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충무로 여제’ 김혜수 “말 없는 손길이 주는 희망이란…”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1986년, 10대에 데뷔한 김혜수는 날아다니는 나비였다. 화려한 조명과 의상, 김혜수만의 멋있는 외형에 단단한 내공까지 겸비했다. 김혜수를 두고 ‘충무로 여제’라 부르는 이유는 그가 증명한 결과가 수없이 많아서다. 그런 김혜수가 연약함을 표현했다. 인간 김혜수가 여러 고통으로 인해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있을 때 만난 영화 <내가 죽던 날>을 통해서다. 우울감을 기저에 깔고 마음의 병에 고통스러워하는 인물을 완벽에 가깝게 그려낸 김혜수를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
 

▲ 김혜수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언제나 웃는 얼굴이었고 늘 밝았다. 목소리도 크고, 당당했다. 연예인 사이에서도 연예인이었고, 어디를 가도 누구를 만나도 주목받았다. 배우 김혜수에게는 그런 특별함이 있었다. 

화려한 조명
미친 존재감 

화려한 스튜어디스(<짝>)였으며, 화투판의 꽃(<타짜>)이기도 했다. 도둑들 사이에서도 두려움을 주는 ‘어마어마한 썅년’(<도둑들>)이었고, 기에서 밀리지 않는 당돌한 계약직(<직장의 신>)이었다. 또 남자들의 세계에서 당당히 생존한 변호사(<하이에나>)였다.

그가 맡은 인물뿐 아니라 실제 김혜수는 강했다. 논문 표절 시비가 붙었을 때 대중 앞에 서서 당당히 사과문을 읽는 정공법으로 대중의 마음을 풀어내기도 했다. 또 오랜 기간 맡은 청룡영화상 MC를 맡았을 때는 ‘한류스타’처럼 배우에게 걸맞지 않은 구태의연한 문구는 지우고 배우가 연기한 작품의 캐릭터에 맞게 소개하는 배려도 갖췄다. 

여타 연예인들의 롤 모델이자, 가요·영화·드라마계를 통틀어 감사드리고 싶은 선배로 자주 지목되는 배우였다.


인정을 받거나, 비판받을 때도 언제나 자신감과 당당함을 겸비했던 그가, 다소 숨을 죽인 채 등장했다. 지난 6일 영화 <내가 죽던 날>을 통해 만난 김혜수는 이전의 느낌과 사뭇 달랐다. 

활달하기보다 침착하고 차분했으며, <내가 죽던 날>에서 연기한 현수처럼 화장기도 옅었다. 회색빛 후드티를 입었고, 목소리는 평소보다 두 톤 정도 낮았다. 마치 김혜수가 아닌 현수를 만난 듯했다.

“우리가 살다 보면 어떤 상처나 고통을 겪잖아요. 절망적인 순간을 마주하는데, 그게 꼭 제 잘못이 아닐 때도 있어요. 마치 영화 속 현수나 세진(노정의 분)처럼요. 제목을 보는데 확 찌르더라고요. 대본에 담긴 공감 가는 대사와 스토리가 정말 매력적이었고요.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꼭 제 얘기 같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어요.”

<내가 죽던 날>에서 김혜수가 연기한 현수는 이전의 김혜수가 맡았던 인물들의 톤과 다르다. 연약하다. “나 정도면 괜찮게 사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과의 괴리감은 컸다. 

오랫동안 믿었던 남편은 다른 여자와 바람피운 것도 모자라 없는 사실마저 조작해 현수를 더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위자료를 최소화하려는 공작이다. 능력 있는 형사에서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들의 조롱을 받는, 비루한 처지가 된다. 

절망 휩싸여 있을 때 만난 <내가 죽던 날>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주인공 나와 닮았다”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과거 이야기를 꺼낼 힘조차 없다. 자신을 공격하는 남편과 싸워야 하는데 싸울 의지조차 없다. 


업무를 보던 중 사고를 일으킨 것도 모자라,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인 채 이상 행동을 보여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자지도 못한다. 겨우 잠을 청했는데, 꿈속에서는 자신의 시체가 보인다. 가까스로 살아가고 있는데 마음을 알아봐 주기보다, 힘을 내야 한다고 닦달하는 친구가 고마우면서도 때론 야속하다. 

그러던 중 복직 전에 일 하나만 처리해달라는 선배의 제안을 받는다. 흔쾌히 승낙한다.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제안받은 일은 한 여고생이 외딴 섬에서 자살한 사건의 보고서를 쓰는 것. 
 

