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투’ 공연기획사 먹튀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8.12 10:25:02
  • 호수 1231호
  • 댓글 0개

돈만 벌고 책임은 나몰라라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공연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벤트를 기획한 대행사도 책임을 물어야 할까. 스포츠 경기나 콘서트 등 인파가 몰리는 이벤트에선 크고 작은 변수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때 대행사들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슬쩍 뒤로 빠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일요시사>가 이벤트 대행사들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알아봤다. 
 

▲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한국을 찾아 경기장서 뛴다는 소식에 축구 팬들은 환호했다. 호날두의 인기를 증명하듯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엔 6만5000여명의 관중들이  운집했다. 하지만 정작 호날두는 그라운드에 나타나지 않았다. 

경험 없는 초짜

K리그 올스타와 유럽구단 유벤투스는 ‘더페스타’라는 스포츠 대행사를 통해 경기를 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행사는 유벤투스와 호날두 45분 출전을 두고 계약을 체결했고, 유벤투스와의 계약을 통해 K리그 연맹과도 손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유벤투스 선수단이 탄 비행기가 연착되면서 예정된 시간보다 50분이나 늦게 경기가 진행됐다. 이날 비를 맞으며 경기장을 지켰던 팬들은 하염없이 호날두를 기다렸지만,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더페스타의 졸속한 행정 처리는 호날두의 미출전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더페스타가 판매한 프리미엄존 S석과 프리미엄존 A석의 티켓은 뷔페 서비스를 포함, 각각 40만원과 35만원에 판매됐지만 내실은 형편없었다. 


관중들은 테이블이 모자라 바닥에 접시를 놓고 음식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자신의 가방을 테이블 삼아 음식을 먹고 있는 사진이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상황이 이쯤되자 더페스타의 미숙하고 무능한 행정력이 입방아에 올랐다. 직원 수 4명에 경험 없는 중소기업 회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큰 행사를 주최했다가 대형 참사를 일으켰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페스타는 “상암월드컵경기장서 뷔페를 이용하려면 지정된 업체와 해야 한다. 우리가 고른 업체가 아니다. 호날두의 미출전에 대해서는 우리도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 가수 앤 마리의 내한공연 취소 과정서도 주최 측의 대응방식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앤 마리는 지난달 27일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에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럽게 불참 소식을 전했다. 주최 측은 공연 당일 전광판을 통해 뮤지션의 요청으로 공연이 취소됐다고 알렸다.

앤 마리는 트위터를 통해 “공연 주최 측이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지라고 요구하며 각서에 서명하라고 했다”고 폭로했지만, 공연기획사인 페이크버진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앤 마리 측의 매니지먼트는 ‘안전상의 이슈’로 공연 진행이 힘들다고 판단해 공연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티켓환불 고사 피해자 코스프레 지적
가수 vs 주최사 안전상 취소 두고 공방

페이크버진 측에서는 ‘1일권 80%, 양일권 40% 환불’이라는 환불 기준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피해자들은 이를 거부하고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개설, 550명의 피해자를 모집했다.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연 티켓환불 규정을 근거로 입장료의 110%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불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공연업자의 귀책사유로 공연이 취소된 경우 입장료 환불 및 입장료의 10%를 배상하도록 돼있다. 현재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서 피해자들은 집단소송을 논의하며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월 애드시런 내한공연 때도 주최 측의 미숙한 행정 처리가 팬들의 분노를 샀다. 2시간이 넘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외부음식 반입이 금지됐다. 공연을 주관한 프라이빗커브가 푸드트럭 6대를 준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관객들은 3시간 전부터 줄을 서야 했고 2시간 이상 기다려야만 다코야끼를 먹을 수 있었다.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프라이빗 커브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푸드트럭 운영자가 여의도 밤도깨비 야시장 경험도 있고, 3만명은 거뜬히 감당할 수 있다고 해서 믿었다. 주변에 편의점도 없어 준비한 것인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티켓 확인 과정서도 주최 측은 예매자가 현장에 없으면 입장을 제지해 관객들의 원성을 샀다. 부모 등 가족의 이름으로 예매한 경우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시하면 입장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제지했다. 입장권을 취소 후 재구매해 공연을 관람한 일부 관객들은 오프닝 곡을 포함한 공연 앞부분을 놓쳤다며 억울해했다.

이처럼 대행사들은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크고 작은 변수에 빠르게 대처하기는커녕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공연업자의 귀책 사유로 소비자가 환급을 요구할 때 입장료의 전액환급 및 입장료의 10%를 배상받을 수 있다. 중요 출연자 교체, 예정 공연 시간 50% 이하 공연 등도 이해 포함된다. 만약 소비자가 개인 사정으로 예매를 취소했더라도 공연 일을 기준으로 10일 전까지는 전액 환급이 가능하다.

피해는 소비자가

서정민 대중음악 평론가는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서 “최근 페스티벌, 콘서트 붐이 일어나면서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기획사들이 진행하다 보니 문제점이 생기곤 한다. 뮤지션들이 상처받고 팬들이 실망하면서 이 붐이 사그러지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마술사 최현우 공연 취소 후일담

마술사 최현우가 4년 전, 공연 취소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로 팬들을 감동시켰다. 2015년 무대의 조명장치가 고장 나는 바람에 최현우의 공연이 갑작스레 취소됐다. 

공연은 8시에 시작하기로 돼있었는데 7시50분까지 문이 열리지 않았다.


한 관객이 안내원에게 “지금 (시작)10분 전인 건 알죠”라며 말을 건넸는데, 안내원은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답했다. 이때 최현우의 안내방송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최현우입니다. 로비서 기다려주시는 관객 여러분, 대단히 죄송합니다. 기계의 이상으로 객석 입장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하지만 8시18분이 넘어서도 문은 열리지 않았고 기다림이 길어지자 어린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 무렵 다시 최현우의 방송이 나왔다. 

본 것도 없는데 팬들은 감동?

“마술사 최현우입니다. 저는 지금 로비 5번 게이트 앞에 나와 있습니다. 객석을 비추는 조명에 전력이 들어가지 않고 있습니다. 잡아보려 계속 시도했으나 전기가 들어가지 않아 불가피하게 공연을 취소하게 됐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럽습니다.”

그는 “보상방법을 합의하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기다리게 해 죄송합니다”라며 “100% 환불과 다른 날 초대, 또는 110% 환불해드리겠다”고 구체적인 보상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상황을 글로 전한 누리꾼은 “오늘 기분이 묘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니 최현우를 비롯해 스태프들이 관객의 눈을 맞추는 모습이 어색했던 것 같다. 로비서 한쪽 무릎을 꿇고 어린아이들에게 ‘기다리느라 다리 많이 아팠지’ 묻는 스태프, 보상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스태프, 모호한 케이스의 관객은 직접 연락처와 이름을 기록하고 ‘자신이 책임지고 연락하겠다’며 자신의 이름도 알려주는 매니저’ 등이 어색했다”고 밝혔다. 

관객들은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최현우의 진심 어린 사과와 명료한 보상방법을 듣고 불쾌감 없이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