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VS 검수원복 ‘수사권 파워게임’ 막전막후

거대 야당이냐 산 권력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 수사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는 법안과 그 틈새를 이용한 시행령이 맞부딪치는 모양새다. 이번 갈등은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와 정부의 기싸움 이상의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검찰의 칼이 겨누는 곳에는 야당 대표가 있다.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를 거치면서 검찰 관련 신조어가 늘고 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의미하는 검수완박에 이어 ‘검찰 수사권 원상복구’를 뜻하는 검수원복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 두 단어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법무부‧검찰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수사권 전쟁
정치권으로

윤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이 지났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탄생으로 검찰은 4개월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통령 인사 과정에서 검찰 출신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고 검찰인사와 검찰총장 지명 등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달 들어서는 검찰 수사권을 둘러싼 갈등이 임계점까지 치솟는 모양새다. 

검수원복 시행령(7일), 검수완박 법안 시행(10일) 등 검찰 수사권 관련 굵직한 이슈가 집중됐기 때문. 법안이든 시행령이든 한 번 처리되면 번복은 어렵다. 국회와 법무부·검찰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검찰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소환해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부터는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검수완박 법안 관련 권한쟁의심판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직접 챙겨왔다. 권한쟁의심판은 헌법상의 국가기관 사이에 권한의 존재 여부와 범위에 관해 다툼이 발생한 경우 헌법재판소가 유권 판단을 내리는 절차다.


헌재 재판관 전원(9명)이 심리하고 과반(5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인용·기각·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법무부와 검찰이 국회를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은 구두변론을 거쳐 심리하도록 헌법재판소법에 규정돼있다. 청구인 대표인 한 장관은 공개변론 때 헌재에 직접 출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법무부가 검수완박 법안 시행을 저지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권한쟁의심판의 쟁점은 지난 4월 개정된 검수완박 법안 이른바 검찰청법‧행사소송법 개정안이 처리된 과정과 그 내용이다.

법안으로 통제 ‘장군’
시행령으로 확대 ‘멍군’

법무부와 검찰은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입법 추진 과정에서 ‘의원 위장 탈당’(민형배 의원)과 ‘회기 쪼개기’ 등의 꼼수를 사용해 합리적 토론 기회가 봉쇄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을 제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법률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그에 반해 국회는 헌법에는 검사에게 수사권을 부여한다는 규정이 없고 수사권이 어느 기관에 속하는지는 시대 상황에 따라 법률로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입법 과정에서도 절차를 제대로 지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한쟁의심판으로 고조된 갈등은 법무부가 검수완박 법안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들고 나오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검수원복 시행령은 지난 1일 차관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7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의결됐다. 시행령은 검수완박 법안으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로 줄어든 검찰 수사권에 관해 포괄적 정의를 새로 제시한 게 골자다. 수사 가능 범죄의 죄목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검찰 수사권을 넓히는 방안을 담았다.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면 검사가 직접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범죄가 현행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에서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되는 데 대한 대응이다. 

민주당 VS
법무부·검찰

예를 들어 공직자 범죄 중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은 뇌물 등과 함께 부패범죄의 전형적인 유형이고, 선거범죄 중 ‘매수 및 이해유도’ ‘기부행위’ 등은 금권선거의 대표 유형이라 부패범죄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와 서민을 갈취하는 폭력 조직·기업형 조폭‧보이스피싱 등 ‘경제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범죄’를 경제범죄로 정의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사법질서 저해 범죄와 개별 법률이 검사에게 고발·수사 의뢰하도록 한 범죄도 ‘중요범죄’로 지정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했다.

‘직접 관련성’과 연관해서는 입법예고안보다 더 확대되는 형태로 변했다.

입법예고안은 경찰 송치사건 중 검사가 보완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제한됐던 시행령 규정에 대해 ‘범인, 범죄 사실 또는 증거가 공통되는 경우’에는 수사를 허용하는 식으로 그 범위를 넓혔는데, 의결안에는 ‘직접 관련성’ 관련 조항이 아예 삭제됐다. 

