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두환이 남긴 의문들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1.29 15:34:03
  • 호수 13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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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욕바가지…예우는 없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전두환씨가 세상을 떠났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전씨는 공보다 과가 너무 컸던 탓에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그는 죽기 전까지 추징금 미납, 반성하지 않는 태도 등 매듭짓지 못한 부분들이 많았다. 

전두환씨가 지난 23일, 향년 90세로 사망했다. 이날 악성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종 확진 판정을 받은 전씨는 오전 8시40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숨졌다. 전씨는 지난달 26일 육사 11기 동기이자 12·12 군사반란을 함께 일으킨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미납 추징금 
956억원은?

전씨가 사망하면서 납부하지 않은 추징금 956억원 납부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전씨에 대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이 최종 선고됐다. 검찰의 추징 과정은 순탄치 않았는데 3년마다 일부 재산을 압류하며 시효 만기를 연장하는 데 그쳤다. 

2003년 미납 추징금 추징 시효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자 전씨는 추징금 314억원만 납부했다. 이후 검찰은 해당 연도 재산 명시를 신청해 법원이 받아들였다. 전씨는 당시 29만1000원의 예금과 채권 등을 재산목록으로 제출했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법원은 나에게 재산목록을 제출하도록 통보해왔다. 내가 사는 사저 별채를 비롯해 값이 나갈만한 유체동산 등 일체의 재산목록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목록에는 1997년도에 추징이 집행된 금융 자산 휴면계좌에서 발생한 이자 29만1680원도 포함돼있었다. 일부 언론은 마치 내가 ‘전 재산이 29만원뿐’이라고 기재한 것처럼 왜곡 보도해 국민의 오해를 샀고 법원 명령에 따라 제출한 재산목록에 기재된 자산은 그해(2003년) 10월 경매에 붙여 18억168만원이 추징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해까지 추징금 중 총 1235억원을 환수했다. 올해 7월에 전씨의 장남 전재국씨가 운영한 시공사에서 3억5000만원을, 8월에 임야 공매 낙찰 방식으로 10억원 상당을 추징하는 등 14억원을 환수했다.

추징금 시효는 10년이지만 이 기간에 단 1원이라도 납부하면 10년씩 시효가 연장된다. 반면 추징 실적이 없으면 시효는 자동 소멸한다. 이 때문에 보통 소멸 시점이 다가오면 검찰에서 재산압류 등 조처를 취해왔다.

전씨 추징금은 미납 상태로 남을 될 가능성이 커졌다. 추징금은 유가족에게 법적으로 상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써 납부 대상자인 전씨 사망으로 미납 추징금 징수는 사실상 어려워진 상태다.

검찰은 제3자 명의의 재산에 대해 추징금 추가 집행이 가능한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2013년 7월 특별환수팀을 구성하고 미납 추징금을 집행해왔다. 

공보다 과 ‘실패한 대통령’ 
12·12 쿠데타 등 권력 장악

전씨는 2017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자신에게 부과된 추징금에 대해 “이미 사용한 정치자금까지 물어내라고 한다” “죽어도 완납은 불가능한 금액”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씨의 미납 추징을 환수할 수 있는 ‘전두환 추징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굉장히 교묘하고 복잡한 방법을 동원해 재산을 은닉했을 거라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징금 몰수를 위해 국회서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 등 여러 관련 법안을 제정했다”며 “(전씨의 경우)현실적인 어려움과 법리적인 어려움, 두 가지가 동시에 작용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복잡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재산을 은닉해 수사기관의 레이다망에서 벗어나 있을 가능성이 있고, 이번 별채에서 불거진 ‘소유권 주장’ 등은 현실적인 어려움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추징금 집행 방법에 대해 박 의원은 “살아 있을 때 넘겨준 재산의 경우 받은 사람이 범죄로 획득된 재산이라는 걸 알았다면 몰수할 수 있다”며 “형사소송법에 보면 이미 몰수나 추징에 대한 형이 확정된 경우, 사망해서 상속된 재산에 대해서도 추징 같은 것을 할 수 있게 돼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고액 체납자 명단에 따르면 전씨가 체납한 지방세는 10억원 가까이 된다. 서울시는 전씨가 사망함에 따라 과거 전씨 자택에서 압류한 물품을 조만간 공매 처분할 예정이다. 하지만 향후 5년 내 전씨의 다른 재산을 찾지 못할 경우 시는 체납 세금은 더 환수할 수 없게 된다.

