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챙기는 대통령실 막 하는 인사 막전막후

이번엔 극우 유튜버 친누나 ‘알고 썼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극우 유튜버의 친누나가 윤석열 대통령실 홍보수석실 행정요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안정권 벨라도 대표의 누나인 안모씨는 홍보수석실에서 전담 영상 업무를 맡았다. 안씨의 영상 제작 및 편집 실력이 특출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윤석열정부의 ‘제 식구 챙기기’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씨는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에 더 큰 부담을 주기 직전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40대 초반인 안모씨는 ‘또순이TV’라는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면서 대중들과 소통하는 일 외에도 지난해 말까지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을 비판하는 방송을 해왔다. 그의 친동생인 안정권 벨라도 대표는 대표적인 극우 유튜버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욕설과 막말을 내뱉는 등 수차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작년 말까지
이 비판 방송

대통령실은 “캠프에서부터 영상편집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밝혔으나 안씨를 잘 아는 주변인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입을 모은다.

대통령실은 안 대표의 친누나가 홍보수석실 행정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대통령실 측은 “안씨가 대통령실 행정요원으로 근무하는 것은 맞고, 안씨가 유튜버로 활동했던 안정권 벨라도 대표의 누나인 것도 맞다”며 “그러나 이는 대통령실 임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안씨는 지난해 11월 초부터 선거 캠프에 참여해 영상·편집 등의 일을 했고, 이 능력을 인정받아 대통령실에 임용된 것”이라며 “안씨는 선거 캠프 참여 이후 안정권씨 활동에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누나와 동생을 엮어 채용을 문제 삼는 것은 연좌제나 다름없고, 심각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며 “안씨의 채용 과정에는 어떤 문제도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안씨가 지난해 11월 초부터 선거 캠프에 참여한 이후 영상과 편집 등의 업무를 맡으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선거 캠프와 인수위원회서 관련 업무를 해온 인사들과 안씨에 대해 잘 아는 인물들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윤석열 캠프 출신의 한 관계자는 “안씨의 능력이 특출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안씨 말고도 대통령실에 갈만한 인재가 많았다. 그만큼 뽑힐 줄 알았던 이들이 임명에서 제외된 경우가 상당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실의 능력 검증에 의구심이 든다. 지금까지 측근·친인척 채용으로 줄을 세워 윤정부에 실망한 사람도 많다”며 “‘제 식구 챙기기’가 여전하다는 게 국민적 눈높이”라고 비판했다.

안씨가 구체적으로 윤석열 캠프와 대통령실에서 어떤 업무와 성과를 내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안씨가 운영한 유튜브 계정을 보면 영상편집 능력이 우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안씨는 2020년 10월22일 ‘또순이TV’라는 채널을 개설했다. 그의 채널 설명을 보면 ‘갈팡질팡! 방송 초보의 좌충우돌 유튜브 개척기! 10만 크리에이터 도전하는 막무가내? 아줌마의 (셀프/전화/대면) 수다방!!’이라고 적혀 있다.

안씨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 영상편집 능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할만한 영상은 거의 없다. 대부분 대중과의 소통 위주 방송과 수다를 즐기는 콘텐츠들뿐이다. 그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동생 명의의 계좌번호를 공유해 후원을 받거나 안 대표와 ‘합동 방송’을 하기도 했다.


‘양산 사저’ 욕설·막말 시위자 누나
홍보수석실 근무 알려지자 돌연 사의

“동생을 엮어 채용을 문제 삼는 것은 연좌제”라는 대통령실의 입장도 비판받고 있다. 안씨가 자신의 동생과 회사, 조직 등을 같이 경영했기에 연좌제라고 반박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안씨는 개인 채널에서 꾸준히 벨라도를 홍보하고, 자신의 벨라도 방송 출연을 예고하기도 했다. 안씨는 지난해 캠프에 합류하기 불과 3개월 전까지도 자리를 비운 동생을 대신해 벨라도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안씨가 동생과 수년간 함께 논란의 콘텐츠를 만들고 해당 수익을 나눠왔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의 해명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도로 새누리당’ ‘도로 한국당’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극우 유튜버들을 배제해야 중도층을 끌어모을 수 있다”며 “대통령실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최근까지 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고성·욕설 시위를 해왔다.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에 따르면 안씨는 시위 도중 “문재인 이 간첩 XX야, 니하고 김정숙 백신 피해자와 국민 앞에 사죄해”라고 외쳤다.

