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화재 일지> 잊을만하면…왜 자꾸 반복되나?

[일요시사 정치부] 박 일 기자 = 17일, 경기도 이천시 소재의 쿠팡 덕평물류센터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로 직원 240여명이 긴급 대피했고, 소방당국이 인력 150여명을 투입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덕평물류센터 화재는 지상 4층, 지하 2층인 물류센터 건물의 지하 2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과 경찰, 이천시에 따르면 화재 당시 이곳에는 직원 240여명이 근무하고 있었으며 빠르게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정확한 재산 피해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제품 배송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왜 반복되나?

문제는 과거부터 물류센터 화재가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과 7월에 발생했던 화재로 각각 38명 및 10명의 부상자, 5명의 사망자가 나오면서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지만 항상 '그때뿐'이었다.

<일요시사>는 지난 2010년 이후로 발생했던 크고 작은 전국의 물류센터 화재 사고들을 정리했다.

지난 2010년 5월16일에는 경기 부천시 소재의 한 생활용품 물류센터 창고서 화재가 발생해 1시간30분 만에 진화됐다. 이날 화재로 샌드위치 패널 구조의 단층 창고 10개동(2400㎡) 가운데 5개동 1200㎡와 내부 잡화가 모두 소진됐으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2011년 3월14일엔 경남 김해시의 한 자동차 부품 물류센터서 화재가 발생해 3000만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재산 피해를 냈다.

같은 해 3월26일, 경기 하남시에 있는 천현동 자전거물류센터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로 창고 4개 동 1000여㎡와 창고에 보관된 자전거 3000여대를 태워 소방서 추산 1억30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2014년 10월25일에는 경기 군포시의 대형 물류센터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차 30여대와 소방관 200여명이 긴급 투입돼 진화에 나섰다.


2017년에는 충남 천안시 소재의 한 중소기업 물류센터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소방서 추산 4억9000여만원의 피해를 냈다. 화재로 인해 창고 내부 2055㎡와 선박의 엔진 부속품, 고무보트 5대, FRP 선박 1대 등이 전소됐다.

이듬해인 2018년 3월27일에는 경기 용인시의 한 대형 물류센터서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긴급 출동해 화재를 진압했다.

2019년 3월2일엔 전북 전주시 소재의 한 물류센터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서 추산 57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천 물류창고 대형화재서 36명 최악 사상자
샌드위치 패널이 문제…불연재 사용 의무화해야

2020년 3월31일에는 경기 포천시의 한 물류창고 화재로 9억5000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로 물류창고 3개동이 완전 전소되고 1개동은 부분 소실되면서 내부에 있던 장난감, 서적, 의류 등 다수의 상품들이 전소됐다.

같은 해 4월21일에는 경기도 군포 물류센터서 담뱃불로 인한 대형 화재가 발생해 220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내기도 했다. 같은 날 부산 강서구의 한 물류센터 창고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군포 물류센터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8일 후(4월29일)에는 경기 이천시 소재의 한 물류창고서 대형 화재가 났다. 

이날 화재로 무려 48명의 사상자 및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됐다. 당시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따로 수사본부를 꾸리기도 했다. 

이천물류창고 참사 3개월 만인 7월21일에는 경기 용인시 소재의 한 물류센터서 화재가 발생해 5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는 등 재산 피해를 냈다. 

물류창고 화재가 유독 경기도 이천, 용인 등지서 유난히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해당 지역이 중부고속도로 및 영동고속도로가 교차하는 등 물류센터 입지로 최적이기 때문이다. 

화재마다 발생 원인이 워낙 다양하지만 전문가들은 제품들을 보관하는 물류센터 특성상 건물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물류센터가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물류센터 창고들이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샌드위치 패널은 작은 불씨로도 화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단열효과가 뛰어난 데다 시공 및 건축이 용이하기 때문에 주로 사용된다"고 부연했다.

샌드위치 패널은 양쪽의 얇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을 넣어 만든 건축 재료 중 하나로 가볍고 가공이 쉬워 물류센터에 주로 사용된다.

문제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철판 사이에 들어가 있는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이 가연성에 무척 취약하다는 점이다. 일정 수준의 열기가 해당 물질에 가해질 경우 쉽게 불이 붙으며 양쪽의 철판이 연통 역할을 해 불이 번지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1분1초

통상 화재 사고에서 1분1초라는 상당히 긴 시간으로 경우에 따라 이 1분1초 때문에 대형화재로 번지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게다가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에서 발생하는 유독가스는 인명피해를 유발시킬 뿐만 아니라 소방대원들의 진화작업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업계에선 물류창고 등의 특수한 용도의 건물을 지으려면 불연재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법제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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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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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