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입수> 롯데왕국 파괴 컨설팅 ‘프로젝트L’ 고발장 공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0.07 10:02:51
  • 호수 1239호
  • 댓글 0개

민유성이 롯데면세점 탈락시켰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현 나무코프 회장)이 2015년 롯데그룹 면세점 사업 탈락을 기획한 의혹이 제기된다. 일명 ‘프로젝트L’이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민 전 행장이 롯데 경영권 분쟁 당시 맺은 자문계약이다. 
 

롯데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민유성 전 행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지난 6월2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첨에 고발했다. 롯데그룹 노조는 “민 전 행장이 롯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를 도와주는 대가로 약 287억원의 자문료를 받기로 하고 롯데그룹 비리 정보 유포, 호텔롯데 상장 방해 등을 했다”며 “이는 명백히 형사상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롯데 노조
민유성 고발

이어 노조 측은 지난달 30일 고발장 보충서를 통해 ‘민 전 은행장이 관세청 공무원을 상대로 로비를 해 롯데면세점 탈락에 개입했다’며 추가 증거를 제출했다. 

민 전 행장은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었던 ‘형제의 난’ 당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대리인이었다. 당시 민 전 행장이 신 전 부회장을 대신해 롯데그룹 경영권 확보를 위한 기획·법률·홍보 등을 총괄했다. 이 둘은 롯데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는 자문계약을 2015년 9월 체결했다. 이 자문 계약은 일명 ‘프로젝트L’로 불린다. 

민 전 행장과 신 전 부회장의 자문료 민사소송 과정서 이 프로젝트L의 실체가 드러났으며 두 사람은 돈 문제로 2017년에 갈라섰다.


민 전 행장은 신 전 부회장이 2년 계약을 체결했지만 10개월분 자문료만 줬다며 남은 14개월치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가액은 107억8000만원이었다. 지난 4월 1심 재판부는 신 전 부회장이 민 전 행장에게 75억4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양측은 모두 항소했다.

프로젝트L의 주요 내용은 ▲롯데그룹 비리정보 유표 및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기소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 무산 ▲호텔롯데 상장 간접 방해 및 지주회사 설립 전 증여지분 매각 등이다. 민 전 행장은 지난 1월25일 신 전 부회장과 민사소송 재판서 당사자로 출석해 프로젝트L에 대해 이같이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씨 형제의 난 깊숙한 내막 보니… 
민, 롯데 망가뜨릴 공작 총괄 기획 

즉 프로젝트L의 목표는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을 위기에 빠뜨려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획득하게 하는 것이었다. 민 전 행장은 이런 자문 용역의 대가로 자문료 150억원과 성공보수 100억원을 받기로 계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프로젝트L은 실행으로 이어졌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2016년 비자금 조성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며, 롯데는 면세점 특허 재취득에 실패했다. 특히 이번에 노조가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 보충서에는 롯데면세점 탈락을 민 전 행장이 기획했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시돼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민 전 행장 고발장 보충서에 따르면 2015년 9월15일경 체결된 민 전 행장과 신 전 부회장의 자문계약에는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사업자 심사 탈락’이라는 용역이 있다. 실제로 2개월 후인 2015년 11월14일 관세청의 시내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 결과서 롯데는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후속사업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 신동빈 전 롯데그룹 회장

롯데 노조 관계자는 “민 전 행장 측에서 관세청 공무원과 특허심사위원들을 대상으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관련해 악의적인 정보를 제공한 게 특허심사서 감점요인이 됐을 것”이라며 “면세점 사업 특허심사는 공무원의 일이다. 일개 민간인이 정부 사업에 영향을 미쳐 면세점 사업권을 상실케 한 대가로 수백억원의 돈을 수수한 것은 범죄”라고 말했다.


아직 민 전 행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면허 탈락에 개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287억원
자문료 받기로”

다만 실제로 2017년 7월10일 감사원의 관세청 감사결과 롯데면세점 특허심사가 부적절하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이 롯데 측에 잘못된 기준을 적용해 평가 점수를 낮게 줬으며, 이로 인해 롯데가 면세점 특허심사서 탈락했다는 것이다. 

