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 뒷배’ 회장님 연결고리 추적

감쪽같이 사라진 대통령의 큰형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의 무속·비선 논란이 쉽사리 끝나지 않고 있다. 김건희 여사와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의 통화 녹취록을 시작으로 김 여사의 지인들이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 컸다.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천공 스승이 최근까지 김 여사의 행보를 코칭해줬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야권은 이들이 윤정부의 ‘비선 권력’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비선 권력 핵심은 무속인이 아닌 황모 회장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윤 대통령 주변에서 황 회장의 잔상이 지워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황모 회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사이는 보통이 아니다.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일정표로 알려진 이른바 ‘조남욱 리스트’에도 황 회장이 수차례 등장한다. 특히 윤 대통령과 깊은 인연이 있는 무정 스님과도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인연 덕이었을까? 황 회장의 아들은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쌍둥이 딸 중 한 명은 현직 검사와 결혼한 사실이 확인됐다.

강원도부터
친분 쌓아

무정 스님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이어준 인물이자 무속 의혹의 키맨으로 알려진 인물로, 2012년 3월부터 한 달간 동부산업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회사의 매출 현황을 보면 2014년도 매출의 85%가 삼부토건을 통해 발생했다. 삼부토건의 특수관계회사라고 볼 수 있다.

황 회장이 어떻게 윤 대통령을 알게 됐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강릉지청에서 근무했을 당시 황 회장과 막역해졌다는 것 외에는 사실관계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지역에서도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해시 한 인사는 “윤 대통령이 황 회장과 죽마고우 사이인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대통령이 되기 전 검찰총장일 때도 황 회장을 수차례 만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윤 대통령의 ‘죽마고우’이기 이전에 스폰서라고도 불린다. 조 전 회장이 검찰을 관리해온 것처럼 윤 대통령과의 인맥을 유지해왔다는 설명이다. 다른 동해시 인사도 “황 회장은 윤 대통령 외에도 강릉지청 검사들을 자주 만났던 사람이다. 검찰 인맥을 만들어왔기에 윤 대통령과 친해지는 일은 쉬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회장의 검찰 인맥으로는 윤 전 총장 외에도 강릉지청장이던 한상대 전 검찰총장, 이중희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박근혜정부) 등이 거론된다. 특히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지낸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과도 상당히 친한 사이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의 대선캠프(국민캠프)에도 참여했다.

황 회장과 조 전 회장, 무정 스님, 윤 대통령 등이 친분이 깊었다는 의혹은 이미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조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조남욱 전 회장은 알고 지내던 사이로 20여년 전부터 10년 전 사이에 여러 지인과 함께 통상적인 식사 또는 골프를 같이한 경우는 몇 차례 있었다”며 “최근 약 10년간 조 전 회장과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황 회장을 어떻게 알고 지냈는가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않았다.

윤·황·무정 스님·조남욱 수차례 골프 회동
김건희·무정 스님 관계 악화…“황이 실세”

수원지검은 2013년 조 전 회장의 둘째 아들인 조시연 당시 삼부그룹 부사장 조사 때 압수수색을 통해 ‘조남욱 리스트’를 확보한 바 있다. 윤 대통령 측이 ‘조남욱 리스트’를 부인하는 것이 검찰 수사가 올바르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조남욱 리스트’에서 ‘검사 윤석열’은 최소 4회 이상 등장한다. ‘조남욱 리스트’에는 2011년 4월2일 골프 회동, 2012년 일정표에서는 3월11일 ‘윤석열 검사 화환, 대검찰청 별관 4층’ 일정이 확인된다. 이날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결혼식이었다.

4월2일 골프 회동에는 윤 대통령과 장모 최은순씨가 멤버로 적혀 있다. 무정 스님은 ‘조남욱 리스트’ 1997년 일정표부터 자주 등장한다. 황 회장의 이름은 2002년 6월, 황 회장 모친상 조의금 메모부터 나오는데 무정 스님과 함께 거론된다.

황 회장은 윤 대통령이 고양지청 검사 시절인 2006년 10월 뉴서울CC에서 골프를 치기도 했다. 조 전 회장과 황 회장은 2008년과 2010년, 2012년에 골프를 쳤다. 이들은 2011년 8월 모여 만찬을 즐기기도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 1과장이었다.

