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대보증 덫’에 걸린 중소기업 미스터리

갑자기 날아온 12억 청구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남의 보증을 서면 고생하지만 보증을 꺼리면 안전하다’는 말이 있다. ‘지혜의 왕’으로 알려진 솔로몬이 상당수 직접 쓰거나 편집한 잠언에 나오는 구절이다. 기원전에도 보증에 대한 경고가 있었던 셈이다. 특히 연대보증은 ‘가정 파탄의 지름길’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위험수위가 높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대보증은 개인이나 기업이 금융기관서 돈을 빌릴 때 원래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대신 갚을 제3자를 미리 정해놓는 제도다. 채무자가 약속된 대출 만기일에 빚을 갚지 않거나 혹은 갚지 못하면 그 순간부터 연대보증인은 원래 채무자와 동일한 지급의무를 갖게 된다. 채무자가 없어지면 빚은 고스란히 연대보증인의 몫이 되는 셈이다.

보증 섰다
패가망신

가족이나 지인의 보증을 서줬다가 빚을 떠안게 된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는 사건은 심심찮게 일어난다. 지난 2017년 울산의 한 공장서 근무하던 청년이 투병하는 친구 가족을 위해 보증을 섰다가 수천만원의 빚을 이어받게 됐다. 청년은 어머니 치료비를 위해 은행서 대출을 받으려는 친구의 보증을 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친구 어머니는 끝내 사망했고 친구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6000만원의 빚은 온전히 청년의 몫이 됐다. 모아놓은 돈과 가족들의 도움으로 일부 갚긴 했지만 남은 빚을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인터넷 사이트서 알게 된 20대 여성과 함께 세상을 등졌다.

정부는 연대보증 제도의 사회적 폐해를 우려, 제도를 폐지해 나가고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장관은 지난해 5월 정부기관과 시중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 정책금융 유관기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금융지원위원회서 연대보증 폐지를 금융계 전체로 확산하기 위해 금융업계의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력에 관계없이 정책금융기관의 신규 대출·보증에 대한 연대보증은 2018년 전면 폐지됐다. 중기부는 기본 대출·보증 입보를 단계적으로 없앴고, 기존 대출 보증의 연대보증은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박 장관이 민간금융서 연대보증 폐지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한 것.

연대보증 제도 폐지 움직임 많아
일부 공제조합 여전히 제도 고수

지난해 11일 기준으로 대부업체의 개인대출도 연대보증이 폐지됐다. 201810월 금융위원회는 신규 취급하는 개인과 개인사업자 대출 계약에 원칙적으로 연대보증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20183월말 기준으로 자산 500억원 이상 대형 대부업체 69개사의 연대보증 대출 잔액은 8313억원, 119000건에 이르렀다.

산업 분야별 공제조합도 연대보증 제도를 없애는 추세다. 공제조합은 동일 직업 또는 동일 직장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조합원으로 가입, 상부상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공제조합은 조합원들이 낸 조합비를 적립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사용해 곤란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그간 조합의 연대보증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계속 지적해왔다. 주요 조합들은 정부의 지적에 공감, 최근 몇 년 새 연대보증 제도를 없애거나 완화하는 분위기다.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은 2016년 개인 연대보증 제도를 폐지했고, 전문건설공제조합은 2017년 연대보증인 면제 대상을 확대했다.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지난해 7월에는 소프트웨어공제조합(이하 SW공제조합)이 연대보증 제도를 20년 만에 폐지했다. SW공제조합은 사업에 수반되는 입찰, 계약, 하자보수, 선급금 등 보증이 필요한 경우 보증서를 발급했다. SW공제조합으로부터 보증서를 받기 위해서는 법인등기부등본, 법인인감증명서 외에 연대보증인의 개인인감증명서를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사회적 흐름과 반대로 일부 공제조합에는 여전히 연대보증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실제 몇몇 중소기업들은 연대보증의 덫에 걸려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정보통신공제조합(이하 통신공제조합)에 소속된 통신업체 A·B·C사 등 세 회사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했다.


