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불안석 민주당의 '안철수 딜레마'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30 14: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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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자니 박근혜가 무섭고 잡자니 안철수가 무섭다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새누리당 대선후보경선이 막을 내렸다. 박근혜 후보가 84%라는 절대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며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역대 최고의 보수층 결집"이라고 표현했다. 이로써 박 후보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무너뜨려 정권교체를 이뤄야 하는 민주당의 입장이 다급해졌다. 유일한 박 후보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금 민주당에 공식적 우군이자 잠재적 적군이다. 안 원장을 잡자니 고스란히 아랫목을 내줄 판이고, 놓자니 박 후보에게 여지없이 대권을 넘길 판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는 민주당의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민주당 입당 여부를 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안 원장의 세력 구축이 앞으로 있을 야권연대 판을 결정할 화두로 등장하면서 수많은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김두관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의 선거캠프 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은 지난 20일 안 원장의 입당 가능성에 대해 "안 원장의 민주당 입당은 추석 이후 본격 논의할 것"이라고 예측하는가 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2일 "민주통합당으로 들어가서 경선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해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우선 손부터 잡고 
막판에 '토사구팽'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언론을 통해 안 원장이 끝내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고 단독후보로 나오겠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이라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도 매체를 통해 "후보단일화 협의를 위해서는 안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우선 안 원장에게 입당 요구를 하고 있지만 당내 목소리를 들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은수미 의원은 21일 국회 세미나실에서 "안철수가 뜨면 선거전략은 불필요하다. 지금 이 상황으로는 제안 자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안 원장에 대한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다.


이것을 보면 박 후보에게 대권을 넘길 수는 없다는 민주당 내 정권교체 달성 의지는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떻게 안 원장과 손을 잡을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난관에 봉착한 분위기다. 안 원장의 민주당 입당 여부에 대해서 당내 입장조율이 어려워 마음 놓고 러브콜을 할 수도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이야기다.

하지만 민주당은 안 원장과의 연대구상에 대해 어떻게든 조속한 시일 내에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매체를 통해 "안철수 원장의 대선가도에서 중요한 변수는 출마시기와 민주통합당 입당 여부"라고 말했다.

김기석 민주당 의원도 "대한민국의 민주세력은 아직 취약하다. 우리나라가 민주화된 이후 민주·진보세력이 선거에서 이겼던 역사를 돌이켜보면 정치권 세력의 결집이 승리의 단초가 된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해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수세력을 누르고 대권을 잡았던 것도 세력규합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를 계기로 후보단일화는 민주당의 대선 승리수단이자 필승방정식으로 여겨졌다.

민주당 "꼭 안철수 끌어들이고 판 뒤집어야"
정치권 "바보도 아니고 입당은 절대 안할 것"

김대중·김종필(DJP) 연대는 한국 정치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며 첫 정권교체이자 민주 세력의 최초 집권이라는 역사를 기록했다. 노 전 대통령과 정몽준 후보도 집권을 위한 전략적인 접근 끝에 여론조사로 단일화를 이뤄냈다.

비록 선거일 하루 전 사소한 감정싸움으로 정 후보가 등을 돌렸지만, 이는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민주세력은 재집권에 성공했다.


단일화를 위해 민주당의 요구대로 안 원장이 입당한다 하더라도 그에 관한 대책을 두고 민주당 내 신진세력과 기성의원들은 분명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안 원장과 힘의 균형을 갖춰 선진적이고 건설적인 단일화 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세미나와 토론회 등의 모임을 꾸준히 가지며 대책 마련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요시사>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민주당의 김기석·이미경·은수미·서영교 의원 등이, 통합진보당에서는 서기호 의원이 각계 전문가들과 머리를 모으고 다양한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당내 지도자 중 소수 인사는 "안 원장을 토사구팽 시켜야 한다"는 말까지 내뱉으며 다소 극단적인 전략을 계획하는 분위기다. 지난 18일 <일요시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모인 민주당의 몇몇 의원들이 나눈 대화에서 안 원장에 대한 속내를 엿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안 원장을 무조건 끌어들여야 민주당이 산다"며 "어차피 안 원장은 검증에서 살아남지 못할 텐데…"라고 대화의 물꼬를 텄다.

