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또 논란’ 김명수 대법원장 지난 5년 풀 스토리

문정부 신데렐라, 윤정부 천덕꾸러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법원장은 국회의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5부요인으로 불린다. 사법부 최고 상급기관인 대법원의 수장이다. 2017년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일요시사>가 김 대법원장의 지난 5년을 훑었다.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와 함께 사법부 양대 최고 법원이다. 대법관 수는 총 14명으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12명의 대법관이 상고심(법률심) 재판을 담당하고 있다. 법원행정처장은 사법행정업무만 맡는다. 

사법부 수장
5부 요인

2017년 9월부터 대법원을 이끌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문재인정부 ‘신데렐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팀장을 맡았다가 국정감사 발언 이후 한직으로 밀려났다. 문정부가 출범하면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승진한 뒤 검찰총장으로 직행한 바 있다.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 때 김 대법원장은 춘천지방법원 법원장이었다. 대법원 대법관을 거치지 않고 법원장에서 대법원장으로 직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김 대법원장의 지명은 ‘파격’으로 여겨졌다. 당시 대법원장이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2기)보다 무려 13기수나 낮고 대법관 13명 중 9명이 김 대법원장보다 기수가 높아 ‘기수 파괴’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문정부 청와대는 “인권 수호를 사명으로 삼아온 법관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권리를 배려하는 한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기틀을 다진 초대회장”이라며 “국제연합이 펴낸 인권편람의 번역서를 출간하고 인권에 관한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법관으로서 인권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지명 당시 김 대법원장은 “법원이 처한 현실이나 상황이 대내외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국민과 법원 구성원의 수준에 맞는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일선 재판 현장에서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례적인 상황이라 걱정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김 대법원장의 지명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았다. 문정부가 추진하는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는 평가가 제기됐다. 김 대법원장 지명 당시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박근혜정부 ‘양승태 대법원’에서 시작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한창 번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는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 행사를 법원행정처 소속 고위 판사가 부당하게 축소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이후 법원행정처에 ‘판사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 소집된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법원장서 대법원장 직행
사법개혁 적임자 vs 코드 인사

반면에 대법관 경험이 없는 대법원장이라는 점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제기됐다. 김 대법원장은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과 3, 4대 조진만 대법원장 등 2명을 제외하고 49년 만에 처음으로 법원장에서 대법원장으로 직행한 케이스다. 당시 야당에서는 이 부분을 문제삼아 김 대법원장의 인선이 문정부의 ‘코드 인사’라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회장을 지낸 이력이 도마에 올랐다. 우리법연구회는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5공화국에서 임명된 김용철 당시 대법원장을 유임시키려 하자 서명운동을 진행한 ‘제2차 사법파동’ 이후 설립된 법관 모임이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법원 내 학술단체로 사상 최대 규모라고 전해진다. 김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맡은 바 있다.


대법원이 안팎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2017년 9월26일 김 대법원장이 취임했다. 그는 취임식에서 “저의 대법원장 취임은 그 자체로 사법부의 변화와 개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정점에 홀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늘 구성원들과 어울려 함께 소통하는 모습에서부터 사법부의 변화는 시작될 것”이라고 일성을 남겼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 대법원장의 임기는 6년.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이제 9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그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인 쪽으로 쏠린다. 임기 중 불거진 코드 인사 문제는 현재진행형이고 ‘거짓말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사법부 독립 등 사법개혁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도 무색해졌다. 

지난 5일 전국법관대표회의(이하 법관회의)에서 김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도’를 비판하는 의견이 제기됐다. 법관회의는 전국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120여명의 판사가 사법행정을 논의하고 대법원장에게 건의하는 조직으로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인 2017년 상설화됐다.

신뢰 회복
실패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코드 인사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일선 법관들이 법원장 후보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최종 임명하는 제도로 2019년 처음 도입됐다. 이전에는 대법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가운데 지방법원장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인선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2~4명의 추천 후보 가운데 최다 득표자를 공개하지 않고 대법원장이 법원장을 결정하는 부분이 문제로 떠올랐다.

