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강철비2’ 양우석 감독 “핵전쟁 시뮬레이션, 숙명이었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영화 <변호인>를 연출한 양우석 감독은 상당히 이례적인 경력을 갖고 있다.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MBC와 SK 애니메이션 관련 회사에 근무했으며, 웹툰 <스틸레인>을 연재하기도 했다. 영화 <변호인> 시나리오를 썼다가 우연한 기회에 연출 감독을 맡게 됐다. 데뷔작의 대성공 이후로 그는 남북관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정세에 초점을 맞췄다. <강철비>에 이은 두 번째 한국전쟁 시나리오 <강철비2: 정상회담>으로 그는 쉽지 않은 도전에 나섰다. 
 

▲ 양우석 감독 ⓒ고성준 기자

양우석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강철비>는 개봉 당시 파장이 컸다. 북한 내 쿠데타로 인해 북한 1호가 죽은 뒤 벌어지는 남북 간 핵전쟁을 그린 탓에 영화를 중심으로 정치적인 의견이 팽팽했다. 특히 보수 진영서 <강철비>를 좋게 봤다. 홍준표 미래통합당 의원은 <강철비>를 아들과 관람하기로 약속했고,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강철비>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전쟁 시나리오

양 감독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림 사건’을 소재로 한 <변호인>을 만든 감독이라는 점이 다소 아이러니하게 다가온 대목이다. 

하지만 매우 보수적인 시선으로 국가 안보의 위기를 그려낸 <강철비>는 정치물이 아닌 판타지물에 가깝다.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상상한 작품이며, 출연 인물들도 상상으로 만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4년이 지나, 양 감독은 현실적인 인물을 세우고 다시 한 번 핵전쟁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중국과 일본이 손을 잡고, 북한 내부 강경파가 중국을 뒤따를 때 불어닥칠 한반도의 위기를 상상했다. 


이번 작품은 현실을 기저에 두고 있다. 특히 영화 속 캐릭터는 실존 인물을 연상시킨다. 머리 스타일만으로 김정은 위원장임을 알아볼 수 있는 ‘조선사’(유연석 분), ‘그레이트 아메리카’를 외치는 ‘스무트’(앵거슨 맥페이든 분)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상된다. 두 사람을 중재하는 데 급급한 한국 대통령 한경재(정우성 분)는 문재인 대통령이 엿보인다.

이 세 사람이 정상회담 중 북한 내 강경파로 인해 핵잠수함에 갇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양 감독은 영화계서 악명 높은 시나리오라 불렸던 <강철비2: 정상회담>이 영화화되기까지 매우 지난한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그 지난한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버팀목은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우연히 늦은 나이에 입봉한 뒤에 영화계서 내 포지션을 고민해봤다. 영화라는 매체가 좋든 싫든 언론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늘이 주신 기회인데,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여겼다. 영화라는 작업이 보통 3년이 걸리고, 그 기간 동안 운과 도움도 많이 필요하다. 매우 힘든 시간을 거쳐서 한 영화를 탄생시킨다. 그것을 버텨내려면 ‘나는 필요로 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나’라는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

약 27년 전인 1993년, 전 세계가 한반도에 전쟁이 터질 것이라고 우려했던 때가 있었다. 미국 방송 CNN은 북한이 남한에 언제 포격할 것이라는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당시가 양 감독에게는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당시 전쟁이 남북한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우려가 생겼고, 그때부터 안보 전문가 수준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남북 관계는 관심이 많이 갔다. 관련 이슈를 찾아볼 때마다 도파민이 쑥쑥 나왔다. 해외에 있는 안보 전문가들이 예상한 것들이 있었다. <강철비> 시리즈는 그 예상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다.”

1993년 전쟁 위기, 강렬한 트라우마
“통일 원하든 원치 않던 갈 길은 평화”


총 네 가지의 시나리오가 있다. 첫 번째는 국지전 혹은 전면전 크기의 전쟁, 두 번째는 비핵화를 통한 평화체제, 세 번째는 UN제재로 인한 북한 정권의 붕괴 및 내전, 네 번째는 남한의 핵무장이다. <강철비> 시리즈는 북한 내부의 붕괴 과정을 두 가지 과정으로 나눈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 네 가지를 잘 모른다. 내가 봤을 땐 한국 정부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전쟁을 잘 준비해왔다고 본다. 그 준비 덕에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 핵은 어쩌면 가장 쓸모없는 무기일 수 있다. 진짜 위협적인 건 북한 내 시스템 붕괴다. 민주주의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위기가 닥치더라도 극복할 수 있는데, 북한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이 영화를 토대로, 한국 안보 전문가들이 거기까지 내다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감독은 이번 영화로 관객들에게 “통일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한경재의 연설을 통해 던지는 이 질문은 매우 직설적이고 노골적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두 가지다. 그렇다거나 혹은 아니다로 나뉜다. 그러나 통일을 원하든 원치 않든, 답은 한 가지다. 평화다. 통일을 원하면 원하는 대로 평화체제로 가야 하고, 원치 않는 경우라면 더더욱 평화로 가야 한다. 국경이 붙어있는 이웃 나라와 사이가 나쁘면 너무 불안하지 않은가. 결국 평화가 해답이다.”
 

▲ 양우석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계 최고 수준의 안보 전문가 식견을 가진 양 감독은 매우 영리한 은유를 펼친다. 외교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닌 국익을 위한 협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매우 쉽게 설명한다. 담배를 피고자 하는 조선사와 담배를 싫어하는 스무트는 방구로 조선사와 대립각을 세운다. 한경재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뿐이다. 

“드라마가 소설이라면, 영화는 한 편의 시와 닮아있다. 은유를 적극적으로 넣을 수밖에 없었다. 담배가 핵이면, 방구는 UN 제재였다. 극 중 북한 내에서 내전이 일어나는데, 6·25를 떠올리게끔 연출한 부분도 있다.”

영화 내에서는 북한군끼리 총구를 겨눈다. 그리고 사상자가 생긴다. 카메라는 이들의 싸움을 멀리서 바라본다. 이성적으로 북한의 내전을 지켜보는 기분을 안겨준다. 마치 6·25를 제3국 국민이 바라보는 경험을 느끼게 해준다. 

“잠수함을 한반도라고 설정했다. 북북끼리 싸워도 내전인 셈이다. 내전의 비극성을 한 번쯤은 차갑게 보여주고 싶었다. 시간이 될 때마다 은유와 직유를 넣으려고 했다.”

노무현에 이어…

양 감독의 필모그라피는 도전적이다. 노무현에 이어 통일이라는 매우 민감한 소재만 건드린다. 그의 영화는 언제나 논란을 일으켰고, 감독을 향한 비난도 쏟아졌다. 그는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변호인>이든 <강철비> 시리즈든, 누군가는 해야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변호인>은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였고, <강철비>는 공손하게 질문을 드리고, 모른 것에 대한 시뮬레이션이었다. 세상이 꼭 필요로 하는 이야기라고 여겼다. 그에 따르는 논란은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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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