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문정부' 결정적 헛발질 순간들

촛불은 그냥 그렇게 꺼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오는 10일이면 문재인정부가 막을 내린다. 지난 5년간 문재인 대통령은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 공도 있지만 당연히 과도 함께 있다. 문제는 공에 비해 과가 더 눈에 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말임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40%를 굳건히 지키며 흔히 말하는 레임덕 현상은 오지 않았다고 평가가 내려진다. 촛불민심으로 선택받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국정 초반 80%에 육박해 기대감이 컸다.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이내 곧 실망감으로 뒤집어졌다. 퇴임을 앞둔 현재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가면 갈수록
실패의 연속

한국형 뉴딜 정책 시행,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 G7 초청국으로서 국격을 높였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 대한 대응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비정규직 노동자 등 고용보험을 확대한 부분 역시 긍정적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남북 정상이 만나 손을 번쩍 들었던 순간도 있었고,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도 이뤄냈다. 대외적으로 성과를 낸 부분이 명확하다. 그러나 국내의 상황은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 평가가 문 대통령에게 비판이 가해지는 대목이다.

부동산, 검찰, 인사, 외교, 경제(일자리) 분야에서 문제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이런 탓에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이 서서히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부동산 = 부동산 문제는 문정부 5년간 짐짝처럼 따라다닌 존재다. 30번에 가까운 부동산 정책 대수술을 반복해왔지만 오히려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았다. 

취임 후 문정부에서 발표한 8·2대책 이후 지금까지 집값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투기가 과열된 양상을 보이면서 문정부는 투기꾼을 잡겠다며 규제를 통해 강한 그립을 쥐었다. 임대사업등록제를 실행을 통해 갭투자 등 투기를 막으려 시도한 것.

정부의 예상과는 다르게 주택을 소유한 이들은 집을 팔지 않고 임대사업등록으로 혜택을 받는 데 몰두했다.

이 정책은 오히려 투기세력의 배를 불린 꼴이 된 셈이 되고 말았다.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자는 의미로 시행했지만 결국 임대사업등록제는 폐지 수순에 접어들었다. 이런 탓에 문정부는 4년 만에 부동산 시장 안정화 실패를 인정하며 국민에게 직접 사과했다.

최근 들어서야 집값이 주춤한 양상을 띠지만 5년간 서울 아파트 기준 3.3㎡당 평균 매매가는 걷잡을 수 없이 상승했다.

일각에선 임대사업등록제를 제외하고 집값 상승이 공급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수요 규제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실제 아파트 공급량을 따져보면 이전 정부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다. 총량을 살펴보면 연간 54만호 규모다.

잘했다? 못했다? 역대 정권같이 공과 공존
퇴임 전후 여론은 싸늘…더 지나봐야 안다?


그러나 정부는 공급 부족을 원인으로 분석해왔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의 땅 투기 사건인 이른바 ‘LH 사태’가 터지면서 문정부에 대한 부동산 문제 해결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민심 악화에 기름을 끼얹게 된 꼴이다. LH 사태는 풀어야 할 국민적 숙제를 해결하지 않고, 내부정보를 활용해 공공직원들을 건드린 탓이 크다. 역린을 건드렸던 죄는 민주당이 패배한 재보선 결과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투기를 잡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르게 적이 내부에도 있었던 셈이다. 규제에 찍혀있던 부동산 대책의 방점을 공급으로 수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급히 공급을 늘리겠다고 선언했고,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급히 시행했으나 결국 전셋값마저 치솟아 버린 결과로 되돌아왔다. 

이렇듯 부동산 정책은 사실상 누더기 정책이 돼버렸다. 사실 이미 투기화된 시장을 정부가 예측하고 맞추기는 힘들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일관성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검찰 = 과거 검찰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권력으로 불렸다. 오랜 기간이 지나는 동안 검찰의 권력에 칼을 댈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앞선 노무현정부에서도 검찰개혁은 큰 화두였다. 검사와의 대화부터 촉발된 검찰개혁은 20년 세월이 지나는 동안 정치권의 풀지 못한 숙제 중 하나다. 

당시 한 검사는 노 전 대통령에게 몇 학번인지를 묻기도 했다. 대화가 보여주는 것처럼 검찰은 무서울 게 없는 권력이었던 셈이다. 문정부 역시 초기 필수 과제 중 하나로 검찰개혁을 띄웠다. 최근 민주당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으나 벌써부터 안팎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미완의
검수완박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출범 직후 내세운 검찰개혁 공약을 채택해 국정과제로 삼았다.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수처 설치, 자치경찰제 등이다.

문정부가 검찰개혁에 주안을 둔 포인트는 권력분산이다. 비교적 긴 시간 논의가 이뤄졌고, 2019년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완성됐다. 당시에도 검찰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완성하기 위해 파격적인 임명을 감행한다.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해서다. 파격적인 시도는 오히려 부메랑이 된 모양새다. 윤 당선인은 총장 임명 직후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시켰다. 

문 대통령의 긍정과 부정 지지율이 데드크로스를 맞이한 시기다. 사실상 ‘조국 사태’로 검찰이 청와대에 강한 반기를 들었다고 해석된다. 


