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오종윤 웰숲 대표 “중소기업 위한 ‘복지의 숲’ 만든다”

A4하우스서 사명 바꾸고 도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성장 일변도의 시대를 지나 복지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복지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기업의 경우 규모에 따라 복지 격차가 상당하다. 기업 복지 BPO 브랜드 ‘웰숲’은 상대적으로 복지 수준이 취약한 중견·중소기업을 지원해 ‘복지의 숲’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중인 오종윤 웰숲 대표 ⓒ고성준 기자

지난해 하반기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취업 준비생 8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취업 목표로 공기업을 선택한 취준생이 30%에 육박했다. 공기업이라고 답한 취준생은 “직원 복지와 근무여건이 좋을 것 같다”고 이유를 꼽았다. 대기업을 선택한 취준생(20.9%)은 ‘높은 연봉’과 ‘직원 복지·근무 여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복지의 시대

변지성 잡코리아 팀장은 “직업에 대한 가치관이나 직장에 대한 기대수준의 변화로 근무 여건이나 복지제도를 연봉 못지 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취준생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에 대한 관심과 선호가 높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의 복지 수준은 기업의 규모와 비례한다. 중소기업의 복지 수준은 대기업의 43%에 불과하다(최원영 중소벤처기업부 일자리정책과 과장).

실제 중소벤처기업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21일부터 29일까지 중소기업 복지플랫폼 가입 기업 5129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원에게 복지비를 지급하지 못하거나 1인당 연 10만원 미만으로 지급하는 중소기업이 47.5%에 달했다. 


2019년 11월 창립한 기업복지 BPO 브랜드 ‘웰숲’은 중견·중소기업의 열악한 복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공동복지 플랫폼’을 제공하는, 이른바 기업 복리후생 관리업체다. 기업의 여건에 맞는 기업 복지 제도, 시스템, 정책을 점검하고 기업 복지 프로그램, 플랫폼 등을 위탁·운용해 임직원의 만족도, 담당자의 업무효율을 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웰숲의 전신은 세계 최초의 A4용지 관리업체인 A4하우스. 오종윤 웰숲 대표는 8월말 사명을 웰숲으로 바꾸고 기업의 전반적인 복지 관리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지난 2일 서울 성동구의 사무실서 만난 오 대표는 “복지를 뜻하는 welfare와 어울림, 포근함, 안정감 등 건강한 이미지의 숲을 결합해 ‘다양한 복지를 누리는 포근한 숲’의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A4용지 관리서 기업복지로
사명 바꾸고 사업 확장 시동

웰숲은 마이픽, 베이직, 몰 등 3가지 아이템으로 구성됐다. 기업서 직원 1명당 일정 수준의 복리후생비를 웰숲에 지급하면 3가지 아이템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웰숲에 가입된 기업 직원들은 마이픽 아이템을 통해 종합건강검진권, 여행권 패키지, 스트리밍 서비스(왓챠), 건강식품 패키지 등의 복지 서비스 중 1개를 선택해 사용 가능하다.

베이직은 웰숲 가입 기업 직원이라면 누구에게나 제공되는 기본 혜택으로, 무료 아이템과 유료 아이템으로 나뉜다. 몰은 폐쇄몰 형태로 운영되는 공간으로 웰숲서 미리 공동구매 형태로 대량 확보한 아이템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여기에 웰숲 회원으로 가입한 기업 직원들에게는 몰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도 제공된다. 

공동구매 플랫폼, 포인트 제공, 폐쇄몰을 통한 가격경쟁력 등 다른 업체와 차별화되는 웰숲의 아이디어는 오 대표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됐다. 오 대표의 주 전공은 재무설계. 그는 서울대서 1호로 재무설계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재무설계를 창업해 10여년간 운영한 베테랑 재무설계사다. 
 

▲ ⓒ웰숲

오 대표는 “직원 수가 많은 대기업은 자체 구매력이 좋기 때문에 물건을 살 때도 싼 가격에 대량 구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직원 수가 20∼30명 혹은 그 이하의 기업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중견·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급여도 낮고 예산도 적은데, 역으로 물건은 비싸게 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큰 기업일수록 자체적으로 복지몰을 구축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견·중소·소기업들은 개별적으로는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을 모을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기업들을 연합해 공동구매 플랫폼을 만들면 대기업 못지 않은 복지 서비스를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공동구매 플랫폼을 사업아이템화했다”고 덧붙였다.

밑그림은 완성한 상태
“소외된 사람들 돕고파”

웰숲의 서비스는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제공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는 것이 그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기업 구조상 중견·중소기업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정부의 기업 지원금을 타는 곳은 대기업이 대부분이다. 

오 대표는 “대기업은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연구하는 인력이 존재한다. 하지만 중견·중소기업은 일을 하기에도 바빠 정부 지원금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정부서 내놓는 지원 프로그램의 대상은 대부분 중견·중소기업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극소수”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오 대표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의 엄격한 절차를 중견·중소기업서 감당하지 못하는 점을 꼽았다. 실제 직원 교육 훈련비용을 제공하는 사업주 지원제도, 중견·중소기업들이 연합해 모은 기금에 정부가 매칭 기금을 제공하는 공동근로 복지기금 제도 등 작은 기업들의 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는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용도가 낮은 편이다.

웰숲은 이런 부분에 있어 중견·중소기업을 지원할만한 아이템들을 꾸준히 개발 중에 있다. 또 사업이 확장되면 웰숲에 가입한 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오 대표의 주 전공인 재무설계·자산관리·노후설계 노하우를 제공하는 것도 준비 중이다. 퇴직연금이나 연금저축 등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부분을 컨설팅하겠다는 계획이다. 
 

▲ 오종윤 웰숲 대표 ⓒ고성준 기자

오 대표는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9개월 동안 많은 연구를 거쳐 플랫폼을 완성했다. 막 서비스를 하려는 시점에 코로나가 재확산되면서 영업 부분에서는 주춤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비대면·온라인 시장이 활성화 되면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개개인이 처한 상황이 다르듯 그 안에서 느끼는 만족감도 다르다. 자기가 현재 살아가는 공간서 조금이라도 더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게 웰숲의 목표”라며 “기업서 직원들을 위해 돈을 지출할 때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만족감을 고취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선한 마음

이어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 ‘행복’의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왔다. 재무설계 일을 할 때에도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들의 행복한 삶이었다. 웰숲을 통해 소외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돕고 또 사회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 그런 선한 마음이 우리 웰숲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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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