먼저 관세청은 2015년 1월 ‘시울지역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심사’서 롯데에게 계량항목의 평가점수를 잘못 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결과 관세청이 3개의 계량항목의 평가점수를 잘못 산정해 심사위원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관세청은 ‘중소기업제품 매장 설치 비율’ 항목서 전체 매장면적 중 중소기업제품을 판매하는 ‘매장면적’의 비율을 기준으로 점수를 부여한다. 하지만 롯데에게만 ‘영업면적’ 비율을 적용해 평가했다. 영업면적이란 매장면적서 고객 이동에 필요한 2m 폭의 통로구역을 제외한 면적이다. 

그렇게 된다면 롯데의 중소기업제품 매장 설치비율은 2,789.7m²(매장면적)서 1,568.3m²(영업면적)으로 크게 줄어든다. 그 결과 롯데는 중소기업제품 매장 설치비율이 적게 산출돼 낮은 점수를 받았다. 감사원은 “A사의 총점은 정당 점수보다 많게, 롯데의 점수는 적게 부여됐다. 그 결과 롯데 대신 A사가 사업자로 선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은 2015년 11월14일 ‘후속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심사’도 부적절하게 이뤄져 롯데가 탈락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관세청 부적정 심사 

관세청은 특허신청 공고서 최근 5년간 실적으로 작성·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공개되지 않은 내부기준(심사평가표 가이드라인의 단서조항)에 근거해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최근 2년간 실적으로 평가하도록 돼있다는 이유로 2년간의 실적만으로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롯데는 실제 점수보다 120점을 낮게 받았다. 

또 ‘매장 규모의 적정성’ 항목서 신청업체가 3개일 경우 매장면적 순서대로 10점, 4개일 경우 8점씩 차등 부여하기로 돼있다. 신청한 업체 중 앞선 공고에 선정된 경우 이후 심사서 제외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당시 면세점 사업에 선정된 B사를 포함해 총 4개의 업체가 특허를 신청했다. 규정대로 B사는 심사서 제외돼야 했으며, 심사대상 업체는 3개로 압축돼 점수는 순위 당 10점씩 차등부여돼야 했다. 하지만 당시 관세청은 4개 업체를 기준으로 점수를 부여했다. 

그 결과 롯데는 정당점수에 비해 71점이나 적게 받았다. 감사원은 “롯데는 총점 191점이, C사는 총점 48점이 적게 부여됐다. 정당 평가 시 선정돼야 할 롯데를 제치고 C사가 사업자로 선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은 관세청이 지난 2015년 신규·후속 시내면세점 특허 신청업체의 사업계획서와 신청 서류 등을 천홍욱 전 관세청장 지시로 파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신동주-민유성 자문료 민사소송 과정
‘설계’ 실체 공개…면세점 탈락 개입?

2016년 9월 국회 국정감사 중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심사자료 등을 요구하자 관세청은 해당 자료를 신청업체에 반환했으며, 탈락업체의 신청서류 2부를 파기했다. 감사원은 홍 전 청장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상 등 혐의로 고발했다. 

2015년 9월15일 신·민 프로젝트L 자문계약 체결→2015년 11월14일 면세점 특허심사서 롯데 면세 특허사업권 상실→2016년 9월 국정감사 면세점 특허심사자료의 제출을 요구 받은 관세청장이 관련 서류 파기→2017년 7월10일 감사원 감사결과 면세점 심사 부적정하게 이뤄짐→2019년 1월25일 민 전 행장 프로젝트L 실행됐다 법정 증언.  

프로젝트L 자문계약 시점과 롯데 면세점 탈락 시기 그리고 민 전 행장·신 전 부회장의 자문료 소송 과정서 드러난 프로젝트L의 실체, 민 전 행장의 법정 증언을 종합하면 롯데 면세점 탈락은 애초부터 기획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 롯데면세점

또 신 전 부회장은 면세점 특허심사 결과가 발표되기 보름 전인 2015년 10월2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면세점은 신동빈 회장의 사업이기 때문에 실패한다면 책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신 전 부회장이 롯데가 면세점 사업권을 상실하게 될 것을 예상하고, 경영권 분쟁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노동자만 
 죽어났다”

롯데 노조 관계자는 “민유성은 민사재판에 나와 스스로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 무산 등을 성사시킨 것을 자랑스럽게 진술했다”며 “이는 명백히 알선수재의 구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행위는 롯데 10만 노동자의 고통으로 귀결됐다”며 “민유성은 무슨 행위를 통해 롯데의 노동자를 난도질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하고 그에 상응한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 전 행장은 ‘묵묵부답’이다. 민 전 행장이 회장으로 재직 중인 나무코프 관계자는 “회장님이 해외 출장 중이다. 돌아오면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