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대는 민주당 경선>'저평가 우량주' 김두관 주목해야 하는 이유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27 1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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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님 숨은 저력 "기필코 판 뒤집는다"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8월 24일 '환상의 섬' 제주에서 민주당 대선경선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민주당 경선은 모바일 개표 오류라는 진통을 겪으며 초반 삐끗했다. 내홍 속에서 열린 첫 뚜껑은 당초의 예측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가 6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세 명의 후보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2위를 차지한 손학규 후보와 3위 김두관, 4위 정세균 후보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문 후보를 이기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로써 경선은 중반전에 이를 경우 후보 간 합종연횡이 중대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 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후보가 바로 '저평가 우량주'인 김 후보임에 틀림없다.

민주통합당의 제주 첫 경선은 제주지역 총유권자의 10%에 달하는 3만6329명의 선거인단 중 2만102명(55.3%)이 투표해 당초 '1.5부 리그'라도 돼야 한다는 민주당의 흥행부진 우려를 불식시켰다. 결과는 당초 예상대로 그동안 ‘대세론’을 점해왔던 문재인 후보가 1만2023표로 59.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막판에 '당심'을 장악하며 두각을 나타냈던 손학규 후보는 4170표(20.74%)로 2위, 김두관 후보는 2944표(14.65%)로 3위를 차지했다.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
막판까지 사생결단 추격

대선의 거대한 판도를 결정할 민주당 경선은 시작과 함께 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주말 제주를 시작으로 뚜껑이 열리는 경선을 두고 수많은 시나리오가 쏟아지며 경선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여론은 지금까지 우위를 점했던 '문재인 대세론'보다는 혹시 모를 대이변에 무게를 두며 손 후보와 김 후보의 역전드라마를 점쳤다.

그 중에서도 이목은 단연 김 후보에게 쏠렸다. 김 후보가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의 지지와 '저녁이 있는 삶'이란 슬로건으로 민심을 흔들었던 손 후보의 그늘에 가려져 이대로 주저앉지 않을 것이란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지금까지 한자리 지지율로 답보상태를 보이며 멀찌감치 뒤처졌던 김 후보의 사생결단 추격전이 민주당 경선의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며 김 후보의 선전을 염두에 둔 '초박빙승부'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제주경선은 문·손·김 세 후보의 박빙이 예상됐고, 울산에서는 김 후보가 선두를 다툴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뚜껑이 열리면서 역시나 김 후보에 대한 평가는 '저평가 우량주'라는 아쉬운 결과로 드러났다.

김 후보가 저평가를 받은 이유에 대해 김 후보 캠프 정진우 부대변인은 "김 후보가 도지사직 사퇴 여부를 두고 주춤한 사이 준비된 다른 후보들이 앞서 치고나가면서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캠프 측은 두 번째 이유로 김 후보가 아직 '여의도식 정치'에 익숙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관계자는 "김 후보는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다. 이 때문에 민평련 모임에서 김 후보가 정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당시 김 후보는 중국 투자유치설명을 끝내고 새벽에 귀국해 굉장히 피곤한 상태로 모임에 참석했다.

패널이 굉장히 쉬운 질문을 던졌는데 김 후보가 '잘 모른다'라고 솔직히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다른 정치인 같으면 임기응변에 능해 충분히 에둘러 말해 위기를 모면했을 텐데, 중앙정치무대에 익숙하지 않은 김 후보는 아직 이점에 서툴러 공격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반평생 지도자 인생
세력은 자율 의병군

캠프 관계자는 초반 김 후보 측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일으킨 점을 세 번째 이유로 들었다.


그는 "처음에 김 후보에게 들어오는 인터뷰 요청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그만큼 '김두관의 등장'이 이슈가 된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지나치면 실망도 큰 법이다.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켰다"라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예비경선에서 문 후보와 대치구도를 이루고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던 것을 '전략적 실수'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것을 두고 네거티브 공격이 아니라는 주장은 분명히 했다.

김 후보 측은 "수비와 공격 모두 대선후보에겐 홍보수단이다. 하지만 초반에 지나쳤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앞으로 어떤 전략을 쓸지는 김 후보의 선택이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가 저력을 발휘할 인물로 부상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김 후보가 '우량주'로 평가 받는 공통된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김 후보는 이미 검증이 끝난 인물이라는 것이다. 김 후보는 남해군 이어리 이장에 선출돼 일찌감치 정치권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김 후보는 빗자루를 들고 마을 청소를 하고 다녀 '빗자루 이장님'으로 불렸다. 당시 김 후보 나이 서른이었다.

