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156명 희생자, 유족 동의를 받아 (명단을)공개해야 한다. 찝찝하다. 애도하라는데 이태원 10·29 참사에서 156명이 희생됐다는 것 외에 아는 게 없다.”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현재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이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최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희생자 명단, 영정, 위패 없는 합동 조문소에 대통령은 6번 방문한다. 행안부 장관, 서울시장, 용산구청장, 경찰청장 단 한 명도 ‘내 책임이다, 사퇴하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가족 인터뷰도 거의 없다. 슬픔에 장막을 쳐놓고 애도하라고 한다”면서 “희생자 이름과 나이를 알고 영정 앞에서 진짜 조문, 애도하고 싶다. 유가족께 기성세대 한 명으로 사과하고 위로 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최 전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앞서 같은 당 문진석 의원의 ‘희생자 명단’ 메시지가 언론을 통해 공개됐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시 문 의원이 공개한 메시지엔 “참사 희생자 전체 명단과 사진이 공개되는 것은 기본” “유가족과 접촉을 하든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전체 희생자 명단, 사진, 프로필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논란이 일자 문 의원은 “개인 간 텔레그램이며 제게 보내온 메시지를 읽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희생자들의 아픔을 정쟁에 끌어들였다는 비판 목소리가 제기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같은 발상은 비공개 수사 원칙을 규정하는 법률 위반일 뿐만 아니라 유가족 슬픔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패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전의 광우병, 세월호에 있어서의 행태를 그대로 재연해 정치적 이득을 노리려는 것으로, 국가적 애도 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국민적 비극을 정치공세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가족들과 국민을 더 고통스럽게 하더라도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꽜다.
장 의원은 “이 문자는 직설적으로 ‘이태원 참사를 정략에 이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충격을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며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라는 문장에선 소름이 끼쳤다. 참 잔인들하다”고 비난했다.
이어 “진정, 책임자 처벌보다 희생자 얼굴과 프로필을 공개하는 것이 더 시급한가. 이 분들과 함께 정치를 하고 있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전봉민 의원은 “유가족과 접촉하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참사 전체 희생자 명단과 사진, 프로필을 확보해 당 차원에서 공개하고 추모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만약 희생자 유가족이라면 그 입장에서 저 문자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전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 정무실장을 지냈고 민주연구원 부원장인 분이 여러 유언비어를 통해 갈등을 조장하고 정쟁을 삼고 있다”며 “사고냐 참사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할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희생자 명단 공개’ 논란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오영환 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그런(희생자 명단 공개) 논의는 전혀 이뤄진 바 없고 만에 하나 그런 제안을 누군가 했다면 부적절한 의견”이라고 잘라 말했다.
오 원내 대변인은 “당내 논의 상상 자체가 불가능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질의 과정에서 장 의원은 ‘민주당, 이태원 사망자 명단·사진 공개 후 추모 공간 조성 논의’라는 제목의 인터넷 매체 보도 사진을 회의실 내 화면에 띄워 공유했던 바 있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참사가 발생할 경우 통상 희생자 명단은 유가족 부동의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실제로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에도 희생자 명단은 언론 등을 통해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