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두환이 남긴 의문들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1.29 15:34:03
  • 호수 13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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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욕바가지…예우는 없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전두환씨가 세상을 떠났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전씨는 공보다 과가 너무 컸던 탓에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그는 죽기 전까지 추징금 미납, 반성하지 않는 태도 등 매듭짓지 못한 부분들이 많았다. 

전두환씨가 지난 23일, 향년 90세로 사망했다. 이날 악성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종 확진 판정을 받은 전씨는 오전 8시40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숨졌다. 전씨는 지난달 26일 육사 11기 동기이자 12·12 군사반란을 함께 일으킨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미납 추징금 
956억원은?

전씨가 사망하면서 납부하지 않은 추징금 956억원 납부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전씨에 대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이 최종 선고됐다. 검찰의 추징 과정은 순탄치 않았는데 3년마다 일부 재산을 압류하며 시효 만기를 연장하는 데 그쳤다. 

2003년 미납 추징금 추징 시효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자 전씨는 추징금 314억원만 납부했다. 이후 검찰은 해당 연도 재산 명시를 신청해 법원이 받아들였다. 전씨는 당시 29만1000원의 예금과 채권 등을 재산목록으로 제출했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법원은 나에게 재산목록을 제출하도록 통보해왔다. 내가 사는 사저 별채를 비롯해 값이 나갈만한 유체동산 등 일체의 재산목록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목록에는 1997년도에 추징이 집행된 금융 자산 휴면계좌에서 발생한 이자 29만1680원도 포함돼있었다. 일부 언론은 마치 내가 ‘전 재산이 29만원뿐’이라고 기재한 것처럼 왜곡 보도해 국민의 오해를 샀고 법원 명령에 따라 제출한 재산목록에 기재된 자산은 그해(2003년) 10월 경매에 붙여 18억168만원이 추징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해까지 추징금 중 총 1235억원을 환수했다. 올해 7월에 전씨의 장남 전재국씨가 운영한 시공사에서 3억5000만원을, 8월에 임야 공매 낙찰 방식으로 10억원 상당을 추징하는 등 14억원을 환수했다.

추징금 시효는 10년이지만 이 기간에 단 1원이라도 납부하면 10년씩 시효가 연장된다. 반면 추징 실적이 없으면 시효는 자동 소멸한다. 이 때문에 보통 소멸 시점이 다가오면 검찰에서 재산압류 등 조처를 취해왔다.

전씨 추징금은 미납 상태로 남을 될 가능성이 커졌다. 추징금은 유가족에게 법적으로 상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써 납부 대상자인 전씨 사망으로 미납 추징금 징수는 사실상 어려워진 상태다.

검찰은 제3자 명의의 재산에 대해 추징금 추가 집행이 가능한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2013년 7월 특별환수팀을 구성하고 미납 추징금을 집행해왔다. 

공보다 과 ‘실패한 대통령’ 
12·12 쿠데타 등 권력 장악

전씨는 2017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자신에게 부과된 추징금에 대해 “이미 사용한 정치자금까지 물어내라고 한다” “죽어도 완납은 불가능한 금액”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씨의 미납 추징을 환수할 수 있는 ‘전두환 추징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굉장히 교묘하고 복잡한 방법을 동원해 재산을 은닉했을 거라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징금 몰수를 위해 국회서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 등 여러 관련 법안을 제정했다”며 “(전씨의 경우)현실적인 어려움과 법리적인 어려움, 두 가지가 동시에 작용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복잡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재산을 은닉해 수사기관의 레이다망에서 벗어나 있을 가능성이 있고, 이번 별채에서 불거진 ‘소유권 주장’ 등은 현실적인 어려움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추징금 집행 방법에 대해 박 의원은 “살아 있을 때 넘겨준 재산의 경우 받은 사람이 범죄로 획득된 재산이라는 걸 알았다면 몰수할 수 있다”며 “형사소송법에 보면 이미 몰수나 추징에 대한 형이 확정된 경우, 사망해서 상속된 재산에 대해서도 추징 같은 것을 할 수 있게 돼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고액 체납자 명단에 따르면 전씨가 체납한 지방세는 10억원 가까이 된다. 서울시는 전씨가 사망함에 따라 과거 전씨 자택에서 압류한 물품을 조만간 공매 처분할 예정이다. 하지만 향후 5년 내 전씨의 다른 재산을 찾지 못할 경우 시는 체납 세금은 더 환수할 수 없게 된다.

전씨가 고액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두 아들 재국, 재만씨 소유의 재산을 공매처분하는 과정에서 5억3699만원의 지방소득세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미납에 따른 가산금이 붙어 9억7400만원에 이른다. 지방세 등 세금은 당사자가 사망하더라도 유족에게 상속된다.

그러나 유족이 상속을 포기할 경우 세금 납부 의무를 지지 않을 수 있다.

5·18 운동 진실
이대로 묻히나

전씨는 한국 현대사의 ‘문제적 인물’로 조명된다.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결성하고 1979년 12·12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다. 이후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유혈 진압했다. 집권한 뒤 전씨는 철권통치로 민주화를 막기도 했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은 1950년 6·25전쟁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전씨는 “5·18 사태는 ‘폭동’이란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고 밝혔고 12·12 군사반란에 대해선 “우발적 사건”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전씨 측 인사인 민정기 전 비서관은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에게 사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5공화국 당시 대통령이던 전씨의 공보담당 비서관을 지낸 민 전 비서관은 최근까지 전씨를 보필한 최측근이다.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민 전 비서관은 “그 당시에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몇 날 며칠 어디서 어떤 부대를 어떻게 지휘했고, 누구한테 어떻게 발포 명령했다는 것을 적시해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물어 거기에 대해서 사죄하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 그리고 광주 피해자들이든 유족에 대해서 사죄할… 그런 뜻이 없느냐 하는 것은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전 대통령이 오늘 11월23일이 33년 전 백담사 가던 날인데, 그날 여기서도 성명을 발표하고 피해자들한테 여러 가지 미안하다는 뜻을 밝히셨다. 광주 청문회 때도 말하셨고 여러 차례 그런 말을 하셨다”고 강조했다. 