전씨가 고액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두 아들 재국, 재만씨 소유의 재산을 공매처분하는 과정에서 5억3699만원의 지방소득세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미납에 따른 가산금이 붙어 9억7400만원에 이른다. 지방세 등 세금은 당사자가 사망하더라도 유족에게 상속된다.

그러나 유족이 상속을 포기할 경우 세금 납부 의무를 지지 않을 수 있다.

5·18 운동 진실
이대로 묻히나

전씨는 한국 현대사의 ‘문제적 인물’로 조명된다.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결성하고 1979년 12·12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다. 이후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유혈 진압했다. 집권한 뒤 전씨는 철권통치로 민주화를 막기도 했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은 1950년 6·25전쟁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전씨는 “5·18 사태는 ‘폭동’이란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고 밝혔고 12·12 군사반란에 대해선 “우발적 사건”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전씨 측 인사인 민정기 전 비서관은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에게 사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5공화국 당시 대통령이던 전씨의 공보담당 비서관을 지낸 민 전 비서관은 최근까지 전씨를 보필한 최측근이다.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민 전 비서관은 “그 당시에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몇 날 며칠 어디서 어떤 부대를 어떻게 지휘했고, 누구한테 어떻게 발포 명령했다는 것을 적시해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물어 거기에 대해서 사죄하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 그리고 광주 피해자들이든 유족에 대해서 사죄할… 그런 뜻이 없느냐 하는 것은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전 대통령이 오늘 11월23일이 33년 전 백담사 가던 날인데, 그날 여기서도 성명을 발표하고 피해자들한테 여러 가지 미안하다는 뜻을 밝히셨다. 광주 청문회 때도 말하셨고 여러 차례 그런 말을 하셨다”고 강조했다. 


당시 백담사행을 앞둔 전씨가 밝힌 담화문을 살펴보면 ‘5·18민주화운동’을 ‘광주 사태’로 지칭했다. 결과에 책임을 느끼고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 후회한다면서 유족을 위해 뭐든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담화에서 전씨는 사과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대통령 재임 기간 중에는 상처는 아물기 전에 건드리면 다시 커져 치유가 어려워진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이 문제가 남긴 상처를 근원적으로 치유·해결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반성과 자책을 느끼고 있다”고만 했다. 

광주 피해자의 아픔과 한이 풀어질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하겠다고 말한 그는 5·18 진상규명과 관련해 성실하게 답변한 적이 없다. 법정 앞에서 발포 책임을 묻는 기자들에게 사과는커녕 호통을 치기도 했다.

사과 없이
떠나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씨는 2003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광주는 총기를 들고 일어난 하나의 폭동”이라고 발언했다. 2017년에 출간한 회고록에서는 “내가 광주에 내려갔다면 작전지휘를 받아야 했을 현지 지휘관만큼은 나를 만나거나 봤어야 했는데 그런 증언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2019년 11월7일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정의당 임한솔 부대표가 5·18에 대한 책임에 대해 묻자 “광주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 있어? 광주 학살에 대해 나는 모른다”고도 답변하기도 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이 사과 없이 세상을 떠난 전씨를 비판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지난 24일, 5·18민주화운동 피해자 70여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관련 기자회견에서 “너무나 많은 인권침해에 대해 일말의 책임·사과·반성 없이 사망한 것에 유감”이라고 말했다.

