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저격수' 정준길 둘러싼 진실게임 전모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9.17 09: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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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결선 열리기도 전에 퇴장 당할라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누구의 혀가 진실을 깨물고 있는 것일까? 웬만해선 정면대결을 피하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대통령선거를 100여 일 앞두고 링 위에 올라섰다. 안 원장의 책사가 짧고 굵직한 폭로로 선제펀치를 날렸고, 상대는 방어 한번 제대로 못한 채 링 밖으로 내려왔다. 끝날 줄 알았던 책사들의 승부는 패자가 장외펀치를 날리며 2라운드에 돌입했다. 게다가 제3의 인물인 택시기사의 가세와 예고 없는 교통사고까지 발생해 책사들의 링 밖 진실게임이 한창이다.

박근혜·안철수 두 유력 대선주자를 둘러싸고 대리전이 볼만하다. 정작 본인들은 가만히 있는데 옆에서 더 난리들이다. 선제공격은 안철수 원장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가 날렸다. 그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새누리당 측 인사로부터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하면 불륜과 뇌물 관련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가 말하는 새누리당 측 인사는 검사 출신으로 박근혜 후보 캠프 공보위원을 맡고 있는 정준길 변호사였다.

해명 피하려 꼼수를?

이에 대해 정 변호사는 "친구사이에 오간 일상적인 대화"라고 주장하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박 후보도 "개인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하는데 이렇게 확대해석 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 변호사는 박 후보 캠프의 공보위원 자리를 사퇴했지만, 금 변호사와 막역한 사이임을 호소하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그는 금 변호사와 86학번 서울대 법대 동기로 '20년 지기' 친구임을 증명하기 위해 대학 시절 금 변호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심지어 금 변호사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하며 두 사람의 친분을 보여주려 애썼다. 이러한 정 변호사의 각고의 노력 끝에 한때 '정준길 동정론'이 확산되는 기류가 보이기도 했다.

"친구사이에 가볍게 오간 이야기를 가지고 금 변호사가 정략적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역풍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 변호사의 '안 원장 불출마 종용이 사실'이라는 택시기사 이모씨의 증언이 나오면서 판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이에 정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4일 아침 제 트라제 차량을 운전하던 중 통화를 했다"며 "운전기사분께서 제가 택시를 탄 것이라고 기억하신다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지만 오래 못 가 “택시기사의 정황이 맞다. 내가 통화 정황 착각해”라고 백기를 들어 체면을 구겼다.

민주통합당과 함께 나선 택시기사 이씨가 언론을 통해 끈질기게 진실을 주장한 탓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이씨는 국회 민주통합당 대표실에서 "블랙박스가 있다. 곧 확인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한 매체가 택시 운행기록을 분석한 결과 정 변호사가 택시를 타고 내린 시점과 금 변호사가 주장하는 통화 시간이 일치한 것으로 나타나 정 변호사가 이실직고를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던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새누리당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일련의 정황들이 박 후보에게 초대형 악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박 후보가 그동안 정 변호사의 말에 무게를 두고 언론을 통해 금 변호사의 발언을 반박해 왔던 만큼 정 변호사의 백기가 박 후보의 대선 행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전날인 11일에는 정 변호사가 차량 전복사고로 채널A의 생방송 <쾌도난마>에 출연하지 못한 사건까지 일어나 정 변호사에 대한 반감이 극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정 변호사는 이날 <쾌도난마>에 출연해 택시기사 이씨의 증언에 대해 해명할 예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몇 가지 발견돼 사고 진위가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의혹의 시발점은 당시 사고를 전한 언론의 보도에 있다. 사고 직후 언론에는 '정준길 교통사고, 중상' '정준길 크게 다쳐'라는 제목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 변호사가 경미한 부상으로 2시간 만에 퇴원한 것을 보더라도 사건 초반 보도는 굉장히 과장된 것을 알 수 있다.

택시기사 증언 두고 민주당까지 가세 거짓말 공방
의문의 '교통사고'와 연이은 증거에 정준길 백기투항 

정 변호사의 이러한 사고 소식은 새누리당에 의해 알려지거나 사고 당사자를 통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누리꾼들은 이를 두고 '조작에 의한 셀프사고'라고 비꼬았으며, 한 정치평론가는 언론을 통해 "무척 이상한 사고"라 평가했다.

또한 한 매체는 "방송 출연을 미루려고 교통사고를 낸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정 변호사의 설명을 직접 들으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밝혔다.

게다가 정 변호사가 교통사고 직후 정신이 멀쩡했음에도 <쾌도난마> 제작진에게 사고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계속 연락이 두절돼 정 변호사의 사고를 두고 '의도적인 펑크 내기'라는 말이 나와 이를 둘러싼 의혹이 수면 아래 잠복해 있는 형국이다.

또한 차가 전복된 상황에서 눈에 띄는 외상이 없더라도 우선 가까운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일반적인데도, 구급차가 가까운 곳을 두고 먼 곳의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한 것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서초구 사고현장 인근에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해 대형병원이 있어 더욱 그렇다. 사고 당시 정 변호사가 중앙대병원으로 이송해 줄 것을 요청했거나, 미리 중대병원에서 치료받도록 조치가 취해져야 가능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고 직후 <일요시사>가 직접 중대병원에 방문해 취재한 결과, 정 변호사를 직접 목격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병원 응급실 관계자는 "(정 변호사 사고와 관련) 벌써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았다"며 "당사자와 직접 통화해라. 아무것도 모른다"고 극구 답변을 회피했다.

병원 내 다른 직원도 취재기자의 입원자 명단 확인 요청에 "정준길이란 사람이 입원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하루도 못 가 중대병원 관계자가 정 변호사의 부상에 대해 "MRI, CT, 소변검사 등에서 전부 이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골절상 역시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혀 정 변호사의 입원 여부를 둘러싸고 엇갈린 진실이 나오고 있다.

국민적 의혹 밝혀야

일각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박 후보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측근들 문제가 불거지면 탁월한 '꼬리 자르기'로 위기를 모면했던 박 후보였기에, 이번에도 사고를 친 측근의 생방송 출연을 막아 입을 막으려 하지 않았겠느냐는 조심스런 분석이다.


정 변호사의 교통사고 이후 택시기사 이씨와 야권의 끈질긴 협공은 더 거세지는 양상이다. 가뜩이나 인혁당 사건 등 역사인식 문제로 야권의 거센 공세를 받고 있는 박 후보로선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정말 박 후보와 정 변호사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이기 위해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 했던 것일까. 정치권은 물론 시민들조차 정 변호사가 조금이라도 국민의 눈과 귀를 두려워했더라면 이런 상황이 초래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련의 의혹들을 결자해지 차원에서 속 시원하게 밝히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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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