이후 남해군수로 출마해 당선됐으며 남해경제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김 후보는 '보물섬 남해'라는 브랜드 론칭을 시작으로 남해군 기후에 맞는 사계절 잔디를 개발하며 '그린플랜'이라는 사업에 주력했다. 공사 중이던 월드컵경기장에 잔디를 납품해 남해군의 수입원을 늘리는 것이 사업의 골자였다.

또한 축구전지훈련장 건설, 독도인 마을을 조성했다. 이를 두고 "돈 없고 가난하고 바다일 힘들어서 얼굴에 인상만 쓰고 있던 남해사람들이 김두관 이후 주머니가 많이 두둑해졌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김 후보는 2008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행정자치부 장관직을 무난하게 수행했다. 말투와 결음걸이까지 비슷해 '리틀노무현'으로 불린 김 후보는 장관을 그만두고 고향 경남에서 도지사와 국회의원에 도전했지만 낙선을 거듭하며 좌절을 맛봤다.  

하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경남도지사에 당선되어 6년의 설움을 말끔히 씻었다. 당선이 확정되자 김 후보는 "지역주의라는 나무를 쓰러뜨리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여덟 번 찍었고 내가 마지막 두 번 더 찍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역주의라는 거대한 나무는 쓰러지고 말았다"라고 감회를 표현했다.

첫 제주도 경선 3위 "그 정도면 선전했다"
'안방' 부산·경남 지역이 전세역전 전환점

김 후보는 도지사직을 맡으며 가지고 있는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경남민주도정협의회'를 설립해 공동지방정부 수립이라는 공약을 지킨 것이 주목할 만한 공적이다.

김 후보 측은 "김 후보는 이미 소통령과 중통령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오랜 지도자의 자리에서 고뇌와 결단을 거듭했다. 경남도지사를 할 당시 김 후보 특유의 친화력과 설득으로 이해와 대화 협상을 끌어냈다"라고 당시를 평가했다.


김 후보가 막판 저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두 번째 이유는 김 후보가 저평가를 받은 이유로 꼽혔던 여의도식 정치경험 부족과 당내 세력이 미력하다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후보는 순수한 사람이다. 정치기술이 부족해 중앙정치무대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직 서툴지만 이 점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역대 경선에서 임기응변과 정치기술에 능한 사람보다는 개인적인 역량이 가장 뛰어난 인물이 1위를 차지했던 것을 보더라도 김 후보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예측했다.

미력한 당내 조직력에 대해서 그는 “다른 후보들의 조직을 '정규군'이라면 김 후보의 세력은 '의병군'으로 표현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자발적인 지지모임을 통해 조직이 구축됐으며 이는 역동성과 확장성이라는 강점을 가진다. 김 후보의 지지 기반은 '국민참여조직'이라는 점에서 국민참여경선과도 일맥상통 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후보의 지지모임은 '두드림' '참여정치토론' '피어라들꽃' '두지모(김두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 '열린정책포럼'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충주지역에서 시민활동가 300인이 김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들은 "김 후보는 우리 같이 가난하고 차별받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이자 새로운 희망"이라며 "김두관 대통령 만들기에 전 가족이 나설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더 눈여겨 볼 대목은 김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여러 가지 면에서 대척점을 이뤄 본선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한 전문가는 "박 후보는 궁중정치, 아버지의 후광, 엘리트와 권력주의, 모든 것을 가진 사람으로 표현된다. 반면 김 후보는 서민정치와 농민운동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어왔고 엘리트 출신이 아니다. 권력주의와는 거리가 먼 인물로 모든 면에서 박 후보와 대립각을 이룬다"라고 평했다.

