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3주기 공전 특조위 한계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0.27 10:33:35
  • 호수 15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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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르고 진실은 멈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아침에 밥 먹여 보낸 아이인 것 같은데, 이 아이를 못 본 지 벌써 3년이 됐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특조위가 회의를 진행했다. 이어진 유가족 간담회에서 송해진 유가협 위원장은 이같이 운을 뗐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의 길이만 3년이었다.

2022년 10월29일, 이태원역 근처 5.5평 남짓의 골목에서 159명이 사망했다. 사고 발생 3시간40분 전인 오후 6시34분에 최초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이 공개한 112 신고만 11건. 신고 내용은 모두 압사 사고 우려였다. 벌써 3년이 흘렀다. 국정조사와 특수수사가 이어졌지만, 수박 겉핥기 식이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해 특조위가 출범했다.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린 참사가 벌어졌음에도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수박 겉핥기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지난 21일 참사 3주기를 앞두고 제38차 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부산했던 회의 준비를 마치고 모두가 일어나 성명문을 읊었다.

송기춘 특조위원장은 진상규명을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 앞으로 조사가 필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참사를 이전 정권 잘못으로 하는 것에 ‘정쟁화’의 문제가 있다며 “정권의 잘못과 각 국가기관의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을 포함한 당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을 조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직후 수사에 착수해 김광호 당시 서울경찰청장 등 23명을 검찰에 송치했으나 당시 이 전 장관, 오 시장, 한덕수 전 국무총리, 윤희근 전 경찰청장 등 책임자급 인사는 수사 대상에서 제외돼 윗선 부실 수사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특조위는 지난 7월 말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검찰과 경찰이 함께한 합동수사팀이 출범한 이후 8월부터 정기적으로 수사팀과 만나 업무 협의했다. 검·경 합수팀과 구체적으로 협의됐는지에 대해 송 위원장은 아직까지 협의 중이며, 정기적으로 교류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상태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불송치·불기소 자료 분석에 대해서 그는 “기존과 다른 상당히 의미 있는 부분을 찾아냈지만 단편적으로 보기가 부족해 시간을 조금 더 두고 공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조위는 지난 4개월의 수사 여정에서 251건의 조사를 개시하고, 관계 기관 공무원과 증인을 포함해 120여회 이상의 참고인 조사, 국정조사보고서, 수사 및 재판기록과 소방기록 등 700종 이상의 자료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과제는 산적한데…조사 쳇바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의 길로

지난 22일 <일요시사>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추모 공간인 ‘별들의 집’에 찾아가 진창희 유가협 운영위원을 만났다. 참사 희생자 진세은 양의 고모인 진 위원에게 지난 3년은 크게 다르지 않은 날이었다.

진 위원은 참사 직후 공식 석상에 섰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 당시를 떠올렸다.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는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비상식적인 발언을 내뱉는 장관에 대해 그는 “시작부터 기대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의 수장과 장관들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켜보면서 “사법부와 행정부가 해야 할 이 모든 일을 이제 유가족이 해야 하는구나”하는 불안이 엄습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2차 가해가 시작돼 참기 힘든 혐오와 비판이 오갔다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 개정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특조위는 참사가 발생한 지 2년7개월 후인 지난 6월17일 출범했다. 법률상 특별법에 정해진 조사 기한은 1년이며 3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현행 특별법상 특조위는 수사권이나 강제 소환권이 없다. 수사는 경찰과 검찰이 담당한다.

그러나 참고인이나 관계자에 대한 출석과 자료 제출 등을 제한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요청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진 위원은 “고작 1년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하는 데 짧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를 돌이켜 봐도 빠르기보다 정확하고 독립된 조사가 중요한 것 같다. 필요하다면 기한을 연장해서라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 징계 시효가 단 3년이고, 앞으로 일주일이면 끝난다”며 “징계 시효 정지를 위해서는 감사 요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정 최고 책임자 사과부터 필요
“서두르지 않고 독립 수사 원해”

현재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이하 유가협)는 특조위와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특조위는 유가족에게 모든 조사 결과를 공개할 수 없으나, 가능한 많은 자료를 공유하려고 노력 중이다. 유가족 전체 간담회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열리며, 격월로는 운영위 간담회가 진행된다.

특히 유가협은 특조위 회의를 여유가 있을 때마다 방청한다. 내부 사정도 점검하며 진상규명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진 위원은 “수사권이 없는 한계가 있지만 감사 요구권이나 감사 요청권, 청문회, 자료 제출권 등 모든 권한을 총동원해서 조사에 임해주시는 게 저의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송 위원장은 “특별법이 정한 목표와 절차에 따라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이어진 유가족 간담회에서 송해진 유가협 위원장은 “이제 참사가 발생한 지 4개월이 됐다. 전체 여정의 삼분의 일이 지난 셈이다. 이제는 ‘처음’이라 할 시기는 지났다. 특조위가 가진 권한을 최대한 발휘해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별들의 집’에서 만난 진 위원은 눈물을 글썽이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그분들께 ‘우리가 생명 안전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반복되는 건 원치 않지만, 미래의 또 다른 참사 유가족에게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특조위의 어깨는 무겁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멈춰있는 진상규명의 숙제는 산더미다.

한편, 지난 23일 오전 이재명정부의 ‘이태원 참사 합동 감사 태스크포스(TF)’는 지난 2022년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참사 원인 중 하나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감사원은 이태원 참사를 ‘사전 대비와 초동 대응 미흡으로 인한 인재’로 규정하며 용산 이전과의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험난한 여정

감사원은 용산구·경찰·행정안전부 등 관련 기관의 부적절한 대응을 인정했다. 국가 재난 관리 체계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셈이다. 유가협 관계자는 “그동안 대통령만 바뀌고 실무자는 바뀌지 않아 아쉬웠는데,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곧바로 감사 결과를 알게 돼 모두가 기뻤다”며 “늦었지만 희망을 갖고 진상규명에 힘써주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jen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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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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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