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마련 나선 통합진보당 속사정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15 09: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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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는 만남이었을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했다. 동상이몽을 꿈꾸는 이들을 태우고 항해한 난파선은 봉합도 못 한 채 침몰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통합진보당이 결국 ‘분당’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이로써 대선판도가 또 한 번 요동치고 있다. 신당권파는 대선을 향해 분주하게 머리를 굴리고 있고, 구당권파는 파탄 직전의 당을 사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쪽 모두 대선을 앞두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야권 연대의 핵심 축 하나가 무너졌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와 맞설 '민주당+통합진보당+안철수' 공식에 차질이 생겼다. 통합진보당 의원총회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부결되자 신당권파는 낭패감에 빠졌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대표는 이에 "석고대죄로도 떠나는 마음을 잡을 수 없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쉽지 않은 '합의이혼'

강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중단 없는 혁신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야권연대로 정권교체를 실현하자는 국민과 당원의 뜻이 꺾이고 말았다"며 깊은 무력감을 표현했다.

당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이 쇄신의 전부는 결코 아니지만,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계기였다는 점에서 이제는 더 이상의 희망이 없어졌다"라고 말했다.

실제 두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부결되자 일각에서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기대를 접는 기류가 뚜렷이 보였다. 당내에서는 닷새 만에 수천여 명의 당원이 탈당했고, 당비 납부를 거부하겠다는 당원들도 2천여 명에 달했다.


강 대표도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떠나고, 당을 지지하는 대중조직은 발길을 돌리고, 국민께 드렸던 정권교체의 비전은 물거품이 된 것"이라며 통합진보당의 현 상황을 진단했다

강 대표는 "9월 안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권파는 창당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실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을 사수하겠다는 구당권파의 저항이 거세고 신당권파 내부에서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세 개정파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신당권파가 내달까지 창당의 윤곽을 잡기 위해 지지세를 모으고 있어 구당권파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로 내전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구당권파는 '당사수를 위한 당원비상회의'를 발족하고 본격 대응체재에 돌입했다. 비상회의 발족식에서 유선희·이혜선 최고위원을 공동대표로, 이상규 의원을 대변인으로 각각 선임했다.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에 당사수를 위해 전면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신당권파는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에 구당권파가 입장을 바꾼다고 하더라도 창당을 하겠단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도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를 지금 만들어왔는데, 뭐 지금 전향적인 대안을 낸다는 것은 기대하고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당권파가 분당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참여당 계열, 진보신당 탈당파, 자주파 내 인천연합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다. 유시민 전 대표가 이끌고 있는 참여당 계열은 제명안이 부결된 직후 당원 상당수가 탈당해 가급적 빨리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당권파, 민주당과 손잡고 대선합류?
반발하는 구당권파 "죽어도 못 보내"

하지만 신당권파 내 진보신당 탈당파와 인천연합은 주요인사가 탈당하지 않는 이상 자파 당원들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노당에 이어 진보신당에서도 갈라져 나왔던 만큼 또다시 탈당해 신당 창당에 실패할 경우 '정치적 미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연합은 구당권파와 뿌리를 같이 해 기층 조직이 겹쳐 탈당을 감행하는 것이 정치적 모험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신당권파로서는 구당권파와 함께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3개 정파가 탈당을 감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 우선은 '당내 당'을 만들기로 한 것이고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제를 띄우기로 한 것이다.

신당권파는 무리가 있더라도 신당 창당을 통해 대권 참여를 모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실제로 통합진보당의 의원 제명안 부결로 민주당과 야권연대가 어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를 고리로 뭉치고 여기에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는 무당파와 합리적 보수층까지 더해지는 것이 정권교체를 위한 최상의 그림이다. 하지만 이제는 밑그림 자체를 다시 그려야 할 상황인 것 같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 전 대표는 분당 국면과 관련해 "민주노총과 함께 민주당으로 입당하시는 편이 좋겠다"는 조언에 "그게 유일하게 옳은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심 의원도 "민주당의 왼쪽 방을 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왼쪽을 책임지고자 하는 것"이라며 신당권파의 민주당 입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강동원 통합진보당 의원은 개인적인 입장을 전제로 자신의 민주통합당 입당 가능성을 거론했다. 강 의원은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가진 인터뷰에서 민주당 입당에 대해 "그런 얘기는 현재 나올 단계가 아니고 나오지도 않고 있다"며 "과거에도 민주당 들어가는 문제가 논의된 바가 있다. 일종의 야권대통합 또는 소통합 차원에서 얘기가 진행된 것이었었는데 지금 검토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의 통합진보당이라면 연대의 효과가 플러스보다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라며 야권연대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반면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과 신당권파와의 야권연대는 거의 합의가 끝난 것으로 안다. 야권연대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머지않아 진행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야권연대 합의 끝났나?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통합진보당은 구당권파가 동의하지 않는 이상 발전적인 해체는 불가능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연말 야권연대를 한다 해도 구당권파 때문에 신당권파가 도매금으로 팔려 파급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해 야권연대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 예견했다.

하지만 또 다른 전문가는 "신당 창당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면 야권연대는 재차 탄력을 받을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심상정·노회찬 의원, 유시민 전 대표 등 대중성 있는 스타급 후보들이 경선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제고시킬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며 민주당과 신당권파의 대선 전략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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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