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챙기는 대통령실 막 하는 인사 막전막후

이번엔 극우 유튜버 친누나 ‘알고 썼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극우 유튜버의 친누나가 윤석열 대통령실 홍보수석실 행정요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안정권 벨라도 대표의 누나인 안모씨는 홍보수석실에서 전담 영상 업무를 맡았다. 안씨의 영상 제작 및 편집 실력이 특출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윤석열정부의 ‘제 식구 챙기기’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씨는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에 더 큰 부담을 주기 직전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40대 초반인 안모씨는 ‘또순이TV’라는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면서 대중들과 소통하는 일 외에도 지난해 말까지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을 비판하는 방송을 해왔다. 그의 친동생인 안정권 벨라도 대표는 대표적인 극우 유튜버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욕설과 막말을 내뱉는 등 수차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작년 말까지
이 비판 방송

대통령실은 “캠프에서부터 영상편집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밝혔으나 안씨를 잘 아는 주변인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입을 모은다.

대통령실은 안 대표의 친누나가 홍보수석실 행정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대통령실 측은 “안씨가 대통령실 행정요원으로 근무하는 것은 맞고, 안씨가 유튜버로 활동했던 안정권 벨라도 대표의 누나인 것도 맞다”며 “그러나 이는 대통령실 임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안씨는 지난해 11월 초부터 선거 캠프에 참여해 영상·편집 등의 일을 했고, 이 능력을 인정받아 대통령실에 임용된 것”이라며 “안씨는 선거 캠프 참여 이후 안정권씨 활동에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누나와 동생을 엮어 채용을 문제 삼는 것은 연좌제나 다름없고, 심각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며 “안씨의 채용 과정에는 어떤 문제도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안씨가 지난해 11월 초부터 선거 캠프에 참여한 이후 영상과 편집 등의 업무를 맡으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선거 캠프와 인수위원회서 관련 업무를 해온 인사들과 안씨에 대해 잘 아는 인물들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윤석열 캠프 출신의 한 관계자는 “안씨의 능력이 특출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안씨 말고도 대통령실에 갈만한 인재가 많았다. 그만큼 뽑힐 줄 알았던 이들이 임명에서 제외된 경우가 상당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실의 능력 검증에 의구심이 든다. 지금까지 측근·친인척 채용으로 줄을 세워 윤정부에 실망한 사람도 많다”며 “‘제 식구 챙기기’가 여전하다는 게 국민적 눈높이”라고 비판했다.

안씨가 구체적으로 윤석열 캠프와 대통령실에서 어떤 업무와 성과를 내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안씨가 운영한 유튜브 계정을 보면 영상편집 능력이 우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안씨는 2020년 10월22일 ‘또순이TV’라는 채널을 개설했다. 그의 채널 설명을 보면 ‘갈팡질팡! 방송 초보의 좌충우돌 유튜브 개척기! 10만 크리에이터 도전하는 막무가내? 아줌마의 (셀프/전화/대면) 수다방!!’이라고 적혀 있다.

안씨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 영상편집 능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할만한 영상은 거의 없다. 대부분 대중과의 소통 위주 방송과 수다를 즐기는 콘텐츠들뿐이다. 그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동생 명의의 계좌번호를 공유해 후원을 받거나 안 대표와 ‘합동 방송’을 하기도 했다.


‘양산 사저’ 욕설·막말 시위자 누나
홍보수석실 근무 알려지자 돌연 사의

“동생을 엮어 채용을 문제 삼는 것은 연좌제”라는 대통령실의 입장도 비판받고 있다. 안씨가 자신의 동생과 회사, 조직 등을 같이 경영했기에 연좌제라고 반박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안씨는 개인 채널에서 꾸준히 벨라도를 홍보하고, 자신의 벨라도 방송 출연을 예고하기도 했다. 안씨는 지난해 캠프에 합류하기 불과 3개월 전까지도 자리를 비운 동생을 대신해 벨라도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안씨가 동생과 수년간 함께 논란의 콘텐츠를 만들고 해당 수익을 나눠왔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의 해명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도로 새누리당’ ‘도로 한국당’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극우 유튜버들을 배제해야 중도층을 끌어모을 수 있다”며 “대통령실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최근까지 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고성·욕설 시위를 해왔다.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에 따르면 안씨는 시위 도중 “문재인 이 간첩 XX야, 니하고 김정숙 백신 피해자와 국민 앞에 사죄해”라고 외쳤다.