앞서 4월에 열린 법관회의에서도 코드 인사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됐다. 당시 법관 대표들은 ▲일부 법원장의 이례적인 3년 재임 ▲특정연구회 출신의 서울중앙지법 발령 등을 거론했다. 사법 농단 의혹 재판을 맡았던 윤종섭 부장판사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맡았던 김미리 부장판사가 3년 근무라는 관행을 깨고 각각 6년, 4년간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한 점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여기에 내년 전국 20개 지방법원으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확대 시행하기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법원장 후보자에서 배제하는 ‘원천 봉쇄 규정’을 만든 사실이 드러났다. 불공정 인사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대법원은 지난 10월31일 ‘법원장 후보 추천제의 운영 등에 관한 예규’를 신설했는데 법원장 후보 자격을 ‘법조 경력 22년 이상, 법관 재직 10년 이상인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제한했다. 기존에 지방법원장이 될 수 있었던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법원장 진출이 막힌 셈이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이하 한변)은 법원장 후보추천제 확대 시행과 고등법원 부장판사 배제 정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변은 지난 8일 “추천제는 이미 인기투표제로 전락해 법원을 선거판으로 만들고 직업적 양심이 따르는 법관이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부작용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상가상 그간 대법원장에 대한 내부 견제자 역할을 해오던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법원장 후보 추천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겠다는 것은 법원장 알박기 인사를 통해 사법의 정치화를 가속하겠다는 의도”라며 “이는 추천제와 결합해 법원 권위와 신뢰 추락, 재판의 형해화를 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짓말 논란
리더십 붕괴


판사 탄핵 관련 거짓말 논란은 김 대법원장을 끊임없이 따라다니고 있다. 김 대법원장이 국민은 물론 법조계의 신뢰를 크게 잃은 사건이기도 하다. 거짓말 논란은 지난해 2월 처음 불거졌다. 당시 국회에선 사법 농단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던 부산고등법원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이 추진 중이었다. 헌정 사상 첫 법관 탄핵 추진이다. 

임 부장판사는 2020년 5월 사표를 제출했는데 김 대법원장이 국회의 탄핵 추진을 언급하면서 수리를 거부했다고 폭로했다. 김 대법원장이 당시 정치 상황에 휘둘려 자신의 사표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임 부장판사의 주장에 대법원이 직접 나서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당시 상황이 담긴 녹취가 있었던 것. 

당시 녹취에는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탄핵이 돼야 한다는 그런 생각은 갖고 있지 않은데, 일단 정치적인 그런 것은 또 다른 문제니까”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삼권분립이 확립돼있고 사법부의 수장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판단한 부분에서 비판이 잇따랐다.

거짓말이 드러나면서 망신을 당한 김 대법원장은 “언론에 공개된 녹음자료를 토대로 기억을 되짚어 보니 지난해 5월경에 있었던 임 부장판사와의 면담 과정에서 ‘정기인사 시점이 아닌 중도에 사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녹음자료 같은 내용을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약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답변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임기 9개월 남아
부정평가가 대세

대법원장 공관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질 않았다. 

대법원장 공관 리모델링에 거액의 예산을 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의혹은 2019년 감사원이 시행한 대법원 재무감사결과보고서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 감사원은 2017년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시행된 대법원장 공관 리모델링 사업에 4억7000만원에 달하는 예산이 전용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9년 11월 전상화 변호사가 이 사건과 관련해 김 대법원장을 고발했다. 경찰은 지난 9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국고 손실 혐의로 고발된 김 대법원장 사건을 각하하고 불송치했다. 절차적인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 예산을 개인적으로 착복하거나 횡령하는 등 불법적으로 쓰이진 않았다고 판단했다. 

‘땅콩 회황’ 사건으로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2017년 12월 대법원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문제는 그 직후인 2018년 초 대법원 공관에서 한진 법무팀이 만찬을 가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한진 법무팀에는 김 대법원장의 며느리인 강모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었다. 이를 두고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한 행위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미 김 대법원장 후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김명수 대법원’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내부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제도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고, 외부에서는 리더십이 붕괴된 수장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

윤석열 대통령 임기 동안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4명 중 13명이 교체된다. 사법부 대변혁이 예고돼있는 상황. 특히 내년 9월 신임 대법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사법 지형도가 완전히 바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취임한 오석준 대법관이 그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음 누구?
후임에 관심

오 대법관은 윤석열정부 첫 대법관이라는 점에서 향후 사법부 인적구성 방향을 예측해볼 수 있는 가늠자로 여겨진다. 그는 보수나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면서 현재 진보 우위의 대법원이 윤정부 기간 내 서서히 보수 우위로 변모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김 대법원장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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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