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아리아모빌' 먹튀 사태 전말

사흘간 잠시 외출? 야반도주?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아리아모빌. 국내에서 손꼽히는 캠핑카 제작 업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공장 화재 이후 경영난에 빠졌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차량 출고가 60대 넘게 밀린 상황. 잔금까지 긁어모으던 대표가 돌연 사라졌다가 사흘 만에 돌아왔다. 피해자들이 이를 ‘야반도주 시도’로 규정하자, 대표는 “우연이 겹쳐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의도된 행보라는 증거를 계속 찾아내면서 상황은 점입가경에 빠졌다.

김모 대표와 장모 이사를 비롯한 직원들이 홀연히 사라진 것은 지난달 23일. 피해자들이 회사 겸 전시장을 찾았을 때는 이미 건물이 텅 비어버린 후였다. 전시 차와 기계·직원들은 모두 사라지고, 몇몇 집기만이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별다른 휴업 공지도 없었다.

잔금 치르고
차 못 받았다

피해자들은 임직원들의 개인번호로 700통이 넘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연결된 전화는 단 한 통도 없었다. 전날 오전에 차를 빼고 오후에 서류더미를 옮겼다는 목격담이 전해졌다. 피해자들은 아리아모빌이 야반도주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단체 대응을 위해 소통망을 구축하고 김 대표 행적을 수소문했다. 피해 사례를 수집하자,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이틀 만에 100명 가까이 몰려들었다. 잔금을 더 치르고도 차를 못 받았다는 사람이 속출했다.

각종 할인·서비스를 미끼로 현금 납부를 권유했다는 증언도 줄을 이었다. 지난 1월 말 일시불로 잔금을 넣으면 3월 출고를 보장하겠다는 말에 속아 넘어간 사람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모두 자신이 야반도주 직전 벌어진 ‘한탕’에 당했다고 여겼다.


피해자들에게 가해진 타격은 막심하다. 이달 첫째 주를 기준으로 피해 사실이 명확히 확인된 피해자만 70명이 넘는다. 피해액은 55억원을 넘겼다. 앞으로 더 나타날 피해자들과 거래처·하청업체 피해까지 고려하면 총 피해액이 1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행방이 묘연했던 김 대표는 사흘째 되던 날인 지난달 25일에 다시 나타났다. 임직원과 출고 완료된 구매자들만 글을 올릴 수 있는 아리아모빌 공식 카페에 입장문을 게시했다. 그마저도 댓글은 막아둔 상태였다.

김 대표는 입장문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걷잡을 수 없는 오해와 진실의 왜곡으로 돌이킬 수 없는 브랜드 이미지 실추와 타격을 입었다”며 “전 직원이 극심한 고통을 받는 실정”이라고 적었다.

이어 “지난주 코엑스 전시 이후 일주일간 임시 휴무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자물쇠가 파손되고 무단침입이 발생했다”면서 “이를 비롯해 각종 왜곡된 사실을 전파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법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입장문에서 회사를 정상화할 복안이 있었지만, 고객들의 행패와 현 사태로 방해를 받아 왔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출고 지연에 따른 일부 고객들의 협박·욕설·위력 행사로 너무나도 힘들게 업무를 이어왔다. 스스로는 극단적 선택을 할 충동까지 느낀다”며 “전시장 점거 후 영업시간 동안 고성을 지르며 ‘당사를 박살낸다’는 협박이 권리가 돼 버린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다년간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작년부터 진행된 투자사와의 50억 계약을 앞둔 상황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해 너무나도 안타깝다”며 “나 역시 자금 집행이 임박해 기대와 희망에 차 있었다”고 전했다.


