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챙기는 대통령실 막 하는 인사 막전막후

이번엔 극우 유튜버 친누나 ‘알고 썼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극우 유튜버의 친누나가 윤석열 대통령실 홍보수석실 행정요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안정권 벨라도 대표의 누나인 안모씨는 홍보수석실에서 전담 영상 업무를 맡았다. 안씨의 영상 제작 및 편집 실력이 특출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윤석열정부의 ‘제 식구 챙기기’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씨는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에 더 큰 부담을 주기 직전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40대 초반인 안모씨는 ‘또순이TV’라는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면서 대중들과 소통하는 일 외에도 지난해 말까지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을 비판하는 방송을 해왔다. 그의 친동생인 안정권 벨라도 대표는 대표적인 극우 유튜버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욕설과 막말을 내뱉는 등 수차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작년 말까지
이 비판 방송

대통령실은 “캠프에서부터 영상편집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밝혔으나 안씨를 잘 아는 주변인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입을 모은다.

대통령실은 안 대표의 친누나가 홍보수석실 행정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대통령실 측은 “안씨가 대통령실 행정요원으로 근무하는 것은 맞고, 안씨가 유튜버로 활동했던 안정권 벨라도 대표의 누나인 것도 맞다”며 “그러나 이는 대통령실 임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안씨는 지난해 11월 초부터 선거 캠프에 참여해 영상·편집 등의 일을 했고, 이 능력을 인정받아 대통령실에 임용된 것”이라며 “안씨는 선거 캠프 참여 이후 안정권씨 활동에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누나와 동생을 엮어 채용을 문제 삼는 것은 연좌제나 다름없고, 심각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며 “안씨의 채용 과정에는 어떤 문제도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안씨가 지난해 11월 초부터 선거 캠프에 참여한 이후 영상과 편집 등의 업무를 맡으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선거 캠프와 인수위원회서 관련 업무를 해온 인사들과 안씨에 대해 잘 아는 인물들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윤석열 캠프 출신의 한 관계자는 “안씨의 능력이 특출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안씨 말고도 대통령실에 갈만한 인재가 많았다. 그만큼 뽑힐 줄 알았던 이들이 임명에서 제외된 경우가 상당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실의 능력 검증에 의구심이 든다. 지금까지 측근·친인척 채용으로 줄을 세워 윤정부에 실망한 사람도 많다”며 “‘제 식구 챙기기’가 여전하다는 게 국민적 눈높이”라고 비판했다.

안씨가 구체적으로 윤석열 캠프와 대통령실에서 어떤 업무와 성과를 내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안씨가 운영한 유튜브 계정을 보면 영상편집 능력이 우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안씨는 2020년 10월22일 ‘또순이TV’라는 채널을 개설했다. 그의 채널 설명을 보면 ‘갈팡질팡! 방송 초보의 좌충우돌 유튜브 개척기! 10만 크리에이터 도전하는 막무가내? 아줌마의 (셀프/전화/대면) 수다방!!’이라고 적혀 있다.

안씨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 영상편집 능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할만한 영상은 거의 없다. 대부분 대중과의 소통 위주 방송과 수다를 즐기는 콘텐츠들뿐이다. 그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동생 명의의 계좌번호를 공유해 후원을 받거나 안 대표와 ‘합동 방송’을 하기도 했다.


‘양산 사저’ 욕설·막말 시위자 누나
홍보수석실 근무 알려지자 돌연 사의

“동생을 엮어 채용을 문제 삼는 것은 연좌제”라는 대통령실의 입장도 비판받고 있다. 안씨가 자신의 동생과 회사, 조직 등을 같이 경영했기에 연좌제라고 반박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안씨는 개인 채널에서 꾸준히 벨라도를 홍보하고, 자신의 벨라도 방송 출연을 예고하기도 했다. 안씨는 지난해 캠프에 합류하기 불과 3개월 전까지도 자리를 비운 동생을 대신해 벨라도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안씨가 동생과 수년간 함께 논란의 콘텐츠를 만들고 해당 수익을 나눠왔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의 해명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도로 새누리당’ ‘도로 한국당’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극우 유튜버들을 배제해야 중도층을 끌어모을 수 있다”며 “대통령실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최근까지 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고성·욕설 시위를 해왔다.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에 따르면 안씨는 시위 도중 “문재인 이 간첩 XX야, 니하고 김정숙 백신 피해자와 국민 앞에 사죄해”라고 외쳤다.

