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캠핑카 사기' 아리아모빌 먹튀 후일담

65억 먹고 피해자 몰래 ‘딴살림’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지난 2월 말 발생한 아리아모빌 사태(1365호 ‘캠핑카 아리아모빌’ 먹튀 사태 전말). 여전히 제대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아리아모빌 김모 대표는 한 달 만에 피해자들과 또 다른 ‘숨바꼭질’을 시작했다. “땡전 한 푼 없다”더니 남몰래 공장을 얻어 운영하고 있었던 것. 김 대표의 난데없는 ‘딴살림’ 소식에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고객 피해 금액만 해도 65억원이 넘는다. 거래처 등 총피해 금액을 합산하면 90억원에 이른다. 김 대표의 ‘90억원어치 야반도주’ 시도가 수포가 돌아간 지도 두 달이 지났다.

도망 갔다
결국 구속

피해자들이 볼 때 두 달 사이 바뀐 것은 별로 없다. “도망간 적도, 다른 수작을 부린 적도 없다”는 김 대표의 입장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가 피해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돈의 잔액도 전혀 줄지 않았다.

피해자 대표 J씨는 “김 대표의 현실성 없는 변제 계획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J씨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3월 말 피해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업자금 20억원을 마련해 영업이익의 30%를 꾸준히 변제에 활용하겠다”고 제안했다. 

“20억원을 어떻게 구할 것이냐”고 묻자 김 대표는 “10억원은 무단 침입한 유튜버를 고소해 받아내고, 나머지 10억원은 투자를 받아오겠다”고 답했다. 피해자들을 설득하기에는 여러 모로 부족한 제안이었다.


J씨는 “김 대표는 2020년부터 ‘투자 유치’ 소식을 알리고 다녔지만, 받아온 것을 본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잠적 후 돌아온 김 대표가 꺼냈던 ‘50억 투자 계약’ 역시 ‘공염불’에 그쳤다. 김 대표가 지목했던 투자사는 경영권 분쟁 소송에 휘말려 여러 법적 조치를 강제당하고 있는 상황으로, 현재 추가 투자를 검토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에 정말 투자 논의가 오고 갔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지난 2월 일주일간 ‘임시 휴업’한다던 아리아모빌은 두 달째 멈춰 있다. 사업자금이 바닥나면서 재기할 동력을 상실했다. 반면 빚은 90억원을 넘긴 상황. 껍데기만 남은 회사 재산들도 민사소송 패소로 대부분 압류됐다. 피해자들은 아리아모빌이 사실상 부도를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

J씨는 “자체 계산해본 결과, 아리아모빌 매출 최전성기를 기준으로 잡아도 변제에 최소 10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이미 회사 경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외부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누가 이런 회사에 돈을 대겠느냐”고 반문했다.

돈 들고 잠적 두 달 지났지만…
피해금 회수 깜깜…어디 숨겼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 대표가 경찰 조사 중 구속되면서 경영 공백마저 불가피해졌다. 경기도 용인 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1일 김 대표를 구속했다. 동부경찰서는 지난 3월부터 김 대표를 사기 혐의로 조사해왔다.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수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조만간 사건을 검찰로 넘길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지인과 일부 피해자들에게 “경찰이 강도 높게 수사했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절대 구속될 일이 없다”고 호언장담해왔다. 하지만 결국 구속을 면치 못했다. 

혐의 입증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지만, 피해자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돈을 돌려받을 방법이 더욱 요원해진 탓이다.

이 가운데 지난달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남몰래 공장을 얻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김 대표가 아리아모빌에는 ‘회생불가’ 판정을 내리고, 캠핑카 공장을 새로 차린 뒤 개조 업무에 착수했다”는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도 들려왔다.

<일요시사>는 단독 취재를 통해 이 같은 소문이 대체로 사실임을 확인했다. 김 대표는 용인 모처의 공장 3동을 차명으로 임대했다. 또한 그는 구속 직전까지 이곳에서 캠핑카 개조 작업을 진행해왔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가 해당 공장을 찾은 사진을 여럿 입수했다. 사진은 대부분 지난달 중순에 촬영된 것으로, 김 대표가 대신 공장을 빌려준 A씨 등과 대화하는 장면부터 김 대표 지시를 받은 인부들이 캠핑카를 개조하는 모습까지 모두 담겼다.

각종 제보를 종합하면, 김 대표는 지난달 초부터 이 공장을 사용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후 지난달 중순 차량과 자재 이송 등을 마치고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작업을 위해 인부 9명을 고용했다. 다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탓에 지금은 고용이 중단됐다.

경찰은 
몰랐다?

피해자들은 인부 9명 중 일부와 연락이 닿았다. 그들은 “A씨가 김 대표의 공장 운영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설명에 따르면 표면적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체는 A씨였다. 인부들은 “공장을 빌린 것도, 구두로나마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도 모두 A씨 이름으로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 공장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김 대표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공장은 경기도 용인 모처에 위치했다. 수원으로 등록된 A씨의 등기상 자택 주소와는 약 27km가량 떨어져 있다.

그런데 김 대표의 자택 주소와는 불과 1.4km 거리다. A씨가 빌린 공장이지만 A씨 집에서는 적어도 40분, 김 대표 집에서는 3분이 걸린다. 

공장이 A씨가 이번에 인수한 업체와 자택 사이에 위치한 것도 아니다. A씨가 이 공장으로 오려면 그 업체를 지나치고도 최소 20분가량을 더 와야 한다. 이곳이 공단지역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학교 근처의 주거단지 한중간에 위치했다.