당시 백담사행을 앞둔 전씨가 밝힌 담화문을 살펴보면 ‘5·18민주화운동’을 ‘광주 사태’로 지칭했다. 결과에 책임을 느끼고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 후회한다면서 유족을 위해 뭐든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담화에서 전씨는 사과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대통령 재임 기간 중에는 상처는 아물기 전에 건드리면 다시 커져 치유가 어려워진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이 문제가 남긴 상처를 근원적으로 치유·해결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반성과 자책을 느끼고 있다”고만 했다. 

광주 피해자의 아픔과 한이 풀어질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하겠다고 말한 그는 5·18 진상규명과 관련해 성실하게 답변한 적이 없다. 법정 앞에서 발포 책임을 묻는 기자들에게 사과는커녕 호통을 치기도 했다.

사과 없이
떠나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씨는 2003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광주는 총기를 들고 일어난 하나의 폭동”이라고 발언했다. 2017년에 출간한 회고록에서는 “내가 광주에 내려갔다면 작전지휘를 받아야 했을 현지 지휘관만큼은 나를 만나거나 봤어야 했는데 그런 증언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2019년 11월7일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정의당 임한솔 부대표가 5·18에 대한 책임에 대해 묻자 “광주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 있어? 광주 학살에 대해 나는 모른다”고도 답변하기도 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이 사과 없이 세상을 떠난 전씨를 비판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지난 24일, 5·18민주화운동 피해자 70여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관련 기자회견에서 “너무나 많은 인권침해에 대해 일말의 책임·사과·반성 없이 사망한 것에 유감”이라고 말했다.

민변이 낸 성명서에는 “영원히 닫힌 그의 입을 통해 진실을 알기 어렵게 됐다. 반성하지 않는 입에서 진실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지만, 그의 죽음으로 이제는 그런 기대마저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권 유린 사건은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불법감금, 강제노역, 구타, 암매장 등이 발생했다. 1987년 형제복지원을 탈출한 사람들에 의해 그 만행이 세상에 알려졌지만 가해자인 박인근 형제복지원 이사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 등만 인정돼 징역 2년6개월만 선고받았다. 

박 원장은 전두환정권으로부터 ‘부랑아 퇴치 공로’를 인정받아 1981년과 1984년 각각 국민포장과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은 “교사범이 아무런 반성이나 사과 없이 죽었다. 피해자들의 울분은 누구에게 풀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협의회 대표는 이날 “형제복지원 사건에서 주범인 박인근은 하나마나한 미약한 심판을 받은 후 사과 없이 죽어버렸다. 전두환과 박정희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복지원서 불법 감금·강제 노역
“이순자라도 나서서 사과해라”

이 대표는 입장문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은 1987년 민주화운동의 시발점이 됐던 박종철 열사 사망 사건에 묻히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며 “희대의 악인 전두환 사망과 관련해 5·18 사건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언론들에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서운한 마음을 감추기가 어렵다”고 했다. 

전씨가 사망하자 전씨 배우자인 이순자씨라도 나서서 사죄하라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달 28일 이씨는 장남 전재국씨가 경호원 3명을 대동한 채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았다. 

이날 임재길 전 청와대 수석에 따르면 이씨가 “(남편)건강이 좋지 않아 함께 오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임 전 수석은 “(영부인이었던 두 분이)서로 오랫동안 같이 여러 일을 했기 때문에 옛날이야기를 하고 건강 이야기도 나눴다”고 설명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이씨는 ‘유가족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느냐’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사과할 생각은 없느냐’고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을 거부하고 장례식장을 떠났다.

전씨가 사망했음에도 경찰청이 전씨와 이씨에게 제공한 경찰 경호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경호 대장(경정) 1명을 포함해 경호팀은 총 5명으로 구성된다. 경호 대상 수와 관계없이 주야간 등 근무교대에 필요한 최소 인원으로 앞서 5명 기준 매년 약 2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호 대상 인원이 줄었지만, 당직 인원 등을 고려할 때 5명이 경호 운영을 위한 최소 인원”이라고 설명했다. 전씨 경호팀은 경정인 경호 대장을 비롯해 경위 이하 경찰관 4명으로 구성됐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권한을 박탈하지만 ‘경호·경비 제공’만은 예외다.

경찰은 의무경찰이 폐지돼 국회에서 전직 대통령 경비 인력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되자 지난 2019년 12월 전두환·노태우씨를 포함한 전직 대통령 자택을 경비하는 의경 부대를 모두 철수했다. 그러나 경호는 줄곧 유지해왔다.

자녀들이 
대신하나

2017년까지 밀접경호 인력 10명과 의무경찰 1개 중대(80명)가 전씨와 이씨가 거주한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의 경호 및 경비를 맡았다. 이후 2018년 1월 밀접 경호 인력이 5명으로 줄었고, 2019년에는 의경 인력이 60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의경제 폐지에 따라 그해 말 경호 인력에서 완전히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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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