▲ 배우 김혜수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고등학생 세진의 집이 파탄 났다. 아버지는 마약 밀매범이었고, 오빠는 마약중독자였다. 우애가 깊었던 새엄마는 경찰 조사 후 잠적했다. 세진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경찰은 세진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외딴 섬으로 이주시켰다. 

세진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유서도 있고 자살로 추정할만한 정황이 많다. 자살로 보고하면 되는데, 어딘가 찝찝하다.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한 세진은 자신과 달리 살려는 의지가 여기저기서 보였기 때문이다. 제발 세진이 살아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세진의 삶에 집착한다.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엿본다. 

이 영화에서 김혜수가 맡은 현수의 역할은 상당히 크다. 관객은 현수의 눈을 통해 이야기를 따라간다. 관객을 사건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다 후반부에는 현수의 감정에 이입시켜야 하는 중책이다. 사건 중심의 이야기가 갑작스럽게 인물 감정 중심의 이야기로 바뀌는 변주를 매끄럽게 풀어내야 했다.

이게 실패하면 사실 영화의 존재가 사라진다. 아울러 우울감이 기저에 있을 뿐 아니라, 감정의 진폭도 꽤 큰 편이다. 

25년 차 베테랑 배우 김혜수에게도 현수라는 인물은 난제에 가까웠다. 

두려움
부담감

“어떤 촬영장이든 두려움과 부담감이 있어요. <내가 죽던 날>은 특별히 부담됐던 것 같아요. 제가 시나리오를 보면서 느낀 게 있거든요. 그걸 관객도 느끼도록 제대로 연기하고 싶었어요. 현수를 따라가다 보면 사건이 보이고, 그러다 현수의 감정에 이입해야 하는 점이 쉽지는 않았어요.”

영화를 보고 나면 김혜수의 연기에 감탄하게 된다. 그는 어떤 작품에서든 주어진 역할 이상을 해내는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이번 영화에서는 특히 영화 속 인물 자체가 된 듯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무의식조차도 김혜수는 현수에 가까웠다. 연기한 모든 부분이 엄청난 흡입력을 갖는다. 중후반부에는 강한 여운까지 남긴다. 

“제가 시나리오를 보면서 커다란 감정을 정확하게 느끼는 것과 그걸 구현해내는 것은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촬영장에서의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당일의 컨디션도 있고요. 최대한 부차적인 것들을 걷어내는 데 집중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죠. 영화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건의 진실보다는 세진과 현수의 감정이에요.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세진과 현수의 마음이 나타나야 해요. 화장이 옅고 제 얼굴이 푸석한 것은 당연하고, 작은 것까지 모두 현수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김혜수에게 있어 필모그래피에 해당하는 모든 작품이 특별하지 않겠냐마는, <내가 죽던 날>에는 그에게 유독 더 특별한 점이 있다. 인간 김혜수에게 있어 정말 힘든 시기에 만나 힐링이 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 배우 김혜수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김혜수는 지난해에 ‘빚투’ 논란에 휘말렸다. 모친이 지인들로부터 13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빌리고 갚지 않은 일로 인해서다. 차근차근 일을 정리해 갔기 때문에 큰 파장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 김혜수의 마음에는 상처가 깊게 패였다. 현수의 대사처럼 “나 괜찮지 않은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연예인으로 사는 삶을 포기할까도 고민했단다. 

굳이 털어놓고 싶지 않았을 이야기이기도 할 텐데, 김혜수는 담담하게 꺼내놨다. 

“작품이라는 게 운명적인 부분이 있어요. 기묘하게도 저 스스로 굉장히 절망감에 휩싸여있을 때 만난 작품이에요. 이 작품은 제 것이었던 것 같아요. 현수와 세진이 처한 상황이 꼭 제가 처한 상황 같았어요. 현수나 세진이나 모르고 당하잖아요. 저도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난 정말 몰랐다. 내 인생이 이렇게 될 줄은’이라고요. 그렇게 저 역시 잘 몰랐고, 그래서 벌 받는다고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모르는 것으로 책임을 피할 수도 없어요. 책임도 져야 하고요.”

어머니 빚투
은퇴 고민도

영화 속에서 현수가 친구에게 토로하는 장면이 있다. “억지로 잠이 들면 꼭 꿈에서 내 시체가 나와. 저걸 누가 좀 치워졌으면 좋겠는데, 아무도 치워주지 않아”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 대사는 김혜수가 직접 썼다. 애초 대본에 없었지만, 현수가 처한 상황이 김혜수와 너무 부합해 기꺼이 자신의 속 얘기를 꺼내놓은 것이다. 

