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검찰개혁 ‘진짜’ 이유

창 들었을 때 방패부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10일은 검찰 입장에서 운명의 날이었다. 국회와 법무부에서 검찰 압박을 위한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위원회가 법무부에서 열렸고, 국회에서는 검찰개혁의 핵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두 사건의 명분으로 모두 검찰개혁을 내세웠다.
 

▲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본회의서 공수처법이 가결 처리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법 개정안이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앞서 열린 안건조정위원회에서는 6명 중 4명의 찬성으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장 추천위원의 의결 정족수를 기존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로 완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야당 패싱
일방 통행?

사실상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또 정당이 10일 이내에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대신 학계 인사 등을 추천하도록 하고 공수처 검사의 요건을 현행 변호사 자격 10년에서 7년으로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여당은 야당의 개정 의견을 일부 수용, 공수처장에 재정신청권을 주는 특례조항을 삭제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토론 없이 안건을 표결에 부쳤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 11명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기립해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회의장을 찾아 “권력을 잡으니까 보이는 게 없느냐”며 “이렇게 날치기하면 안 된다”고 항의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지난 9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에 공수처법 개정안을 상정하면서 국민의힘이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시작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첫 주자로 나서 “대한민국은 ‘문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문님’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문빠’들로부터 나온다”고 비판했다.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비꼰 내용이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지난 10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87인 중 찬성 187인, 반대 99인, 기권 1인으로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원안에 가까운 수정안을 제출하고 유상범 의원이 반대 토론에 가까운 수정안 설명에 나섰지만 의석 수에 밀렸다. 

이로써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한 검찰개혁의 핵심 정책인 공수처 출범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여야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자신의 SNS에 “공수처 출범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운영은 더 중요하다”며 “공수처가 가동되면 권력층의 불법적 특권과 불합리한 관행은 사라지고, 공직사회는 더욱 맑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썼다.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
야당 비토권 무력화

반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참으로 참담한 분노가 치솟는다”며 “민주당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수처법 개정안의 통과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정권이 폭망의 길로 드디어 시동을 걸었다고 확신한다”며 “국민들이 이런 부정, 불법, 비양심, 사기를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약 없이 공수처 출범이 미뤄져 안타까웠는데, 신속한 출범 길이 열려 다행이다. 공수처 설치는 대통령과 특수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 성역 없는 수사와 사정, 권력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부패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오랜 숙원이자 국민과의 약속이었다”며 “새해 벽두에는 공수처가 출범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수처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와 함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검사징계위도 지난 10일 법무부에서 열렸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징계를 청구해 징계위가 소집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날 징계위는 외부위원인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다.

전남 광양 출신의 정 교수는 2017년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와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정 교수 외에 외부위원으로는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가 참석했다. 또 다른 외부위원 1명은 불참했다.

당연직 위원인 이용구 법무부 차관, 추미애 장관이 지명한 2명의 검사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다. 법률상 징계 혐의자인 윤 총장은 심의에 출석하지 않았고, 대신 이완규·이석웅·손경식 등 특별변호인 3명이 참석했다. 

윤 총장 측은 회의 시작 후 징계위원들에게 추미애 장관이 징계청구자이면서 징계위를 소집하는 건 위반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징계위원들은 윤 총장 측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원 5명 중 신성식 반부패부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기피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환영의 뜻

이 차관에 대해서는 이미 기피신청을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또 윤 총장 감찰·징계 청구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심 국장이 징계위원으로 참여한 것이 확인되면서 기피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징계위는 윤 총장의 기피신청을 ‘기피권 남용’이라면서 기각했다.

심 국장은 스스로 회피 신청을 하고 징계위에서 물러났다.

징계위는 10일 오전 10시4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장장 9시간 동안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심의를 했지만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징계위 회의는 징계위원 기피 신청 판단 등 절차적 논의와 법무부의 징계 사유 설명에 이어 윤 총장 측의 의견 진술 순으로 이뤄졌다. 

