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기상천외 천하길몽 '대통령감 태몽' 엿보기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9.12 13: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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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룡' 안철수 VS '흑룡' 박근혜 "왕은 하늘이 내린다?"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지만, 천하를 호령할 인물은 뱃속에서부터 알아보는 모양이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은 대부분 그에 걸맞은 '태몽' 하나씩은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전설 같은 태몽으로 후세에 기록된 역사 속 인물들. 과연 한 나라의 왕은 하늘에서 내리는 것일까? 기상천외한 왕들의 태몽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우리가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예지몽. 꿈은 우리에게 오랫동안 기다린 좋은 소식을 귀띔해주기도 하지만 가족 혹은 지인에게 닥칠지 모르는 위험을 경고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꿈이 우리에게 닥칠 행복과 불행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아주 짧은 시간, 꿈은 한 인간의 삶을 상징적으로 예고하기도 한다.

단군신화가 태몽이라고?
김두관, 황소가 집으로

홍순래 박사는 16년 동안 꿈을 연구하면서 올해 초 <태몽>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일요시사>는 '태몽 속에는 보이지 않는 운명의 길이 있다'라는 주제의 이 책을 이정표 삼아 옛 선조와 역대 대통령의 태몽을 역추적해 그들의 운명을 재조명하고 대선을 앞둔 몇몇 잠룡들의 태몽을 통해 올해 대선을 점쳐봤다.

정신과 의사인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이란 책을 지었고, 고대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꿈은 신이 보내는 것이며 마성적인 것이라 표현했다.

꿈은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미신적인 것으로 치부됐지만 예부터 이름을 날리는 학자들의 끝없는 연구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학문적으로 꿈을 연구하는 학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생의 예지몽'이라 불리는 태몽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홍 박사는 "우리 인간의 신비한 영적 정신능력은 장차 태어날 아이에 대한 관심과 미래사에 대한 궁금증을 태몽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며 "불교에서는 태몽을 태아의 영혼이 깃든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한 홍 박사는 태몽에 대한 믿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며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도 다르지 않다고 전한다. 석가모니와 예수의 태몽이 그것을 증명한다.

석가모니 어머니인 마야부인은 흰 코끼리가 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오는 태몽을 꾸었다.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는 성령으로 잉태한 후에 그의 남편이 될 요셉의 꿈을 꾸었는데, 성경에는 하나님의 사자가 나타나 예수의 잉태를 알려주었다고 기록돼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 백마의 말굽 소리가 천지 울려
김대중 전 대통령 - 꿈속에서 천신을 마주한 어머니 

석가모니(BC563-483)는 중부 네팔에서 왕의 아들로 태어나 35세에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었으며 그 후 교단을 설립한 세계 4대 성인 중 하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스와얌부나트'는 네팔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약 200년 전에 건립되었으며, 사원의 한쪽에는 코끼리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코끼리는 붓다를 상징하며 세계 불교인들이 신성시하는 동물로 여겨진다. 인도와 네팔 도심 곳곳에 '가네샤 신의 형상'이라 불리는 코끼리 형상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더라도 당시 석가의 코끼리 태몽은 후세에 이름을 날릴 인물을 암시하는 꿈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서정범 교수의 <한국 문학과 문화의 고향을 찾아서>란 책을 보면 한반도의 시조인 단군신화를 태몽으로 엮어 설명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서 교수는 '동굴에서 100일을 쑥 한지와 마늘 스무 개를 먹은 곰의 이야기'가 단군 어머니의 태몽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단군신화의 이 일화가 당시 곰을 신성시하는 부족이 일대를 지배했던 것을 나타낸다는 한 역사연구가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이러한 서 교수의 암시는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된다.

단군의 어머니가 아이를 잉태하고 곰의 꿈을 꾼 것은 단군이 왕이 될 것이라는 계시를 받은 것으로 석가의 어머니가 코끼리의 꿈을 꾼 것과도 맥을 같이해 고전에서도 역사적 인물의 태몽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태몽과 김두관 민주당 대선경선후보의 태몽도 큰 동물이 등장했다. 노 전 대통령 어머니의 꿈속에 수염이 하얀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이 고삐를 줄 터이니 저 백마를 타고 가라"고 말했고, 그 뒤 큰 말이 우렁차게 발굽을 내딛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고 한다.

