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광기에 사로잡힌 살인마가 된 이정재

<다만악>서 충격적인 사이코패스 ‘완벽한 변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이정재가 짓는 미소에는 대체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 미소 때문인지 작품 내에서 그가 씻을 수 없는 악한 행동을 할 때 조차도 묘한 설득력을 갖곤 했다. 그런 그가 신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는 웃음기를 싹 뺐다. 사냥 전, 사냥개의 눈빛만을 장착해 광기의 극단에 있는 인물로 변신했다. 미소 한 번 짓지 않고 파괴적인 악랄함을 표현한 이정재를 만났다. 
 

▲ 배우 이정재 ⓒCJ엔터테인먼트

영화계에는 멋있는 악역이 좋은 작품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멋있는 악역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선한 인물에게 힘이 생기고, 그 힘은 수작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홍원찬 감독의 신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하 <다만악>)도 같은 궤에 있다. 악역의 매력이 영화의 수준을 높인다. 악역은 이정재가 맡았다. 

사이코패스

극중 이정재가 연기한 레이는 전사도 없고, 대사도 거의 없는 편이다. 영화는 그가 왜 이렇게 됐는지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사람의 내장을 꺼내는 악취로 백정이라 불렸던 인간이자, 자이니치 야쿠자인 ‘레이’는 인상부터가 남다르다. 목에는 긴 타투가 있고, 눈은 항상 약에 취한 듯 미쳐 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 그에게는 콧노래가 흐르는 즐거움이다. 

그런 레이가 친한 야쿠자 형님을 죽였다는 이유로 인남(황정민 분)을 매섭게 쫓는다. 형에 대한 복수심은 애초에 중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저 살인을 즐기는 살인마일 뿐이다.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이정재의 변신은 성공적이다. 워낙 뛰어난 연기력 덕에, <다만악>은 감독의 작품이 아닌 배우의 영화로 평가된다. 실제로 이정재는 배우 이상의 영역에 관여했다. 


“시나리오에는 레이의 외형이나, 광기가 잘 표현되지 않았다. 레이에 대한 설명이 적어서, 상상을 가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우 화려한 인물로 방향을 잡았다. 레이와 등장과 퇴장에도 고민이 많았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폭력성과 서늘함이 있어야만 관객이 공감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개인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타투나 의상과 같은 스타일링을 잡아갔다.”

이정재가 만든 극단의 사이코패스
“생각하는 것까지 새로워야 한다”

이렇게까지 작품에 관여하기는 처음이다. 감독 앞에서 PPT를 했다고도 한다. 그 노력은 책임감으로 돌아왔고, 다시 최고의 연기로 이어졌다. 

“배우들이 다 비슷할 것이다. 남녀노소 배우라면 모두 강렬한 이미지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을 것 같다. 시나리오만 보고 레이에게 그런 매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레이를 설명하는 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백정으로 불린 사나이’ 정도로 현재의 미친 광기만 있을 뿐이다. 이런 경우 인물에 공감이 되지 않기 마련인데, 레이는 설득력을 갖는다. 

“레이에 대한 많은 설명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왜 인남을 죽이려 하는지 목적은 관객이 몰라도 된다고 여겼다. 그냥 ‘쟨 저럴 것 같아’면 됐다. 그걸 첫 신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친한 형이 죽은 건 레이에게 사람을 죽일 명분이 생긴 것에 불과하다. 장례식장서도 조문을 표하는 느낌보다는, 확인 행위에 가까웠다. 그렇게 방향성을 잡으니 수월했다.”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신세계> <관상> <암살> <신과 함께> <사바하>, JTBC <보좌관>. 그의 필모그라피는 매우 훌륭한 편이다. 대부분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다만악>에서의 연기는 전작들의 위상을 뛰어넘는다. 타겟을 쫓는 집요함과 짐승같은 면모, 눈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드러나는 광기는 잔상이 깊다. 


“난 사실 눈을 돌리려고 한 적이 없다. 무언가를 바라본 것인데 그렇게 나왔다. 사실 레이는 사물이나 공간을 보더라도 남들과 다를 것 같았다. 신경질과 히스테릭함이 전제된 인물로 생각했다. 한 번은 홍경표 촬영감독님이 ‘어우’라며 놀라더라. 눈을 돌리고 있는 장면을 본 뒤였다. 의도는 아니었지만, 내가 생각한 의도와는 맞아떨어졌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이미 레이가 이정재의 안에 장착이 됐던 것으로 해석된다. 완전히 그 인물에 녹아든 셈이다. 최동훈 감독은 가끔 첫 촬영 전에 완전히 그 인물이 돼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타짜> ‘아귀’(김윤석 분)와 <암살>의 ‘염석진’(이정재 분)이 그 예다. 홍원찬 감독 역시 이정재가 레이를 장착하고 나타났다고 했다.

<다만 악에서…> 성공적 변신
웃음기 싹 빼고 악랄함 표현

“그렇다니 감사하다. 첫 번째로 어떻게든 새로움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 웬만해서는 다시 보지 못한 캐릭터여야 관객들로부터 호감을 얻는다. 기시감이 강하면 호감을 얻기 쉽지 않다. 근데 단순히 표피적으로 보이는 새로운 것은 두 시간을 끌고 가기엔 힘이 벅차다.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신선해야 한다. 그것을 디뎌내는 건 배우의 몫이다. 생각마저도 새로운 인물을 빚어내고, 외형적인 것마저 잘 표현된다면, 좋은 평가가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레이의 또 하나의 매력은 절제다. 굉장한 광기가 드러남에도, 감정이 과잉으로 느껴지는 지점이 없다. 그는 과함이 언제나 모자름만 못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목소리도 이리저리 바꿔봤는데, 다 과하더라. 그래서 가장 담백한 톤을 잡았다. 그리고 행동도 많지 않았다. 되도록 간결하게 했다. 넘쳐버리면 오그라든다. 원래 무서워 보이는 사람이 가만히 있으면 그게 더 무섭다. 되도록 넘치지 않으려고 신경썼다.”

인물이 가진 사고의 새로움과 절제의 미학을 완전히 깨우친 이정재는 ‘대체 불가한 배우’의 위상에 올라선 듯하다. 인물이 화려하게 원색적이든 현실적으로 무채색에 가깝든, 그는 언제나 설득력이 있는 얼굴을 만들어낸다. 

캥거루족

그런 그가 또 다른 변신을 준비 중이다. 현재 촬영 중인 <오징어게임>에서는 부모에게 기대어 사는 캥거루족으로 나온다. 엄마 지갑서 돈을 훔치는 나약한 인물을 표현한다. 광기에 사로잡힌 사이코패스서 마마보이에 가까운 사회 부적응자까지, 언제나 연기로 확신을 주는 이정재이기에 변신 역시 반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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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