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카체이싱 위해 좀비 끼워넣은 ‘반도’

‘이야기 마스터’ 연상호의 장기가 사라졌다
스스로 무너뜨린 ‘K-좀비물’의 위상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영화 <부산행>과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리즈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통한 명작으로 불린다. 일명 K-좀비물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대다수 국적의 영화광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K-좀비물의 서막을 알린 인물이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다. 그리고 4년이 지났다. 한국의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다룬 연 감독의 신작 <반도>에 대한 관심이 국적과 무관하게 굉장히 뜨거웠다. 그 <반도>가 지난 9일 베일을 벗었다. 
 

▲ ▲ⓒNEW

연상호 감독의 신작 <반도>를 향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 <창> 등 구조화된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과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을 보이기도 했고, 본인의 영역이 아닌 실사영화 <부산행>으로 국내에서 첫 시도된 좀비물을 성공시킨 그였기에, 영화계의 시선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아시아 구세주?

아울러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국내뿐 아니라 대부분 국가의 영화계가 강추위에 떨고 있는 상황서, 구원투수처럼 등판하는 점도 관심의 농도를 높인 요소였다. 일각에선 ‘한국을 넘은 아시아의 구세주’라는 평가를 내놓을 정도였다. 

감독의 재능뿐 아니라 강동원, 이정현, 이레, 권해효를 비롯해 구교환, 김민재 등 크고 작은 영화서 자기 몫을 충분히 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점도 이 영화의 기대치를 높였다. 

그렇게 베일을 벗은 <반도>. 기대와 달리 영화는 볼거리만 충실한 ‘절반의 성공’에 그친다. 좀비를 때려잡는 시원함은 있지만, 연 감독의 장기인 밀도 높은 서사와 명확한 문제의식은 거세됐다. 전체적인 대사도 심심한 편이다. 장르물이 아닌 오락물에 더 가깝다. 


<킹덤>의 좀비가 ‘정치권력의 해악서 비롯된 결과물’이라는 것처럼 좀비를 해석할 만한 기본적인 설정이 없다. 좀비는 그저 영화의 소재로만 사용된다. 작품성의 수준은 <부산행>보다는 <염력>으로 더 기울었다. 

이 영화는 좀비가 출몰한 <부산행>의 세계로부터 약 4년이 지난 대한민국을 그린다. 모든 것이 폐허가 됐고, 인간이 살고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는 흑암의 세상. 외국인들은 한국인을 보면 ‘좀비 아니냐’며 겁을 내거나 무시한다. 

4년 전 홍콩으로 탈출한 정석(강동원 분)은 탈출 직전 배에서 누나와 조카를 잃었다. 매형(김도윤 분)만이 유일한 피붙이에 가깝다. 홍콩서의 삶도 절망적이다. 그때 홍콩의 폭력배로부터 제안을 받는다.

허술한 서사
짙어진 신파
사라진 의식

반도에 2000만달러(약 250억원)가 있는 트럭이 오목교에 있는데, 이를 갖고 돌아오라는 것. 돌아오면 약 250만달러를 주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정석은 이 제안이 영 내키지 않지만, 매형은 팔자 고치겠다면서 좀비가 집어삼킨 반도에 갈 생각을 한다.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선 정석과 그 일행은 2000만달러가 있는 차를 발견한다. 인천항으로만 돌아가면 되는 순간, 어디선가 조명탄이 날아오고, 상상할 수 없는 숫자의 좀비 떼가 이들을 덮친다. 정석 일행을 위기에 빠뜨린 자들은 반도를 탈출하지 못한 613부대로 탈출에 실패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다 미쳐버린 자들의 집합체다.

정석과 그 일행은 이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날 수 있을까. 

▲ ⓒNEW

앞서 연상호 감독은 <반도>를 만들 때 참고한 영화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꼽았다. 국내서도 엄청난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비교적 단순한 서사지만, 실제보다 더 현실적이고 충격적인 카체이싱 장면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쳤다. 

<반도> 역시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와 궤를 같이 한다. 일직선의 서사를 바탕으로 무려 23분의 카체이싱으로 영화를 채운다. 다만 그 시도가 답습에 그친다. 

수많은 좀비 떼를 엄청난 스피드의 차로 날려버리며 쫓고 쫓기는 레이싱 장면은 분명 볼거리다. 매우 빠르게 느껴지는 속도감이 흥미진진하다. 쉽게 눈을 뗄 수 없는 강력한 힘이 있다. 다만 이 카체이싱이 이야기와 밀접하지 않고, 따로 논다는 게 흠이다. 카체이싱을 보여주기 위해 이야기를 끼워 넣은 느낌이다.

최근 드라마 <방법>과 웹툰 <지옥>을 집필한 바 있는 연 감독의 장기는 기발한 상상력을 현실적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 타락한 본능과 성숙한 이성의 충돌을 예리하게 드러내고, 혐오와 분노, 각종 폭력 등의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전작에서 그 다재다능함을 증명한 그다. 

예술성 대신 카체이싱만
적당한 오락물에 그쳐

연 감독은 어째서인지 <반도>서 자신의 장기를 쓰지 않는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 매형을 구하러 가는 정석,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위를 일삼는 613부대의 인간들과 아이러니한 그들만의 질서, 민정(이정현 분)의 가족들이 4년간 생존한 스토리 등 여러 부분서 뭉뚱그리고 넘어가는 설정이 너무 많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물 대다수가 파괴된 인간성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다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너무 많은 부분에서 개연성이 낮다. 딱히 문제의식도 보이지 않으며, 인간의 본질을 잡아내는 통찰도 없다. 대중성만을 의식한 결말은 눈을 뜨고 보기 어렵다.

<부산행>서도 많은 비판을 받았던 신파적인 요소는 더 짙어졌다. <부산행>이 촌스러운 신파를 다소간 첨가한 것이라면, <반도>는 올드한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스크린의 인물들은 슬픔이 가득한데, 관객은 덤덤하다. ‘울려버리겠다’는 속내가 너무 드러나, 도무지 슬프지 않다. 
 

▲ ⓒ고성준 기자

엉성한 이야기 속에서도 빛나는 건 배우들이다. 특히 서 대위 역의 구교환이 빛난다. <반도>의 가장 큰 수혜자는 구교환이 될 것이다.

이정현은 안정감이 있고, 이레는 강렬하다. 이야기의 화자인 정석 역의 강동원은 멋있기는 하나, 감정선서 다소 갸우뚱하게 되는 부분이 있어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다. 할아버지 역의 권해효는 연기력은 좋았으나, 인물 자체가 장치적으로만 활용된 것 같아 빛을 보기엔 어려울 것 같다. 그럼에도 매력이 뚜렷한 배우들이 부족한 서사를 많이 메웠다고 볼 수 있다. 

이름값 못하다

연상호라는 이름값에 뒤따르는 기대감만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기존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매력적인 장면이 많다. 특히 눈을 사로잡는 좀비들의 파괴력은 더욱 진화했으며, 좀비를 이용한 카체이싱은 분명 이 영화만이 갖고 있는 신선함이다. 영화를 오락으로 여기는 관객들에겐 2시간을 죽이기엔 안성맞춤인 영화일 수 있다. 반대로 연상호의 성공작을 기대한 관객들에겐 씁쓸한 뒷맛으로 남지 않을까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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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