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문정부' 결정적 헛발질 순간들

촛불은 그냥 그렇게 꺼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오는 10일이면 문재인정부가 막을 내린다. 지난 5년간 문재인 대통령은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 공도 있지만 당연히 과도 함께 있다. 문제는 공에 비해 과가 더 눈에 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말임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40%를 굳건히 지키며 흔히 말하는 레임덕 현상은 오지 않았다고 평가가 내려진다. 촛불민심으로 선택받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국정 초반 80%에 육박해 기대감이 컸다.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이내 곧 실망감으로 뒤집어졌다. 퇴임을 앞둔 현재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가면 갈수록
실패의 연속

한국형 뉴딜 정책 시행,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 G7 초청국으로서 국격을 높였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 대한 대응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비정규직 노동자 등 고용보험을 확대한 부분 역시 긍정적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남북 정상이 만나 손을 번쩍 들었던 순간도 있었고,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도 이뤄냈다. 대외적으로 성과를 낸 부분이 명확하다. 그러나 국내의 상황은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 평가가 문 대통령에게 비판이 가해지는 대목이다.

부동산, 검찰, 인사, 외교, 경제(일자리) 분야에서 문제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이런 탓에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이 서서히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부동산 = 부동산 문제는 문정부 5년간 짐짝처럼 따라다닌 존재다. 30번에 가까운 부동산 정책 대수술을 반복해왔지만 오히려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았다. 

취임 후 문정부에서 발표한 8·2대책 이후 지금까지 집값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투기가 과열된 양상을 보이면서 문정부는 투기꾼을 잡겠다며 규제를 통해 강한 그립을 쥐었다. 임대사업등록제를 실행을 통해 갭투자 등 투기를 막으려 시도한 것.

정부의 예상과는 다르게 주택을 소유한 이들은 집을 팔지 않고 임대사업등록으로 혜택을 받는 데 몰두했다.

이 정책은 오히려 투기세력의 배를 불린 꼴이 된 셈이 되고 말았다.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자는 의미로 시행했지만 결국 임대사업등록제는 폐지 수순에 접어들었다. 이런 탓에 문정부는 4년 만에 부동산 시장 안정화 실패를 인정하며 국민에게 직접 사과했다.

최근 들어서야 집값이 주춤한 양상을 띠지만 5년간 서울 아파트 기준 3.3㎡당 평균 매매가는 걷잡을 수 없이 상승했다.

일각에선 임대사업등록제를 제외하고 집값 상승이 공급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수요 규제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실제 아파트 공급량을 따져보면 이전 정부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다. 총량을 살펴보면 연간 54만호 규모다.

잘했다? 못했다? 역대 정권같이 공과 공존
퇴임 전후 여론은 싸늘…더 지나봐야 안다?


그러나 정부는 공급 부족을 원인으로 분석해왔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의 땅 투기 사건인 이른바 ‘LH 사태’가 터지면서 문정부에 대한 부동산 문제 해결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민심 악화에 기름을 끼얹게 된 꼴이다. LH 사태는 풀어야 할 국민적 숙제를 해결하지 않고, 내부정보를 활용해 공공직원들을 건드린 탓이 크다. 역린을 건드렸던 죄는 민주당이 패배한 재보선 결과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투기를 잡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르게 적이 내부에도 있었던 셈이다. 규제에 찍혀있던 부동산 대책의 방점을 공급으로 수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급히 공급을 늘리겠다고 선언했고,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급히 시행했으나 결국 전셋값마저 치솟아 버린 결과로 되돌아왔다. 

이렇듯 부동산 정책은 사실상 누더기 정책이 돼버렸다. 사실 이미 투기화된 시장을 정부가 예측하고 맞추기는 힘들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일관성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검찰 = 과거 검찰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권력으로 불렸다. 오랜 기간이 지나는 동안 검찰의 권력에 칼을 댈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앞선 노무현정부에서도 검찰개혁은 큰 화두였다. 검사와의 대화부터 촉발된 검찰개혁은 20년 세월이 지나는 동안 정치권의 풀지 못한 숙제 중 하나다. 

당시 한 검사는 노 전 대통령에게 몇 학번인지를 묻기도 했다. 대화가 보여주는 것처럼 검찰은 무서울 게 없는 권력이었던 셈이다. 문정부 역시 초기 필수 과제 중 하나로 검찰개혁을 띄웠다. 최근 민주당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으나 벌써부터 안팎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미완의
검수완박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출범 직후 내세운 검찰개혁 공약을 채택해 국정과제로 삼았다.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수처 설치, 자치경찰제 등이다.

문정부가 검찰개혁에 주안을 둔 포인트는 권력분산이다. 비교적 긴 시간 논의가 이뤄졌고, 2019년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완성됐다. 당시에도 검찰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완성하기 위해 파격적인 임명을 감행한다.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해서다. 파격적인 시도는 오히려 부메랑이 된 모양새다. 윤 당선인은 총장 임명 직후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시켰다. 

문 대통령의 긍정과 부정 지지율이 데드크로스를 맞이한 시기다. 사실상 ‘조국 사태’로 검찰이 청와대에 강한 반기를 들었다고 해석된다. 


