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대참사>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다섯

살릴 수 있는 기회 다 날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수많은 이의 목숨을 앗아간 데 이어 후폭풍이 온 나라를 강타했다. 이 가운데 참사 막전막후가 알려지면서, 이번 참사가 ‘인재’였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일요시사>가 참사 전후로 주어졌던 수많은 기회를 되돌아봤다. “만약…”이란 부질없다지만 “왜?”는 꼭 필요하다.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다.

경찰이 참사 발생 몇 시간 전부터 위험 징후 신고를 꾸준히 접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첫 신고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구체적 표현이 등장했음에도 안일한 대응에 그쳤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경찰청은 지난 1일 사고 당일 112신고 접수 녹취록을 공개했다. 

[1] 참사 징후 신고, 정말 묵살됐나?

녹취록에 따르면 참사 당일(지난달 29일) 오후 6시34분 신고자는 경찰에 “사람이 내려 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와서 압사당할 거 같다. 통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경찰은 “큰 사고가 날 것 같다는 거냐”며 “출동해서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경찰은 현장 파악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후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보행로 통제 등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119에 최초 사고 신고가 접수된 시점은 오후 10시15분이다. 그전까지 112 상황실은 총 11건의 ‘위험 징후’ 신고를 접수했다. <일요시사>가 녹취록 11건을 모두 살펴본 결과, 직접적으로 ‘압사’라는 표현이 들어간 신고만 6건에 달했다.


119 최초 신고보다 최소 1시간 이상 빨랐던 신고들에서도 “진짜 사고 날 것 같다” “장난전화 아니다” “대형사고 나기 직전이다” 등 심각성을 강조한 표현이 포착됐다.

경찰 측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각 2·5·6번째 신고 때 현장에 출동해 ‘강력 해산’ ‘시민 통제’ 조치 등을 실시했다. 하지만 경찰은 결국 대형참사를 제때 막지 못했다. 이에 ‘출동한 경찰관이 어떤 방식으로 해산·통제에 나섰는지’에 의문이 남지만, 출동 기록을 담은 문서에는 구체적인 조치 내용이 기술된 바 없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조치 내용을 설명하라는 요구가 이어지자 “감찰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경찰이 설명을 미루는 사이, 정말 실효성 있는 조치가 취해졌었는가에 대한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사고 이전까지 경찰의 해산·통제 조치가 없었다”는 현장 증언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2] 간담회 성과, 왜 없었나?

용산구청 등 관계기관 네 곳은 참사 발생 사흘 전 ‘대비 간담회’를 열고도 참사를 막지 못했다. 또 간담회 당시 안전대책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걸 넘어, 외려 ‘경찰 통제를 완화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었다. 이튿날 열린 용산구청의 자체 대책회의도 예년 대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나 함께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26일 용산구청은 용산경찰서·이태원상인연합회·서울교통공사 등이 참석한 4자 간담회를 주재했다. 용산구청은 이날 상인들에게 안전대책 대신 쓰레기 문제 등을 안내했다. 실제로 간담회에 참석한 용산구청 측 인원은 자원환경순환과 관계자 2명뿐이었다.


자원환경순환과는 생활쓰레기 처리를 맡은 부서다. 축제 관리·안전 관리는 각각 문화체육과·안전재난과 몫이다. 애초에 안전 대책을 논할 부서는 간담회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던 셈이다. 

상인연합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경찰 통제를 사실상 완화하라고 요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경찰 측 간담회 주요 내용 보고서에 따르면 연합회는 경찰에게 “작년에는 경찰기동대를 각 거리에 배치해 영업을 중단시키고 인파를 해산시켰는데 사정은 이해하나 과도한 조치였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올해는 과도한 경찰력 배치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간담회에 참석한 업주는 “앞선 지구촌축제에 경찰과 용산구청 등에서 요원을 배치해 장사에 방해가 됐다”며 “경찰력이 배치된다면 형사 조끼를 벗어달라”고 말했다.

어이없는 대형사고 막전막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진단

용산구청은 지난달 15~16일 이태원에서 지구촌축제를 개최했다. 용산구청은 당시 인원 통제를 위해 경찰 경비인력 109명과 구청 직원 1078명을 배치했다. 이 덕에 100만명 남짓한 인파가 몰리고도 큰 사고가 없었다.

반면 축제에 참여한 일부 이태원 업주들은 “안전조치 강화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회 관계자는 관련 의혹에 대해 “간담회 당시 기동대 200명 정도가 온다는 이야기에 (연합회)관계자 한 명이 ‘핼러윈은 자발적인 축제기 때문에 기동대 차량이 길가에 늘어서 있으면 시민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며 “경찰력 배치 자제 요청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용산구청은 지난달 27일 ‘핼러윈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용산구청 보도자료에는 이날 회의에서 ▲식품 접객업소 점검 ▲주요 시설물 안전점검 ▲종합상황실 운용 ▲방역 관리 ▲소음 특별점검 ▲청소 대책 등이 논의됐다고 적혀 있다. 대규모 인원 밀집에 따른 안전 대책은 이날도 논의되지 않았다.