경남 양산경찰서는 벨라도를 비롯한 보수단체가 양산 사저 앞에 신고한 집회에 금지를 통고했다. 벨라도는 경찰 조치에 반발해 집회 금지 통고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냈지만 울산지법은 지난 5일 기각했다.

그간 문 전 대통령 부부와 평산마을 주민들은 집회 개최자들의 확성기 및 스피커 사용으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7일,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가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 집무실(주변)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기도 했다.

이어 “김정숙 이 X야, 네가 샤넬에 어울리기나 하냐. 남의 기업 조지는 데 재주 있는 김정숙 사과하라”며 “너는 5일장 몸빼도 아까운 X이여”라는 등 막말도 늘어놨다. 안 대표는 동영상을 통해 세월호 혐오 발언을 하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거나 문 전 대통령 등도 원색적으로 비방하기도 했다.

막 가다 쓰나
필터 의구심

안 대표가 운영하던 채널인 ‘GZSS’와 ‘GZSS팀’은 2020년 극단적 혐오 발언으로 영구적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이 채널에는 “선거 부정은 투표함 바꿔치기한 것” “김종인은 정책적으로 문재인보다 더 빨갱이다. 골칫덩어리 영감” 등의 영상이 게재됐다.

그는 과거부터 수차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2019년 2월15일 5·18민주화운동 왜곡에 참여했다. 2020년 2월25일에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극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를 했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이 천막 안에서 성행위를 했다는 주장을 한 데 이어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 건물 앞에서 타 유튜버들과 도를 넘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대통령실이 지난 3월부터 진행된 민주당사 앞 ‘민주당 개혁 촛불문화제’를 지속적으로 방해하기도 했다. 또 발언을 진행 중인 참가자들에게 욕설과 막말을 내뱉는 행태도 보였다.

지난 5월에는 윤 대통령 취임식장에 참석했고 같은 달 28일에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선대위원장 및 인천 계양을 후보 유세 현장에서 주민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한 행위로 계양구 선관위에 고발당했다. 안 대표와 그가 대표로 있는 방송 플랫폼인 벨라도의 직원 등은 지난 5월10일 윤 대통령 취임식에 특별초청 되기도 했다.

안 대표의 영상을 편집해 올리는 유튜브 채널 ‘브하 스튜디오’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안정권 대표님 이하 벨라도 직원 외 관련자 총 15장(특별초청장) 받았네요^^”라며 안 대표의 대통령 취임식 특별초청장을 공개했다.

안 대표가 5·18 음모론을 주장하는 극우 유튜버인 만큼 특별초청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안 대표는 2019년 “지만원 박사가 지난 19년 동안 북한 특수군 침투 자료를 증거로 내세우니 정치권이 정신병자로 몰아갔다”고 발언하는 등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했다는 지씨의 음모론에 동조한 인물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 당시 취임사에서 ‘반지성주의’를 강조했고 지난 5월18일 5·18 기념사에서는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그 자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케케묵은 5·18 북한군 개입 음모론을 주장하는 인물을 취임식에 특별 초청하고 그의 방송을 홍보하고 함께한 누나를 영입해 대통령실 직원으로까지 채용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안 대표의 과거 행보를 알면서도 안씨의 채용한 것은 논란을 자초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대통령실이 안 대표의 행보를 알고도 안씨를 채용했으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안씨가 비상식적 행보를 보인 적은 없지만 적어도 안 대표의 행보를 알았다면 채용에서 제외하는 게 논란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캠프 출신들
“능력은 글쎄”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논란이 지속되다 보니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이라며 “오늘 대통령실 관계자의 해명을 보고 윤석열정부의 눈높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잇단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이원모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 배우자 신모씨가 윤 대통령 부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스페인 마드리드 일정에 동행한 것이 확인된 데 이어 대통령 부속실에 윤 대통령과 6촌 지간인 최모씨가 국장급 선임 행정관으로 근무 중인 게 드러나면서 불공정 논란까지 겹쳤다.

윤 대통령 취임 초부터 제기되던 비선·측근 리스크가 재차 돌출됐다는 지적이다. 신씨는 윤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비서실에 근무하기 위해 출근도 했지만, 남편이 인사비서관에 먼저 임명되면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제11조(가족 채용 제한)에 따라 본인이 고사해 채용되지 않았다.

