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주의보' SNS 재무설계사 허와 실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8.02 14:37:47
  • 호수 13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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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어준다더니…연기처럼 사라져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SNS 계정은 온라인 명함과도 같다. 신원을 확인하는 신분증이 되기도 하며 공감대를 찾을 수 있는 매개체도 된다. 이 SNS가 사회초년생을 속이는 데 미끼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초년생은 재무설계사의 화려한 SNS만 믿고 자산을 맡겼다가 큰 낭패를 보고 있다. 사회초년생 자산을 먹튀하는 무자격 재무설계사들의 실체를 파헤쳤다. 

2030세대의 SNS는 일상 그 자체다. SNS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유명 연예인과 소통하기도 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 

명품 브랜딩

최근 이들의 금융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가면서 SNS엔 재무설계 광고도 등장했다. 금융 지식이 전무한 사회초년생에게 재무설계 광고는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재무설계란 미래를 위해 현재 자산을 분석한 후 단계별로 소득, 지출, 저축, 투자, 보험 등을 꾸준히 관리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재무설계사 SNS에는 스포츠카, 명품시계, 초호화 호텔 등의 사진을 게시해 자신을 브랜드화하고 있다. 재무설계사 능력을 고급스럽게 포장해 사회초년생에게 동경심을 생기게 만든다. 마치 ‘나만 믿고 따라오면 나처럼 부자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재무설계사와 회사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달의 우수사원상, 이달의 조기 달성자 등 수상하는 사진도 함께 게시한다. 성실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게 성공, 행복, 진심 등 긍정적인 단어가 포함된 명언까지 함께 올리기도 한다. 


스포츠카, 명품시계 등 사진으로 유혹 
화려한 생활만 믿고 자산 맡겼다 낭패

알고 보면 이들은 금융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고 상품가입만을 권유하는 무자격 재무설계사다. 사회초년생이 재무설계사의 SNS를 통해 연락을 해오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끌어들인 뒤 자신을 금융 전문가라고 소개하며 영업을 시작한다. 

무자격 재무설계사는 사회초년생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보험’ 대신 FC(Financial Consultant), FP(Financial Planner), RC(Risk Consultant), PA(Prime Agent), LC(Life Consultant) 등 이라고 소개하며 상품 가입을 권유한다. 

실력 있는 재무설계사는 AFPK(국제공인재무설계를 취득하기 위해 필요한 자격), CFP(국제재무설계사), 종합자산관리사, 자산관리사(은행FP), CPM(국제 자산관리사), ChFC(종합금융 투자자산관리) 등 다양한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데 부동산, 보험, 주식, 펀드 등에 지식이 많을 수밖에 없다.

무자격 재무설계사가 전문성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회사에서 길어야 한 달인 마케팅 및 가벼운 재무설계 교육만 받기 때문이다. 고객을 상대하기 위한 기초적인 교육도 받지 못한 채 바로 영업에 투입되기도 한다. 회사에서 하는 자체 교육과 자격증 취득을 보장하지만 사실상 허울뿐인 교육에 불과하다.

대부분 영업 전략, 화술 강의 등 고객에게 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재무관리 설계사로 1년 동안 근무했던 A씨는 “우수한 사내 교육과정을 장담하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교육은 정작 2주밖에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격증도 사실상 글만 읽으면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재테크에 취약한 사회초년생들은 무자격 재무설계사의 화려한 언변에 속아 엉터리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무자격 재무설계사는 고객 목적에 맞는 상품보다 자신의 수익성과 판매실적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을 추천한다. 실적 올리기에 급급하다 보니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또 다른 수법으로 고객이 대면상담을 요구하면 코로나19나 바쁜 스케줄을 핑계로 비대면을 고집한다. 통화는 실제 휴대폰번호가 없는 카카오 보이스톡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화번호 확인 등의 실명 추적이 어렵다. 돈을 입금하면 이후 연락을 끊고 사라지기 일쑤인 경우도 많다.

일회성에 끝나지 않고 사기 금액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10만원 이하의 소액 투자금을 수령해서 높은 투자수익률로 원금과 수익금을 함께 되돌려주다가, 신뢰가 어느 정도 쌓였다고 판단하면 1000만원대 이상의 고액 투자금을 유인한다.

영업 전략·화술 강의 교육
고객보다 본인 수익성 위주

결국 고객이 손해를 보게 되면 무자격 재무설계사는 연락을 끊어 버린다. 고객이 연락을 시도해보지만 “다른 재무설계사로 바뀌었다”는 말을 듣게 되는 식인데 이게 바로 전형적인 재무설계 사기 수법이다. 

이 같은 재무설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재무설계사에 대한 경력을 파악해보는 게 좋다. 실제로 무자격 재무설계사는 근속연수가 1년 미만이 대부분이다. 일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지인과 사회초년생 위주로 다단계식 영업을 하다가 금방 탄로가 나는데 이후 고객이 줄어들어 그만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담당 재무설계사가 우수인증 설계사인지 확인해보면 좋다. 우수인증 설계사란 불완전판매 건수가 ‘0건’으로 안정적인 계약을 유지 중인 설계사임을 의미한다. 국내 보험사 전속설계사는 20만명 수준이며, 이 중 우수인증 설계사 비중은 14~15%다. 

또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재무설계사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세무사, 법무사, 변호사, 공인중개사, 손해사정사 등 여러 전문가와 함께 일하는지 여부 확인은 좋은 잣대가 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재테크에 대한 공부를 스스로 하는 것이다. 고정적인 수입을 어떻게 지출하고 얼마나 현명하게 관리할 것인지 재테크 지식만 있어도 무자격 재무설계사가 말하는 허술한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신중해야

전문가들은 “믿을 수 있는 업체와 전문가를 통해 투자설계 상담을 받고, 장기적으로 사후관리를 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투자로 무작정 돈을 불려준다며 타인계좌로 송금하라고 하는 것은 사기임을 의심하고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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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