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악질’ 악녀 캐릭터 전성시대

사랑받는 못된 여자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국내 최고의 남자 배우들은 악역을 통해 성장했다. 힘세고 멋있는 악역은 작품의 수준을 높였다. 주인공보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악역에 대중은 열광했다. ‘나쁜 남자’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악역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최근 그 흐름이 바뀌는 추세다. 성미가 사납고 못된 여성들을 연기하는 여배우들이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불륜·갑질·협박·살인 등 옳지 못한 행동에 개연성을 부여하며, 작품의 품격을 높이는 여배우들을 짚어봤다. 
 

▲ 배우 한소희 ⓒJTBC

 

‘불륜녀’ 이미지는 국내 여성들 사이서 가장 치명적이다. 남의 남자를 뺏는 여자를 어느 누가 좋아할 수 있겠나. 인지도가 있는 여배우들은 불륜녀 역할을 기피했고, 기회는 신인에게 주어졌다. 그 기회를 붙잡은 건 이름도 생소한 배우 한소희. 

뜨려면?

최근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서 여다경 역을 맡아 열연 중인 한소희에게 다수 언론과 SNS에서 뜨거운 관심을 보내고 있다. 현재 한소희가 맡고 있는 역할에 ‘과몰입’해서 또는 과거 행적을 굳이 들춰내며 ‘욕하면서 보는’ 이들도 더러 있지만, 어찌됐든 그의 파괴력은 분명히 확인된다. 

여다경은 극중 지선우(김희애 분)의 남편 이태오(박해준 분)와 불륜 관계다. 결혼한 상대와 바람을 피다 못해 임신까지 했고, 상대의 병원까지 찾아가 도발적인 발언을 일삼는다. 비록 지선우의 파격적인 고발로 인해, 모든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여다경은 이태오와의 결혼, 출산마저 성공했다. 

여다경의 행적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한다. 자신이 불륜 상대인 걸 알지 못하는 지선우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독하게 신경전을 벌이는가 하면, 임신 뒤 혹여 자신이 버림받을까 위태로워하다 불안감에 못 이겨 내연남을 협박한다. 자신의 가족 앞에서 모든 것을 폭로하는 지선우의 뒤통수를 후려갈기고는 악을 지르며 흐느낀다.


결혼 이후 지선우를 향한 미안함이 조금도 없는 당당함 역시 도무지 공감할 수 없는 행태다. 

인간의 탈을 쓰고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를 일삼는 ‘천하의 나쁜 X’를 재현 중인 한소희의 날 선 연기는 예사롭지 않다. 밉지만 계속 보게 할 뿐 아니라, 일부 시청자들은 ‘부모의 재력과 젊은 여성의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여다경이 왜 불륜을 저지르는지 안타깝다’며 ‘불행서 벗어나 정신을 차렸으면 한다’는 식의 묘한 동정심을 내비치기도 한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서 주목받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김혜준도 악녀로서 명성을 떨친다. 왕권을 능가하는 권력을 가진 해원 조씨 가문의 수장 조학주(류승룡 분)의 딸이자, 어린 중전이 김혜준이 맡은 역할이다. 

누구보다도 강렬한 야망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비상한 재주로 음모를 꾸미는 여인이다. 아이를 갖지 않았음에도 임신을 가장 하고, 다른 여인들의 아이를 빼앗아 딸이면 죽이고 아들은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충격적인 행태를 서슴없이 벌인다.

그런 행동에 죄책감 따윈 없다.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면 상대의 아픔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비록 악행의 장기적인 플랜까지는 세우지 못해, 모든 것이 발각되고 좀비가 돼 서민과 같이 날뛰는 신세가 되지만 <킹덤>서 보여준 김혜준의 퍼포먼스는 어마어마했다.
 

▲ 배우 김혜준 ⓒ넷플릭스

<킹덤1>서 ‘발연기’라 불릴 정도로 연기력 면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1년 뒤 <킹덤2>에서는 중전의 악함을 훌륭히 표현해내며 대중의 비판을 뒤엎었다. 

