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희생·생존자 금융조회 <일요시사> 단독 보도 이후…

‘네 탓’ 검경 눈치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수사기관이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전원과 일부 생존자들의 금융정보를 들여다본 사실이 드러났다. 유가족들에게 구체적인 조회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았다. 달랑 통지서 전달이 끝이었다. 논란은 일단락됐으나 검찰과 경찰의 공식 입장도 문제다. 생존자들에 대한 금융정보 조회 문제를 두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과 경찰은 ‘10·29 이태원 참사’ 수사 과정서 희생자 전원에 대한 금융정보 조회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일부 생존자들까지 포함한 것은 “우리의 요청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한 사건을 두고 수사기관 간 공식 입장 차이가 뚜렷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입장 평행선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 1월, 서울서부지검 이태원 참사 수사팀의 요청으로 일부 희생자 158명과 생존자 292명 등 총 450명의 카드 정보와 거래내역 등을 확인했다. 희생자는 카카오뱅크 금융정보만 조회됐고 생존자는 자신의 명의로 등록된 은행사 금융정보도 조회됐다.

희생자의 금융정보조회통지서는 유가족에게 전달됐고 생존자들은 “보이스피싱을 당한 줄 알았다”고 토로했다. 한 생존자는 “통지서에 ‘수사·조사 목적’이라는 설명 외에는 조회 이유가 적혀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문의가 온 유족분들에게 왜 금융정보가 조회됐는지 충분히 설명했다”며 “적법한 수사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족 측에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의 지하철 무정차 통과 요청에 응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는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에 대한 ‘혐의 입증’을 위해 조회했다고 전했다. 경찰의 해명에도 유족 측 반발은 가라앉지 않았다.


<일요시사> 보도 후 논란이 지속되자 윤희근 경찰청장이 직접 나섰다. 윤 청장은 지난달 22일, 국회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가족들께서 그런 아픔을 겪었다는 데 대해 청장으로서 일정 부분 유감스럽고 죄송하다”며 “(금융정보조회) 조회 시 사전에 당사자에게 고지나 양해를 구하는 절차는 없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는(이하 특수본) 지난해에도 희생자 전원의 카드 사용기록을 들여다보려 했다. 특수본은 당시 두 차례 희생자 158명의 교통카드와 신용카드 결제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카드 기록이 참사와 직접 관련성이 없고 ‘발급 카드 전체’라는 범위가 포괄적이라며 영장을 반려했다.

특수본, 지난해 희생자 전원 영장 청구 두 차례 기각
'윗선 수사’ 두 달째 미동 없어 서울청 수차례 압색

이태원 참사에 대한 특수본 수사와 검찰의 보완수사는 차이점이 있다. 생존자 약 300명이 금융정보 조회 대상에 포함된 것이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특수본은 지난해 수사 초부터 생존자가 아닌 희생자에 대한 금융정보 영장 발부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경찰청의 한 간부는 “경찰은 생존자에 대한 금융정보 조회를 주도하지 않았다. 서부지검 보완수사 과정서 검찰이 지휘한 게 전부고 생존자 292명 산정기준도 검찰이 정했다”고 말했다. 실제 윤 청장도 “(생존자 292명 포함은)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경찰이 거짓말을 하는 걸까? 서부지검 관계자는 “1월 말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경찰이 1월27일 영장을 신청하고 3일 뒤 법원에 청구해준 것이다. 생존자에 대한 금융정보 영장도 그때 이뤄졌다. 검찰은 직접 영장을 청구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서울청 관계자는 “생존자들에 대한 금융정보 조회가 포함된 건 검찰이 보완수사 과정서 필요하다고 판단했기에 영장을 통해 집행된 것”이라며 “보완수사 요청 과정에 그 요구가 없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경찰이 생존자 금융정보 조회를 주도해 신청한 영장을 받아 법원에 발부받아줬다는 말은 겉으로 보기에만 맞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수사 과정상 불거진 문제를 검찰이 자신들에게 떠넘겼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단순한 아우성이 아닌 수사기관 간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이후 두 기관 간 갈등은 꾸준히 이어졌지만 한 사건을 두고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경 “생존자 포함은 검 요청…우리가 주도 안 했다”
검 “영장 법원에 청구해준 것 뿐 직접 청구 아니다”

검찰이 이태원 참사 ‘윗선’보다는 ‘서울청 수사’에 몰두하고 있는 점도 경찰들의 불만이 고조된 원인으로 꼽힌다. 앞서 서부지검이 지난 1월18일과 26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집무실과 112상황실 등을 두 차례 압수수색한 데 이어 두 달 만에 서울경찰청을 다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특수본서 송치된 이태원 파출소 순찰팀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과 관련한 압수수색 영장이라고 설명했다. 순찰팀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112 신고 처리를 허위로 입력하고 변경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또 김 청장의 이태원 참사 예견 가능성, 회피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해 김 청장의 지시 내용 등을 상세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수사는 미동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장관은 재난 주무부처의 수장으로서, 오 시장은 서울시정 책임자로서 참사 직후 거취 압박을 받았다. 그러나 특수본의 무혐의 처분 이후 이 장관과 오 시장 선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중론이다.

서부지검은 우선 김 청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하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지만 쟁점이 많은 만큼 조사도 길어지고 있다. 김 청장의 혐의가 입증되려면 김 청장이 조금만 신경을 썼으면 구체적으로 사고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예견 가능성), 참사의 결과를 막을 수 있었다(회피 가능성)고 볼 수 있어야 한다.

검찰은 김 청장 주재로 열린 지난해 10월17일과 24일, 핼러윈데이 사전대책 화상회의도 정밀하게 재구성했다. 두 회의서 김 청장은 각각 “올해는 3년 만의 거리두기 해제니 이태원, 홍대, 강남 관할서는 촘촘한 사전 대책을 마련하라” “마포·용산·강남 등 3개 경찰서는 특별히 핼러윈 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이 김 청장이 참사가 일어날 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볼만한 대목이다.

파열음 지속

다만 공방은 있을 수 있다. 이임재 전 용산서장 등의 공소장에는, 김 청장이 이 전 서장으로부터 참사 전날 ‘신속 대응’ 참사 당일 오전 ‘신고처리 공백 없음’ 취지의 보고를 받았다고 적혀 있다. 현장 지휘관이 사고 직전 ‘특이사항 없음’을 두 차례 보고한 셈이다. 예견 가능성 면에서 김 청장에게 유리할 수 있는 정황이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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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