손권, 품에 안긴 해
전태일, 부서진 태양

홍 박사의 <태몽>에 따르면 말에 관련한 태몽은 아이가 장차 도량이 넓거나 큰 부자가 됨을 나타내며, 정치나 사업 분야에서 뜻을 이룰 수 있는 정치가나 경영자가 될 것을 암시한다.

특히 백마는 아름다운 사람, 단체·권력을 상징하며 특히 야성적이고 힘찬 백마는 두각을 드러내는 귀한 인물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것이 노 전 대통령의 태몽인 것이다.

김 후보의 태몽은 커다란 황소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홍 박사는 "소는 사람에게 유용한 값진 동물로 소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꿈은 매우 좋은 꿈"이라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황소는 고집이 있고 자기 일에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성품을 지닌 인물을 암시하며 조선 초기 문과에 급제한 문신으로, 집현전 학자이자 세조 초 좌찬성을 지낸 박종손의 태몽과도 같은 것으로 확인된다.

동물에 대한 꿈 외에도 해와 달에 대한 태몽도 역사적인 인물을 상징한다고 한다. 해와 달은 만물을 비추며 우러러보는 대상으로, 임금과 왕비를 상징하는 등 장차 고귀하고 위대한 인물이 될 것을 예지한다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어머니는 하늘에 있는 달을 따오는 태몽을 꾸었다. 조선 인조(1595-1649)의 왕비인 인현왕후(1667-1701)의 태몽은 '지붕이 활짝 열리면서 해와 달이 하늘에서 떨어져 가슴속으로 들어오는 꿈'이다.


삼국지에 의하면 삼국시대 오나라 손견의 부인이 손책(175-200)을 낳을 때 달을 품에 안는 꿈을 꾸고 손권(182-252)을 낳을 때에는 해를 품에 안는 꿈을 꾸었다고 전해진다.

손권은 손책이 죽은 후 18세의 나이에 강동을 통치한 사람으로 적벽대전에서 조조를 물리치고 천하삼분의 기반을 굳힌 인물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태몽에도 달이 등장했다. 전 전 대통령의 태몽은 웅덩이에서 광채를 뿜는 달덩이를 어머니가 손으로 떠올려 치마폭에 담은 꿈이다.

이같이 달을 치마폭에 담는 태몽은 아이가 장차 국가나 사회적인 권세·명예·업적을 얻게 되거나, 사업체를 이루어내고 종교적인 성과를 얻게 됨을 뜻한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4남3녀 중 다섯째로 '상'자 돌림이지만, 이 대통령의 어머니가 동산 위의 보름달이 주위를 환하게 비추는 태몽을 꾸고는 돌림자를 쓰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홍 박사는 "달이 공중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꿈은 높은 존재가 될 것을 예시하는 것이며 달 꿈 중에서도 밝은 보름달의 표상이 가장 좋다"라고 설명했다.


태몽 두개인 대통령도
승천하는 용꿈이 최고

보름달이 가장 밝게 온 세상을 비춰, 세상에 영향력을 더욱 크게 떨치게 될 것을 예지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름이 '밝을 명(明)' '넓은 박(博)'자 인 것도 태몽에서 유래한다.

우리나라의 역사적 인물로는 일연스님(1206-1289)과 여운형(1886-1947) 선생이 해의 태몽을 가지고 있고, 중국 위인 중에 해를 삼킨 태몽으로 송나라의 태조인 조광윤(927-976)이 있다.

일연의 처음 이름은 '견명(見明)'으로 광명의 상징인 태양을 꿈에 보았다는 뜻이라고 전해진다. 여운형 선생도 그의 어머니가 태양이 이글거리는 꿈을 꾸고 낳았으며 그의 호가 '몽양'인 것도 태몽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 전태일 열사의 태몽은 시뻘건 불덩이의 태양이 산산조각이 나서 사방을 밝게 비추는 꿈이었다고 홍 박사는 전한다. 그는 "노동운동을 불러일으킨 열사의 희생적인 일생이 태몽 속에 예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도자를 암시하는 꿈 중에는 사람이나 영적 대상이 등장하는 태몽도 있다. 대표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꿈이 그러하다. 김 전 대통령의 어머니는 천신을 보는 태몽을 꾸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신선이나 산신령 등의 영적 대상이 태몽 표상에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며 매우 귀한 꿈이라 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태몽도 이와 비슷하다. 노스님이 검은 영주를 주는 것을 받는 꿈이 구술로 전해지고 있다. 또 다른 태몽도 있다.

