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 기시다, 일본-한국에 어떤 영향?

누가 됐다고? ‘그놈이 그놈’

[일요시사 취재 2팀] 정인균 기자 = 일본에 새 정부가 출범된다. 일본은 한국에 근접해 있어 무역과 외교·안보에 걸쳐 큰 영향을 주는 나라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새로운 리더 기시다 후미오는 한국에 어떤 영향을 줄까. 총재 선거에서 내놓은 그의 정책과 그간의 발언을 바탕으로 기시다의 일본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해봤다.

100번째 일본 총리로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외무상이 낙점됐다. 기시다는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에게 1표 차 승리를 거둔 후, 곧바로 치러진 결선투표에서 전체 428표 중 257표를 가져오며 낙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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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와는 달리, 내·외신은 고노 후보가 1차 투표에서 우세할 것이라 전망했다. 올림픽 강행과 코로나 방역 실패 등의 이유로 지지율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스가 총리의 공석을 메우는 선거였기 때문이다.

고노 후보는 자민당 내에서 개혁파로 분류되는데, 이번 총재 선거 내내 연금과 임금을 비롯해, 일본 사회 전반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기존 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인 것이다.

그는 줄곧 그간의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일본을 만들자는 메시지를 피력해왔고, 이 메시지는 대중에게 제법 잘 먹혀들어갔다.


지난달 <교도통신>이 발표한 여론 조사에서 고노는 31.9%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발표한 여론 조사에서도, <아사히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고노는 1위를 달렸다.

자민당 총재 1차 선거는 자민당 국회의원 382표, 일반 당원 382표를 합친 결과를 집계하는데, 일반 당원에게 인기가 높은 고노가 1차 선거는 이기지 않겠느냐는 예측이었다.

그런 고노 후보를 기시다는 1차 투표에서부터 앞섰다. 비록 1표 차이었지만, 사실상 일본의 총리는 기시다 후보로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1차에서 과반 득표가 되지 않으면 결선 투표로 가야 하는데, 결선 투표는 국회의원들의 표만 집계된다.

일반 대중에게 인기가 높은 고노였지만 당내에선 지지기반이 약해, 결선 승리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기시다는 ‘아베노믹스’ 정책은 반대하되, 아베-스가 정부의 전반적인 노선을 유지하려는 인물이다.

경제 정책만 빼면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시다는 정치판에서 적을 만들지 않고 온건한 자세를 유지한다고 평가받아왔다.

자민당 내에서는 상식적인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스가 전 총리가 불출마 선언 전부터 차기 총리로 거론됐다. 일본 언론은 1차 선거에서 탈락한 극우파 다카이치 후보의 표가 모두 기시다에게 간 것으로 분석했다. 자민당 소장파와 전통 우파들이 결집해 만들어낸 결과다.


경제 정책은 한국에 호재 전망
한일관계 개선은 그대로 불투명

한국이 눈여겨볼만한 기시다의 대표적인 총재 선거 공약은 경제·외교 분야다. 경제는 앞서 말했듯, 기존 정부와 다른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는 새로운 일본식 자본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부의 재분배’를 골자로 하는 그의 경제 정책은 그간 아베노믹스로 이룬 경제 성장이 소수만 배불리고,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동안 경제는 분명히 성장했지만, 그 수혜를 상위 계층만 누렸을 뿐, 대다수의 일본 서민은 더욱 힘들어지기만 했을 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기시다는 지난달 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베노믹스가 주요한 성과를 이룬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러나, 부의 재분배라는 측면에서 낙수 효과는 아직도 볼 수가 없다. 부가 소수의 손에 집중된다면 보다 강력한 경제 성장을 기대하는 건 무리”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각계각층, 지방과 대도시 간의 소득 격차를 이제는 해소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다만 총재 선거 토론에서 “전체적인 방향은 바꾸되, 기존 정부 핵심 통화 정책인 2% 인플레이션은 유지하고, 당분간 일본은행 총재도 바꾸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기시다의 아베노믹스 종식 선언이 일본 국민들에게 호재일지 악재일지는 아직 모르지만, 한국 경제엔 단연코 호재다.

아베노믹스는 2013년 아베가 처음 전개한 경제 정책으로,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촉진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 및 통화 정책을 혼합한 형태다.

아베는 이 정책을 실행하며 물가 안정률은 2%로, 디플레이션은 탈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양적 완화, 재정 지출 확대, 규제 완화라는 세 개의 화살을 날렸다.

그 세 개의 화살은 한국 자동차, IT·가전, 관광업계에 날아와 꽂혔다.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엔화는 세계의 소비자들로 하여금 한국산 대신 일본산 자동차·가전제품·관광지를 선택하게 만들었고, 이는 한국의 수출·관광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무역의존도가 약 63%인 우리나라로선 그간 아베노믹스가 매우 껄끄러운 정책이었음에 틀림없다. 기시다의 말대로 아베노믹스가 종식된다면 엔저 현상으로 어려움에 허덕이던 한국의 각 분야는 숨통이 좀 트일 전망이다.

그러나, 기시다의 외교·안보 정책은 기존 아베-스가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아, 한일 관계 개선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한일간 첨예하게 대립 중인 위안부, 독도 문제에 있어 기시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안보관에 있어서도 ‘전쟁이 가능한 국가’를 지향하는 개헌파에 속한다.

즉, 기시다의 일본은 경제 정책을 뺀 모든 부분이 한국 정부의 입장과 다르다. 특히 기시다는 위안부 문제에 매우 강경하다. 기시다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주도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베정부 시절 4년8개월간 외무상을 역임했고, 재임 중인 2015년 12월,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카운터 파트너로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빨간불

기시다는 지난달 18일 총재 선거 후보 토론회에서 위안부 합의 파기 관련 질문에 “한국이 이런 합의조차 파기한다면, 무엇을 약속해도 한일 간의 미래는 좋아지지 않는다”며 “공은 한국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경하게 대답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베노믹스 명암

아베는 2013년 ‘아베노믹스’를 시행한 바 있다. 아베노믹스는 흔히 성공한 정책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13년 이후 일본 증시는 나날이 호황이었고, 실업률은 급격히 떨어졌다.

이 같은 평가에 힘입어 아베는 최장기간 총리로 집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 지표상의 성공일 뿐이지 살펴보면 위험요소가 너무 많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정부 부채는 올해 3월 기준 약 1경2488조원을 기록했다. 일본 총GDP의 200% 이상으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실업률 하락에 기여한 고용도 주로 임금이 싼 업종들에서 일어났고, 비정규직 비율은 약 40%까지 올랐다. 일본 평균 임금은 30만엔 대 초반으로 1990년대 말 수준에도 못 미친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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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