이런 탓에 결국 조 전 장관은 35일 만에 장관직을 스스로 물러났다. 2019년 연말에 패스트트랙을 거쳐 검찰개혁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문정부에는 큰 타격이 가해졌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등을 완전히 돌리게 된 순간이다. 

여전히 검찰 조직의 저항은 거셌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압박하기 위해 검찰개혁 다음 주자로 추미애 전 장관을 임명했다. 

추 전 장관과 윤 당선인의 대립은 ‘추윤대전’이라고 불릴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첨예한 갈등을 이어갔다. 수사지휘권 발동, 징계 및 징계위원회 개최를 두고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윤 당선인 징계가 의결되자 추 전 장관이 먼저 물러났다. 반면 윤 당선인은 한동안 버텼다. 

야당과 보수 언론은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입장을 강하게 드러냈고,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로  몸집을 키웠다. 정치권에서는 검찰개혁이 조국 사태와 재보선 패배로 동력을 잃었고 윤 당선인이 대선주자로 나서게 된 계기로 평가한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었던 윤 당선인은 공정과 상식, 정권교체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최초의 검찰 출신 대통령이 됐다. 대선 패배를 기록한 민주당은 발 빠르게 움직여 검수완박을 재차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문 대통령도 임기가 끝나기 전 마지막 숙제로 검수완박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미완 상태라고 지적한다. 수사권 축소로 6대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를 경찰이 담당할 것인지, 경찰에 수사권이 집중될 경우 경찰 권력이 세지는 폐단에 대해서는 전혀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까닭이다. 


내로남불
그게 그거

문정부의 검찰개혁은 권력분산에 방점이 찍혀 있다. 견제기구로 공수처가 출범됐으나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견제를 전혀 하지 못했다. 이런 탓에 수사기관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하는 숙제가 남는다. 

▲인사 = 인사 문제는 부동산 문제와 함께 정권교체가 된 결정적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정부는 인사에서 좌우 가리지 않고 임명하는 탕평책을 펼쳤다. 

지난 5년간 인사청문회는 총 120회가 넘게 열렸다. 문정부는 인사 검증으로 위장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등을 검증하겠다는 7대 원칙을 내세워왔다. 강조해오던 공정이 실종돼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초기 내각 구성 당시부터 후보자들이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문 대통령이 강조하던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던 셈이다. 

특히 조국 사태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인사문제와도 접점이 있다. 대립각을 세웠던 윤 당선인은 대통령이 됐고, 국민의힘 후보로 나섰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정치 1번지 종로를 차지했다.

최 의원은 과거 감사원장 시절에 월성 1호기 원자력 발전소 조기 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 의결 과정에서 반기를 든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문정부의 인사들을 두고,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임기 말에는 문 대통령에게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까지 쏟아졌다. 

대외적인 성과 낸 부분 명확
“국내 상황은 제대로…” 지적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에 따르면 문정부에서 알박기 의혹이 의심된다고 밝혀진 인물은 52개 기관의 기관장 13명, 이사·감사 46명 등 총 59명이다. 

차기 정부와 기조가 다른 곳곳에 문정부 인사가 새로 요직을 차지했다. 이런 탓에 차기 정부 국정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외교 = 대한민국의 위상은 올라갔다. 선진국 지위로의 격상은 대한민국을 세계에 더 알리는 계기가 됐다. 문정부의 외교 성과 중 하나다. 집권 초반 남북 정상회담으로 북한과의 교착된 관계의 물꼬를 터 종전이 앞당겨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한껏 부풀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올라간 반면 최근 북한과의 관계는 꼬였다. 북한의 도발이 게속 이어졌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폭파됐다.

최근에는 열병식과 새로운 무기를 북한이 선보였다. 문 대통령 역시 임기 내 종전선언과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쉽지 않다고 밝혔을 만큼이다. 

높아진 국격과 대비되게 외교적 쟁점을 두고서는 전략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미국, 중국 사이에서 둘 중 누구를 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사이에서 한국은 늘 가운데였다.

일각에선 한 국가를 선택하는 것은 무리지만, 한국의 국익을 지켜 역할을 하는 실용적 외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경제 = 경제성장의 경우 소득주도 성장에 초첨을 맞췄으나 여전히 여러 문제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출범 직후인 2017년 일자리 확대를 이유로 들어 11조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시작으로 임기 내 총 10회, 매년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총 153조원에 이르는 규모다.

해당 추경은 앞선 3개 정부의 추경을 모두 합한 규모(90조원)보다 많다. 

그러나 소득주도 성장을 들인 이후에도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실질소득 격차는 여전하다. 코로나19 이후 통계상으로는 가계소득이 증가해 분배지표가 다소 개선되긴 했으나 이마저도 재난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생산에 기여하지 않고, 개인이 정부에게 받는 수입)이 있어서 가능했다. 

성공한 
대통령?

이제 바통은 윤 당선인에게 넘어간다. 윤 당선인의 공약은 현 정부와 반대되는 기류가 강하게 흐른다. 문 대통령의 지난 5년의 평가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문 대통령은 JTBC와의 대담에서 “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해 선도 국가로 도약하는 데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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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