이날 회의는 부구청장 주재로 11개 부서장이 참석해 진행됐다. 지난해와 재작년에는 구청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용산경찰서·소방서장이 참석해 대책을 의논했던 것과 비교하면 회의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용산구청이 애초부터 안전 대책 마련에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달 31일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고 발언해 비난을 자초했다. 아울러 “이태원 핼러윈 행사는 주최 측이 없어 축제가 아니라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은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박 구청장은 지난 1일 입장문을 내고 “관내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고에 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3] 무정차 지시, 진실 공방


참사 당일 이태원 인근에는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참사 이후 지하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조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조치 미시행 배경을 두고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사이 진실공방이 심화되고 있다.

쟁점은 경찰이 서울교통공사에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요청한 시점이다. 경찰은 참사 발생 이전인 오후 9시38분 무정차 통과를 최초 요청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서울교통공사는 참사 발생 이후인 오후 11시11분 요청받았다는 입장이다. 

참사 발생 이전에 지하철 무정차가 시행됐다면 인원 유입을 줄여 피해가 줄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양측 대립은 단순한 진실공방을 넘어 ‘책임 떠넘기기’ 색채가 짙은 셈이다.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은 지난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에게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 자리에 왔다”며 ‘사전 요청 주장’을 재차 피력했다.

황 관리관은 “사고 당일 상황실장은 사무실이 아닌 이태원역 부근에서 상황 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휴대전화로밖에 통화를 할 수 없었다”면서 “상황실장 말에 따르면 오후 9시 38분 이태원역장에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다고 본인한테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교통공사는 사고 이후인 오후 11시11분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데, 그것도 확인했다”며 “오후 11시11분에는 야외가 아닌 사무실에서 상황실 요원이 이태원역사 직원에게 전화해 2차로 무정차 통과를 요청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만명 넘는 인파
알고도 대책 전무

이와 관련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사고 당일 오후 9시38분에 경찰과 통화한 것은 맞다”면서도 “이때는 귀갓길 승객이 역사 내에 포화된 상황이라 외부 출입구 유입 승객을 일시적으로 통제해달라고 요청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오후 9시38분에 전화로 요청이 오고 간 건 사실이지만, 이때 무정차 통과 논의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양측 대립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당장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양측이 결백을 호소하면서도 애도 기간임을 고려해 ‘전면전’은 삼가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애도 기간이 끝나는 대로 진상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4] 현장 구조, 왜 지지부진?

참사 당시 소방당국이 최초 신고 접수 직후 경찰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지만, 경찰의 현장 상황 오판으로 사고 수습이 난항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교통통제 등을 위한 대규모 인력 투입을 주저하는 사이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관계당국의 보고 내용을 종합하면 소방당국은 오후 10시15분 최초 신고를 접수한 지 2분 이내에 구조 인력을 출동시켰다. 이어 접수 3분 뒤인 오후 10시18분 소방종합방재센터가 ‘핫라인’을 통해 서울경찰청에 공동 대응 요청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동 대응 요청은 참사 현장이 복잡한 만큼, 경찰이 현장·교통 통제를 즉각 지원해달라는 맥락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경찰은 현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대응 요청 10여분 만에 현장에 급파된 경찰 선발대 수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확성기 등 통제 장비도 갖추지 않아 사실상 현장 통제는 시도조차 어려운 수준이었다. 현장 증언에 따르면 경찰 선발대는 사고 현장을 통제하기보다 구조에 나선 소방당국을 지원하는 데 매진했다.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교통통제도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구급차 이송이 지연되자, 소방당국이 먼저 경찰청에 교통통제를 요청했다. 관할 경찰서인 용산경찰서 인력만으로 현장을 온전히 통제할 수는 없었다. 추가 인력 투입이 절실했지만, 서울경찰청이 기동대 일부를 투입해 현장을 지원한 시점은 오후 11시50분이었다.

소방당국이 교통 통제를 요청한 시점으로부터 1시간이 넘게 지난 뒤였다. 

경찰은 현장 상황 오판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1일 대국민 사과 브리핑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부터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도 감찰을 통해 빠짐없이 조사할 것”이라며 경찰 측 잘못을 시인했다.

[5] 토끼 머리띠 처벌 가능성

일각에서는 참사 초래 주범으로 이른바 ‘토끼 머리띠’를 지목한다. 토끼 머리띠를 착용한 남성 일행이 골목 위쪽에서 “밀어! 밀어!”라는 외침과 함께 사람들을 밀쳤다는 증언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 남성을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적 공분이 큰 가운데 관련자들의 처벌 여부에 이목이 쏠리지만, 이들이 실제로 처벌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경찰은 지난 1일 이 남성을 소환 조사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고의로 군중을 밀쳤는지 등 사고 당시 상황을 집중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본인의 이동경로 등을 근거로 들었다고 전해진다. 이외에도 경찰은 고의적으로 군중을 민 것으로 보이는 인원 다수의 신원을 확인·추적하고 있다.

경찰이 이들을 ‘가해자’로 보고 처벌하고자 한다면 폭행치사죄나 과실치사죄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자신이 군중을 밀면 누군가가 죽거나 다칠 수 있다고 예견하고도 고의로 이들을 밀었다면 폭행치사죄, 참사를 예견한 상태에서 고의성 없이 밀었다면 과실치사죄 적용 대상이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이들의 신원을 상당수 특정한다고 해도, 이것이 형사처분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형사처분으로 이끌어내려면 가해자 행위가 연쇄작용을 일으켜 참사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골목 안에서 수백명이 서로 밀고 밀리던 중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 미는 행위가 누구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줬는지 파악·입증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난점으로 꼽힌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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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