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청와대 마지막 승부수

원투펀치로 거물 때려잡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초대 공수처장과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결정됐다. 두 후보자 모두 판사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비검찰 출신이다. 검찰총장으로부터 카운터펀치를 맞은 청와대가 검찰개혁을 위해 다시 전열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 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와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고성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0일,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에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지명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법무부 장관에 비검찰 출신을 앉혔던 문 대통령은 초대 공수처장도 판사 출신으로 선택했다. 

질질 끌다
드디어 출범

김 후보자는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 고고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시험(31회)에 합격한 뒤 1995년부터 판사로 일하다가 1998년 김앤장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특별검사팀에 특별수사관으로 참여한 경력이 있다.

2010년부터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재직하며 헌재소장 비서실장, 선임헌법연구관, 국제심의관을 역임했다. 

지난해 12월28일 공수처창 후보 추천위원회는 김 후보자와 함께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추천했다. 두 사람 모두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인사다. 청와대는 “두 후보 모두 훌륭했으나 김 후보자는 판사, 변호사,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에 더해 특검 특별수사관 등의 다양한 법조 경력을 가지고 있다”며 “전문성과 균형감,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이어 “공수처 출범은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 부패 없는 사회를 위한 약속”이라며 “김 후보자가 공수처의 중립을 지키며 권력형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하고, 또 공수처가 인권 친화적 반부패 수사기구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하리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박 후보자는 서울·전주·대전지법 판사를 거친 뒤 참여정부와 청와대에서 민정2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19~21대 국회의원으로 일하며 법제사법위 간사, 사법개혁특위 간사 등을 맡았다.

오전 공수처장, 오후 법무장관
청, 비검찰 출신 기조 이어가

재심 끝에 진범이 밝혀진 삼례나라슈퍼 3인조 강도 사건의 배석판사로, 사실이 밝혀진 이후 사과한 바 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박 후보자는)판사 출신 3선 국회의원으로 제20대 사법개혁특위 간사, 민주당 생활적폐청산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우리 사회의 각종 부조리 해결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 정부, 국회 등에서 활동하며 쌓은 식견과 법률적 전문성, 강한 의지력과 개혁 마인드를 바탕으로 검찰·법무개혁을 완결하고 인권과 민생 중심의 공정한 사회 구현을 실현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자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그러면서 “이 엄중한 상황에 이 부족한 사람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서 어깨가 참 무겁다”며 “이제 법무 행정도 혁신해 국민의 민생 안정에 힘이 돼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잘하겠다”고 전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이번 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일격을 맞은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다시 한 번 검찰개혁의 고삐를 당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정부가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꼽은 공수처 출범과 맞물려 문 대통령의 의지가 드러난 인사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 후보자와 박 후보자의 지명 배경으로 검찰개혁을 강조한 부분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12월24일 법원이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문 대통령이 타격을 입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가 “2개월의 정직 처분은 본안 소송 판결 선고일부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자체가 무산됐다. 

윤에 맞고
사과했지만…

문 대통령은 법원 판결 하루 뒤인 지난해 12월25일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사과했다.

법무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직접 재가한 사안이 법원 결정에 뒤집히면서 정권 책임론이 불거지자 사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법원의 판단에 유념해 검찰도 공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특히 범죄 정부 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찰한다는 논란이 더 이상 일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추 장관은 지난해 12월30일 윤 총장의 징계 집행정지 6일 만에 “국민들께 큰 혼란을 끼쳐 드려 매우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입장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법원은 징계사유에 관한 중요 부분의 실체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실무와 해석에 논란이 있는 절차적 흠결을 근거로 집행정지를 인용했다”며 “그것도 법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를 내세웠고 법무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앞서 직무배제 조치 가처분 소송에서도 법원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추 장관은 연전연패를 기록하고, 장관 자리를 내놓았다. 지난해 12월16일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제청하면서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은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했다”며 명예로운 퇴진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경질’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공수처가 출범하고 차기 법무부 장관이 결정되면 검찰은 또 다시 일대 대변혁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라임·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건 등 정권을 겨냥한 수사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래도 다시
검찰개혁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다. 그동안 검찰이 독점해 온 기소권이 공수처로 일부 이전되면서 검찰 권력을 견제할 조직으로 평가받았다. 법조계는 고위공직자와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해 공수처가 이첩을 요청하면 즉각 응해야 하는 의무 때문에 정치적 중립을 담보할 장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국민의힘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기소권은 분리한다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무소불위 공수처장 후보를 야당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지목했다”며 “공수처는 검찰과 경찰의 내사정보부터 공직비리 수사까지 모두 보고받고 가져갈 수 있다. 헌법에 없는 최상위 수사기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감사 방해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정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공수처가 앗아가는 순간 청와대 사수처의 정체가 드러날 것”이라며 “도덕성도 실력도 검증 안 된 ‘묻지마 공수처’는 친문 청와대 사수처가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일각에서는 검찰이 월성원전 수사나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신임 법무부 장관의 검찰인사가 예정돼있다. 추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검찰인사를 단행,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윤 총장의 수족이 다 잘려나갔던 추 장관의 지난해 1월 인사는 ‘검찰 대학살’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 이후에도 추 장관은 검찰인사를 통해 검찰 장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장 월성원전 수사팀이 타깃으로 꼽히고 있다.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이상현 부장이 인사조치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월성원전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형사5부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을 월성 자료와 파일 530건을 삭제한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이들은 윗선 개입과 관련해서는 전혀 입을 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로 정권 수사 가져오고
장관이 인사로 수사팀 날리고?

법조계에서는 검찰인사 과정에서 월성원전 수사팀이 공중분해되면 수사 동력 자체가 상실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렇게 되면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청와대 관련자 소환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원천 차단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1월 검찰인사가 박 후보자와 윤 총장의 관계 정립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박 후보자는 윤 총장과 검찰과의 관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관계가 돼야 하고. 그것을 통해 검찰개혁을 이루라’고 말씀하셨다. 그것이 저에게도 지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고성준 기자

하지만 박 후보자와 윤 총장은 지난해 10월22일 대검찰청에 대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이미 한 차례 맞부딪쳤던 바 있다. 당시 박 후보자는 “너무나 윤 총장을 사랑하는 본 의원이 느낄 때 (윤 총장의 정의는)선택적 정의라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윤석열이 가진 정의감, 동정심에 의심을 갖게 됐다”고 비판하자, 윤 총장은 “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닌가? 과거에 저에 대해서는 안 그러셨잖습니까”라고 반박했다. 

여권도 검찰개혁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에 발맞추고 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이 모인 ‘처럼회’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을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를 줄인 것을 넘어 제도적으로 아예 없애겠다는 뜻이다. 

김 의원은 “기소권, 수사권, 영장청구권, 수사지휘권, 형집행권, 국가소송 수행권 등 형사사법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독점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 법치국가가 발전할수록 검찰이 국가 최고의 권력으로 군림한다”며 “검찰의 집중된 권한에도 불구,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제도적 장치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여권에선
“아예 없애자”

그러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던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권과 공소유지권만을 갖는 ‘공소청’을 신설해 수사·기소권의 완전한 분리와 공정한 형사사법절차 구현 및 사법신뢰도를 제고하고자 공소청법 제정안을 발의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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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