“꿈에서 제 시체가 보이는데 아무도 안 치워주는 거예요. ‘치워주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괴로웠던 순간에 반복적으로 꿨던 꿈이에요. 당시 제가 심리적으로 그런 상태라는 걸 알았죠. 처음부터 그 신에 그 대사를 쓸 생각이었던 건 아니었는데, 연기하다 보니까 그 대사가 현수의 감정을 정확히 표현한다고 생각했어요. 저처럼 현수도 불안정한 상황이고, 대사에서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감정이잖아요. 원래 있던 신에 그 부분을 추가한 거죠.”


짧은 대화 속에서 그가 겪은 고통이 전달됐다. 적지 않은 시간을 고통스럽게 보낸 듯했다. 

“저도 위기가 참 많았죠. 많았어요. 그렇다고 그런 위기를 늘 이겨내고 극복한 건 아닌 것 같아요. 극복하려고 뭘 했다기보다는, 해야 할 것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 거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되는 건데, 그 순간은 힘들죠. 대내외적으로 위기가 있었어요. 그래도 늘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긍정적이라서가 아니라 그 정도는 괜찮았어요. 그런데 작년에 처음으로 ‘괜찮지 않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현수 역시도 그 지점에서 출발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럼에도 이렇게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 힘든 시간을 이겨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사람이 참 이기적인 것 같아요. 고통스러운 순간에는 누가 용기를 주고 힘내라고 해도 사실 소용이 없어요. 들리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지속해서 저에게 힘을 주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제 곁에 있어 주면서, 제가 스스로 저를 포기하지 않도록 지켜준 친구들이었어요. 저는 운이 좋은 거죠.”

덕은 쌓은 만큼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힘든 시기에 친구들의 기운을 받을 수 있었던 것에는 그가 주위 사람들에게 보인 위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주변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김혜수의 위로를 받았다고 소개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25년 베테랑 “촬영장은 여전히 두렵다” 
“작은 손길이 가진 힘, 누구나 행복하길”

“누군가 저로 인해 도움을 받았다고 하면 감사한 거죠. 어떤 의도를 갖고 그 사람을 대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진심으로 대했어요. 고맙다는 말을 들으려고 상대를 대한 건 아닌 거 같아요. 저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제가 감사하죠.”

전혀 다른 삶을 살던 누군가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고, 그 힘으로 용기를 얻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내가 죽던 날>은 누군가가 내민 작은 위로의 손길이 얼마나 강력한 생명력을 갖는지를 설명한다. 영화가 가진 묵직한 여운은 김혜수에게도 위로를 줬다. 
 

▲ 배우 김혜수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상처를 받았을 때 모두가 극복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영화가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잖아요. 말 없는 손길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강력한 희망을 주게 되는지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저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힘든 순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그것을 극복했다기보다는 그 시간을 잘 버텨낸 것일 수도 있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순천댁은 자신이 받은 상처를 극복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자신과 닮은 상처를 보듬어주면서 누군가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잖아요. 그러면서 본인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하고요. 저 역시도 그 메시지를 마음에 새기면서 잘 버텨낸 것 같기도 해요.”

힘들었던 순간 만난 <내가 죽던 날>로 인해 김혜수는 동년배 이정은을 만났다. 자신을 포용해주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의미라고 표현했다. 

“이정은 배우에게 인간적인 면을 많이 봤어요. 어떤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무언가 아픔을 품어주는 느낌을 받았어요. 무언의 손길을 내밀어줬어요. 매우 특별할 뿐만 아니라 처음 겪는 일이었어요.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는다는 거요. 정말 소중한 경험이에요. 실제 우리 영화의 결과와 상관없이, 이 작품을 한 것이 저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와요.”

김혜수는 코로나19 시국에도 SBS 드라마 <하이에나>와 영화 <내가 죽던 날>을 찍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왔다. 그러나 그의 일상에도 코로나19에 의한 힘겨운 시간들이 존재했다.

작은 손길
큰 생명력

“코로나19 때문에 저도 집에만 있었어요. 파자마만 입고, 게으르게 있는 편이에요. 추해요. 최근에 대중음악 강의를 들었어요. 각 시대 유명 예술가들의 음악을 온전히 듣고 감상하면서 토론하는 자리였어요. 일상적으로는 굉장히 흥분되는 일이었어요. 그나마 다행이었죠. 다들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보내실 거예요. 잘 버티면 지나갈 거예요. 우리는 다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순천댁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작은 손길을 내밀다 보면 이 어려운 시국도 다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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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