이처럼 ‘조남욱 리스트’에는 윤 대통령과 최씨와 무정 스님, 황 회장 등이 여러 차례 언급된다.

현재 황 회장과 무정 스님과의 관계는 틀어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무정 스님의 다툼이 원인일까? 한 검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해 초부터 거리를 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무정 스님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 화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김건희 녹취록’에 도 언급되는 내용이다. 김 여사는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분(무정 스님)이 한 번은 우리 남편 앞에서 갑자기 ‘문재인은 망한다’ 이러는 거야. 망하면 우리 남편 망한다는 말밖에 더 돼? 그때부터 인연을 딱 끊고 지금까지도 안 봐”라고 말했다.

윤석열 사단
부부장 후배

이 때문에 현재 윤 대통령 일가와 접촉 중인 ‘비선 멤버’ 중 가장 힘이 센 인물이 황 회장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무정 스님과 윤 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접촉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건진법사도 언론의 취재 이후 조용하다”며 “윤 대통령 일가와 큰 다툼이 없는 이는 황 회장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일요시사>는 올해 초 동부전기산업 소유 건물을 직접 방문까지 했으나 황 회장을 만날 수 없었다. 최근까지 황 회장이 동해시를 돌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언론의 취재 이후 황 회장은 사실상 종적을 감춘 상태다.

황 회장은 오랜 시간 동해시에서 범죄예방위원(현재의 법무부 법사랑위원)으로 활동했다. 동해시 상공회의소 부회장을 빼면 지역에서는 거의 활동하지 않았던 그가 지역 검찰 쪽에서는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것이다.

황 회장에겐 쌍둥이 딸과 막내아들이 있다. 아들 황씨는 현재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청년정책 담당 5급 행정관으로 근무 중이다. 황씨는 윤 대통령을 삼촌, 김 여사를 작은엄마로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 또한 사석에서 황씨를 조카처럼 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황씨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선 출마를 결심하며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했을 때부터 줄곧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직후 황씨와 관련해 캠프 내부에서도 사적 인연을 통한 등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았다.

당시 윤석열 캠프는 황씨와 관련된 의혹들을 부인했으나 일부 캠프 구성원들은 황씨를 윤 대통령의 먼 친인척쯤으로 여기기도 했다.

황씨 관련 논란이 다시 불거진 건 <더 팩트>가 보도한 이른바 ‘김건희 목덜미 영상’ 때였다. 언론의 취재를 피해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안으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간 스포츠 머리에 양복 차림의 인사가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던 황씨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다. 황씨가 이른바 ‘김건희 비선라인’의 일원이라는 시각이다.

‘코바나컨텐츠 황씨’ 관련 논란은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이른바 김건희 7시간 녹취록에도 나온다. 지난해 8월 30일 있었던 이명수 기자의 코바나컨텐츠 강의 현장에 황씨가 참석했고, 강의를 사전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윤석열 후보 비서실 황’이라고 밝힌 인사와 이 기자가 주고받은 전화와 메시지 등 증거가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은 것은 건진법사의 제자인 심 박사로 확인됐다.

황씨는 양정철 민주연구원 원장의 운전과 수행을 담당하기도 했다. 황씨는 양 전 원장이 직접 인턴으로 데려왔다. 그는 양 전 원장이 취임한 2019년 5월부터 약 14개월간 일했으며, 양 전 원장이 사임하면서 함께 그만뒀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황씨는 지난달 지방선거 전까지 김은혜 전 경기도지사 후보 캠프에도 몸담았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황씨가 캠프 내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황 회장의 아들이자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소문이 파다해졌기 때문인지 일부 캠프 사람들은 황씨와 말도 섞지 않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자식까지
이어진 인연

황 회장의 쌍둥이 딸 중 한 명은 현직 검사와 결혼에 성공했다. 황모씨는 광주지검 순천지청 소속 박모 검사와 지난해 5월1일 대검찰청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결혼식에 참석한 검찰 관계자는 “결혼식에는 윤 대통령이 참석한 건 사실이다. 김 여사는 오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박 검사의 결혼식에도 왔었다는 건 와전된 얘기”라며 “검찰 내에서는 박 검사 친구들이 신부집에 함을 메고 들어왔을 때 김 여사가 신부집에 있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전했다.