윤 총장 측은 류혁 법무부 감찰관, 박영진 울산지검 부장검사,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한동수 감찰부장, 정진웅 차장검사에 이어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징계위는 심 국장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들 증인에 대한 심문과 징계 의결 절차는 오는 15일로 미뤄졌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부터 권력기관 개혁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특히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이면서도 개혁 대상으로 꼽혔다. 당·정·청은 검찰개혁을 위한 제도 입법화에 공들였다. 공수처는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여겨졌다. 공수처법 개정안이 임시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늦어도 내달 초면 공수처 출범이 가능하게 됐다.

검찰 견제를 위한 마지막 틀이 완성된 것. 
 

▲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윤 총장 징계와 관련해서도 당정청은 연일 검찰개혁을 내세웠다. 추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인사권과 감찰권, 수사지휘권을 휘두르면서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언급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징계위 전날인 9일에도 자신의 SNS에 이연주 변호사가 쓴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제목의 책을 일부 발췌해 “공수처 더 이상 고민할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적었다.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는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내용의 책이다. 추 장관은 이 책에서 “검사의 직무관련 범죄를 수사하는 처지에 놓인 검사들은 ‘국민을 배반할 것인가, 검찰을 배반할 것인가’라는 진퇴양난에 빠진다. -중략- 어쨌든 검사들에게 국민을 배신하는 대가는 크지 않으나 조직을 배신하는 대가는 크다”라는 부분을 인용했다. 

9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

문제는 청와대와 집권여당, 법무부에서 명분으로 언급하는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 여론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윤 총장의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 한 이후 공수처 출범과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처리 등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정권을 향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방편으로 검찰개혁을 내세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 4개사가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추진 방향이 ‘검찰 길들이기’로 변질되는 등 당초 취지와 달라진 것 같다고 답했다.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게 진행되는 것 같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 및 징계조치에 대해서도 50%의 응답자가 ‘잘못한 일’이라고 답했다. ‘잘한 일’은 30%로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자세한 사항은 NBS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총장은 지난해 8월 취임 한 달 만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전격 압수수색과 함께 시작된 수사로 윤 총장은 집권여당은 물론 청와대와도 대립각을 세웠다. 올해 1월 추 장관이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법무부에 입성하면서는 ‘추윤대전’이라고 불릴 만큼 끊이지 않는 갈등을 겪었다. 

추 장관은 인사권을 통해 윤 총장의 수족을 쳐냈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주요 사건에서 윤 총장을 배제했다. 집권여당은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자리를 지켰다. 식물총장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윤 총장은 지난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반전의 키를 쥐었다. 

징계위는 결론 못 내고 15일로
때릴수록 윤 총장 지지율 올라 

집권여당의 공세를 작심발언으로 맞받아친 윤 총장에 대해 추 장관은 감찰권으로 맞섰다. 윤 총장은 지방 검찰청 방문 등의 행보를 보였다. 특히 지난달 3일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을 방문해 신임 부장검사를 대상으로 한 리더십 교육 강의에서 그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도 엄정히 수사할 수 있는 검찰을 만드는 것이 검찰개혁”이라고 말했다. 

이후 대전지검에서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문제를 두고 수사에 돌입했다. 감사원에서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한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결과를 내놓은 이후였다. 월성원전 수사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직원 2명의 구속으로 수사가 그보다 더 윗선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의 소환도 초읽기 상태다.
 

▲ ▲문재인 대통령 ⓒ고성준 기자

이외에도 라임·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조 전 장관 가족 비리 의혹 등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문재인정부 관계자들 연루 의혹 사건이 산재해있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2022년 3월 대선까지 대형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윤 총장에 대한 당정청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그의 체급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추 장관과의 갈등이 시작될 무렵부터 대선후보로 언급되기 시작한 윤 총장은 최근 조사에서 양강으로 분류됐던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오차범위 밖으로 밀어내고 1위를 기록했다. 

정권 노리니
날려버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국민일보>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에게 대선주자 선호도를 물은 결과 윤 총장은 25.8%로 단독 1위를 기록했다. 이 대표와 이 지사는 20.2%로 나타났다. 윤 총장은 2주 전(11월23~27일) 조사와 비교해 지지율이 6%p 급상승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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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