민변이 낸 성명서에는 “영원히 닫힌 그의 입을 통해 진실을 알기 어렵게 됐다. 반성하지 않는 입에서 진실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지만, 그의 죽음으로 이제는 그런 기대마저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권 유린 사건은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불법감금, 강제노역, 구타, 암매장 등이 발생했다. 1987년 형제복지원을 탈출한 사람들에 의해 그 만행이 세상에 알려졌지만 가해자인 박인근 형제복지원 이사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 등만 인정돼 징역 2년6개월만 선고받았다. 

박 원장은 전두환정권으로부터 ‘부랑아 퇴치 공로’를 인정받아 1981년과 1984년 각각 국민포장과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은 “교사범이 아무런 반성이나 사과 없이 죽었다. 피해자들의 울분은 누구에게 풀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협의회 대표는 이날 “형제복지원 사건에서 주범인 박인근은 하나마나한 미약한 심판을 받은 후 사과 없이 죽어버렸다. 전두환과 박정희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복지원서 불법 감금·강제 노역
“이순자라도 나서서 사과해라”

이 대표는 입장문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은 1987년 민주화운동의 시발점이 됐던 박종철 열사 사망 사건에 묻히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며 “희대의 악인 전두환 사망과 관련해 5·18 사건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언론들에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서운한 마음을 감추기가 어렵다”고 했다. 

전씨가 사망하자 전씨 배우자인 이순자씨라도 나서서 사죄하라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달 28일 이씨는 장남 전재국씨가 경호원 3명을 대동한 채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았다. 

이날 임재길 전 청와대 수석에 따르면 이씨가 “(남편)건강이 좋지 않아 함께 오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임 전 수석은 “(영부인이었던 두 분이)서로 오랫동안 같이 여러 일을 했기 때문에 옛날이야기를 하고 건강 이야기도 나눴다”고 설명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이씨는 ‘유가족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느냐’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사과할 생각은 없느냐’고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을 거부하고 장례식장을 떠났다.

전씨가 사망했음에도 경찰청이 전씨와 이씨에게 제공한 경찰 경호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경호 대장(경정) 1명을 포함해 경호팀은 총 5명으로 구성된다. 경호 대상 수와 관계없이 주야간 등 근무교대에 필요한 최소 인원으로 앞서 5명 기준 매년 약 2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호 대상 인원이 줄었지만, 당직 인원 등을 고려할 때 5명이 경호 운영을 위한 최소 인원”이라고 설명했다. 전씨 경호팀은 경정인 경호 대장을 비롯해 경위 이하 경찰관 4명으로 구성됐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권한을 박탈하지만 ‘경호·경비 제공’만은 예외다.

경찰은 의무경찰이 폐지돼 국회에서 전직 대통령 경비 인력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되자 지난 2019년 12월 전두환·노태우씨를 포함한 전직 대통령 자택을 경비하는 의경 부대를 모두 철수했다. 그러나 경호는 줄곧 유지해왔다.

자녀들이 
대신하나

2017년까지 밀접경호 인력 10명과 의무경찰 1개 중대(80명)가 전씨와 이씨가 거주한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의 경호 및 경비를 맡았다. 이후 2018년 1월 밀접 경호 인력이 5명으로 줄었고, 2019년에는 의경 인력이 60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의경제 폐지에 따라 그해 말 경호 인력에서 완전히 빠졌다.