피해자 속출…확인된 피해액만 55억
거래처·하청업체까지 100억 관측도 

김 대표는 지난 2일 있었던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이어갔다. 김 대표는 “전날(1일) 피해자 모임 대표단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며 “돈을 들고 도망가려 했다는 의심을 거둘만한 증거들을 제시했다. 그러자 ‘법적 조치 등 대응을 잠시 유보하겠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잔금 납부 종용에 대해서는 “회사 운영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었다”며 “직원들에게 내가 최대한 돈을 받아 오자고 지시한 게 맞다”고 인정했다. 아리아모빌의 부채는 지난해 최대 120억원에 달했으며, 지금도 8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불거진 다른 의혹들은 대부분 부인하며 “오해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피해자들은 김 대표의 이 같은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발했다. “모든 책임을 피해자 일부에게 돌리고 피해자들을 갈라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피해자 모임 대표 J씨는 “김 대표 주장을 다 반박하고도 남을 만큼 많은 제보와 증거가 모였다”며 “법적 대응을 유보하기로 했다는 말도 사실무근이다. 왜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일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김 대표를 위시한 아리아모빌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고객 기만을 일삼았다고 주장한다. 출고를 볼모로 잔금 종용·차대번호 돌려막기·저당차 팔이 등 다양한 수법으로 돈을 끌어모으고, 현재 회사를 고의 부도낸 다음 다시 세울 회사의 기반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외에도 횡령·거짓 해명·법적 책임회피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양측 주장이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피해자들은 주장을 입증할 만한 물적증거를 대거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당사자끼리 사례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나온 게 대부분이며, 관계자들의 제보 역시 증거 확보에 상당한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아리아모빌은 차대번호 돌려 막기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셀 수 없이 속였다. 차대번호란 자동차별로 존재하는 고유번호로,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 개념이다.

아리아모빌은 진행 상황을 궁금해하는 피해자들에게 차대번호를 찍은 사진과 캠핑카 내부 시공 사진을 제시하며 안심시켰다. 이를 믿은 피해자들은 잔금을 추가 입금하거나 항의를 보류했다. 문제는 같은 사진을 여러 피해자에게 똑같이 전송하면서, 차 하나를 여러 대로 둔갑시켰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이 점을 들어 아리아모빌에게 적극적인 기망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의도된 행보?
갑자기 잠수

심지어 돌려 막기가 현장에서 탄로 난 경우도 있었다. 한 피해자는 “우리는 차대번호를 찍어놓고 기다렸는데도 (차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며 “‘제작 중이던 차에 문제가 생겨 다시 공장에 들어갔다’는 말을 듣고 빈손으로 돌아가려는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에게 이미 차가 넘어간 상황이었다. 직원들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캐피탈 대출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졌다. 아리아모빌은 차량 출고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피해자 명의로 대출을 일으켰다. 이후 차량 등록이 이뤄지지 않자, 담보를 확보하지 못한 캐피탈은 피해자들에게 최고장을 발송했다.

한 특장업체 대표는 “이 경우는 아리아모빌이 신뢰에 기반한 업계 관행을 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차량이 출고될 때마다 별개로 절차를 밟는 것은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라며 “꽤 오래 거래를 이어온 경우에는 차대번호 등록 등의 절차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일괄적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이 시차를 이용해 대출금만 챙기고 변제 의무는 피해자에게 떠넘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일부 고객들이 예상하지 못한 피해를 봤다는 소식은 들었다”며 “캐피탈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면서 구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아리아모빌이 잡힌 담보나 저당이 고객 피해로 번진 경우도 나왔다. 한 피해자는 차량등록까지 마쳤음에도 차를 인도받지 못했다. 아리아모빌에게 대금을 받지 못한 하청업체가 안전점검 차 들어온 해당 차량을 담보로 대금 지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피해자는 아리아모빌에 8000만원을 주고 전시 차를 구매했지만 명의변경이 이뤄지지 않았다. 아리아모빌이 그 차량에 걸린 7000만원짜리 저당권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김 대표가 아리아모빌을 부도내고 다른 회사 뒷선 경영을 준비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제보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20일, 경기도 광주 소재의 아리아모빌 공장에 새 업체가 들어온 것으로 꾸몄다. 업체 대표로는 지인이자 아리아모빌 폐기물 처리를 담당하던 회사 대표를 내세웠다. 아리아모빌 직원들이 자주 드나들면서 피어나는 의심은 “직원들이 나와서 회사를 새로 세운 것”이라는 핑계로 잠재웠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7월까지 회삿돈 4억원가량을 들여 구비한 CNC 기계 4대는 자연스럽게 해당 업체에 넘어갔다.

김 대표는 관련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기계를 넘긴 건 “채무 변제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제보자는 <일요시사>에 “생긴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회사인데, 그 사이 채무를 지고 납부 압박을 받아 기계를 대신 줬다는 설명은 납득이 어렵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김 대표가 이 회사는 파산 예정이니 이제 출근하지 마라’고 말했다는 내부고발도 확보했다. 일련의 과정이 모두 사전에 준비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의 횡령 의혹도 불거졌다. “그동안 별개 업체라고 주장해온 AS업체 자재 대금을 아리아모빌이 대납해왔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오해일 뿐?
법적대응 준비 

김 대표 입장에서는 횡령 의혹을 부인하려면 AS센터가 별개 업체라는 기존 주장을 뒤집어야 하고, 인정하면 횡령(배임) 혐의가 추가될 수 있으므로 수세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외에도 불리한 문서를 작성할 때만 고의적으로 법적 효력을 모호하게 만들었다는 의혹, 고객별로 차량 출고 순서나 혜택 제공에 차등을 뒀다는 의혹 등이 속속 제기됐다. 

