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전필패' 총리 출신 잠룡들의 한계

한번 2인자는 딱 거기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인자’로 통하는 과거 국무총리들은 유독 대통령과는 인연이 없었다. 총리 출신 대권후보들이 미미한 지지율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총리 징크스’가 또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여의도 정가에는 ‘총리 징크스’라는 말이 있다. 행정부 2인자인 총리를 거치면 대통령 자리에 오르긴 어렵다는 것. 그간 총리 출신들은 대권에 꾸준히 도전해왔지만 ‘관운’은 유독 안 풀렸다. 실제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대권을 잡은 총리는 전무하다.

미미한 
지지율

과거 김종필 전 총리는 박정희, 김대중정부에서 두 번 총리직을 맡았다. 현대사에 거물 정치인으로 기록됐지만 결국 권력의 정점에는 오르지 못했다.

판사 출신인 이회창 전 총리는 ‘대쪽’ 이미지로 유력 주자로 부상했으나 세 차례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권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안정적인 관리형 이미지는 대통령의 모습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 총리 출신의 한계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2인자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내년 대선에도 총리 출신들이 호기롭게 도전장을 낸 상태. 여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회의장, 야권에서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전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이들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TBS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이 전 대표는 12.2%, 정 전 의장은 2.6%를 기록했다. 황 전 대표는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지지율 30%를 웃도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권 무덤’으로 불리는 총리직 
관리형 리더, 대통령과 안 맞아

지난해만 해도 총리 징크스가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이 전 대표와 황 전 대표가 유력 대권주자로 양강 구도를 구축하면서다.

당시 이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의 최장수 총리를 지내면서 유력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그는 4선 국회의원, 전남도지사를 거치며 중앙과 지방행정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엄·근·진’(엄중·근엄·진지)이라는 별명답게 안정감 있는 정치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총리 재임 기간 중에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 대권을 향한 보폭을 넓히기도 했다. 

황 전 대표 역시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보수진영의 구원투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검사 생활 30년과 법무부 장관을 거쳐 박근혜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냈다. 정계 입문과 동시에 제1야당 대표로 선출, 정부와 각을 세우며 체급을 키워나갔다.


특히 장외투쟁과 삭발, 단식 등 강경 행보로 보수 핵심 세력의 지지를 받았다.

두 인물은 21대 총선 당시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황 전 대표의 참패. 여당의 대승으로 끝난 총선은 이 전 대표의 대권행에 날개를 달아줬다. 반면 황 전 대표는 총선 패배 책임론과 동시에 정치 인생의 몰락을 맞았다.

대권 꿈
꾸지 마?

이후 여당의 수장에 오른 이 전 대표에게는 ‘어대낙(어차피 대세는 이낙연)’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하지만 그의 독주도 1년여 만에 끝이 났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 전 대표는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24%를 기록했다. 여야를 막론한 독보적인 1위였다. 하지만 딱 1년이 지난 현재 그의 지지율은 6%로 수직 하강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에서는 이 전 대표의 ‘고구마 정치’를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지나치게 신중한 행보를 보여 피로감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 대표가 당의 수장으로 오른 이후 과거 사이다 총리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행정부를 총괄하면서 쌓아왔던 신중한 국정 경험이 여의도에선 오히려 독이 됐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지율 굳히기’를 위해 전형적인 관리형 리더십에 안주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총리 징크스에 갇혔다는 지적도 덩달아 나왔다. 총리 출신 정치인들 특유의 신중함은 장점이지만, 대통령의 이미지와는 멀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것.

이·정
결과는?

이외에도 이 전 대표는 올해 새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제기했다가 큰 위기를 맞은 바 있다. 그 사이 이 지사는 코로나19 국면에서 화끈한 정치 행보로 이 전 대표를 맹렬히 추격했다.

이 전 대표가 하락세로 들어선 뒤 여권에서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강력한 ‘다크호스’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정 전 의장은 지난해 1월 문정부의 두 번째 총리로 취임해 1년3개월간 직무를 수행했다. 

그는 ‘대통령 빼고 안 해본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입법부와 행정부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주변을 잘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SK계’로 분류되는 의원만 수십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정 전 의장 역시 5% 이하의 미미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총리 징크스에 빠졌다는 평가다. 대권에 나섰던 이광재 의원과의 단일화는 괄목할만한 성과로 꼽히지만, 반등 기회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 모두 역전극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특히 대선 레이스에는 변수가 많은 만큼 상황이 한 순간에 뒤집힐 수도 있다.

황 전 대표의 경우 “이전의 황교안은 죽었다. 두 번의 실수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며 대권 도전을 밝힌 상태다. 그는 “지금은 경험이 필요하고 또 국민의 삶을 아는 리더가 필요한 때이며 저는 입법·사법·행정의 3부를 경험한 사람”이라며 총리 출신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어대낙’도 피하지 못한 징크스?
산전수전 다 겪고…이번엔 달라?

이 전 대표 역시 ‘이낙연표 정책 브랜드’를 구축하며 뒤집기를 구상 중이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경선에서 ‘국민면접’ 뒤 가장 많은 국민의 선택을 받기도 했다. 특유의 저음 목소리로 차분하게 본인의 대권 구상을 어필했던 게 높은 점수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이 전 대표와 정 전 의장은 ‘반 이재명’을 고리로 연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두 인물의 단일화설도 솔솔 나온다. 김두관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단일화할 것 같다”며 “시점은 아마 컷오프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만 단일화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관측했다.


정계에서는 과거 총리와 달리 이들의 반등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온실 속 화초’가 대다수였던 과거 총리 출신들과 달리 이들의 정치적 내공이 상당하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고건 전 총리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김종필 전 총리에 이어 총리를 두 번 지냈던 인물이다.

고 전 총리는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권한대행을 맡으며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고 전 총리에 대해 “실패한 인사”라고 혹독한 평가를 내리면서 지지층에 분열이 일어났다. 게다가 당시 야권 대권주자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세가 빠르게 올라오면서 경선조차 못하고 대선 출마를 포기했다.

당시 관료 출신이라는 한계를 깨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달리 이 전 대표와 정 전 의장은 호남에서 탄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데다, 중진 출신으로 당 요직을 두루 거쳤다. 여러 정치적 고비를 맛봤다는 점에서 ‘맷집’과 위기대처 능력이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맷집이
다르다

여권의 모 의원은 “이번 대선은 확실한 대세가 없고 전직 총리 2명 모두 경선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이 지사가 강세이긴 하지만 비토 그룹도 무시할 수 없어 앞으로 구도가 어떻게 흘러갈지 장담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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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