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문재인-윤석열 파워게임

신·구 권력 제대로 붙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만남이 불발되면서 분위기가 싸늘하다. 협상 과정은 틀어질 대로 틀어졌다. 자신의 입장만을 고수하며 한 발짝도 뒤로 물러나지 않는 탓이다. 양측은 표면상으로만 만나자며 신경전을 벌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담이 4시간을 앞두고 한차례 결렬됐다. 표면상의 불발 이유는 실무협상 조율 문제 때문이다. 만남이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여전히 신‧구 권력은 서로를 견제하는 모양새다.

넘어야 할 
첫 번째 산

과거에도 정권이 바뀌면 인사 문제로 현 정부와 다음 정부가 충돌을 빚어왔다. 인사 문제는 새 정부가 탄생하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으로 분류된다. 

2008년 노무현정부에서 이명박정부로 정권이 교체될 때도 극심한 대립이 펼쳐졌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측은 인사 문제를 두고서 청와대에 2번이나 인사 자제를 요청했을 만큼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노 전 대통령 측이 중앙선거관리위원과 감사위원 등을 임명하자 즉각 반발했다. 이 전 대통령 측에서 즉각 항의하자 노 전 대통령은 오히려 자신에게 모욕을 주기 위함이냐며 맞불까지 놓은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전임 정부 인사의 절반을 남긴다는 관행을 깨버렸다. 참여 정부 인사 대부분을 교체하고 나섰다.

이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인사 솎아내기 작업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취임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연구기관장, 공공기관장 등이 줄줄이 사표를 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문제들도 과거와 비슷한 기류가 흐른다. 현재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사이에서 대립이 극에 달한 지점은 ‘인사 문제’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다.

인사 문제를 먼저 압박하고 나선 쪽은 인수위 측이다. 권영세 기획위원회부위원장이 한 차례 “문정부에서(정치적으로) 임명된 인사들은 스스로 거취를 정해야 한다”고 발언한 게 화근이었다.

권 부위원장의 발언은 350곳에 이르는 기관장 대부분이 차기 정부 출범 이후 임기를 유지하게 되는 상황인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중 쟁점은 검찰총장 유임과 차기 한국은행 총재 임명권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에 대한 거취와 관련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발언한 탓에 양측 인사권 대립은 더욱 불이 붙은 모양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김 총장의 임기는 아직 1년이 넘게 남았다. 이 같은 연유로 취임식 직후 김 총장을 교체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 당선인 역시 검찰총장 재직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겪으면서 검찰총장의 임기 보장을 강조했던 바 있다.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당시 윤 당선인은 검찰의 독립성 명분을 들며 총장직에서 버텼다. 이 같은 권 의원의 발언은 총장 교체가 필요하다는 점을 여론에 우회적으로 띄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사권 둘러싼 진실공방
퇴임 앞두고 알박기 시도?

이에 대해 김 총장은 물러날 뜻이 없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반박에 나섰다. 사퇴 압박에 대해 정면돌파를 택한 셈이다.

지금까지 검찰총장 임기제가 시행된 이후 임기를 마치고 그만둔 인물은 8명에 불과하다. 통상적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시점에 임기를 마치지 않고 그만뒀다. 

김 총장은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가장 먼저 사퇴할 것으로 보이는 인물 중 한 명으로 분류됐다. 그가 남은 임기를 이어가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데는 2가지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사건 수사와 검찰의 검찰 독립성이 쟁점이다. 

칼을 쥔 검찰이 대장동 사건 수사에 돌입한 지 6개월이 넘었지만 여전히 미적거리고 있는 상태다. 대장동은 대선기간 내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정쟁 사안이었다.

추후로도 여야가 대장동 특검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김 총장의 거취에도 더욱 관심이 쏠릴 수 있다. 윤 당선인 본인에 대한 수사도 남아있는 터라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김 총장의 유임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검찰 내에서도 김 총장의 유임 여부를 두고 반응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정권이 교체된다면 수장의 교체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동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임명된 검찰총장은 정치적 중립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현재까지는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의 거취 표명 여부도 알 수 없다.

이런 부담 속에서 향후 윤정부가 새 총장을 임명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온다. 현 정부와 차기 정부의 인사 대립은 비단 검찰총장 유임 문제뿐만이 아니다.

과거 존중?
미래 우선?

임기가 4년 보장된 한국은행 총재 지명권을 놓고서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진다. 통상 차기 한국은행 총재는 다음 정부에서도 임기를 이어간 뒤 물러났다.


이주열 총재는 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다. 이례적으로 문정부에서도 총재직을 이어가며 8년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금융권에서도 이 총재가 차기 정부에서 임기를 이어갈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총재가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 지난 23일 청와대는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차기 총재로 지목했다. 이런 탓에 양측의 대립은 더욱 심화된 양상을 띤다.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으로 보인다.

차기 총재 지목에 대해 윤 당선인 측은 “협의가 없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 국장이 좋은 사람 같다고 했던 게 전부”라며 “발표 10분 전에 전화 와서 임명하겠다고 전해 들었다”고 이 국장 지목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장 실장의 발언은 청와대 결정에 정면 반박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반면 청와대는 당선인 측과 협의가 있었다며 장 실장과는 정반대 의견이다.