특히 세도가의 딸로 태어났음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존중받지 못한 상처로 인해 뒤틀린 욕망과 복수심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었던 중전을 향해 이례적인 공감도 쏟아졌다. 


신예뿐 아니라 중견급 배우들도 품격 있는 악역 연기로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언제나 최고의 연기력을 선사하는 전도연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하 <지푸라기>)서 색다른 ‘살인마’로 눈길을 끌었다. 

‘인기 만발’ 여배우들이 탐내는 악역
불륜·살인·협박에도 대중의 관심 ↑

<지푸라기>가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흥행에는 실패했어도, 그를 향한 평단의 호평은 뜨겁기만 하다. 극중 전도연이 맡은 연희는 사람을 죽이는 일을 서슴없이 행한다. 

폭력적인 남편으로부터 고통받고 있는 미란(신현빈 분)을 물심양면으로 챙겨주는 것은 물론 치밀한 전략으로 일확천금마저 얻게 했던 연희는 결정적인 순간, 칼끝을 미란에게 돌린다. 미란의 온몸을 묶고 ‘큰 돈 앞에서는 아무도 믿지 말랬어’라는 대사를 던지는 연희의 얼굴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자신을 성추행하려 했던 형사(윤제문 분)를 죽인 뒤 태영(정우성 분)에게 ‘아니 내 허벅지를 만지길래’라며 태연하다는 듯 미소 짓는 연희의 얼굴 역시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얼굴이다.

돈 앞에서 ‘인간의 존엄’ 따윈 없는 짐승의 얼굴을 그만의 해석을 통해 전에 없던 얼굴로 형상화한 전도연을 최고의 연기자로 호명하지 않을 수 없다.

MBC 월화드라마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이하 <365>)의 김지수는 ‘사이코패스’ 연기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마치 게임을 연상시키는 이 드라마서 김지수는 정신의학과 교수이자 11명의 인물들에게 ‘리셋’을 제안한 초대자 이신 역을 맡았다. 초반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긴 이신은 최근 방송분서 완전히 흑화한 얼굴로 등장했다. 

주요 인물들의 생사의 운명을 알고 있는 이신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인 인물들을 시험하는 등 악녀의 본색을 드러낸다. 선과 악을 동시에 넘나들다 완전한 악인의 정체를 드러내며 작품의 긴장감을 극도로 치솟게 했다. 
 

▲ 걸스데이 출신 유라 ⓒMBC

죽음을 놓고 게임을 벌이는 이신을 맡은 김지수는 예측은 물론 납득하기도 힘든 이신의 행태에 설득력을 불어넣으며 입체적인 악역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걸스데이 출신 연기자 유라도 악역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유라는 최근 MBC 수목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는 콧대 높은 톱배우 고유라 역으로 특별 출연해 동료 배우 여하진(문가영  분)과 기싸움을 벌이는 모습으로 악녀 연기를 제대로 선보였다. 

의상을 합의한 상황서 여하진과 같은 옷을 입고 나타나 골탕을 먹이는가 하면, 자신이 물을 맞아야 하는 장면임에도 여하진의 물컵을 빼앗아 선제공격을 날리기도 한다. 대본에는 없는 뺨을 때리는 연기를 한 뒤 적반하장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얄미운 행동을 골라서 하는 역인데도, 워낙 자연스러운 연기 덕에 대중의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공감대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공감대가 있는 악역을 얼마나 훌륭히 표현하는가에 따라 드라마의 성패가 갈린다. 악역이라 해서 단순히 눈을 치켜뜨거나 소리를 질러서는 안 된다. 극의 장르와 분위기에 맞는 섬세한 감정연기가 필요하다. 선한 역할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정의 진폭이 넓기 때문에, 훌륭히 표현하는 경우 연기력 발전의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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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