‘김 대표 집과 가깝다’는 점 이외에, 별다른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 이해할만한 점은 딱히 보이지 않는 반면, 의심되는 정황은 상당한 셈이다.

또한 이 공장에서 제작된 캠핑카는 모두 김 대표와 연관돼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캠핑카는 총 8대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 중 1대는 지난 2월 야반도주 당시 사라졌던 차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차량은 아리아모빌이 지난 1월 구매한 뒤 아리아모빌 본사 등지에서 보관되고 있었지만, 야반도주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에도 그 행방이 묘연했었다. 차의 주민등록번호 격인 차대번호를 확인한 결과, 공장에 들어선 차가 사라진 차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 대표의 업무상 배임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나머지 7대는 김 대표와 알고 지내던 업체들이 의뢰한 물량이다. 이 중 2대는 당초 김 대표가 개조를 준비하다 야반도주 직전 “회사 상황 때문에 진행할 수 없다”며 한 번 돌려줬던 게 재차 들어온 것이다. 나머지 5대는 다른 업체서 의뢰해 새로 들어온 물량으로 파악됐다.

갑자기 나타난
A씨 정체는?


이 업체는 피해자들에게 야반도주 당시 아리아모빌 차량을 숨겨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김 대표가 몰래 공장을 운영한 사실을 알게 되자 분통을 터트렸다.

J씨는 “결국 김 대표가 피해자들에게 얼토당토 않은 변제 계획을 늘어놨던 것은 ‘시간 끌기’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4월이 되자마자 공장에 입주했다면 최소한 3월에 모든 계획을 짜고 절차를 마무리했다는 말 아니냐. 그때 김 대표는 분명 피해자들에게 ‘딴 생각 없다. 꼭 아리아모빌을 살려 변제해나가겠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도 “내가 다른 업체를 차린다는 소문은 모두 허위사실이다. 나는 그럴 생각도, 돈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땡전 한 푼 없다”며 변제를 미뤄온 김 대표 주장의 신빙성에도 금이 가게 됐다. 피해자들은 김 대표가 공장 임대 비용을 어떻게 지불할 수 있었는지, 그 경위를 따져보고 있다.

J씨는 “피해자들에게 줄 돈은 없고, 다시 공장 차릴 돈은 있는 거냐”며 “설령 이게 김 대표 돈이 아니라 A씨가 투자금이라 해도 왜 그걸 아리아모빌 재기 자금으로 쓰지 않고 몰래 뒤로 돌렸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표 행동을 보면 아리아모빌을 살릴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들은 관련 증거가 정리되는 대로 사정당국에 자료를 넘길 계획이다. 피해자 측 법률 대리인은 이런 김 대표의 행각을 ‘피해자 기망행위’로 규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가중처벌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A씨는 지난해 11월 김 대표와 처음 만난 뒤로 계속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그동안 김 대표와 투자 관련 논의를 이어왔다. A씨가 실제로 아리아모빌에 투자했는지는 미지수다. 다만 확실한 것은 A씨가 김 대표와의 접점을 점차 넓히며 그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몰래 공장 차리고 차명으로 운영
‘아리아’ 차량 빼돌려 활용 의혹도

A씨는 김 대표에게 업무상 배임 의혹을 안겨줬던 AS업체를 지난달 인수했다. 이 업체는 아리아모빌과 같은 주소지를 영업장으로 쓰면서 아리아모빌 차량 AS를 전담해왔다. 지금은 자체 차량 생산 능력까지 갖췄다. A씨는 김 대표 몫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분을 사들이며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앞서 김 대표는 지분 보유에 따른 사내이사직 등록 이외에 이 업체와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해왔다. 하지만 김 대표가 아리아모빌 자금으로 이 업체 자재 대금을 대납해준 사실이 들통나면서 배임·뒷선 경영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A씨는 아리아모빌의 인수합병(M&A)까지 대신 추진하고 있다. 그는 피해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기술 이전을 포함한 아리아모빌 M&A를 적극 추진 중”이라며 “M&A만 성사되면 피해자들 돈도 모두 갚아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 피해자는 “이런 상태의 회사를 사갈 곳이 과연 있겠느냐”며 “아리아모빌만의 특별한 기술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들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가 무슨 자격으로 이런 일을 추진하는 건지 모르겠다. 난데없이 이런 내용을 꺼내길래 내심 놀랐다”고 덧붙였다.

이후 이어진 전화에서 A씨는 피해자들에게 “김 대표가 내 (아는)동생인데, 부탁하길래 변제 방안을 대신 강구해보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나설 자격이 없다”고 지적한 피해자와는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일요시사>는 A씨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각종 의혹에 관해 구속 중인 김 대표를 대신해 A씨 입장을 직접 들어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A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연락을 달라는 문자도 남겨봤지만, 끝내 연락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들은 공장 운영이 적발된 이후로는 피해자들의 연락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A씨가 김 대표의 ‘딴살림’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만큼, 그 역시 절대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A씨의 계획과는 상관없이 상환 방안을 계속 자체적으로 찾아 나설 계획이다.

애타는 마음
직접 나선다

J씨는 “김 대표를 믿은 적도 없지만 이렇게까지 무모할 줄은 몰랐다. 이로써 김 대표와 그 주변인들은 우리에게 돈을 돌려줄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게 확실해졌다”며 “내부 논의를 통해 돈을 받아낼 방법을 최대한 찾아보겠다. 어렵겠지만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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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