다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신속히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또 이 국장이 다양한 이력을 가진 경제 금융 전문가인 만큼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설명에 대해 장 실장은 윤 당선인 측은 본인이라며 총재 지명을 두고 재차 반박하고 나섰다.

인사권 문제는 총재 임명 외에도 감사원 감사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도 난항이 예상된다. 윤 당선인 측에서 사전 협의를 요구했지만 청와대 측 입장은 현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진다는 데서 완고한 태도를 취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차기 총재 임명이 협의된다면 향후 나머지 문제도 쉽게 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사 문제가 해결될 경우 두 인물의 만남이 급속도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아직까지 협의점을 찾지 못해 만남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파다하다. 

끝까지…
승리자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온도 차가 뚜렷한 것은 한은 총재 지명 외에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도 있다. 대선기간 윤 당선인은 청와대의 권력을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집무실 이전을 통해 소통하는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직접 선언한 것.

해당 사안을 두고서도 윤 당선인과 현 정부의 의견 차가 극명하다. 청와대가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이전에 반대하는 이유는 안보 공백과 이전 비용 문제 때문으로 이전에 예비비를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전 비용을 두고서도 양쪽의 대립은 격화된 상태다. 윤 당선인 측은 집무실 이전 비용을 500억원으로 추산한 데 비해 민주당 측은 1조원이 든다고 집무실 이전에 반기를 들었다. 청와대 역시 강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양측의 첨예한 대립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민과의 가까움’을 서로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말도 나온다.

윤 당선인 측은 용산 이전에 대해 여전히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현 시점에서는 당장 추진이 어려워 보이는 대목이다. 당초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으나 가능성이 낮아지자 한 차례 용산 이전으로 방향을 선회하기도 했었다. 

용산 이전은 윤 당선인이 정권 교체의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윤 당선인이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 정부서 실행하지 못했던 공약을 이뤄냈다는 실리를 챙길 수 있는 까닭이다. 또 청와대에서 집무실을 옮기는 게 소통이라는 구도를 만들기 위함으로도 여겨진다.

앞서 문 대통령도 청와대 집무실 이전을 추진한 바 있으나 경호 문제 등을 이유로 무산됐던 바 있다. 윤 당선인이 문정부와 반대 방향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강력하게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려는 배경인 셈이다.

집무실 이전 두고도 대립
장기전 탓 양측 부담 가중

결국 윤 당선인은 용산 이전이 당장 추진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통의동 사무실을 집무실로 사용하겠다며 초강수를 뒀다. 사실상 용산 이전에 대해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힌 것으로 읽힌다.

다만 여론이 좋지 않은 편이라 재차 신중을 가하는 모습이다. 윤 당선인은 문정부와 정반대의 기조를 내세우며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유권자들의 기대를 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집무실 이전이 아닌 자신이 공약했던 것들을 먼저 이행한 뒤 집무실을 이전해도 늦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소야대 형국에서 윤 당선인이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만 관련 사안을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윤 당선인 인수위가 과거 정부와는 다르게 빠른 인사 영입을 통해 이르게 출범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집무실 이전 부분만 강조되고 있는 탓에 국가 비전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인수위에 합류한 얼굴들 역시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자)이 주를 이루고 있어 비판을 샀다. 이에 대해 인수위 측은 청년 위원 등 180명에 이르는 인물을 꾸렸다며 진화를 시도했다. 인수위는 집무실 이전에만 이목이 쏠리자 재빠르게 공식 의제로 코로나19 문제를 띄우기도 했다.

현재 인수위에는 과제들이 산적해있는 상태다. 총리 지명, 통합과 소통, 제왕적 대통령 탈피라는 새 정부 과제에 대한 해답을 윤정부 출범을 앞둔 50일 이내에 도출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지속된 마찰이 이런 의제 설정단계부터 시작해 물밑 기 싸움이 고조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대통령 중 전직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 경우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를 제외하고는 없다.

늦은 만남 탓에 회담이 늦을수록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모두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사실상 조율은 둘째치더라도 논의 자체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했던 셈이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한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말씀하신 대로 조율 없이 만나자”고 먼저 운을 띄웠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순리대로 해결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여전히 만남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열어놓았다는 취지로 읽힌다.

일단 만나야 
둘 다 산다

한편에서는 양측이 표면적으로만 만남을 원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전히 여러 문제가 조율이 되고 있지 않는 탓에 회동 자체가 불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장기적인 만남 불발에 양측 모두 부담을 느낀 모양새다. 결국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남은 19일 만에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양측의 만남으로 어떤 결과가 도출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회동 무산된 또 다른 이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직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제안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 사면은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내에 사용할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다. 

정치권에서는 첫 실무 협의 당시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해당 자리에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이 전 대통령의 동시 사면 방안이 제기됐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내에서도 엇갈린 의견이 쏟아졌다. 

극적 만남이 성사된 이후 문 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가 정치권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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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