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연기돌’ 도전기

드라마 뜨는데 영화는 지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아이돌 출신 가수가 연기에 도전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특히 그룹 내에서 뛰어난 비주얼을 갖춘 가수에게 연기 도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성공가도를 달리는 건 아니다. 최근 아이돌 출신 스타들이 각종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연기에 도전 중인 가운데, 희비가 엇갈리는 결과를 맞았다. 
 

▲ (사진 왼쪽부터) 걸그룹 구구단 출신 가수 김세정, 보이그룹 SF9 멤버 로운, 걸그룹 에이핑크 출신 정은지 ⓒOCN

아이돌 가수 중 대다수가 연기의 문을 두드렸지만, 뛰어난 연기력으로 대중의 찬사를 받은 경우는 손에 꼽는다. 자신의 영역이 아닌 다른 영역을 넘본다는 이미지 때문에 위험성이 존재한다. 때론 발성 등 기본기를 문제 삼거나 어설픈 연기를 보일 경우 강한 비판을 받기도 한다. 

도전

반대로 제국의 아이들의 임시완·박형식, 엑소 디오, 에이핑크 정은지, 2PM 준호 등은 데뷔작부터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며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했고, 배우 못지않은 실력파 연기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언급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최근 가장 두각을 나타낸 연기돌로는 구구단의 김세정이 꼽힌다. M.net <프로듀스 101>의 아이오아이 출신으로, 구구단에서 활약 중인 김세정은 KBS2 <학교 2017>을 시작으로 <너의 노래를 들려줘> 및 최근작 OCN <경이로운 소문>까지 총 세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김세정은 최근 <경이로운 소문>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융의 힘을 받고 되살아난 도하나를 연기했다. 김세정은 웬만한 남자보다 감정이 없을 뿐 아니라 뛰어난 운동능력을 가진 도하나를 완벽게 가깝게 표현했다.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으며, 낮은음의 대사 톤을 유지하고, 무채색 바탕의 의상을 입어 도하나를 세팅한 김세정은 중요한 순간마다 감정을 절제했다. 반대로 추 여사(염혜란 분)가 죽음의 위기에 놓여있을 때와 같은 극적인 장면에서는 감정을 터뜨리며, 훌륭한 내면 연기를 펼쳤다. 또, 남자 배우들도 힘들어하는 과격한 액션 장면을 매우 훌륭히 소화해낸 점도 눈에 띈다. 

<경이로운 소문>이 OCN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데에는 드라마 초반부 김세정의 무게감 있는 연기가 크게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여성 아이돌 출신 연기자 중 가장 의미 있는 업적을 남겼다. 

아스트로 차은우와 SF9의 로운도 연기돌로서 안착한 모양새다. 웹드라마부터 시작해 각종 작품을 통해 경험을 쌓은 차은우는 최근 tvN <여신강림>에서 차가운 이미지의 이수호를 준수하게 그려냈다. 

벽을 둔 듯 애정이 없는 아버지와의 관계, 그 사이에서 일어난 친구의 죽음으로 상처받은 10대의 아픔을 서투르게 발현하는 수호의 모습으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만화 속 순정남과 같은 외형의 차은우는 연기력까지 쌓아 올리며 주연급 연기자로서의 내공을 다져가고 있다. 

김세정과 마찬가지로 <학교 2017>로 데뷔한 로운은 최근 론칭한 JTBC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에서 회사 선배 윤송아(원진아 분)를 짝사랑하는 채현승 역으로 안정감 있는 연기를 선보이는 중이다. 짝사랑하는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도발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현실성을 불어넣고 있다.

<여신강림>과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는 비록 높은 시청률은 아니지만 뚜렷한 장점을 바탕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는 평가다.

세정, 차은우, 로운…어엿한 실력파
스크린 나선 아이돌 처참한 성적표


드라마 속 주연을 맡은 아이돌 연기자들이 점차 나아지는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영화에 도전한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은 부진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뜸한 것이 주요 원인이기도 하지만, 작품 대다수가 혹평을 받는다. 

틴탑의 멤버 니엘이 나선 영화 <스웨그>는 청소년 성장물의 진부한 형태로 여겨진다. 니엘의 연기 역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 외에는 어색했다는 평가다. 주인공인 니엘이 스크린에 녹아들지 못한 모습이 영화 전반에 드러난다. 

이 영화는 총 관객수 1998명으로, 개봉 첫날에 1000여명, 둘째 날에 400여명을 동원한 뒤 스크린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등 쓰라린 성적을 받았다. 

EXID 박정화와 베리굿 조현이 출연한 영화 <용루각: 비정도시>도 처참하긴 마찬가지다. 배우 오지호가 출연한 이 작품은 작품성 면에서 혹평을 받았다. 장르물을 표방했지만, 스토리 구성부터 캐릭터, 영화 내 대다수 설정이 클리셰 투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영화는 총 관객 수 3038명에 그쳤다. 

그 과정에서 조현과 박정화의 연기 역시 관객을 몰입시키는 데 실패했다. 신선하다는 면에서 의미는 있으나, 스크린에 나서기에는 준비가 미흡했다는 판단이 드는 연기력이다. 

B1A4 공찬과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신 홍은기가 출연한 영화 <미스터보스>도 혹평 속에서 마무리됐다. 2009년 개봉한 영화 <바람> 제작진이 들고 나온 이 영화는, 과거의 향수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한 스토리와 설정으로 관객과 평단의 외면을 받았다. 

공찬과 홍은기 역시 전반적으로 어색함이 가득한 연기를 보여줬다. 이들에겐 좀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해 보인다. 영화의 실패를 배우에게 떠넘기는 건 무리수에 가깝지만, 두 사람이 보여준 연기 역시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렵다. 

올해엔 유독 많은 아이돌 출신 가수들이 연기에 도전한다. 블랙핑크의 지수는 JTBC <설강화>, NCT의 재현은 KBS2 <디어엠>에 발탁돼 첫 연기에 도전한다.

무리수

한 드라마 관계자는 “아이돌 연기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연기에 대한 태도다. 인물을 표현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되새기고 연기자로서 나서는 게 합당하다. 인물에 대한 관심이나 의지 없이 연기에 도전했다가는 수준이 높아진 시청자들로부터 상처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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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