피해자 모임 대표들은 지난 1일, 김 대표를 대면한 자리에서 이 같은 의혹 대부분을 따져 물었다. 김 대표는 <일요시사>에 “납득할 수 있도록 해명했다”고 밝혔던 것과 다르게, 불리한 내용이 나올 때마다 ‘추후에 알아보겠다’며 즉답을 회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현장을 찾았던 피해자 P씨는 “‘120대 출고했다’는 주장은 증빙자료를 확인했다”며 “그런데 ‘그렇게 출고가 많이 됐는데도 왜 2020년 계약이 아직도 출고 안 된 사례가 있나’라거나 ‘미출고 차량 대다수가 현금 납입 건인데 우연의 일치인가’ 등을 추궁했을 때 납득할 만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피해자 대표들에게 “수습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받기로 한 투자금을 통해 재기에 나서겠다는 계획으로, 피해자들이 지분을 가지고 회사 경영에 직접 관여하는 형태를 제안했다. 

P씨는 “김 대표가 이익구조를 공개하면서 ‘우리는 월급만 받고 일할 테니, 나머지 이익은 다 가져가라. 대표자도 피해자들이 결정해서 세워라’고 말했다”면서 “일견 나쁘지 않은 제안으로 보이지만, 미수금이 잔뜩 쌓여있는 저 회사를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피해 모임 “고의 부도내려다 덜미”
회사 측 “전혀 그런 적 없다” 대립

우선 피해자들은 이른 시일 안에 단체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현재 51명이 참여한 1차 소송인단이 한 법무법인에 관련 자료를 제출한 상태다.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거래처도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져야 할 법적 책임이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박경수 법무법인 지름길 변호사는 “법정에서 김 대표에게 사기죄와 업무상 배임죄를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 변호사는 “차를 약속한 때 지급하지 못할 상황임을 알면서도 계속 돈을 받아 낸 것은 기망행위”라며 “피해자와 피해 시기가 다양해서 검사 재량에 따라 상습사기범으로 분류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사 자재 비용을 대납해주고, 회사 기계를 넘겨준 것은 업무상 배임”이라며 “회사 대표로서 회사에 피해를 준 것이므로 횡령보다는 업무상 배임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김 대표 행보가 재판에서 유리한 정황을 만드는 포석으로 읽힌다’는 지적에는 “재판에서 최근 행보를 참작 사항으로 들고 나오기는 할 것”이라며 “다만 재판부가 그것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짚었다.

그는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하거나 일부 채무를 변제했다는 사실로 실형을 면할 의도라면 최소한 전체 3분의 2 이상을 해결해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단순히 금전적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피해자 대부분이 현재 가장 고통스러운 점으로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꼽는다. 캠핑카를 사는 목적이 대부분 가족과의 시간 보내기에 있는 경우가 많아 더욱 그랬다.

이번 일이 터지면서 가족들에게 즐거움 대신 걱정을 줬다는 죄책감이 피해자들을 옥죄고 있다.

특히 아픈 어머님을 모시고 여행을 다니려고 계약했다는 딸의 사연, 퇴직금으로 캠핑카를 구매했다는 장년층의 사연 등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J씨 역시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캠핑카는 계약 전부터 가족들과 함께 가서 고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아이와 함께 가서 계약했다”며 “아이에게 ‘이 차 타고 어디를 가자’고 말도 다 해놨는데, 아이 볼 낯이 없다. 우리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나”하고 하소연했다.

양측 충돌
누가 거짓말?

아울러 J씨는 피해자들이 갖은 고통을 겪은 만큼, 아리아모빌 관계자들이 확실하게 처벌받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J씨는 “아리아모빌 사태는 대표부터 말단 영업직원까지 합심해서 벌인 집단 사기극이다. 보이스피싱과 다를 바 없다”며 “본인들은 책임이 없다는 일부 직원들의 주장에는 일리가 없다. 망할 것을 알고도 잔금 수급에 열을 올렸으니, 최소 미필적 고의에 의한 공범”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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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