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박근혜 '지뢰밭 이중행보' 내막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7.17 09: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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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살얼음판 "12월까지 갈 수 있을까?"

[일요이사=김성수 기자] 새누리당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정작 본인은 문제가 없지만 주변에서 난리다. 여기저기서 악재가 터지고 있다. 현 상황 같아선 아군도, 적군도 없는 형편이다. 아직 갈 길이 먼 대선 고지를 향해 조심스런 행보 중인 박 전 위원장. 까딱 잘못했다간 발목을 잡히게 생겼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암초를 만났다.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촉발된 이한구 원내대표 등 지도부 사퇴로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국회는 지난 11일 본회의를 열어 민주당 출신 박주선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가결했지만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부결시켰다.

'약속 박근혜' 흠집
원칙·신뢰도 상처

이날 본회의엔 281명(새누리당 137명·민주당 120명·비교섭단체 24명)이 참석, 이중 271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이 결과 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찬성 148표, 반대 93표, 기권 22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정 의원 동의안은 찬성 74표, 반대 156표, 기권 31표, 무효 10표로 부결됐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개원 전부터 야당에 앞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관철과 불체포 특권 포기 등 6대 쇄신안을 선언했었다. 특권 포기를 외쳐 온 새누리당이 정 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지 않으면서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역풍'을 우려한 이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12월 대선 정국에 미칠 파장을 감안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이 원내대표는 정 의원의 탈당과 구속수사를 촉구했지만 파문 꼬리 자르기 기색이 역력했다.


민주당은 이 틈을 노려 '제 식구 감싸기'라며 대대적인 공세에 들어갔다. 특히 박 전 위원장 흠집내기에 고삐를 당겼다.

민주당은 "국민을 배신하는 정당, 진정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는 정당이 새누리당"이라며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체포동의안 부결은 박 전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박 전 위원장은 여론을 의식한 듯 사과했다. 그는 지난 13일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체포동의안이 당연히 통과됐어야 하는데 반대결과가 나온 데 대해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의원을 압박했다. 박 전 위원장은 "정 의원은 평소에 쇄신을 강조해온 분인 만큼 법논리를 따지거나 국회에서 부결됐다 아니다를 넘어 앞장서서 당당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권 포기 외쳤는데…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
지도부 총사퇴로 경선 등 대선행보 차질 난감

공교롭게도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 전날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박 전 위원장은 지도부의 부재로 당장 당내 경선 등 대선 행보에 차질을 빚게 됐다. 19대 국회에서 박 전 위원장 공약의 입법화를 진두지휘해온 이 원내대표가 물러난 것도 박 전 위원장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박 캠프는 좌불안석이다. 핵심 브랜드인 '약속을 지키는 박근혜'에 큰 흠집이 나게 생겨서다. 박 전 위원장이 내세운 '원칙과 신뢰'도 상처를 입을 판이다.


이 와중에 박 전 위원장의 측근들마저 잇달아 구설에 오르고 있다. 캠프 인사 구성을 두고 말들이 많은 것. 이 역시 약속과 원칙, 신뢰 문제와 직결돼 심각성을 더한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인사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현명관 전 전경련 부회장. 캠프 싱크탱크 역할을 맡은 두 사람의 성향과 기존 박 전 위원장의 정책이 서로 달라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과거와 달리 보수적 색채를 빼고 정치권 화두인 '경제민주화'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선출마 선언 자리에서 첫 일성으로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박 전 위원장은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에 대해 규제를 검토해야 한다" "국민이 억울해하는 재벌 총수의 사면은 안 된다"등 잇달아 반재벌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반재벌 정책과 공약이 쏟아질듯 하지만 정책위원들의 성향을 보면 궁금증이 커진다. 일각에선 정책위원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와 함께 박 전 위원장의 '판단 미스'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게 정책위원으로 캠프에 합류한 김 원장은 박 전 위원장이 2007년 대선경선에서 주창한 친시장·친기업 성장공약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바로세운다) 추진위원장이었다.

5·16 쿠데타? 혁명?
"역사관 분명히 해라"

더구나 정책위에서 실물경제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현 전 부회장은 삼성그룹 전문경영인(CEO) 출신이다. 호텔신라 사장과 삼성물산 회장 등을 거친 현 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재벌그룹 대변단체인 전경련 부회장, 대한상의 부회장,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등도 지낸 현 전 회장은 2008년 '삼성특검'당시 에버랜드 전환사채 의혹과 관련해 기소됐으나 2009년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야당이 이를 놓칠 리 없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박 전 위원장의 경제민주화는 내용상 재벌을 보호하는 정책"이라며 "줄푸세를 주관해온 김 원장과 이건희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현 전 부회장이 캠프의 중심인데 어떻게 재벌 개혁을 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문재인 상임고문도 "(박 전 위원장의 경제민주화는) 간판만 달고 있다"며 "진정성 없는 사이비 경제민주화"라고 비난했다.

실없는 측근들의 '입'도 박 후보를 난감케 하고 있다. 끊이지 않는 5·16 미화 발언이 대표적이다.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5·16과 관련한 질문에 "태조 이성계의 조선 건국을 포은(정몽주)에게 물으면 역성혁명이라고 하겠지만 (손자인) 세종대왕에게 물으면 그렇게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박 전 위원장도 세종대왕과 같은 입장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 역시 같은 생각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상돈·박효종 정치발전위원도 각각 "5·16은 군사혁명인 게 맞다" "5·16은 쿠데타이면서도 혁명"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경제민주화 주장하면서 친재벌인 영입
'밑지는 장사' 5·16에 대해선 묵묵부답

캠프 인사들의 거침없는 '5·16 혁명'발언은 박 전 위원장의 역사 이념 논쟁에 또 다시 불을 지폈다. 민주당은 "(박 전 위원장은) 5·16이 쿠데타인지, 혁명인지 역사관을 분명히 밝히라"고 공격했다.


박 전 위원장은 묵묵부답이다. 5·16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혁명이라 말해도 문제고, 쿠데타라 말해도 문제다. 둘 다 엄청난 파장이 일 게 뻔하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인 박 전 위원장의 역사관은 계속 도마 위에 올라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5·16은 기아선상에서 헤매는 국민을 구제하기 위한 구국혁명이었다"고 주장했었다.

이들 세 사안 외에도 박 전 위원장은 괴롭히는 현안은 또 있다. 바로 저축은행 사태다. 이상득 전 의원이 솔로몬·미래저축은행 등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데 이어 윤진식 의원은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정두언 의원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으며, 김덕룡·권오을 전 의원은 저축은행 연루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 외에도 새누리당 정치인 2∼3명 정도가 저축은행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현재 수사선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들이 줄줄이 '저축은행 덫'에 걸리면서 당 이미지는 구겨질 대로 구겨지고 있다. 박 전 위원장도 같은 당으로서 대선행보에 득 될 리 없다. 캠프는 전혀 상관없다는 입장이면서도 대선정국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는 눈치다.

반면 야당의 시각은 다르다. 검찰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박 전 위원장을 도우려고 각본에 의해 짜 맞추어진 정치검찰의 명백한 대선기획용"이라며 "박 전 위원장의 대선 상륙작전을 돕기 위한 상납의 도구로 저축은행 사건을 기획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축은행 사태 확산
'득이냐? 실이냐?'

박 전 위원장도 저축은행과 관련해 마냥 안심할 수만 없는 처지다.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의 접촉설, 동생 박지만-서향희 부부와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의 '관계'가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아서다. 박 전 위원장 측은 이런 의혹 공격에 대비해 최근 '네거티브 대응팀'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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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