대해 처벌을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 시민권자인 장남을 통해 가족 초청 이민 비자를 신청해둔 사실은 시인했다. 집안 내부에서 비자금 관련 폭로가 나온 만큼, 전씨 일가의 재산 환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 전두환씨가 부과받은 추징금 총액은 2205억원가량이지만, 이 중 925억원이 미납됐기 때문이다.

전씨 일가는 추징금이 미납된 상황 속에서도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수차례 포착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때늦은 환수’가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중론이다. 뇌물 추징 금액은 상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추징 당사자인 전두환씨가 사망한 현재 환수 근거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우원씨는 자신의 성매매·마약 전력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친척과 지인의 마약·성범죄·입시비리를 함께 폭로했다. 전씨는 자신의 SNS에 이들의 실명과 사진, 프로필 등을 게시했다. 비자금과 더불어 해당 폭로 역시 수사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원씨의 ‘저격 대상’이 미국 유학생과 사회 상류층에 편중된 만큼,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면 폭로가 대형 사회 스캔들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집안 쑥대밭
급수습 시도 

다만 일각에선 우원씨의 폭로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그의 정신상태가 불안정한 만큼, 진술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원씨는 지난 17일(한국시각) 새벽 5시경 라이브 방송을 켠 채로 마약으로 추정되는 약물을 잇달아 투약했다. 이후 그는 한국어와 영어를 번갈아 쓰며 횡설수설했고, 이내 환각증세를 보였다. 바닥을 구르거나 몸을 심하게 떨기도 했다. 결국 자택에 현지 경찰이 들어닥치면서 라이브 방송이 종료됐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와인 대신 ‘검은돈’ 창고? 전씨네 삼남 와이너리 풍문

전우원씨가 ‘검은돈’ 냄새가 난다고 주장한 와이너리의 이름은 다나 에스테이트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미국 내 고급 와인 산지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위치한다.

고 전두환씨의 3남 전재만씨와 그의 장인인 이희상 전 동아원 회장이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해당 양조장에서 생산된 와인들은 비교적 고가에 판매되는데 비싼 품목은 한 병에 100만원을 호가한다.

이마저도 회원제로 사전 예약을 해야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5월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 만찬 테이블에 오른 와인인 ‘바소’ 역시 이곳에서 생산된 포도주다.

이 양조장의 현재 가치는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원은 이곳에 700억원 이상을 꾸준히 투자했다.

전재만씨가 양조장 대표로 활동한 이후로는 전씨 일가의 비자금이 흘러갔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난 증거는 없다.

2016년 동아원이 무너지면서, 이곳의 경영권이 사조그룹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이 전 회장 측이 경영권을 되찾은 상태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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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