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국정감사가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마지막 국감을 앞둔 국회의원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 위해 지금도 질의 준비가 한창이다. 파행으로 시작해 막말로 이어지던 국감이 마지막까지 비난받을지, 혹은 반전을 이루어내 ‘유종의 미’를 거둘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일요시사> 또한 숨어있는 현안을 찾아내 주목하는 ‘2022 국정감사 릴레이 인터뷰’의 마지막 시간을 가졌다.
국정감사는 현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자리다. 따라서 국회의원은 현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에 문제점이 없는지’ ‘억울한 피해자들이 생겨나지 않았는지’에 무게를 두고 국감을 준비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국정감사에 ‘견제’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전한다. 어느덧 3선의 중진 의원이 된 전 의원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어느새 3선의 중진 의원이 되셨습니다. 초선 시절과 현재의 국정감사를 비교한다면?
▲초선 때는 정말 햇병아리였죠. 그때는 국회와 정부의 관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오롯이 질의에만 충실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이 국정감사라는 것이 정부를 견제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정부와의 관계를 푼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아요. 국회든 정부든 어쨌든 국민을 위한 정책을 실현시키는 게 목표잖아요? 그러면 서로 협력해야죠. 그 매개체가 국정감사가 될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네. 솔직히 초선 첫 국감 때는 솔직히 정신없이 넘어갔지만, 두 번째 국감 때부터는 정부와의 관계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풀어갈 수 있었어요. 사실 초선 의원에게 어려운 것이었는데, 저는 좀 특별한 케이스였어요. 제가 약사협회회장을 하면서 보건복지부 출입을 꽤 오래 했거든요.
윤정부 추진 정책은 죄다 ‘민영화’
건강보험, 국가 재정 20% 투입해야
마스크 대란 때 ‘의약품 안심서비스’라는 시스템을 하지 않았습니까? 야당 의원이던 시절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1년간 의약품 안심서비스 시범 사업을 하는 게 어떠하냐’고 건의했어요. 다른 초선 의원들이 정부를 공격하기 바쁠 때, 저는 여당을 설득해서 제도화시킨 거죠.
-그렇다면 이번 국감에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민영화’ 문제입니다.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이제 1년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그런 시도(민영화)가 많아요. 말로는 건강보험을 활성화시킨다면서 실상 내놓는 정책들은 민영화 정책들뿐이에요. 필수 의료다, 뭐다 하면서 엄청나게 포장해놨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적연금과 사보험, 민간보험을 활성화시키는 정책들뿐이에요. 이런 것들은 전광석화처럼 처리하고, 연금특위에서의 정부안 제출은 계속 미루고 있죠.
-정부안 제출을 미루는 의도는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그냥 안 하겠다는 거죠. 계속 물어보니 내년 10월에 하겠다는 소리를 하는데, 이건 2023년 총선을 앞두고, 제21대 국회가 끝나는 시점에 내겠다는 소리에요. 이런 말도 안 되는 프로세스를 나 몰라라 하고 주장하고 있어요. 건강보험 같은 경우도 정상화시키려면 당장 국가 재정 20%가 들어가야 하는데, 계속 보장성 약화를 주장하고 있잖아요. 보장성을 강화시켜야 국민들이 병원에 갔을 때 개인 의료비를 적게 낼 텐데 말이에요.
아직 비상인데 인력 감축?
병원 못 가는 사각층 외면
-이번에 질의하신 국립의료원 인력 감축 문제는?
▲그것도 윤정부의 이율배반적인 행태 중 하나에요. 국립의료원이 인력 ‘112명 증원’을 신청했는데, 이번에 증원은커녕 28명을 감축했어요. 분명히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고 주장하지 않았나요? 권력 잡았다고 어쩜 이렇게 태도가 달라지는지 모르겠어요.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에 감축한 인원이 ‘임시 인력’이었다던데?
▲네, 알아요. 그런데 아직 코로나가 끝난 게 아니잖아요. 코로나 때 임시로 늘린 인원이긴 한데 마치 코로나가 끝난 것처럼 인력을 감축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는 거에요. 국립의료원은 안 그래도 인력 문제로 고생하고 있는데 이번 감축으로 더 죽을 맛일 거예요. ‘비상 상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 ‘비상 인력’은 없어진 상황이니까요.
-기재부 측에서 증원을 해주지 않는 이유를 뭐라고 하던가요?
▲결국 돈 문제죠. 적자 때문에 인력을 감축하겠다 이거에요. 그런데 이번에 국립의료원이 요청한 112명은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라, 정원만 좀 채워달라는 거예요. ‘기본 인력’에 추가 인력을 요청한 개념이 아닌 거죠. 국립의료원은 꾸준히 ‘기본만 채워달라’고 요청하고 있어요. 그런데 적자 운운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죠. 의료계는 인력이 곧 서비스의 질로 이어지는데 말이에요.
-성남의료원 민영화 문제도 비슷한 맥락일까요?
▲그렇죠. 저번에 폐쇄된 진주의료원, 성남의료원, 국립의료원 모두 환자의 70%가 취약계층이에요. 돈이 없어서 가는 노인, 장애인, 외국인, 행려병자 이런 사람들이 주된 고객인데, 적자가 나기 때문에 민영화하겠다는 거에요. 돈 때문에 의료서비스를 못 받는 상황이 오는 거죠. 정치는 이런 사람들을 챙기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윤석열정부는 이런 사람들을 외면하는 정치를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