경남 양산경찰서는 벨라도를 비롯한 보수단체가 양산 사저 앞에 신고한 집회에 금지를 통고했다. 벨라도는 경찰 조치에 반발해 집회 금지 통고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냈지만 울산지법은 지난 5일 기각했다.

그간 문 전 대통령 부부와 평산마을 주민들은 집회 개최자들의 확성기 및 스피커 사용으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7일,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가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 집무실(주변)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기도 했다.

이어 “김정숙 이 X야, 네가 샤넬에 어울리기나 하냐. 남의 기업 조지는 데 재주 있는 김정숙 사과하라”며 “너는 5일장 몸빼도 아까운 X이여”라는 등 막말도 늘어놨다. 안 대표는 동영상을 통해 세월호 혐오 발언을 하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거나 문 전 대통령 등도 원색적으로 비방하기도 했다.

막 가다 쓰나
필터 의구심

안 대표가 운영하던 채널인 ‘GZSS’와 ‘GZSS팀’은 2020년 극단적 혐오 발언으로 영구적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이 채널에는 “선거 부정은 투표함 바꿔치기한 것” “김종인은 정책적으로 문재인보다 더 빨갱이다. 골칫덩어리 영감” 등의 영상이 게재됐다.

그는 과거부터 수차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2019년 2월15일 5·18민주화운동 왜곡에 참여했다. 2020년 2월25일에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극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를 했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이 천막 안에서 성행위를 했다는 주장을 한 데 이어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 건물 앞에서 타 유튜버들과 도를 넘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대통령실이 지난 3월부터 진행된 민주당사 앞 ‘민주당 개혁 촛불문화제’를 지속적으로 방해하기도 했다. 또 발언을 진행 중인 참가자들에게 욕설과 막말을 내뱉는 행태도 보였다.

지난 5월에는 윤 대통령 취임식장에 참석했고 같은 달 28일에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선대위원장 및 인천 계양을 후보 유세 현장에서 주민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한 행위로 계양구 선관위에 고발당했다. 안 대표와 그가 대표로 있는 방송 플랫폼인 벨라도의 직원 등은 지난 5월10일 윤 대통령 취임식에 특별초청 되기도 했다.

안 대표의 영상을 편집해 올리는 유튜브 채널 ‘브하 스튜디오’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안정권 대표님 이하 벨라도 직원 외 관련자 총 15장(특별초청장) 받았네요^^”라며 안 대표의 대통령 취임식 특별초청장을 공개했다.

안 대표가 5·18 음모론을 주장하는 극우 유튜버인 만큼 특별초청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안 대표는 2019년 “지만원 박사가 지난 19년 동안 북한 특수군 침투 자료를 증거로 내세우니 정치권이 정신병자로 몰아갔다”고 발언하는 등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했다는 지씨의 음모론에 동조한 인물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 당시 취임사에서 ‘반지성주의’를 강조했고 지난 5월18일 5·18 기념사에서는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그 자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케케묵은 5·18 북한군 개입 음모론을 주장하는 인물을 취임식에 특별 초청하고 그의 방송을 홍보하고 함께한 누나를 영입해 대통령실 직원으로까지 채용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안 대표의 과거 행보를 알면서도 안씨의 채용한 것은 논란을 자초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대통령실이 안 대표의 행보를 알고도 안씨를 채용했으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안씨가 비상식적 행보를 보인 적은 없지만 적어도 안 대표의 행보를 알았다면 채용에서 제외하는 게 논란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캠프 출신들
“능력은 글쎄”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논란이 지속되다 보니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이라며 “오늘 대통령실 관계자의 해명을 보고 윤석열정부의 눈높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잇단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이원모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 배우자 신모씨가 윤 대통령 부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스페인 마드리드 일정에 동행한 것이 확인된 데 이어 대통령 부속실에 윤 대통령과 6촌 지간인 최모씨가 국장급 선임 행정관으로 근무 중인 게 드러나면서 불공정 논란까지 겹쳤다.

윤 대통령 취임 초부터 제기되던 비선·측근 리스크가 재차 돌출됐다는 지적이다. 신씨는 윤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비서실에 근무하기 위해 출근도 했지만, 남편이 인사비서관에 먼저 임명되면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제11조(가족 채용 제한)에 따라 본인이 고사해 채용되지 않았다.