이런 탓에 결국 조 전 장관은 35일 만에 장관직을 스스로 물러났다. 2019년 연말에 패스트트랙을 거쳐 검찰개혁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문정부에는 큰 타격이 가해졌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등을 완전히 돌리게 된 순간이다. 

여전히 검찰 조직의 저항은 거셌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압박하기 위해 검찰개혁 다음 주자로 추미애 전 장관을 임명했다. 

추 전 장관과 윤 당선인의 대립은 ‘추윤대전’이라고 불릴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첨예한 갈등을 이어갔다. 수사지휘권 발동, 징계 및 징계위원회 개최를 두고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윤 당선인 징계가 의결되자 추 전 장관이 먼저 물러났다. 반면 윤 당선인은 한동안 버텼다. 

야당과 보수 언론은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입장을 강하게 드러냈고,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로  몸집을 키웠다. 정치권에서는 검찰개혁이 조국 사태와 재보선 패배로 동력을 잃었고 윤 당선인이 대선주자로 나서게 된 계기로 평가한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었던 윤 당선인은 공정과 상식, 정권교체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최초의 검찰 출신 대통령이 됐다. 대선 패배를 기록한 민주당은 발 빠르게 움직여 검수완박을 재차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문 대통령도 임기가 끝나기 전 마지막 숙제로 검수완박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미완 상태라고 지적한다. 수사권 축소로 6대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를 경찰이 담당할 것인지, 경찰에 수사권이 집중될 경우 경찰 권력이 세지는 폐단에 대해서는 전혀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까닭이다. 


내로남불
그게 그거

문정부의 검찰개혁은 권력분산에 방점이 찍혀 있다. 견제기구로 공수처가 출범됐으나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견제를 전혀 하지 못했다. 이런 탓에 수사기관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하는 숙제가 남는다. 

▲인사 = 인사 문제는 부동산 문제와 함께 정권교체가 된 결정적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정부는 인사에서 좌우 가리지 않고 임명하는 탕평책을 펼쳤다. 

지난 5년간 인사청문회는 총 120회가 넘게 열렸다. 문정부는 인사 검증으로 위장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등을 검증하겠다는 7대 원칙을 내세워왔다. 강조해오던 공정이 실종돼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초기 내각 구성 당시부터 후보자들이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문 대통령이 강조하던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던 셈이다. 

특히 조국 사태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인사문제와도 접점이 있다. 대립각을 세웠던 윤 당선인은 대통령이 됐고, 국민의힘 후보로 나섰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정치 1번지 종로를 차지했다.

최 의원은 과거 감사원장 시절에 월성 1호기 원자력 발전소 조기 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 의결 과정에서 반기를 든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문정부의 인사들을 두고,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임기 말에는 문 대통령에게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까지 쏟아졌다. 

대외적인 성과 낸 부분 명확
“국내 상황은 제대로…” 지적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에 따르면 문정부에서 알박기 의혹이 의심된다고 밝혀진 인물은 52개 기관의 기관장 13명, 이사·감사 46명 등 총 59명이다. 

차기 정부와 기조가 다른 곳곳에 문정부 인사가 새로 요직을 차지했다. 이런 탓에 차기 정부 국정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외교 = 대한민국의 위상은 올라갔다. 선진국 지위로의 격상은 대한민국을 세계에 더 알리는 계기가 됐다. 문정부의 외교 성과 중 하나다. 집권 초반 남북 정상회담으로 북한과의 교착된 관계의 물꼬를 터 종전이 앞당겨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한껏 부풀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올라간 반면 최근 북한과의 관계는 꼬였다. 북한의 도발이 게속 이어졌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폭파됐다.

최근에는 열병식과 새로운 무기를 북한이 선보였다. 문 대통령 역시 임기 내 종전선언과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쉽지 않다고 밝혔을 만큼이다. 

높아진 국격과 대비되게 외교적 쟁점을 두고서는 전략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미국, 중국 사이에서 둘 중 누구를 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사이에서 한국은 늘 가운데였다.

일각에선 한 국가를 선택하는 것은 무리지만, 한국의 국익을 지켜 역할을 하는 실용적 외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경제 = 경제성장의 경우 소득주도 성장에 초첨을 맞췄으나 여전히 여러 문제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출범 직후인 2017년 일자리 확대를 이유로 들어 11조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시작으로 임기 내 총 10회, 매년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총 153조원에 이르는 규모다.

해당 추경은 앞선 3개 정부의 추경을 모두 합한 규모(90조원)보다 많다. 

그러나 소득주도 성장을 들인 이후에도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실질소득 격차는 여전하다. 코로나19 이후 통계상으로는 가계소득이 증가해 분배지표가 다소 개선되긴 했으나 이마저도 재난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생산에 기여하지 않고, 개인이 정부에게 받는 수입)이 있어서 가능했다. 

성공한 
대통령?

이제 바통은 윤 당선인에게 넘어간다. 윤 당선인의 공약은 현 정부와 반대되는 기류가 강하게 흐른다. 문 대통령의 지난 5년의 평가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문 대통령은 JTBC와의 대담에서 “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해 선도 국가로 도약하는 데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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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