<9d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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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비 마친 민주당 속도전

재정비 마친 민주당 속도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신임 원내대표와 세 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면서 제모습을 되찾았다. 신임 원내대표는 당의 발목을 잡은 ‘김병기 논란’과 ‘공천 헌금 의혹’을 털어내야 한다. ‘정청래 체제’에 힘이 실렸다는 평가 속 세 명의 최고위원은 ‘당정 엇박자’ 논란을 최소화하면 남은 개혁을 해치워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됐다. 한병도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강득구·문정복·이성윤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맡으면서 새 진용을 꾸렸다. 쏠리는 권력구도 한병도 신임 원내대표는 수락연설을 통해 “지금, 이 순간부터 일련의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하고 내란 종식, 검찰개혁, 사법개혁 민생 개선에 시급히 나서겠다”며 “우리의 목표는 하나,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민생을 빠르게 개선해서 이재명정부 성공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도록 하겠다”며 “지방선거라는 큰 시험대가 우리 눈앞에 있다. 더 낮고 겸손한 자세를 견지하면서도 유능한 집권여당의 모습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당당하게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야당과의 관계에서도 원칙을 분명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한 원내대표는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열린 자세로 대화와 타협에 나서겠다”면서도 “내란 옹호, 민생을 발목 잡는 정쟁은 단호히 끊어내겠다. 선배·동료 의원님들께선 집권여당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감을 저와 함께 나눠 들어달라”고 제안했다. 이번 원내대표 보궐선거는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인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사퇴함에 따라 치러진 것으로, 한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5월 중순까지다. 다만 한 원내대표는 합동 토론회 당시 “다음에 출마하지 않을 테니 지지해 달라는 건 맞지 않다”며 연임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 당시 조직본부 공동부본부장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내는 등 친문(친 문재인) 인사로 분류됐으나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당시 전략기획위원장을 맡는 등 핵심 인사들과 두루 원만한 관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김 전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가 여러 번 충돌한 만큼 신임 원대는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온건파’를 택했다는 기류가 읽히는 이유다. 한 원내대표는 연이어 발생한 당의 위기를 수습하는 동시에 올해 지방선거를 준비하며 추가 사고를 대비하는 등 ‘안정·관리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한편 정 대표와 청와대 간 가교 역할도 해야 한다. 한 원내대표 선출 배경에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친명(친 이재명) 천준호 의원이 한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의원들 또한 한 원내대표를 차기 권력으로 봤다는 것. 온건한 한병도…‘친청’ 굳힌 지도부 계파 싸움 뒤로하고 닥친 일부터 처리 당시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천 의원은 이 대통령의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았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원내대표 후보 기자회견에 자리한 것은 친명의 마음을 대변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당에서는 명청 갈등에 선을 긋지만 내부에서 자초한 일이다. 그 짧은 시간 안에 김병기-정청래 간 갈등이 여러 번 발생했다. 권력다툼이 없겠느냐마는, 시기가 너무 일렀고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올만한 군불을 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최고위원 3명을 뽑는 보궐선거에서 강득구·이성윤·문정복 의원이 선출됐다. 이 중 강 최고위원은 친명, 나머지 두 사람은 친청(친 정청래)으로 분류돼 계파 대리전이라는 시각도 존재했다.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를 진행한 결과 ▲강득구 30.74% ▲이성윤 24.72% ▲문정복 23.95% 순으로 득표했다고 밝혔다. 친청계와 각을 세웠던 이건태 의원은 20.59%로 탈락했다. 지도부 내 친청계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번 선거를 통해 정청래 체제가 굳어졌다는 평이 나온다. 그동안 민주당은 ‘명청 대리전’에 선을 긋고 불필요한 잡음이 생기는 것을 경계했다. 