그리고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드라마를 연출하고 국민의 이목을 끌면 반은 성공이다. 안 원장이 '경선이 불공정하다'며 뛰쳐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쪽에 유리하게 만들어 무조건 민주당에서 대선후보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공동정부' 제안    
박원순 '무소속' 추천

이러한 민주당 지도부 일각의 극단적인 의견과 민주당 입장에 관한 <일요시사>의 질문에 김두관 후보 캠프의 정진우 부대변인은 "그것은 모든 정당의 공통적인 문제이다. 기성정치인이 가지고 있는 권력에 대한 욕심이라고 보면 된다"며 "당내 일부 의원들에게는 야권연대를 통한 정권창출보다는 조직 내 자신의 입지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안 원장과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사람은 민주당 내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들이 아니겠는가"라며 이날 지도부 의원들의 뒷말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관해 정성호 민주당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일부 의원들의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다. 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안 원장과의 연대는 우선 논외로 하고 민주당 경선 흥행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자는 것이다. 그 다음에 안 원장과의 연대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번 대선을 정략적으로 접근하면 민주당은 필패한다. 안 원장은 여론의 흐름을 보면서 움직이는 굉장히 신중한 사람이다. '토사구팽식'으로 연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민주당 경선이 끝나면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갖추며 단일화가 진행될 것이다"라며 민주당의 공식적인 태도를 밝혔다.

"전략적 접근은 민주당에게 필패"
야권연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과제


민주당 대선경선후보들의 안 원장에 대한 태도도 심한 온도차를 보이며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민주당 후보들은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가도 애정공세를 하며 손을 내미는 형국이다.

민주당 후보들의 안 원장에 대한 복잡한 속내가 드러나는 대목으로 앞으로 누가 이러한 상황을 풀어내 안 원장과 손발을 맞춰 성공적인 야권단일화를 이뤄낼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문재인 후보는 얼마 전 "안 원장 벽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한데 앞서 "단순히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이 후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연합공동정부를 구성하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라며 안 원장에게 공동정부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 후보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후보단일화 방식과 관계없이 단일화 합의를 위해서는 민주당 입당에 대해 사전협의가 돼야 한다"고 말해 안 원장과의 단일화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고 전해진다.

손학규 후보는 언론을 통해 "지금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서 127석이나 갖고 있는데 '우리 혼자로서는 집권 못 한다' '공동정권으로 하자' '누구와 연대하자'고 하면 누가 그렇게 자신 없는 정당을 찍어주겠느냐"며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후 "대선 필승 손(孫)-안(安)에 있다" "안철수는 손학규와 함께 간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안 원장에게 적극적인 구애작전을 펼쳤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를 두고 "손 후보가 안 원장과의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 시 정권교체가 어렵다는 판단에서 우호적인 자세로 바뀌었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두관 후보는 안 원장과의 연대에 대해 가장 날을 세운 인물이다. 김 후보는 "거머리가 득실대는 논에 맨발로 들어가 모내기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안 원장을 비난했다. 그리고 김 후보는 문 후보의 '공동정부론'을 '자포자기'라며 깎아내리기도 했지만 본 경선에 들어서자 "안 원장과 가장 궁합이 맞는 인물은 바로 나"라며 안 원장 끌어안기를 시도했다.

끌어내리려다
끌어안기 '왜?'