홍 박사의 저서는 커다란 구렁이가 쫓아와 발뒤꿈치를 문 꿈을 소개했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자는 할머니의 꿈이고 구렁이는 어머니의 태몽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

저서에 따르면 이같이 스님이나 부처님, 예수님이나 신부님을 만나는 태몽은 장차 위대한 사람이나 고승·성직자로 나아감을 상징한다.

구렁이 꿈의 경우에는 뱀의 크기나 굵기, 색의 선명함, 윤기의 여부가 매우 중요며 장차 아이의 능력이나 귀천의 여부, 역량이나 그릇됨을 나타내며 이 경우 크고 굵고 색이 선명할수록 좋은 태몽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노 전 대통령처럼 두 개의 태몽을 가진 대통령이 더 있다는 사실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러하다.

이 전 대통령의 태몽은 용이 어머니의 품 안으로 뛰어든 꿈이지만 해가 등장한 태몽이야기도 전해진다. 김 전 대통령도 용이 어머니의 치마폭에 들어왔다는 꿈, 붉은 해를 보았다는 꿈으로 두 사람의 꿈이 같다.

전두환은 치마폭에 쌓인 달, MB는 동산 위 둥근달
이승만은 용이 내려오고, 안철수는 용이 승천하고

용꿈은 태몽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홍 박사는 "용은 국가 최고통치자의 권세나 고귀함을 뜻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임금이 입던 정복을 곤룡포(袞龍袍), 임금의 얼굴을 용안(容顔)이라 부르고 있듯이 용은 상서로운 동물로 제왕이나 최고의 권세에 비유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용꿈이 좋은 것은 아니며 상처투성이 용이나 땅에 있는 용의 태몽은 끝내 득세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것을 암시한다고 한다.

고려 태조 왕건(877-943)의 부인인 장화왕후는 아들 혜종(912-945)을 낳기 전 용이 뱃속에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조선시대 19대 임금인 숙종(1661-1720)의 태몽도 용꿈이다.

<국조보감>에 의하면 효종의 꿈에 명성왕후 침실에 이불을 씌워 놓은 물건이 있어서 들추어 보았더니 용이었더라고 전해진다.

조선의 22대 왕인 정조(1777-1800)의 태몽은 그의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꾸었으며 용이 침실에 들어와 여의주를 가지고 노는 꿈이었다.

율곡 이이(1536-1584)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은 흑룡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와 침실로 날아든 꿈을 꾸었다고 한다.

이러한 홍 박사의 자료를 보더라도 용의 태몽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하늘로 승천하는 용꿈이 가장 좋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지만, 역사에서 이러한 태몽을 가진 인물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현재 승천하는 용의 태몽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은 손학규 민주당 경선후보 캠프의 대변인으로 활동 중인 김유정 전 의원이 있다. 김 전 의원은 태몽 때문에 아들보다 더 귀하게 자랐다고 한다.

야권연대의 중심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태몽도 하늘로 승천하는 용꿈이다. 안 원장의 태몽은 안 원장 관련 서적인 <He, Story>에 소개된다.

그리고 올해는 60년 만에 한 번 찾아온다는 임진년(壬辰年) '흑룡의 해'다. 흑룡은 비바람의 조화를 부리는 전설적 동물로 알려져 있으며, 박 후보가 '흑룡띠'로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52년에 태어났다.

2012년은 천지에 흑룡의 기운이 가득한 해이며 물에 살던 용이 힘찬 기운을 얻어 하늘로 오른다고 알려져 있다.

안철수-박근혜 '용용상박'
흑룡의 해 '용들의 전쟁'

이렇게 되면 올해 두 사람의 만남은 참으로 기가 막힌 우연이라 할 수 있으며 이들 모두 '승천할 용'으로 대통령이 될 운명임을 직감할 수 있다.

박 후보가 흑룡띠인 것으로 봐서는 이번에 권좌에 오르고, 안 원장은 차기에 대권을 잡을 운명이다. 하지만 양자구도에서 나타나는 두 사람의 지지율을 보아서는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난다.

그렇다면 올해 대선은 두 마리의 용이 하늘로 승천하기 위해 대격돌을 펼치는 '용들의 전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치열한 접전을 기록하며 박빙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두 사람. 이들 중 누가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오르게 될지. 꿈과 사주의 두 기운의 조화가 올해 있을 대권 판세를 결정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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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