사퇴한 박준영 '반문재인'
향후 전개될 합종연횡 주목

'김두관주'가 상승세를 탈 수 밖에 없는 긍정적인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경선을 앞두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김 후보를 둘러싸고 묘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최근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김 후보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눠봤는데,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해 김두관-정운찬-안철수가 본격 행보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부산에서 민주당으로 3선을 달성한 조경태 의원이 김 후보의 캠프에 합류한 것도 김 후보로선 상당한 우군을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조 의원은 중도사퇴한 박준영 전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지면서 "박 전 후보가 김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정치권의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박 전 후보가 사퇴 직전 김 후보와 '모종의 통화'를 했고, 사퇴를 전후해 조찬을 함께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박 전 후보가 김 후보 캠프에 합류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박 전 후보 측은 "김 후보와 조찬은 없었다"라고 일축했지만 <일요시사>가 김 후보 캠프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두 사람의 조찬모임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후보 측은 "박 전 후보는 대통합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분열되었을 당시 민주당에 남아있던 인물로 참여정부 인사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사퇴한 박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손 후보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동안 박 전 후보가 김 후보에 대해서는 비난을 아꼈던 만큼 결선투표를 치러야 하는 김 후보의 합종연횡 전략이 활로를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이길 자는 오로지 서민출신 이장님 뿐
결선투표까지만 2위 유지하면 반드시 승산

현재 4위를 달리고 있는 정세균 후보의 사퇴여부도 김 후보로서는 2위 싸움을 두고 노려볼만한 최대 변수로 꼽힌다. 문제는 손 후보와의 싸움이지만 울산·부산·경남권에서 우위를 점하고 2위로 결선투표에 진입하게 된다면 충분히 본선 무대도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역대 민주당 경선은 예상을 뒤엎는 이변이 속출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02년 경선 당시 '대세론'을 점하며 줄곧 1위를 달렸던 이인제 후보는 초반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던 노무현 후보에게 대선후보 자리를 내주며 쓰라린 패배를 경험했다.

올해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경선도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갔다. 전국 지역 순회 대의원 투표에서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던 김한길 최고위원은 막판에 고작 0.5%p 차이로 이해찬 당대표에게 1위 자리를 넘겨주고 말았다. 막판 모바일투표와 서울 경선을 거치며 1637표 차이로 이 대표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던 것.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첫 결전지인 제주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지난 2002년 대선 경선과 사뭇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당시 경선에서는 당대표를 지낸 한화갑 후보가 대세론의 주역인 이인제 후보를 근소한 표차이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고, 노무현 후보는 한참 밀린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후 조직력을 앞세운 한 후보도 대세론을 점했던 이 후보도 노 후보의 수도권 한강상륙작전에 밀려 고배를 마셨고, 그렇게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노 후보는 강력한 대권재수생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청와대에 입성했다.  

따라서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제주 경선에서 문 후보가 59.8%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한 사실이 향후 경선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02년 제주 경선 결과와 마지막 결과가 너무도 달랐던 충격적 이변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02 이변 출발지 제주
'3위 돌풍' 지켜보라

김 후보의 현재 제1목표는 바로 앞선 손 후보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문 후보와 지지세가 겹치는 영남권 경선에 사활을 건다는 복안이다.

