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꽉 찬 지하철이 무서워 벌써 4대나 보냈어요. 이태원 압사 참사 이전에는 사람들이 많아도 꾹 참고 전철을 탔는데, '이젠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더 조심하게 돼요."
7일 오전 9시쯤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만난 20대 여성 박모씨의 말이다. 7시10분에 출근길에 오른 박씨는 9시가 넘도록 역사를 벗어나지 못했다.
인근에서 만난 30대 남성 이모씨는 "만원 전철은 일상이지만, 그래도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시민들이 질서를 지키려고 하는 모습"이라며 "예전보단 낫다"는 표현을 썼다.
또 다른 시민은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계단 밑에서 뛰어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젠 그러지 않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출근시간이 임박해지자 시민들은 분주히 전철에 오르는 모습 등 무질서한 모습을 보였다.
신도림역에서 만난 20대 초반 대학생은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경각심을 갖고 지하철에 오른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154cm 정도의 작은 체구를 지닌 여학생이다.
최근 벌어진 이태원 압사 참사 사망자 156명 중 101명은 여성이다. 연령별로는 20대가 104명으로 가장 많았다. 출근길에 오른 시민 중 다수가 여성임을 감안하면 출퇴근 시간 붐비는 전철과 역사는 위험지대라고 할 수 있다.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여전히 지하철은 출근하는 시민들로 붐볐다. 몇몇 시민들은 "제2의 압사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하철 내 시민들이 가득차자, 차창에는 성에가 끼기도 했다.
한편 6일 오후 발생한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여파로, 이날 출근시간 대 역사 혼잡도가 가중됐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대책으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이날부터 수도권 전철 신도림역, 구로역, 금정역 등 15개 역을 대상으로 긴급점검을 실시한다. 이는 2호선과 4호선의 출퇴근시간 평균 혼잡도가 다른 호선보다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코레일은 "출퇴근 시간대 고객들이 안전하게 열차에 승하차할 수 있도록 질서 지킴이 113명을 40개 역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다수의 경찰과 공사 직원 등은 이른 시간부터 나와 시민들의 출근길 안전을 위해 질서 계도를 하기도 했다.
최근 우리는 안일한 태도가 비극적인 참사로 이어지는 경험을 했다. 제2의 이태원 압사 참사가 벌어지지 않게, 서울시 차원의 꼼꼼하고 안전한 대책이 필요할 때다.
일요시사=박성원 기자(psw@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