“돈 갚아”
청천벽력

A건설이 ‘S사의 계약 및 선금반환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보증금과 선급금 지급 보증금을 통신공제조합에 청구해온 것이다. 당시 S사와 A·B·C사 등 세 업체는 연대보증을 맺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시 말해 통신공제조합은 A건설이 청구한 보증금을 지급할 예정이고, 이후 A·B·C사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통신공제조합에 소속된 개인사업자는 특정 기간에 한 번씩 보증약정을 갱신한다. 보증약정을 갱신하지 않으면 통신공제조합으로부터 보증서를 발급 받을 수 없다. 이때 연대보증인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통신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통신공제조합 조합원들은 공사를 따기 위해 서로 연대보증을 맺는다.

실제 A사와 S사도 10여년에 걸친 연대보증 관계였다. 서로 연대보증을 맺는 일이 통신업계에선 워낙 흔한 일이었고, A사 관계자에 따르면 사업을 하는 동안 단 한 번의 사고(연대보증 문제)도 없었다. 그래서 보증약정 갱신 시에만 한 번씩 상기할 뿐 연대보증 관계를 맺은 것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지낸다고 했다.

그러던 중 대형사고가 터졌다. S사는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2년여에 걸쳐 A건설과 6건의 통신공사 계약을 진행했다. A·B·C사 등 세 업체는 선급금 보증과 소사원시 복선전철 민간투자시설사업 제3공구 통신공사 소사원시 복선전철 민간투자시설사업 제4공구 통신공사 소사원시 복선전철 석수골 정거장 통신공사 등 총 7건을 나눠 선급금·공사보증을 선 상태였다.

계약금액은 약 113억원, 보증금액은 선급금 7억원을 포함해 약 183000만원이었다.

문제는 S사가 20171127~29일 A건설에 공사포기 각서를 제출했다는 점이다. 당시 S사는 당사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더 이상 공사를 수행할 수 없다잔여공사 일체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A건설에 전했다. A건설은 같은 달 30S사가 계약의무이행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판단, 하도급 계약서와 특수조건 등의 조항을 들어 계약을 해지했다.

상황 끝나고
2년 지나서…

A건설과 S사가 맺은 계약의 특수조건 7(계약해제·해지)에 따르면 갑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해 공사의 정지기간이 전체 공사 기간의 50/100이상인 경우 갑이 지급키로 한 지급재료의 공급이 지연돼 공사 진행이 불가능한 경우 을이 정당한 이유 없이 특수조건 5(계약이행보증금의 납부)를 위반한 경우 을이 노무비·자재비·중기비·식대 등을 2회 이상 체불한 경우 계약을 전부 또는 일부 해지할 수 있다.

이때 일반조건(하도급계약서) 25조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있다.

A건설은 이 조항들을 근거로 S사에 보증서를 발급한 통신공제조합에 지난해 7월 보증금을 청구했다. 통신공제조합에 따르면 A건설이 청구한 보증금액은 약 12억원이다. 보증건수에 따라 12억원의 보증금은 A·B·C사 등 세 업체서 약 6억원, 4억원, 1억원씩 각각 떠안게 됐다.
 

▲ 정보통신공제조합

일부 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B사 관계자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갑자기 돈을 갚으라는 문서가 날아왔다“(지난해) 9월 전까지는 S사나 A건설의 사정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항변했다. 이어 통신공제조합도 업체 측에 자초지종을 말해주지 않았다통신공제조합도 A건설이 보증금을 청구한 시점(지난해 7)에야 안 것 같다고 주장했다.

통신공제조합서 발급하는 보증서 계약·차액·손해배상 보증약관에 따르면 보증채권자는 보증사고가 발생한 경우 이를 지체 없이 조합에 알리도록 돼있다. A건설이 S사와 계약을 해지했을 때 통신공제조합에 이를 알렸어야 한다는 뜻이다. 업체 관계자들은 통신공제조합으로부터도 S사의 사정을 미리 전달 받은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포기는 2017년 했는데…
상황 전달은 2019년 9월에야

B사 관계자는 만약 S사가 공사를 포기하는 시점에 사정을 알았다면 공사보증을 선 업체들이 잔여공사를 마감하는 등의 대안을 강구했을 것이라며 “S사가 공사를 포기하고, 잔여공사까지 다 끝난 시점에야 보증금을 청구하면 연대보증 업체들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A건설서 통신공제조합에 청구한 보증금 액수가 과하다고 주장했다. B사 관계자에 따르면 A건설은 S사와 맺은 계약의 특수조건 8(위약금)를 근거로 약 12억원의 보증금을 통신공제조합에 청구했다.

