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단 공개’ 진중권 “희생자 공유물처럼 생각…폭력적”

“추모 위해 이름 불러야 하나”
“민주당 극성 지지층들 주장”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보수 논객’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가 지난 15일, 한 시민 언론의 이태원 참사 명단 공개에 대해 “죽은 분들을 무슨 공유물처럼 생각한다. 폭력적”이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인터뷰서 “추모하기 위해서 그분들 이름을 불러야 하나? 얼굴을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주체를 보면 ‘더탐사’ ‘민들레’ ‘김어준 방송‘ 등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도 극성스러운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추모 의지가 순수하다고 볼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어 “바탕에 깔려 있는 건 음모론으로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정부가 사건의 여파를 축소하기 위해 희생자 명단 발표를 가로막고 있다는 사고를 하고 이걸 돌파하기 위한 전술로써 과감하게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연신 “이해를 못하겠다”고 의아해했다.

진 교수는 “‘이게 다 윤석열정권 때문이고, 국민의힘, 국민의힘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때문이니 다음 선거를 잘해서 민주당 찍자’ 이게 그들이 낼 수 있는 실천적 결론”이라며 “과연 이게 이 사건에서 내려야 할 사회적 결론이냐”고 질타했다.


또 “본질 자체를 호도하게 되고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지 못하게 만든다”고 우려했다.

그는 “명단이 공개된 후 반응이 안 좋고 상당히 비판적이다 보니 민주당이 쑥 들어가 버렸는데 공당이라면 책임을 져야 된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런 프레임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게 ‘정권이 사진하고 영정을 못 모시게 탄압하고 있다’는 언급이었고 그래서 명단 공개까지 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일,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156명 희생자, 유족 동의를 받아 (명단을)공개해야 한다. 찝찝하다. 애도하라는데 이태원 10·29 참사에서 156명이 희생됐다는 것 외에 아는 게 없다”고 밝혔다.

최 전 의원은 “유가족 인터뷰도 거의 없다. 슬픔에 장막을 쳐놓고 애도하라고 한다”면서 “희생자 이름과 나이를 알고 영정(사진) 앞에서 진짜 조문, 애도하고 싶다. 유가족께 기성세대의 한 명으로 사과하고 위로 드리고 싶다”고 했다.

같은 당 이재명 대표도 이튿날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사진)을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촛불을 들고 다시 해야겠느냐”고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 14일, 시민 언론 <민들레>의 희생자 명단 공개 이후 온도차가 감지됐다. 해당 매체의 명단 공개가 유족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날 <민들레>는 155명의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다가 10여명의 유족들로부터 비공개 요청을 받은 뒤 명단을 삭제했다.

정의당, 시대전환 등 야권에서도 “참담하다”(이정미 정의당 대표), “죽음의 정치를 그만하라”(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등 비판 목소리가 쏟아졌다.

여론 및 정치권마저 논란이 일자 이날 안호영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희생자 명단 공개와 제대로 된 추모 절차가 필요하다”면서도 “유가족 동의가 선행돼야 하며 동의 없는 명단 공개는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안 대변인은 “명단이 공개되고 사진도 공개되면서 제대로 된 추모가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갖고 계신 유가족들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명단 공개에 힘을 실었던 바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몇 명의 유가족이 명단 공개를 원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날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는 대검찰청에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해당 매체와 명단을 유출한 공무원을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처벌해달라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사준모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의 사망자·부상자 명단 등 인적정보들은 담당 공무원만이 보유하고 있는 게 원칙이다.

이들은 담당 공무원이 인적정보를 해당 언론사에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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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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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