신씨의 마드리드 동행을 둘러싼 비판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대통령실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비서관의 배우자가 대통령 일정에 동행하며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이용하고, 대통령과 같은 숙소에 머무른 것 등이 이해충돌이나 특혜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간인인 신씨가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일정을 도우면서 제2부속실 직원의 일을 대신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여사가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당시 지인을 동행해 비판이 일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여사의 지인들은 대부분 코바나컨텐츠 출신이었다.

이들이 대통령실에 채용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특혜 채용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신씨는 지난달 초 나토 순방답사팀 일원으로 마드리드를 다녀왔고, 지난달 22일 윤 대통령 부부보다 5일 앞서 선발대로 스페인으로 출국했다.

지난 1일 귀국 때는 윤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 참모진, 기자단과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했다. 대통령실은 신씨에게 항공편과 숙소를 지원했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친 ‘기타 수행원’ 신분으로 별도 보수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특혜나 이해충돌 여지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신씨는 윤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는 유명 한방의료재단 이사장의 딸이다. 신씨에게 이 비서관을 소개한 이도 윤 대통령으로 전해진다. 신씨는 2013년 이 비서관과 결혼했다.

잇단 친인척·지인 특채 논란
대통령실 인사검증 도마 위

김 여사의 활동 폭은 점점 넓어지고 있지만, 과거 정부에서 대통령 부인 지원 업무를 관장했던 제2부속실은 없는 상황이다. 공적기구 없이 김 여사 활동이 계속되는 동안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제2부속실 신설을 새로 검토할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법조 인맥과 개인 친분을 중심으로 한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기조도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윤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 주요 인사를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찰 특수통 인사로 채우면서 검찰 측근 챙기기가 도드라진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 비서관은 대선 기간에도 윤 대통령 캠프에서 네거티브 대응 업무를 맡았다.

‘지인 채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KBS는 최근 윤 대통령 부부를 수행·보좌하는 대통령 부속실에 윤 대통령 외가 쪽 친척인 최씨가 국장급 선임행정관으로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씨는 윤 대통령과 6촌 지간이다. 윤 대통령의 친척 동생인 최씨는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며 김건희 여사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친척 채용은 위법이 아니지만 공정에 반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국회의 경우 4촌 이내 인척 채용을 금지하고 8촌 이내 인척 채용 시에는 반드시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 출신인 최씨는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캠프에서 회계팀장을 맡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도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의 비선 권력 핵심으로 떠오른 황모 동부전기산업 회장의 아들 황모씨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청년정책 담당 5급 행정관으로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황씨는 윤 대통령을 삼촌, 김 여사를 작은엄마로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 또한 사석에서 황씨를 조카처럼 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황씨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선 출마를 결심하며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했을 때부터 줄곧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직후 황씨와 관련해 캠프 내부에서도 사적 인연을 통한 등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았다.

당시 윤석열 캠프는 황씨와 관련된 의혹들을 부인해왔다. 캠프 구성원들은 황씨를 윤 대통령의 먼 친인척 쯤으로 여기기도 했다.

황씨 관련 논란이 다시 불거진 건 <더 팩트>가 보도한 이른바 ‘김건희 목덜미 영상’ 때였다. 언론의 취재를 피해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안으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간 스포츠머리에 양복 차림을 한 인사가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던 황씨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다.

황씨가 이른바 ‘김건희 비선라인’의 일원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았던 건 건진법사의 제자 ‘심 박사’다.

‘코바나컨텐츠 황씨’ 관련 논란은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이른바 김건희 7시간 녹취록에도 나온다. 지난해 8월30일 있었던 이명수 기자의 코바나컨텐츠 강의 현장에 황씨가 참석했고, 강의를 사전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윤석열 후보 비서실 황’이라고 밝힌 인사와 이 기자가 주고받은 전화와 메시지 등 증거가 있다는 내용이다.

취재 들어가자
부담 느꼈나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은 것은 건진법사의 제자인 심 박사로 확인됐다. 황씨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운전과 수행을 담당하기도 했다. 황씨는 양 전 원장이 직접 인턴으로 데려왔다. 그는 양 전 원장이 취임한 2019년 5월부터 약 14개월간 일했고. 양 전 원장이 사임하면서 함께 그만뒀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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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