신씨의 마드리드 동행을 둘러싼 비판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대통령실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비서관의 배우자가 대통령 일정에 동행하며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이용하고, 대통령과 같은 숙소에 머무른 것 등이 이해충돌이나 특혜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간인인 신씨가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일정을 도우면서 제2부속실 직원의 일을 대신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여사가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당시 지인을 동행해 비판이 일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여사의 지인들은 대부분 코바나컨텐츠 출신이었다.

이들이 대통령실에 채용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특혜 채용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신씨는 지난달 초 나토 순방답사팀 일원으로 마드리드를 다녀왔고, 지난달 22일 윤 대통령 부부보다 5일 앞서 선발대로 스페인으로 출국했다.

지난 1일 귀국 때는 윤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 참모진, 기자단과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했다. 대통령실은 신씨에게 항공편과 숙소를 지원했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친 ‘기타 수행원’ 신분으로 별도 보수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특혜나 이해충돌 여지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신씨는 윤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는 유명 한방의료재단 이사장의 딸이다. 신씨에게 이 비서관을 소개한 이도 윤 대통령으로 전해진다. 신씨는 2013년 이 비서관과 결혼했다.

잇단 친인척·지인 특채 논란
대통령실 인사검증 도마 위

김 여사의 활동 폭은 점점 넓어지고 있지만, 과거 정부에서 대통령 부인 지원 업무를 관장했던 제2부속실은 없는 상황이다. 공적기구 없이 김 여사 활동이 계속되는 동안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제2부속실 신설을 새로 검토할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법조 인맥과 개인 친분을 중심으로 한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기조도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윤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 주요 인사를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찰 특수통 인사로 채우면서 검찰 측근 챙기기가 도드라진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 비서관은 대선 기간에도 윤 대통령 캠프에서 네거티브 대응 업무를 맡았다.

‘지인 채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KBS는 최근 윤 대통령 부부를 수행·보좌하는 대통령 부속실에 윤 대통령 외가 쪽 친척인 최씨가 국장급 선임행정관으로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씨는 윤 대통령과 6촌 지간이다. 윤 대통령의 친척 동생인 최씨는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며 김건희 여사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친척 채용은 위법이 아니지만 공정에 반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국회의 경우 4촌 이내 인척 채용을 금지하고 8촌 이내 인척 채용 시에는 반드시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 출신인 최씨는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캠프에서 회계팀장을 맡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도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의 비선 권력 핵심으로 떠오른 황모 동부전기산업 회장의 아들 황모씨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청년정책 담당 5급 행정관으로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황씨는 윤 대통령을 삼촌, 김 여사를 작은엄마로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 또한 사석에서 황씨를 조카처럼 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황씨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선 출마를 결심하며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했을 때부터 줄곧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직후 황씨와 관련해 캠프 내부에서도 사적 인연을 통한 등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았다.

당시 윤석열 캠프는 황씨와 관련된 의혹들을 부인해왔다. 캠프 구성원들은 황씨를 윤 대통령의 먼 친인척 쯤으로 여기기도 했다.

황씨 관련 논란이 다시 불거진 건 <더 팩트>가 보도한 이른바 ‘김건희 목덜미 영상’ 때였다. 언론의 취재를 피해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안으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간 스포츠머리에 양복 차림을 한 인사가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던 황씨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다.

황씨가 이른바 ‘김건희 비선라인’의 일원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았던 건 건진법사의 제자 ‘심 박사’다.

‘코바나컨텐츠 황씨’ 관련 논란은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이른바 김건희 7시간 녹취록에도 나온다. 지난해 8월30일 있었던 이명수 기자의 코바나컨텐츠 강의 현장에 황씨가 참석했고, 강의를 사전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윤석열 후보 비서실 황’이라고 밝힌 인사와 이 기자가 주고받은 전화와 메시지 등 증거가 있다는 내용이다.

취재 들어가자
부담 느꼈나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은 것은 건진법사의 제자인 심 박사로 확인됐다. 황씨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운전과 수행을 담당하기도 했다. 황씨는 양 전 원장이 직접 인턴으로 데려왔다. 그는 양 전 원장이 취임한 2019년 5월부터 약 14개월간 일했고. 양 전 원장이 사임하면서 함께 그만뒀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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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