박 검사는 2018년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하다 2020년 2월 청주지검 충주지청 형사부로 발령받고, 지난 2월부터 순천지청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박 검사의 상관은 이방현 순천지청 부부장검사로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로부터 각종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던 인물이다. 이 부부장검사는 상당 기간 김씨 명의의 고가의 수입차를 무상으로 빌려 탄 정황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이 검사는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 형사1부 부장검사로 재직 중이었다. 그는 포항에 오기에 앞서 2019년 8월까지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로 재임했고 2020년 9월까지 포항지청에서 근무했다. 이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제2부 부장검사가 됐다가 사건이 불거진 뒤인 지난 7월 부부장검사로 강등됐다.

이 부부장검사가 1년 넘게 머물던 경북 포항은 가짜 수산업자 김씨의 근거지다. 앞서 박영수 전 특검은 “지역 사정에 도움을 받을 인물로 김씨(수산업자)를 소개하며 전화번호를 주고, 김씨에게는 이 검사가 지역에 생소하니 조언을 해주라는 취지로 소개했다”며 이 부부장검사를 김씨에게 소개해준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이 부부장검사는 박 전 특검의 ‘박근혜 국정 농단’ 특검팀에서 함께 근무한 사이로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다. 박 전 특검 역시 가짜 수산업자 김씨로부터 지난해 12월 상당 기간 포르쉐 파나메라4를 빌려 탄 혐의를 받았다. 이들이 제공받은 차량들은 신차 가격 기준 2억~3억원가량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대통령실 ‘비선 권력’ 의혹이 해소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까지 ‘김건희 리스크’로 곤혹스러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윤 대통령도 김 여사의 역할과 행보에 대해 고민이 깊었다. 김 여사가 ‘조용한 내조’를 벗어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공식기구가 없다 보니 김 여사의 활동마다 ‘비선 정치’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다.

앞서 <일요시사>는 정모씨와 충남대 무용학과 겸임교수로 알려진 김량영 교수가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을 근처에서 수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둘은 김 여사가 대표였던 코바나컨텐츠 직원이었다. 정씨는 이 기자가 폭로한 ‘김건희 녹취록’에 여러 번 등장한다.

아들, 대통령실 행정관 낙하산
쌍둥이 딸은 검사와 결혼 확인

<일요시사>가 입수한 코바나컨텐츠에서 이뤄진 3시간 분량의 녹취록에는 김 여사 ‘댓글 작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김 여사와 봉하마을을 찾은 김 교수는 윤 대통령의 대선 선대위와 인수위에서 활동했다. 지난해 열린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에는 김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인 강신업 변호사와 함께 대회 조직위원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 교수는 여기서 ‘코바나 전무’ 직함을 썼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김 여사 요청으로 김 교수가 동행한 것이라며 “여사와 가까운 사이고, (김 교수)고향도 그쪽 비슷하다 보니 동행하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공식 일정에 지인이 동행한 데 대해선 “처음부터 비공개 행사였고,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여사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가 비공개 행사여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은 전날부터 대다수 언론 매체에 보도되고 대통령실 공동취재단이 꾸려지면서 사실상 ‘공개 행사’로 전환됐다.

김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의 돌출 행동도 대통령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희사랑 회장인 강신업 변호사가 김 여사의 미공개 사진을 공개하고, 자신을 비판한 시사평론가나 여권 정치인에게 거친 말을 공개적으로 내뱉었다.

논란 이후에도 같은 상황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12일 윤 대통령 내외가 영화관을 찾아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작품인 <브로커>를 관람했을 당시 미공개 사진이 또다시 팬클럽을 통해 유출됐다. 김 여사 팬클럽이 비선 논란을 거듭 자초하면 정권에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당 내에서도 나오는 이유다.

김 여사의 친오빠 논란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김씨가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몇몇 기자와 접촉하며 마치 제2부속실 같은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이다.

김씨는 경기도 남양주에서 요양원과 작은 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최근엔 김 여사가 사임한 코바나컨텐츠에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김건희 여사의 옷·가방 정보 등을 비롯해 공개되지 않은 사진이나 정보 등을 전달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논란이 됐던 대통령 집무실에서의 사진도 몇몇 기자에게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 초기
비선 발목

이 같은 논란이 지속되면서 ‘한 박자’ 늦는 대통령실 업무구조가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2부속실을 폐지한 후 부속실 내에 김 여사를 보좌할 담당자를 두긴 했으나, 역할도 모호하고 부서 간 원활한 소통도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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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