김 후보 캠프 관계자는 "김 후보는 1959년생으로 아직 젊다.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녔다. 역동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주경선 후보 중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인물이다. 앞으로 경선무대에 적응을 하면 장점을 살려 진가를 드러내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날 것이다"라며 "요즘 김 후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좋은 징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민주당 경선후보들을 두고 "문 후보는 갈수록 밑천이 드러나는 케이스이고, 손 후보 역시 갈수록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뒤늦게 추격전에 나선 김 후보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상승세가 기대되는 만큼 '유망한 우량주'의 선전을 기대해 볼만 하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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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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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도 수사기관의 칼날 앞에서는 작아지는 걸까? 얼마 전까지 멀쩡하게 걷던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거나 아예 병원에 드러눕는 모습은 국민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 영부인이 병원에 입원하며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정말 아픈 걸까, 수사 회피를 위한 ‘쇼’인 걸까?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 그리고 조기 대선을 넘어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정부 이후 3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 정부 지우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일 ‘3대 특검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거부권 사라지자… ‘채상병 특검법’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다. 3대 특검법은 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이후 국회에서 처음 통과된 법률안으로 기록됐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사고 경위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을 수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즉 내란 특검법은 ▲내란 행위 ▲외환 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가지를 들여다본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 등과 관련된 16가지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3대 특검법은 한동안 윤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채상병 특검법은 3번, 내란 특검법은 2번, 김건희 특검법은 4번 국회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정권교체로 이정부가 출범하면서 3대 특검법은 공포·의결됐다. 윤정부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를 키운 ‘매머드급’ 특검의 표적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김건희 특검법이다.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김 여사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김건희 특검을 지휘한다. 특검보 4명, 파견검사 40명, 파견공무원 80명, 특별수사관 80명 등 최대 205명 규모로 꾸려진다. 3대 특검 중 규모 면으로는 두 번째다. 서울아산병원 입원 지병 악화? 우울증? 수사는 최장 170일간 가능하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110일간 수사할 수 있지만 그사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30일씩 두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민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 개입 및 인사 개입 의혹 사건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사건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당 개입 의혹 사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부당 개입 의혹 사건 등 16가지 의혹을 살펴본다. 김건희 특검법은 특검이 인지한 관련 범죄 행위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의혹에 대한 수사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김 여사의 소환조사는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현직 대통령 부인 가운데 최초다. 실제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 수사는 ‘김 여사 조사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은 김 여사와 명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등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모두 확보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6·3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응한 바 있다. 문제는 김 여사가 최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점이다. 김 여사는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알려진 이유는 지병 악화였다. 당시 김 여사 측 변호인은 “몸이 쇠약해져 오늘 입원한 건 맞다”면서도 “병명은 모르는데 심각한 건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퇴원해 수사 준비 등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혹만 16가지 이후 서정욱 변호사를 통해 김 여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 변호사는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로 윤 전 대통령 측 사정에 밝다고 알려졌다. 서 번호사는 YTN 라디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계속 우울증 약을 먹는 등 평소에도 안 좋았다”면서 “특검은 6개월가량으로 먼저 다른 사람을 조사한 뒤 중간쯤 김 여사를 소환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김 여사가 특검을 피하려 한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김 여사 측한테서 들었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종합하면 김 여사는 특검을 해명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 말도 안 되는 가짜 의혹도 많으니 이번 기회에 깨끗이 정리하고 가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요리조리 수사를 거부하던 부인 김건희씨는 급기야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내란 2인자 김용현은 구속 기간 만료를 노리고 법원 결정을 거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란 수괴를 풀어준 지귀연 판사나 노골적으로 김건희를 비호하고 비화폰으로 내란 세력과 내통해 온 심우정 검찰총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해 “마지막이라도 윤석열과 김건희가 깨끗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그래도 3년간 대통령을 했고 영부인을 했는데 그렇게 추잡하게 놀면 되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쇼 한다” 이어 “윤석열정권 때는 황제 수사 받고 더 나쁜 건, 진짜 나쁜 건 검찰이다. 다 덮었다”면서 “이제서야 통화 기록이 나오고 주가조작 나오고, 그리고 소환 통보하니까 우울증 걸렸다고 병원 가나? 우리 서민들이 병원 입원실 잡기가 쉽냐? 마지막까지 이렇게 추잡한 모습을 보이는 윤석열, 김건희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게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피하기 위해서다. 봐라, 대통령선거 때는 내가 검찰에 출두하면 선거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보통 사람도 문제가 되는데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안 나가면 검찰이 봐주나?”라면서 “우리나라 검찰이 그렇게 비겁하고 진짜 심우정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뭐예요? 무혐의 처리했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해프닝도 덩달아 일어났다. 김 여사가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누군가 ‘김 여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병원에 치킨을 배달시켰다는 풍문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 19일 마약 신고를 한 신고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거짓신고) 혐의를 적용해 약식재판인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병원 입원으로 특검 수사가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 특검은 김 여사 입원 다음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입원 사실을) 어제 언론 보도로 접했다”며 “대면 조사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어떻게 조사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특검보가 임명되면 차츰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면 조사 언제쯤? 방패막이 사라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형근·박상진·오정희·문홍주 특별검사보를 임명하면서 진용을 갖췄다. 이들은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 특별수사관 및 파견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 역할을 맡는다. 특검보들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로 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근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나눠서 맡기로 한 것까지는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은 3대 특검 중에 의혹이 가장 많고 그 범위도 방대해 수사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김 여사의 소환 여부, 시기, 방법 등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여사의 입원 기간은 2주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그 시기가 지나고서도 김 여사가 수사에 불응하면 발생한다. 이때 특검이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민 특검은 지난 1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총괄하는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을 담당하는 박승환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리, 건진법사 진성배씨 의혹을 관할하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을 차례로 만나 면담했다. 민 특검은 “중앙지검에서 이첩한 사건과 파견 인력 문제를 협의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특검법상 최대 4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다. 민 특검은 금융감독원도 찾아 관련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이제 김 여사를 지켜줄 방패막은 사라진 상태다. 3대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유독 높은 만큼 김 여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는 점, 핵심 증인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 등도 김 여사에겐 악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