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개각’ 차기 총리 딜레마

문정권 마지막 2인자는?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오는 4월 예상되는 개각에서 정세균 총리 교체설이 제기된다. 정 총리의 대권행을 위해서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문재인정부의 마지막을 장식한 2인자를 두고 여러 시나리오가 나온다.
 

▲ 정세균 국무총리

문재인정부 임기 말 개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총리 교체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시점은 오는 보궐선거가 끝난 4월 중순쯤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선거 전 개각으로 바뀔 청문회 정국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3월?
4월?

지난달 정가에서는 정세균 총리가 곧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정 총리는 개각 대상에서 제외됐다. 코로나19 3차 유행, 백신 확보 등의 상황으로 당장 총리 교체가 힘들다는 이유였다.

정 총리 입장에서도 총리 교체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컸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 총리가 대선 출마를 위해 물러난다면 국민을 등지고 본인의 영달만을 좇는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당시 정 총리는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현재 코로나19와 싸우는 일에 매진하는 입장이어서 그다음에 뭘 하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다만 오는 개각은 이야기가 다르다. 정 총리에게는 다음 대선에 뛰어들 수 있는 타이밍이다. 정 총리가 70대 초반의 나이인 만큼 이번 대권은 그에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에 최근 연일 각을 세운 점 역시 그의 조급함을 방증한다.


정세균 대권 행보…곧 교체 유력
대선 민심 잡기용 김부겸 거론

점쳐지는 개각 시점 역시 그렇다. 다음 대선일은 2022년 3월9일로 예정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경우 대통령후보자 선출을 대선 전 180일까지 해야 한다. 당내 경선 등 일정을 고려하면 4월 개각에 청와대를 나와야 대선 행보가 가능하다.

자연스레 정 총리의 후임이 누가 될 것인가에도 관심이 쏠린다. 후임은 문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대통령 퇴임과 자신들의 운명을 함께하는 순장조로도 볼 수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영민 비서실장 등이 이에 분류된다.

후임 인사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첫째로는 탕평책 인사다. 초대 국무총리를 맡았던 이낙연 당대표와 정 총리는 모두 호남 출신 인사였다. 다음 대선을 고려해 영남권 인사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 ▲청와대 ⓒ고성준 기자

이에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부겸 전 의원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김 전 의원은 정가에서 문정부 내각 후보로 꾸준히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이다. 김 전 의원이 현 정부의 최대 약점인 ‘진영 갈등’을 풀고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제격의 인물이란 이유에서다.

지역색 타파
탕평책 예고

먼저 김 전 의원은 대구 수성갑에 민주당의 깃발을 꽂은 4선의 중량급 정치인이다. 18대 총선에서 경기 군포에서 당선되며 3선 고지에 오른 이후, 2012년 19대 총선 때 돌연 고향인 대구로 내려갔다.


하지만 민주당 당적으로는 보수의 성지를 뚫기 어려웠다. 대구 수성갑에서 40.4%의 득표율을 보이지만 낙선한다. 이후 20대 총선에서 재도전해 대구에 깃발을 꽂았다.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대구·경북 민심을 추스르는 역할을 수행할 인사다.

다만 변수는 김 전 의원의 대권 도전 여부다. 김 전 의원은 대구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잠룡이다. 이낙연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3강 구도를 세울 수 있는 후보로 부상하면 총리 대신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도 높다.

둘째로는 여성 총리 임명 가능성이다. 문정부 두 번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임기 2년 4개월을 지나고 있는 유은혜 부총리가 유력한 후보군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구성하고, 단계적으로 ‘동수내각’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실제로 문정부는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12명의 여성 장관을 탄생시켰다. 외교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최초로 여성 장관을 기용했다.

여성 장관
유은혜 물망

하지만 임기 말 문정부가 약속했던 동수내각 실현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개각에서 여성 장관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원년 멤버 강경화 장관이 빠지고, 서울시장 출마로 박영선 장관도 나가게 되면서 여성 장관 숫자는 급격히 줄게 됐다.

남은 여성 장관은 유은혜 장관, 정영애 장관, 한정애 장관으로 세 명이다. 여성 장관 비율은 16%로 추락해, 문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후퇴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 유은혜 교육부 장관

다만 청와대 역시 여성 인재 발굴에 상당히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1주택자’라는 청와대 내부 인사 기준이 적용된 데 이어, 국회 인사청문회를 기피하는 후보자들이 많아지면서 끝내 여성 장관 기용이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여성을 (고위직에)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 이어질 여러 가지 인사와 조직 보완 등에서 여성을 계속 확충할 예정”이라며 “여성 인재를 꾸준히 발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초 여 총리 탄생?
‘경제통’ 가능성도

마지막으로는 새로운 인물인 ‘경제통 총리’가 후보로 오른다는 시나리오다. 경제 분야는 문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따라서 오는 개각에서 경제통 총리로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경제성과 창출 동력 확보를 위한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개각에서 경제부처에 대대적인 개편과 쇄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은 엇나갔다. 현재 홍남기 부총리는 역대 최장수 기재부 장관을 향해 가고 있다. 다음 개각에서 이들 역시 교체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경제부처와 청와대 경제라인 개편으로 대대적인 경제팀 쇄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남은 임기동안에는 코로나19 극복과 회복이 국정 최우선 과제인 만큼, 전반적인 경제팀 재정비를 통해 마지막 동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 문재인 대통령 ⓒ고성준 기자

‘인사’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어필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하지만 문정부의 최근 인사는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겼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모두 과거 참여정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인사들이 기용되면서다. 연이은 친문 인사들의 청와대행에 야당에서는 ‘부엉이 내각’이라는 비판이 일 정도였다.

마지막 동력
경제팀 개편

따라서 문 대통령에게도 다음 총리 교체로 쇄신과 포용의 이미지를 강조할 과제가 남았다. 총리 인선은 개각의 마침표를 찍는 일이다. 집권 마지막 해인 올해 국정의 동력을 확보하고 정권의 위기에서 탈출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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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