경남 양산경찰서는 벨라도를 비롯한 보수단체가 양산 사저 앞에 신고한 집회에 금지를 통고했다. 벨라도는 경찰 조치에 반발해 집회 금지 통고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냈지만 울산지법은 지난 5일 기각했다.

그간 문 전 대통령 부부와 평산마을 주민들은 집회 개최자들의 확성기 및 스피커 사용으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7일,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가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 집무실(주변)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기도 했다.

이어 “김정숙 이 X야, 네가 샤넬에 어울리기나 하냐. 남의 기업 조지는 데 재주 있는 김정숙 사과하라”며 “너는 5일장 몸빼도 아까운 X이여”라는 등 막말도 늘어놨다. 안 대표는 동영상을 통해 세월호 혐오 발언을 하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거나 문 전 대통령 등도 원색적으로 비방하기도 했다.

막 가다 쓰나
필터 의구심

안 대표가 운영하던 채널인 ‘GZSS’와 ‘GZSS팀’은 2020년 극단적 혐오 발언으로 영구적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이 채널에는 “선거 부정은 투표함 바꿔치기한 것” “김종인은 정책적으로 문재인보다 더 빨갱이다. 골칫덩어리 영감” 등의 영상이 게재됐다.

그는 과거부터 수차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2019년 2월15일 5·18민주화운동 왜곡에 참여했다. 2020년 2월25일에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극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를 했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이 천막 안에서 성행위를 했다는 주장을 한 데 이어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 건물 앞에서 타 유튜버들과 도를 넘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대통령실이 지난 3월부터 진행된 민주당사 앞 ‘민주당 개혁 촛불문화제’를 지속적으로 방해하기도 했다. 또 발언을 진행 중인 참가자들에게 욕설과 막말을 내뱉는 행태도 보였다.

지난 5월에는 윤 대통령 취임식장에 참석했고 같은 달 28일에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선대위원장 및 인천 계양을 후보 유세 현장에서 주민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한 행위로 계양구 선관위에 고발당했다. 안 대표와 그가 대표로 있는 방송 플랫폼인 벨라도의 직원 등은 지난 5월10일 윤 대통령 취임식에 특별초청 되기도 했다.

안 대표의 영상을 편집해 올리는 유튜브 채널 ‘브하 스튜디오’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안정권 대표님 이하 벨라도 직원 외 관련자 총 15장(특별초청장) 받았네요^^”라며 안 대표의 대통령 취임식 특별초청장을 공개했다.

안 대표가 5·18 음모론을 주장하는 극우 유튜버인 만큼 특별초청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안 대표는 2019년 “지만원 박사가 지난 19년 동안 북한 특수군 침투 자료를 증거로 내세우니 정치권이 정신병자로 몰아갔다”고 발언하는 등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했다는 지씨의 음모론에 동조한 인물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 당시 취임사에서 ‘반지성주의’를 강조했고 지난 5월18일 5·18 기념사에서는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그 자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케케묵은 5·18 북한군 개입 음모론을 주장하는 인물을 취임식에 특별 초청하고 그의 방송을 홍보하고 함께한 누나를 영입해 대통령실 직원으로까지 채용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안 대표의 과거 행보를 알면서도 안씨의 채용한 것은 논란을 자초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대통령실이 안 대표의 행보를 알고도 안씨를 채용했으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안씨가 비상식적 행보를 보인 적은 없지만 적어도 안 대표의 행보를 알았다면 채용에서 제외하는 게 논란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캠프 출신들
“능력은 글쎄”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논란이 지속되다 보니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이라며 “오늘 대통령실 관계자의 해명을 보고 윤석열정부의 눈높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잇단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이원모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 배우자 신모씨가 윤 대통령 부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스페인 마드리드 일정에 동행한 것이 확인된 데 이어 대통령 부속실에 윤 대통령과 6촌 지간인 최모씨가 국장급 선임 행정관으로 근무 중인 게 드러나면서 불공정 논란까지 겹쳤다.

윤 대통령 취임 초부터 제기되던 비선·측근 리스크가 재차 돌출됐다는 지적이다. 신씨는 윤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비서실에 근무하기 위해 출근도 했지만, 남편이 인사비서관에 먼저 임명되면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제11조(가족 채용 제한)에 따라 본인이 고사해 채용되지 않았다.