8조는 갑과 을은 각각의 귀책사유로 일반조건 제25조 제1항 및 특수조건 제7조 제1항에 의거 계약이 해제·해지된 경우 상대방에게 계약금액의 10%를 위약금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문제를 제기한 업체 관계자들은 “A건설은 기성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계약금 전체에 대한 보증금을 청구했다“S사는 공사를 어느 정도 진행하고 포기 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A건설이 갑의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는 것.

이들은 배상청구가 진행되더라도 기성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성금은 건설과정서 공사 중간에 공사가 이뤄진 만큼 계산해주는 돈을 말한다. 그러면서 “201711월말 경 S사가 A건설에 공사포기 각서를 낸 시점의 기성율은 74.3%”라며 “107억원의 계약금 중 80억원이 이미 기성금의 형태로 S사에 지불됐다고 주장했다.

사정 얘기해도
“법대로 하라”

통신공제조합은 A건설이 청구한 보증금을 이미 지급한 상태다. 연대보증 업체들은 통신공제조합이 제기한 구상권 청구에 따라 5(60개월)에 걸쳐 돈을 갚아야 한다. 이들은 돈을 아예 갚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기성금 등을 고려해 금액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통신공제조합에 얘기했고, A건설에도 찾아가 사정을 해봤지만 법대로 하라는 말만 돌아왔다고 토로했다통신공제조합 측은 “A건설이 청구한 보증금을 지급했다면서도 연대보증 업체 관련 얘기는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A건설 측 입장 들어보니…

-에스엔아이가 공사를 포기한 시점은 201711월 말이고, A건설이 정보통신공제조합을 상대로 보증금을 청구한 것은 20197월로 약 18개월의 시차가 나는데.

관련법(건설산업기본법 제674)에 따라 보증기간 만료일로부터 2년 이내 보증금을 청구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A건설이 정보통신공제조합에 청구한 보증금의 액수는 약 12억원인데, 이 금액이 산출된 근거는 무엇인가? 에스엔아이가 공사를 포기하는 시점에 지급된 기성금이 전체 공사금액의 70%가 넘는다는 주장이 있다. 공사의 남은 부분에 대해 보증금을 청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인데...

관련법(건설산업기본법 342 1)에 따라 하도급계약시 계약금액의 10% 해당하는 금액을 보증하는 계약이행보증서를 징구했다. 에스엔아이의 귀책(공사포기)에 따라 하도급계약을 해지했으며, 계약불이행으로 인해 보증사고가 발생해 내부절차에 따라 보증금을 청구했다.

정보통신공제조합에서는 보증약관에 명시된 주계약 또는 관련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증금을 지급한 사항이다.

-A건설과 에스엔아이가 맺은 건설공사 하도급계약서이외에 특수조건이라고 또 다른 조항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하도급 계약서는 공식문서로 볼 수 있는 표식이 군데군데 있는 데 반해 특수조건은 그와 스타일이 다른 것으로 보이는데.

특수조건은 하도급계약서에 따라 특약으로 정한 사항으로 하도급계약서에 포함된 문서다.

-에스엔아이가 공사포기 각서를 제출한 이후, 잔여공사를 어떻게 진행됐는지

에스엔아이의 자금사정 악화 등으로 공사 수행이 불가해 공사포기 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에스엔아이의 공사 포기 이후 내부절차에 따라 현장별로 직영 또는 다른 협력회사를 선정해 공사를 진행했다.

-정보통신공제조합에 에스엔아이의 공사포기 내용이 전달됐는지

보증금 청구 시 정보통신공제조합에 공사포기각서 사본을 제출했다.

 

<기사 속 기사> S사는 지금

A건설과 6건의 통신공사 계약을 맺었던 S사는 공사포기 각서를 제출한 이후 소식을 알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S사 사장 정모씨 역시 개인 연대보증을 선 상태다.

일반적으로 공사를 진행할 때 사업자의 대표가 개인 연대보증을 선다.

연대보증 업체들은 S사 관계자를 백방으로 찾고 있는 상황이다.

S사의 대표 정씨는 20122013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을 지낸 정창영씨의 동생이다.

정창영씨는 2016년부터 모 통신업체 대표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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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