경찰 송치사건 중 검찰이 보완수사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늘어나는 셈이다. 법무부는 구체적인 실무 사례와 판례를 통해 관련성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삭제된 조항이 무분별한 별건 수사를 막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던 내용이어서 전문 삭제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수원복 시행령이 검수완박 법안 시행일인 10일부터 시행되면서 민주당과 경찰,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반발에도
강행 기류

지난 6일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석열정부 검찰이 정치보복·야당 탄압에 앞장서는 마당에 위법한 시행령까지 통과된다면 역사는 다시금 거꾸로 돌아갈 것이다. 국민의 인권은 권력 앞에 쉽게 짓밟히고 진실과 상관없는 표적수사 혹은 은폐수사가 언제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국민 삶은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 검찰의 무한 권력만 되찾겠다는 윤석열정부의 아집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는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전 서면 답변에서 “절차상‧내용상의 문제가 있어 시행된다면 범죄 대응 역량 약화로 국민의 기본권을 충실히 보호하기 어려운 결과로 돌아갈 것”이라고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법이 시행된다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나 내부 고발 등 공익신고 사건 등에 대해 국민의 재판 절차 진술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 등 국민의 생명과 신체, 안전에 직결되는 범죄를 검찰이 수사하지 못하게 되면 국민의 기본권을 충실히 보호하지 못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검수완박 법안 중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수사와 기소는 유기적으로 결합해 있어 실무상 분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검수원복 시행령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보였다. 이 후보자는 시행령이 위임 범위를 벗어난 법률 위반이라는 지적에 “법률이 위임한 범위 내에서 개정한 것”이라며 “검찰청법은 일반적인 수사 개시 범위를 규정하되, 구체적·개별적 범위는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한쟁의심판 이어
한날한시에 시행돼

그러면서 지난해 수사권 조정 이후 1년8개월 동안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범죄 대응에 문제점이 확인됐고 실무상 문제점에 대해서는 시행령 소관 부처인 법무부에 의견을 개진했다고 밝혔다. 검수완박과 검수원복에 대한 검찰총장 후보자의 확실한 입장 표명으로 민주당과 법무부·검찰의 전선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수완박 법안 시행으로 좁혀놓은 검찰 수사권 범위가 검수원복 시행령으로 다시 넓어지면서 검찰은 한창 벼르던 칼을 쥘 수 있게 됐다. 특히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의 칼끝이 한층 날카로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이 대표는 검찰의 수사에 벼랑 끝까지 떠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성남시 백현동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자택 옆집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 비선캠프 의혹 등을 받고 있고 이 대표의 아내 김혜경 여사는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휘말려 있다.

이 대표의 장남도 ▲불법 도박 및 성매매 의혹으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검찰의 소환 조사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지난 6일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검찰의 서면조사 요구를 받아들여 서면진술 답변을 했으므로 출석 요구 사유가 소멸돼 출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고발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출석을 요구한 바 있다. 

그 너머
노린다?

이 후보자는 “(이 대표에게)충분히 진술할 기회를 드린 것”이라며 “서면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는데 기한이 지난 이후에도 아무런 말씀이 없어서 불가피하게 소환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정치적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장관 역시 민주당이 이 대표 소환 통보를 ‘전쟁’에 빗댄 것을 두고 “이건 전쟁이 아니라 범죄수사”라고 맞받았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 ‘이재명 VS 김건희 공방전’

지난 5일 열린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연루 의혹 수사에 대한 공방전이었다. 

민주당 측은 윤석열정부 검찰이 과거 정권에 대한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고 국민의힘은 정당한 수사에 대해 야당이 정치적 공세를 펴고 있다고 대응했다. 

이 후보자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면서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휘말렸다.

그는 “밖에서 염려하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검찰의 중립성은 국민 신뢰의 밑바탕이자 뿌리로, 검찰 구성원 모두 중립성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이 가치를 소중하게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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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