신씨의 마드리드 동행을 둘러싼 비판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대통령실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비서관의 배우자가 대통령 일정에 동행하며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이용하고, 대통령과 같은 숙소에 머무른 것 등이 이해충돌이나 특혜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간인인 신씨가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일정을 도우면서 제2부속실 직원의 일을 대신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여사가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당시 지인을 동행해 비판이 일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여사의 지인들은 대부분 코바나컨텐츠 출신이었다.

이들이 대통령실에 채용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특혜 채용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신씨는 지난달 초 나토 순방답사팀 일원으로 마드리드를 다녀왔고, 지난달 22일 윤 대통령 부부보다 5일 앞서 선발대로 스페인으로 출국했다.

지난 1일 귀국 때는 윤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 참모진, 기자단과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했다. 대통령실은 신씨에게 항공편과 숙소를 지원했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친 ‘기타 수행원’ 신분으로 별도 보수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특혜나 이해충돌 여지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신씨는 윤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는 유명 한방의료재단 이사장의 딸이다. 신씨에게 이 비서관을 소개한 이도 윤 대통령으로 전해진다. 신씨는 2013년 이 비서관과 결혼했다.

잇단 친인척·지인 특채 논란
대통령실 인사검증 도마 위

김 여사의 활동 폭은 점점 넓어지고 있지만, 과거 정부에서 대통령 부인 지원 업무를 관장했던 제2부속실은 없는 상황이다. 공적기구 없이 김 여사 활동이 계속되는 동안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제2부속실 신설을 새로 검토할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법조 인맥과 개인 친분을 중심으로 한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기조도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윤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 주요 인사를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찰 특수통 인사로 채우면서 검찰 측근 챙기기가 도드라진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 비서관은 대선 기간에도 윤 대통령 캠프에서 네거티브 대응 업무를 맡았다.

‘지인 채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KBS는 최근 윤 대통령 부부를 수행·보좌하는 대통령 부속실에 윤 대통령 외가 쪽 친척인 최씨가 국장급 선임행정관으로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씨는 윤 대통령과 6촌 지간이다. 윤 대통령의 친척 동생인 최씨는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며 김건희 여사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친척 채용은 위법이 아니지만 공정에 반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국회의 경우 4촌 이내 인척 채용을 금지하고 8촌 이내 인척 채용 시에는 반드시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 출신인 최씨는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캠프에서 회계팀장을 맡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도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의 비선 권력 핵심으로 떠오른 황모 동부전기산업 회장의 아들 황모씨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청년정책 담당 5급 행정관으로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황씨는 윤 대통령을 삼촌, 김 여사를 작은엄마로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 또한 사석에서 황씨를 조카처럼 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황씨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선 출마를 결심하며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했을 때부터 줄곧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직후 황씨와 관련해 캠프 내부에서도 사적 인연을 통한 등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았다.

당시 윤석열 캠프는 황씨와 관련된 의혹들을 부인해왔다. 캠프 구성원들은 황씨를 윤 대통령의 먼 친인척 쯤으로 여기기도 했다.

황씨 관련 논란이 다시 불거진 건 <더 팩트>가 보도한 이른바 ‘김건희 목덜미 영상’ 때였다. 언론의 취재를 피해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안으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간 스포츠머리에 양복 차림을 한 인사가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던 황씨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다.

황씨가 이른바 ‘김건희 비선라인’의 일원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았던 건 건진법사의 제자 ‘심 박사’다.

‘코바나컨텐츠 황씨’ 관련 논란은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이른바 김건희 7시간 녹취록에도 나온다. 지난해 8월30일 있었던 이명수 기자의 코바나컨텐츠 강의 현장에 황씨가 참석했고, 강의를 사전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윤석열 후보 비서실 황’이라고 밝힌 인사와 이 기자가 주고받은 전화와 메시지 등 증거가 있다는 내용이다.

취재 들어가자
부담 느꼈나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은 것은 건진법사의 제자인 심 박사로 확인됐다. 황씨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운전과 수행을 담당하기도 했다. 황씨는 양 전 원장이 직접 인턴으로 데려왔다. 그는 양 전 원장이 취임한 2019년 5월부터 약 14개월간 일했고. 양 전 원장이 사임하면서 함께 그만뒀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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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