정 대표 또한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끝나고 이어진 마무리 발언으로 “우리는 선거 때는 치열하게 경쟁을 하지만 그건 다 민주당 안에서의 경쟁”이라며 “지도부로서 최선을 다해서 반드시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이재명정부 승리를 위해서 원팀으로, 원보이스로 팀플레이 하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원내대표는 그동안 김 전 원내대표와 정 대표의 갈등을 지켜봐 온 만큼 충돌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원내대표단은 추가 리스크를 막기 위해 ‘안정형’으로 가는 반면, 지도부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강경파’ 기조를 유지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양측 간의 이견을 잘 조율하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된 첫 번째 과제다. 정청래 체제가 견고해지면서 강경 노선 또한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길이 쏠리는 것은 이미 한차례 부결된 1인1표제의 부활 여부다. 이성윤·문정복 최고위원은 1인1표제에 강하게 힘을 실었던 만큼 이를 명분 삼아 재추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인1표제는 당 대표 선거 등에서 대의원에 부여된 가중치를 없애고 대신 권리당원 표와 가치를 동등하게 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서 권리당원의 힘을 입어 당 대표직을 거머쥔 만큼 그들의 가중치를 높여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팀플레이 첫 난관 그러나 지난달 5일 중앙위원회로 부의된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내용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이 부결됐다. 70% 넘는 찬성률에도 숙의 과정이 충분치 않았고 영남 등 취약 지역이 존재하는 등 형평성 논란에 부딪혀 재적 과반을 넘지 못한 탓이다. 이는 정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던 만큼 지도부로서 갖춰야 하는 리더십도 타격을 받게 됐다. 정 대표는 보궐선거를 앞둔 당시 이미 1인1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 개정을 즉각 재추진하겠다고 예고해 둔 상태다. 지난 12일 정 대표는 최고위회원회의에서 “민주당을 완전한 ‘당원 주권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며 “국민주권 시대에 걸맞게 당원 주권 시대를 신속하게 열겠다.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1인1표제는 즉시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인1표제 외에도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 대전·충남 및 광주·전남 통합법, 사법개혁법안 현안 등 입법이 산적했다. 정 대표는 설 연휴 이전 처리를 약속하며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200여개의 민생 법안도 국민의힘의 발목 잡기를 뚫고 처리해 민생을 보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한 원내대표도 힘을 실었다. 그는 “2차 종합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 수사 공백을 메우고 내란 기획, 지시, 은폐 전모를 남김없이 밝혔다”며 “사면법 개정으로 내란 사범이 사면권 뒤에 숨는 일은 원천 봉쇄하겠다. 내란 청산은 민주주의의 기초이고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다양한 과제를 거침 없이 해치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들의 첫 시험대는 당을 둘러싼 ‘공천 헌금 의혹’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혹에 당이 흔들리면서 6월 지방선거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제명 처분을 받은 민주당 김 전 원내대표는 버티기 모드였다가 19일, 돌연 탈당 기자회견 후 당을 떠났다. 현재 김 전 원내대표는 대한항공 호텔·숙박 초대권 의혹, 쿠팡 대표와 고가의 식사 의혹, 공천 헌금 수수 묵인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에 윤리심판원은 그에게 제명 처분을 내렸고, 김 전 원내대표는 재심을 청구를 예고했던 바 있다.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처분은 늦어도 이달 말쯤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됐으나 스스로 탈당을 선언하면서 민주당 입장에선 또 다른 짐을 덜게 됐다. 민주당은 김 전 원내대표의 시간 끌기가 부담스러울뿐더러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로 거듭 자진 탈당을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지방선거 올인 모드 앞서 한 여권 관계자는 “윤리심판원은 60일 이내에 재심 결정을 해야 하지만 당 지도부는 이보다 빠르게 사안을 매듭짓고 싶어 한다. 여의도는 하루가 다르게 지방선거 모드로 접어들고 있는데 (공천 헌금 의혹에) 메어 있을수록 당에 손해”라면서도 “(정 대표가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비상 징계를 할 가능성은 작다”고 귀띔했다. 민주당은 무너진 당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신뢰를 회복한 뒤 지방선거 기반을 탄탄히 쌓겠다는 방침이다. 공천 헌금 문제를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에서 두고두고 발목 잡히는 만큼 의혹을 제대로 털어내기 위함이다. 공천 헌금 문제를 매듭짓는 동시에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 의제 선점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행정통합으로, 지역 표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이목이 쏠린다. 