민주당이 안 원장과의 야권연대에 득실을 계산하면서 마지못해 손을 내밀고 있는 가운데 안 원장이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치권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2일 안 원장의 대선 출마와 관련 "민주통합당으로 들어가서 경선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다수의 유권자들은 어떤 새로운 정치흐름을 원한다"며 "기존의 정당에 민주당도 크게 보면 포함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이어 "다만 본인이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면 결국 민주당으로 입당을 하거나, 민주당 후보들과 경선을 하는 문제는 여러 유권자들의 어떤 인식하고도 관계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또한 "저도 당시에 민주당으로 입당하는 것보다는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이 좋겠다고 많은 분들이 조언을 했고, 실제로 여론도 그랬다"고 밝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안 원장이 바보가 아닌 이상 절대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성정치인에 대한 반감이 안 원장을 통해 해소되는 유권자의 심리가 지지율로 반영되고 있다"며 "안 원장의 민주당 입당은 지지자들을 등 돌리게 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라고 박 시장과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전문가들은 안 원장의 독자출마에 대해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보수층이 어느 때보다 견고한 결속력을 보이는 이때 야권이 단일후보를 내는 데 실패한다면 모든 상황은 박 후보에게 유리하게 전개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사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당선에서 볼 수 있다. 1987년 당시 여권 후보인 노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사면해 민주화 세력의 표를 분산시키는 데 성공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야권표가 갈라져 노 전 대통령은 손쉽게 대권을 거며 쥐었던 것이다.

당시 두 명의 야권후보가 노 전 대통령에 맞서 단일화를 이뤄냈다면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5년 더 앞당겨 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노 전 대통령의 정권을 두고 일각에서는 '잃어버린 5년'이라 부르고 있다.

단일화 실패하면 
박근혜만 웃는다  

이 때문에 안 원장의 단독출마와 야권단일화 붕괴는 박 후보가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 중의 하나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박 후보는 손 안대고 코를 푸는, 이른바 '이이제이(以夷制夷 : 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함)' 전술 효과를 보는 셈이다. 

이처럼 야권분열의 악재는 그대로 보수세력에 호재로 작용, 안 원장도 함부로 독자출마를 선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권분열로 대권을 놓칠 수 있는 만큼 이는 민주당이 경계해야 하는 필패노선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안 원장이 정당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조직력이 없이 정치에 나서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원장이 지지를 세력으로, 세력을 조직력으로 가시화하지 못하면 대선은 어려워진다고 본다"고 말해 안 원장의 독자출마 위험성을 경고했다.

민주당이 손해를 보면서라도 안 원장과의 단일화를 이뤄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민주당은 존재감이 없어지는 가운데에서도 경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끌어올리고 야권연대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어야 하는 역사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 국회에서는 '시민 정치 진영의 전략과 방안'이라는 주제의 포럼이 열렸다. 여기에서는 박 후보에 맞서 정권교체를 이룰 후보단일화에 관한 야권의원들의 토론도 함께 진행됐다.

이날 포럼에서 김기석 민주당 의원은 "박 후보를 검증대에 올려놓으면 곧 추락할 것 같지만, 이는 착시효과일 뿐이다. 현재 집권하고 있는 정권이 바뀌는 것은 매우 어렵다. 대중의 선택은 가장 마지막에 선회하기 때문이다. 부시가 지지율이 낮으면서도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권 말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국민의 성격을 방증 한다"고 말해 정권교체에 대한 민주당의 안일함을 꼬집었다.

그는 또한 "대한민국의 세력구도를 볼 때 야당은 절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선을 앞둔 민주세력의 재집권 의지에 경종을 울렸다.

이어 "안 원장과 함께하는 야권연대에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기성정치인에게 염증을 느낀 유권자를 흡수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진보의 개념으로 포괄되지 않는 부동층에 대한 숙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 심판 아닌 미래 전망
'야권연대 시즌2' 재편해야

은수미 의원은 야권연대가 조직과 세력의 형태로만 이루어지는 것을 우려하며 "후보단일화가 '판짜기'에 급급해 부실한 내용으로 부동층을 흡수하지 못한다면 지난 4·11 총선과 같은 패배를 맛보게 될 것"이라며 "모든 야권 정치인들은 공동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뜻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야권연대가 세력 간 정치싸움이 돼서는 안 된다. 보편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치쟁점이 필요하다. 복지, 경제민주화, 한반도 평화, 정의에 관한 비전을 새롭게 제시해야 한다. 구정권에 대한 '심판'이 아닌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 '야권연대 시즌2'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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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