앞서 민주당 대전시당은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지역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통합 시장을 지방선거에서 선출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민주당 충남·대전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은 황명선 의원은 국회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어 “충남도민과 대전시민의 의견을 철저히 담아낸 특별법을 내년 1월 중에, 늦어도 2월 초까지 발의하고, 2월에 국회 처리, 6·3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 선출, 7월1일 통합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역 특별위원회 역시 “대한민국의 성장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재명정부의 국가 균형성장 전략인 ‘5극 3특’을 현실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전의 첨단과학 디엔에이(DNA)와 충남의 제조 기반을 결합해 경제 영토를 넓히고, 광역철도와 도로망을 확충해 대전과 충남을 1시간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한편 통합에 걸맞은 자치 권한과 특례 등 재정 주권을 확보해 스스로 설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광주·전남 통합도 급물살을 탔다. 정치권에서는 보수 색채를 띠는 대전·충남 대신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광주·전남이 먼저 통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통합 급물살 척척 맞을까?…6월 지선 표밭 다지기 전력 지난 14일 광주·전남 통합 추진 특별위원회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간담회를 하고 행정통합 시 권역별 발전 계획 수립이 필요함을 전달했다. 공동 위원장을 맡은 김원이 의원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광주·전남, 전남·광주 통합은 이미 사실상 결정됐다”며 “오는 6월 지방선거는 통합자치단체 선거로 치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은 구의원과 단체장 등이 대부분 민주당 소속으로 사실상 통합에 큰 걸림돌은 없을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우선 전남도와 광주시가 양 시·도 교육청과 뜻을 모았다. 김 총리와 간담회가 마련된 날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 김대중 전남도교육감,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등 네명은 민주당 정책위의장실에서 회담을 열고 본격적으로 통합 논의를 이어갔다. 이들은 회담 후 ‘광주·전남 대통합 공동 합의문’을 발표하고 ▲특별법 제정 추진 ▲27개 시·군·구 정체성 존중 ▲교육자치 보장 등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민주당 광주광역시당도 같은 날 상무위원회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적극 추진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을 광주광역시당 공식 당론으로 결정했다. 양부남 광주시당위원장은 결의문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 과제”라며 “상무위원회에서 조속한 추진을 공식 당론으로 결정한 만큼, 광주시당이 앞장서 통합 논의를 실행 단계로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보이스’ ‘원팀’을 강조하던 중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복병이 나타났다. 순항하는 줄만 알았던 검찰개혁이 민주당을 두 쪽으로 가르면서다. 한 원내대표는 “검찰개혁 법안과 관련해 정부·의원들 간 이견이 있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얼마 뒤 SNS를 통해 “당정 이견은 없다”고 뒤집었다. 정 대표도 “개별적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 혼란을 일으키는 일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벌써부터 불안 불안 이 같은 일련의 사태에는 완전한 수사·기소 분리 등 당이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민주당은 숙의 과정이라며 논란에 선을 그었지만 새 진용이 꾸려짐과 동시에 손발이 엇나가면서 불안한 기류를 보였다. 청와대와 여당, 강성 지지층과 중도층이라는 급류에 올라탄 민주당이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장기적 과제’이자 ‘여당의 숙명’으로 자리를 잡았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전·충남 통합 여야 샅바싸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정부여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 관련 새 특별법안 발의를 예고한 데 대해 “특례 없이 행정구역만 합치는 것은 정치공학적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지난해 국민의힘이 먼저 띄운 만큼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는 이장우 대전시장을 만나 “대통령이든 민주당이든 진정성을 가지고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257개 특례뿐 아니라 260개, 270개 더 많은 특례를 담아야 할 것”이며 “특례가 포함되지 않으면 그냥 행정구역만 합치는 것, 시장과 도지사를 합쳐서 한 명의 시장을 내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대전·충남 통합은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이 찬성하고 지금까지 끌고 온 이슈다. 여야를 넘어 대전·충남의 발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용하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대표는 ‘우리도 대전·충남 통합을 적극 환영한다. 공동으로 추진하자’는 발언을 하시길 바란다”며 정부여당에 협조할 것을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